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뭇 님께서는 이해와 오해가 교차하는 곳에서 일하셨고, 일하시는군요~ 확실히 학습자와의 라포가 중요한 공간일 것 같습니다!! 그럼 한국말로 한국어를 가르치시는 건가요?? 일본어 사용자가 아니라면, 기초부터 가르치는 건 정말 힘들 것 같아요... 😼
[📚수북플러스] 2.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최영장군

하뭇
네, 한국어로 가르쳐요.
원어민 교사라고 생각하심 이해가 쉬우실 거예요. 영어 원어민 교사는 영어만 쓰죠. 목표 언어로 가르치지 학습자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저는 한국어 원어민 교사인 거죠.ㅎ 그리고 학생들 국적이 매우 다양해서 학습자 언어로 가르칠 수가 없어요.😅

최영장군
아하~ 원어민 교사~ 캐치했습니다!! ㅎ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최영장군
먼저 극사실주의에 대한 비유가 아주 와 닿는데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나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 모두 너무 사실적이죠 ㅎ
이오교의 첫 번째 문장이 수동태가 아니군요(혼란을 드려 죄송) 아무튼 물주구문 유사한 가주어진주어 형태인데요.
이 문장은 사실 편집부의 각기 다른 편집자 세 분 모두 바꾸고(수정하고) 싶어 하던 문장이에요 그리고 저 또한 편집부에서 당연히 바꾸고 싶어하리라 예상했고요 😉 왜 바꾸려 했고, 바꾸려 하리라 예상했을까요?
바꾸고 싶어하는 이유는 당연히 '더 나은' 문장을 위해서겠죠. 그렇다면 '더 나은' 문장의 형태란 어떤 것일까요?
독자를 염두에 둔 입장에서는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독자분들이 최대한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기를 바라겠죠. 그래서 '우리의 이해'라는 형태보다 '우리가 이해하는' 형태가 '더 나은' 문장의 모습일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이오교 소설의 시점이 인물의 내면과 생경한 업무방식(특히 영상번역)을 묘사하기 위해 전지적 시점을 채택했더라도 전지적 화자가 설명적으로 진술하지 않고, 3인칭 관찰자처럼 그대로 옮기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첫 문장을 무미건조하게 진술하는 것이 이오교의 전지적 화자에 부합한다고 봤거든요.
그리고 이러한 내용이 자연스럽지 못하더라도 그렇게 가야 하는 '특별한 사정'으로 책임 편집자분도 '이해'했고요
그런데 세 번이나 사라질 뻔한 '자연스럽지 못한 첫 문장'이 그대로 살아남은 이유를 기록해 두었으면 해서 '잘난 척 어려운 말 쓴다고재수없게' 생각할 수도 있는 리스크를 무릅쓰고 각주를 달았답니다.... 마침 소재가 번역이니까 직역과 의역에 빗대어서요.
결국 제 주관으로 썼다기보다 '대상'의 입장에서 썼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입장(주관)에서야 독자분들께 어색한 형태의 문장보다 자연스러운 형태의 문장을, 각주도 없이, 전달하면 더 좋았을 테니까요~

연해
세상에나, 이번 답글도 너무나 자세하고 정성스러워 감동받았습니다. 차근차근 맞춤 설명 해주시는 것 같았어요(어릴 때 했던 '눈높이 교육'이라는 학습지가 생각ㄴ....). 하지만 소설에서 작가님이 담으신 의도는 독자 입장에서는 맞춤이 아니었군요. 말씀하신 것처럼 독자를 염두에 둔 입장보다는 내용이 다소 자연스럽지 못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으로 편집자분들과 소통하셨으니까요. 편집자분들의 의견과 작가님이 의도하신 방향에 대한 서로의 호흡이 인상 깊습니다.
'자연스럽지 못한 첫 문장', '잘난 척 어려운 말 쓴다고 재수없게'라고 말씀해주셨는데, 다행히(?) 그렇게 느끼지는 않았고요(하하). 그냥 제 이해력이 부족한가 보다 했어요. 작가님들의 세계관을 제가 다 이해할 수 없으니까요(오해할 수도 있고?). 다만 이렇게 글로 소통할 수 있는 모임이 열리니, 작가님이 추구하신 방향에 대해 알음알음 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할 따름이죠.
(여담이지만 가주어 진주어 말씀하신 대목에서는 이 두 단어를 너무 오랜만에 접해서 반갑기도 했답니다)

최영장군
좋은 방향으로 이해해 주시니 감사드려요~ (그런데 사실 누가 뜩별히 관심을 가지고 욕해 주시도 않더라고요 ㅋㅋㅋ)

연해
악플보다 더 무서운 건 무플이었을까요(하하하). 파고들수록 새로운 의미가 담겨있는 소설이라 더 흥미롭습니다.

최영장군
그래도 아직 따뜻한 세상이라 어디선가 무플 방지해 주시는 분들이 꼭 나타나시더라고요...(무플방지 시범사업 같은 게 있는 줄...ㅋ)

연해
엇, 작가님. 혹시나 오해가 생길까 싶어 살짝 말씀드리자면요. 저는 지금 순수하게 신나서 답글 달고 있는 거랍니다:)

최영장군
어!! 그렇네요~ 가만 보니까 @연해 님 없었으면, 노란색 질문만 계속 나올 뻔했네요...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ㅎㅎ
만렙토끼
책 인증이 늦었습니다, 완독하고 오느라 늦어버렸네요! 기다리셨을 모임지기님께 죄송합니다ㅠㅠ
채팅도 꽤 쌓여있고 수북의 새 모임도 열려서 얼른 신청하고 왔어요~ 새 모임 못보신 분들은 참고해주세요!
저는 이제 시작이라 두근두근하게 참여해 보겠습니다ㅎㅎ 책 내용을 더듬어가며 열심히 끼어볼게요! 제가 윗 글을 지금 읽고 뒷북치더라도 너그러이 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최영장군
완독하셨군요!! 그러게요... 안 그래도 마음속으로 그때 보니까 토끼님도 한 마리, 앗, 죄송합니다, 한 분 계셨는데... 이러고 있었답니다 ㅋㅋ 여러 질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질문들로 쏙쏙 골라서 참여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만렙토끼 님과의 원더랜드 기대하겠습니다 😉
만렙토끼
ㅋㅋㅋㅋ한마리의 센스가 제 취향이네요 넵넵 열심히 참여하겠습니다ㅎ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최영장군
이번 질문에 대한 답변은 준비가 돼 있죠 😂
아이작 뉴턴의 '사과'🍎와 비슷한 것 같아요... 평소와 다름 없는 날인데도, 어떤 날에는 제 눈과 제 마음속에 사과가 떨어져요.
예를 들어, 카페에 앉아 누군가 기다리다가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나 장면이 있다면, 그 사람이나 그 장면이 사과가 되겠죠. 여기서 중요한 건 눈에 들어올 이유가 하나도 없는 사람이나 장면이라는 점이에요. 누구의 눈에나 들어오는 특별히 근사한 사람이나 신기한 장면은 소위 말하는 대중문화 영역의 몫일 테니까요.
그리고 왜 사과가 떨어졌는지를 생각해요. 그 이유를 찾아나서는 과정이 저에게는 소설을 쓰는 일이에요. 써 가면서 이유를 찾기 때문에 소설의 결론도 몰라요. 소설의 결론은 제가 지어낸 게 아니고, 이유를 찾는 과정 끝에 발견한 어떤 것이에요. 사과가 떨어진 이유를 뉴턴은 수학 특히 미적분을 통해 써 내려갔고, 저는 문학의 언어인 비유와 상징, 역설과 아이러니를 통해 써 내려간 거죠.
사과는 조약돌이기도 해요. 뉴턴이 자신이 진리의 바닷가에서 놀며. 때때로 보통의 것보다 매끈한 조약돌이나 보다 예쁜 조개를 찾고 있는 어린이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는데, 뉴턴이 어린아이니까 저는 이제 돌 지난 애기라는...😂

연해
"평소와 다름 없는 날인데도, 어떤 날에는 제 눈과 제 마음속에서 사과가 떨어져요."라는 문장이 어쩜 이리 몽글몽글 아름다운지. 작가님에게는 '왜 사과가 떨어졌는지 이유를 찾아나서는 과정이 소설을 쓰는 일'이셨군요. 같은 공간에서 분명 같은 상황을 겪었음에도 유독 '나'에게만 특별하게 닿는 어떤 것들이 있는데, 그 대상 혹은 사물, 잔상 등이 소설의 시작점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걸 문학의 언어로 차근차근 풀어가며 작업하실 작가님의 모습도 상상하게 되고요(건조한 사막과 같은 곳에서 말이죠). 돌 지난 아기가 된 것을 축... (농담입니다)
저는 얼마 전에 다녀온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김기태 작가님의 강연을 듣고 왔는데요. 질의응답 시간에 소설지망생인 한 분이 "쓰는 게 너무 괴롭다"는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떠올라요. 쓴다는 행위 자체가 괴롭다기보다는 소재의 고갈을 말씀하시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최영장군 작가님의 답변은 저에게 선선한 바람처럼 닿네요.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나에게만) 포착되는 상황이 소설의 소재가 되는 건 '억지로'가 아닌 자연스럽고 능동적인 과정처럼 여겨져서요. 정성스러운 답변 감사합니다.
음 그리고 저 또 질문이 있는데, 드려도 괜...? (꼬리물기식으로 자꾸 떠오르네요)

최영장군
소설가 지망생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이 될지는 모르겠어요... 저도 아주 가끔 문예창작과 학생들에게 개인적인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 현실적인 비유로 스코빌 지수 이야기를 하곤 해요...
제가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주 예전에는 신라면 정도는 그런대로 잘 먹었거든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신라면이 '너무 매워서' 잘 못 먹겠더라고요. 그냥 내 입맛이 담백한 것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신라면 스코빌 지수가 실제로 두 배(?)인가로 올라갔더라구요!!
소설가 지망생이 소재 찾는 일도 비슷한 것 같아요. 소비지가 점점 매운 맛에 길들여져 매운 맛을 찾으니까 스코빌 지수가 오르듯이, 독자가 자극적인 맛, 달달한 맛, 매운 맛, 한마디로 맵단짠을 찾으니까 출판사도 맵단짠 음식 레시피를 찾게 되죠.
책도 내고 출판시장에서 주목도 받고 하려면, 저처럼 무미건조하게 그러던가 말던가 식으로 반응할 게 아니라, 카라멜 마키아토처럼 달달한 소재나 소금빵처럼 짭짤한 소재를 적극적으로 찾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야 '다수의' 독자도 좋아하고, 출판사도 좋아하죠. 이처럼 저는 지망생에게 하는 조언조차도 저의 주관을 담지 않고...ㅋㅋㅋㅋㅋ

최영장군
아, 그리고 질문도 언제든 환영입니다~~ㅎ

연해
앗,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조금 더 이어보겠습니다.
흔히 그런 말이 있잖아요. 소설을 쓸 때, 허구적 상상력을 동원한 가상의 인물이 주인공이라고 하지만, 실은 그건 작가의 이야기다, 작가가 하고 싶지만 하지 못했던 어떤 말을 주인공이 대변하는 것이다, 라는. 저는 소설가는 아니지만 글짓기를 좋아해서 이것저것 끄적거리곤 하는데요. 그때마다 등장하는 주인공은 결국 저의 목소리 같더라고요. 그들이 갖는 공통의 감정(제가 자주 밀어붙이는)이 있었어요. 어쩌면 그 감정에 대한 결핍이 저의 결핍이기도 하고, 주인공의 동력을 만들어내는 것 같기도 했고요.
작가님도 혹시 주인공들의 목소리가 실은 작가님의 목소리(추구하는 방향 혹은 결핍을 채우고 싶은 욕구)와도 닮아있을까요? 이를테면 삶에 대한 공허함이나 우울감? 욕망을 추구한다? 야망을 좇는다? 사랑에 목말라한다? 등등.
근데 저 이렇게 계속 질문을 해도 되는 것인지. 혹시 아니다 싶으시면 언제든 깔끔하게 STOP! 을 외쳐주세요(속닥).
화제로 지정된 대화

최영장군
장마도 더위에 지쳤는지 그냥 가버리고, 정말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네요. 잘들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조금 전에 오늘 할 일을 막 끝내고, 아몬드 브리즈 마시면서 여러분께 드릴 열세 번째 질문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제껏 나온 이야기들을 종합하는 질문일 수도 있겠네요. 바로 드리겠습니다.
질문 13)
앞서 <이해와 오해가 교차하는 방식>은 작가의 주관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세계를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옮기는 작업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분위기/문체/스타일 또한 무미건조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경향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개입한 문장이 딱 하나 있습니다.
이오교 속, 작가가 개입한 단 하나의 문장을 찾아 주세요~

delispace
작가님의 재치있는 과제 부여방식이군요! 이 질문을 받고나면 다시 안 읽을 수가 없잖아요? ㅎ 마침 출장이라.. 돌아가는 오후에 샅샅이 탐색하며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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