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5·18 : 정치군인들은 어떻게 움직였나

D-29
5·18을 무력진압하고 며칠 뒤 신군부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이하 국보위)를 발족시켰다. 국보위는 특별한 법안을 제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제9897호. 1980.5.31.제정 및 시행)으로 ‘국가보위비상대책위 설치령’을 통과시켜 출범했다. 국무총리 이하 10인이 위원으로 임명됐지만, 실제 권한은 군인들이 주축인 상임위원회에 있었다. 5·16군사쿠데타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를 연상시키는 기구였다.
그들의 5.18 - 정치군인들은 어떻게 움직였나 노영기 지음
뒤이어 전두환을 대통령으로 추대하자는 움직임이 펼쳐졌다. 이날부터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안보보고회를 비롯해 21일 전군주요지휘관회의가 열려 전두환 장군을 국가원수로 추대했다. 8월 27일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그를 제11대 대통령으로 선출했는데, 총 투표자 2,525명 중 1명이 기권했다. 그리하여 9월 1일 전두환이 제11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 신군부가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켜 군 지휘권을 장악하고 5·18항쟁을 무력 진압한 이유이자 완성이었다.
그들의 5.18 - 정치군인들은 어떻게 움직였나 노영기 지음
〈학살 1〉 김남주 詩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경찰이 전투경찰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전투경찰이 군인들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미국 민간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도시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들이 차단되는 것을 아 얼마나 음산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계획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총검으로 무장한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야만족의 침략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이민족의 약탈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악마의 화신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아 얼마나 무서운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노골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도시는 벌집처럼 쑤셔놓은 붉은 심장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용암처럼 흐르는 피의 강이었다 밤 12시 바람은 살해된 처녀의 피묻은 머리카락을 날리고 밤 12시 밤은 총알처럼 튀어나온 아이들의 눈동자를 파먹고 밤 12시 학살자들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시체의 산을 옮기고 있었다 아 얼마나 끔찍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조직적인 학살의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하늘은 핏빛의 붉은 천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한 집 건너 울지 않는 집이 없었다 밤 12시 무등산은 그 옷자락을 말아올려 얼굴을 가려버렸고 밤 12시 영산강은 그 호흡을 멈추고 숨을 거둬버렸다 아 게르니카의 학살도 이렇게는 이렇게는 처참하지 않았으리 아 악마의 음모도 이렇게는 이렇게는 치밀하지 못했으리
그동안 접했던 광주민중항쟁 관련 책들(많이 읽어본 건 아니지만)과 달리 군 자료를 중심으로 서술한 책이다. 신군부의 관점, 행동, 자료 조작과 왜곡에 관해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책이 조금 더 두꺼웠어도 좋았을 것 같다. 묻힌 자료가 발굴되고 가려진 진실이 밝혀져서 연구 성과도 풍부하게 축적됐으면 한다. 작년 윤석열의 12.3쿠데타 덕택에, 책에 나온 5.17쿠데타와 이후의 사건들이 완전히 새롭게 보이더라. 오늘을 사는 모두는 광주민중항쟁에 감사해야 한다. 왜 감사해야 하는지를 몸으로 깨달았다. 책을 읽으며 새삼 느낀 건, 나경택(당시 전남매일신문 사진기자) 선생님이 현장에서 정말 귀한 사진을 많이 찍으셨구나, 하는 것이다. 광주항쟁의 진실을 거의 외신기자들이 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리에게도 이런 기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원래는 5월 중에 읽으려고 시작했던 독서인데, 5월 말 동동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결국 떠나보내게 되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5월은 나에게도 못 잊을 달이 되었다. 동동이 떠나고 벌써 한 달. 동동아, 잘 있지? 니 생각에 밤마다 운다. 엄마가 이책 포기 안하고 끝까지 다 읽었어. 꿈에서라도 보고 싶고 만지고 싶은 동동, 부족한 보호자여서 미안해.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은동이랑 책 읽으면서 버틸게. 언제나 너를 생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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