그들의 5·18 : 정치군인들은 어떻게 움직였나

D-29
5월 21일 이후 실시된 계엄군의 광주 봉쇄는 새로운 ‘경계’를 통한 ‘구분 짓기’를 의미한다. 계엄군이 설치한 바리케이드는 단순히 시민들의 출입을 막는 데 그치지 않았다. 시민들의 출입을 군이 가로막는 것도 문제이지만, ‘폭도’와 ‘양민’을 가르는 경계가 만들어진 게 더 큰 문제였다. 이 바리케이드는 이후 외곽 봉쇄 기간 내내 ‘학살의 경계선’으로 기능했다.
그들의 5.18 - 정치군인들은 어떻게 움직였나 노영기 지음
군, “광주교도소 습격사건” 조작 - 3공수여단은 1980년 5월 21일부터 24일까지(24일 20사단과 교대) 광주교도소 부근(광주-담양을 오가는 길목(남부고속도로))을 봉쇄하고, 지나는 차량에 무차별 발포하여 많은 민간인들을 사살하였음. - 군은 광주교도소 부근에서 벌어진 민간인 살상 사건들을 ‘불순분자들의 선동에 따른 폭도들의 교도소 습격을 격퇴한 것’으로 조작하였고, 이러한 목적으로 작성된 문건이 전남합동수사단의 〈광주교도소 습격기도사건〉임. - 위 문건을 보면, ‘당시 광주교도소에 복역 중인 류락진의 처 신애덕과 동생 류영선이 시위에 가담, 교도소를 습격하여 류락진을 구출토록 선동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음. 특히 류영선은 시위 군중과 함께 교도소를 습격하다 사망한 ‘폭도의 전형’으로 기술되었음. - 류영선은 예비검속된 조카 류소영(조선대 약대 재학)을 찾으려다 공수부대의 만행을 보고 항쟁에 합류했으며, 시민군으로 활동하다 5월 27일 최후 항쟁 때 YWCA 부근에서 계엄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하였음. 류영선 사망 후 가족들은 전남합수단에 끌려가 ‘류영선이 형 류락진을 구하기 위해 시민군을 선동하고 교도소를 습격했다’는 혐의로 심문을 받았음. - 보안사령부는 류영선의 희생을 ‘교도소 습격사건’의 사례로 둔갑시켜 활용하였음. 5·18의 왜곡과 조작은 이미 1980년 5월부터 군에 의해 시작되고 있었던 것.
계엄군끼리 오인 사격 > 민간인에 분풀이 학살 > 사건 조작 1. 5월 24일 10시 50분경 부대로 복귀하던 31사단 병력을 향해 전교사 소속 기갑학교 병력이 사격, 31사단 부대원 3명 사망 7명 부상. 2. 5월 24일 14시경 송암동 부근을 지나던 11공수여단 병력을 향해 전교사 소속 보병학교 병력이 사격, 11공수여단 63대대 대원 9명 사망 38명 부상. - 11공수, 현장 인근 마을을 수색하여 주민 김종철, 권근립, 임병철, 김승후 등 4인을 사살. - 전남합수단, “폭도, 군부대 이동 시 기습 난사. 11공수 7명 63대대 36명 작전 중 폭도 기습 중상”으로 기술. - 부대원들의 사망확인 조서와 공적 조서에 “폭도들에 의해 전사”한 것으로 기술. 한두 명의 조서가 아닌 전체 사망자들의 조서가 왜곡·조작된 것으로 보아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됨.
육군참모총장과 국방부장관이 상무충정작전(진압작전)을 연기하라고 지시한 가장 큰 이유는 한미연합사의 통제 아래에 있는 20사단의 이동과 작전 참여 문제 때문이다. 원래 20사단은 “한미연합사의 작전통제하에 있는” 부대였으나 “10·26사건 직후 육본에서 한미연합사에 요청하여 중앙기동예비사단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 한미 간 협의가 끝난 뒤 한미연합사령부는 진압작전에 동원할 부대를 승인했다. 계엄사령부는 5월 25일 이후 진압작전을 전개토록 2군사령부와 전교사에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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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광주 시내는 병력도 경찰도 없는 치안부재 상태이며, 일부 불순분자들이 관공서를 습격, 방화, 무기를 탈취해서 군인들에게 발포했음에도 불구하고, 군은 정부의 명령 때문에 시민들에게 발포하지 못하고 반격을 하지 못하여 울화통이 터지는 상태에 놓여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사태는 시청 직원이 사무를 보고 전기 수도가 공급되며 은행 약탈 등이 없는 점 등으로 보아 호전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본다.” - 박충훈 국무총리(서리) 담화문, 1980.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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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배치된 각 부대의 총 병력은 2만 365명(4,727/1만 5,590)이었다. 원래 전남·북 계엄분소인 전교사의 병력에 특전사령부 병력(3·7·11공수여단)과 20사단 병력이 더해진 통계이다. 총 47개 대대라는 엄청난 규모의 병력에 총 30대의 헬기와 항공기(O-1), 전차, 장갑차, 각종 차량 등의 장비까지 동원했으니 정부와 군, 신군부는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광주에서 전쟁을 벌였던 셈이다. 5·18항쟁 기간 동안 총 2만 365명의 군인들은 총 51만 2,626발의 실탄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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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을 무력진압하고 며칠 뒤 신군부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이하 국보위)를 발족시켰다. 국보위는 특별한 법안을 제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제9897호. 1980.5.31.제정 및 시행)으로 ‘국가보위비상대책위 설치령’을 통과시켜 출범했다. 국무총리 이하 10인이 위원으로 임명됐지만, 실제 권한은 군인들이 주축인 상임위원회에 있었다. 5·16군사쿠데타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를 연상시키는 기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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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전두환을 대통령으로 추대하자는 움직임이 펼쳐졌다. 이날부터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안보보고회를 비롯해 21일 전군주요지휘관회의가 열려 전두환 장군을 국가원수로 추대했다. 8월 27일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그를 제11대 대통령으로 선출했는데, 총 투표자 2,525명 중 1명이 기권했다. 그리하여 9월 1일 전두환이 제11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 신군부가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켜 군 지휘권을 장악하고 5·18항쟁을 무력 진압한 이유이자 완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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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 1〉 김남주 詩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경찰이 전투경찰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전투경찰이 군인들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미국 민간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도시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들이 차단되는 것을 아 얼마나 음산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계획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총검으로 무장한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야만족의 침략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이민족의 약탈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악마의 화신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아 얼마나 무서운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노골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도시는 벌집처럼 쑤셔놓은 붉은 심장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용암처럼 흐르는 피의 강이었다 밤 12시 바람은 살해된 처녀의 피묻은 머리카락을 날리고 밤 12시 밤은 총알처럼 튀어나온 아이들의 눈동자를 파먹고 밤 12시 학살자들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시체의 산을 옮기고 있었다 아 얼마나 끔찍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조직적인 학살의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하늘은 핏빛의 붉은 천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한 집 건너 울지 않는 집이 없었다 밤 12시 무등산은 그 옷자락을 말아올려 얼굴을 가려버렸고 밤 12시 영산강은 그 호흡을 멈추고 숨을 거둬버렸다 아 게르니카의 학살도 이렇게는 이렇게는 처참하지 않았으리 아 악마의 음모도 이렇게는 이렇게는 치밀하지 못했으리
그동안 접했던 광주민중항쟁 관련 책들(많이 읽어본 건 아니지만)과 달리 군 자료를 중심으로 서술한 책이다. 신군부의 관점, 행동, 자료 조작과 왜곡에 관해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책이 조금 더 두꺼웠어도 좋았을 것 같다. 묻힌 자료가 발굴되고 가려진 진실이 밝혀져서 연구 성과도 풍부하게 축적됐으면 한다. 작년 윤석열의 12.3쿠데타 덕택에, 책에 나온 5.17쿠데타와 이후의 사건들이 완전히 새롭게 보이더라. 오늘을 사는 모두는 광주민중항쟁에 감사해야 한다. 왜 감사해야 하는지를 몸으로 깨달았다. 책을 읽으며 새삼 느낀 건, 나경택(당시 전남매일신문 사진기자) 선생님이 현장에서 정말 귀한 사진을 많이 찍으셨구나, 하는 것이다. 광주항쟁의 진실을 거의 외신기자들이 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리에게도 이런 기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원래는 5월 중에 읽으려고 시작했던 독서인데, 5월 말 동동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결국 떠나보내게 되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5월은 나에게도 못 잊을 달이 되었다. 동동이 떠나고 벌써 한 달. 동동아, 잘 있지? 니 생각에 밤마다 운다. 엄마가 이책 포기 안하고 끝까지 다 읽었어. 꿈에서라도 보고 싶고 만지고 싶은 동동, 부족한 보호자여서 미안해.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은동이랑 책 읽으면서 버틸게. 언제나 너를 생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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