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도서관만이 주는 묘한 공간감이 있지요... 도심속.자연속 다 좋네요~ 주변을 잘 살필 수 있는 분들이 오아시스 같은 공간도 잘 찾는 듯해요!!
[📚수북플러스] 2.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최영장군

향팔
화곡동은 제가 태어난 동네라 어릴 적에 꽤 오래 살았던 곳인데, 이렇게 멋진 공간이 있었군요! 심지어 고양이도 계시다니… 완벽합니다.

향팔
내 고향 화곡동, 그리고 10대 시절 살았던 그 옆동네 신정동을 생각하니 옛 추억들이 바리바리 떠오르네요.
저는 고3때 강남에 있는 직장으로 취업을 나갔거든요.
하루는 사장님이 손님들에게 저를 소개하면서 “얘는 멀리서 다니잖아, 가난한 동네.” 라고 한 말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진짜 놀랐거든요. 저희 집은 친구들 집에 비해 많이 가난했던 건 맞아서, 집집마다 형편이 다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때까진 가난한 동네와 부유한 동네가 따로 있다는 건 몰랐고, 또 사람이 사람을 그가 거주하는 동네 기준으로 가른다는 것도 모르고 살았으니까요.
사장님은 저에 대해 한 가지 불만이 있었는데, “너는 옷을 맨날 똑같은 걸 입고 다니냐”고, (업계 특성상 손님들이 자주 다녀가시는 환경이라..) 그럴 거면 아예 유니폼을 맞추자고 하더니 진짜로 전 직원에게 유니폼을 해 주셨어요. 생활한복처럼 생긴 옷이었는데, 그래서 지금도 제가 생활한복을 별로 안 좋아해요. 하하하
한번은 사장님 심부름으로, 접촉사고로 입원한 사장 아들에게 뭘 전해 주러 간 적이 있었어요.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려고 하는데 사장 아들이 “잠깐만요” 하더니 지갑에서 만 원짜리 석 장을 팔락팔락 꺼내주면서 “택시 타고 가세요” 하더라고요. 뭔가 엄청 어색한 느낌이 들었지요. 나이가 훨씬 많은 어른이 그랬으면 아무 생각 없었을 텐데, 사장 아들은 대학생이었으니 우리 오빠 또래였거든요. 그런데 우리 남매에겐 찾아볼 수 없는 여유와 쿨함(?)… 또래에게 돈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는데, 그때 또 한 번 세상엔 나와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았죠. (그렇다고 그 돈을 안 받았냐? 그건 아니죠, 낼름 받아서 맛난거 사묵었죠 하하)
사장님은 인성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때 강남에 사장님 단골 오리고기집 ‘배나무골’이라고 있었거든요. (하도 심부름을 많이 해서 잊지도 않아요.) 사장님이 퇴근길에 가져가게 오리 한 마리 포장해오라고 하시면서 가끔 “하나 더 시켜놨으니 니네 집에 갖고가서 할머니랑 같이 먹어라. 이런거 언제 드셔보겠냐” 그러면 또 신나게 받아 가서 가족들이랑 먹었죠. 정말 맛있긴 맛있더라고요. 할머니도 좋아하셨고…
그뒤 혼자 공부해서 대학이라는 곳엘 갔습니다. 그때 고모들이 “정말 생각 잘 했다”고 좋아해 주셨는데, 우리 고모들은 국민학교도 못 나왔어요. 고모들이 살면서 얼마나 서러운 일이 많았을지 생각해보게 되었지요. 저랑은 비교도 안 될…
어릴 적 기억이 줄줄이 소세지처럼 엮여 나와서 글이 길어졌습니다. 그래도 월급사실주의 책 방에서, 옛날 일이긴 하지만 노동을 하면서 겪었던 썰을 푼 것이니 용서가 되겠지요?

최영장군
'배나무골'이라는 단어가 전해 주는 묘한 시공간적 감각이 있네요... 백석의 시처럼, '하늘이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이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은 맞는가 보다, 할 때가 있습니다....

향팔
배나무골을 검색해봤는데 지금도 성업중이네요! (역시 부자들이 맛집을 일찌감치 잘 알아보네요 하하.) 한번 가서 그때 그 오리 맛이 그대로인지 먹어 볼까 싶기도 하지만, 그만두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입구 쪽 인테리어도 거의 그대로인데, 언젠가 거기 서서 포장오리를 받아 가려고 대기타던 소녀의 모습이 자꾸 생각날 것 같아서… 맛있는 오리고기가 잘 안 넘어갈 듯 합니다.

향팔
말씀해주신 백석의 시는 너무 좋습니다. <흰 바람벽이 있어>… 전문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연해
오, 향팔님 고향이 화곡동이셨군요! 저는 캘리그라피와 새벽감성 덕분에 친근해진 동네인데, 이렇게 또 연결고리가 생긴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 올라옵니다. 여담이지만 그곳에 있는 다름이는 하얀 고양이인데, 정말 귀엽답니다(항상 자고 있지만...).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부모님 고향이 전라도라 태어나자마자 광주에서 살다가 서울에서도 살고, 경상도 창원에서도 살았어요. 여 기저기 이사를 자주 다녔죠.
향팔님이 올려주신 화곡동 이야기는 한 편의 수필 같아서 푹 빠져들어 읽었습니다. 말을 덧대는 게 조심스러워 가만히 주억거리기만 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향팔님 이야기는 참 좋아요.

향팔
하하하 말을 마구마구 덧대셔도 된답니다!

최영장군
@연해 님 단골 서점겸 카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까, 마치 소설이나 영화 속의 장면 같아요.... 서로를 알지만, 또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서로 좁은 통로에서 길을 비켜주고.... 멋지네요~

연해
그 공간도 저에게 소설이나 영화 속 공간 같아요. 갈 때마다 발걸음이 어찌나 설레는지. 꼭 어릴 때 할머니댁에 가기 전 설레는 마음 같달까요. 저는 사실,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마지막으로 뵌지가 언제인지...) 여기저기 부유하는 마음을 좋은 공간들에 하나하나 심어두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최영장군
에구.... (토닥토닥)... 다독여야 하는 마음들이 있는 것 같아요...
느티나무
저에게 있어 인생 카페같은 공간은 의정부 음악도서관과 수원에 있는 별마당 도서관이에요.
1. 의정부 음악도서관
잔잔한 음악과 악보들이 꽂혀있는 음악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 책읽기에 안성맞춤이에요. 처음 가봤을 때 되게 아늑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멀어서 가기는 힘들지만 나중에 또 가보고 싶네요.
2. 수원에 있는 별마당 도서관
건물의 디자인이 예뻐서 책으로 둘러쌓인 궁전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책을 읽는분들도 많았고 노트북을 켜놓고 작업하시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별마당 도서관도 종종 가보고 싶어요 !!

최영장군
의정부 음악도서관 추천이 많네요~ 수원 별마당도 기억해 두어야겠습니다!!ㅎ
만렙토끼
인생 카페..는 아직 못만났는데, 저는 책방 중 블루도어북스가 참 인상적이였어요. 제 첫 책방?이라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어둑한 분위기도 친절한 사장님도 한잔 따라주시는 차도, 가져가서 먹은 비스킷도 사람들의 설렌표정도 잊히지가 않네요ㅎㅎ

최영장군
어둑한 분위기, 친절한 사장님, 한잔 따라주시는 차, 가져가서 먹은 비스킷, 사람들의 설렌 표정.... 공간을 그리는 리듬 넘 좋네요~ 마음포인트 20만 점 나갑니다!!😉
만렙토끼
체감 온도가 42도, 실 온도가 38도 였던게 엊그제인데, 33도까지 내려오니 시원한 온도가 아님에도 오늘은 에어컨을 안틀어도 될 정도라고 느꼈어요 상대적인 느낌이란!하하. 자꾸 온도가 올라가는게 지구가 많이 아픈 것 같아 걱정이 되긴하네요. 과학자들이 올해가 앞으로 남은 여름중 가장 시원할 것이다 하는데 무섭기도하구요

최영장군
언어의 힘을 느낍니다... 지구온난화보다 기후위기, 기후위기보다 남은 여름 중 올 여름이 가장 시원??!! 무섭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최영장군
질문 17)
@향팔 님께서 맞히신 고난이도 질문에 이어지는 질문입니다.카페에서 여러분이 주로 드시는 음료나 다과는 무엇입니까? 소설 속 등장인물 중 누구 타입의 음료나 다과를 즐기시나요? 여러분이 주로 드시는 음료나 다과는 여러분의 취향을 반영하는 것 같나요, 아니면 카페인이나 당충전 기타 등등의 필요 때문인 것 같나요?

연해
저는 식취향이 단조로운 편이라 카페에 가면 거의 아메리카노만 마십니다. 날이 더워도 따뜻한 커피만 마셔요.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요즘처럼 더운 날에도 실내는 너무 춥더라고요. 음, 그리고 이 말을 하면 주변에서 종종 놀라시던데, 저는 간식을 아예 먹지 않습니다. 케이크나 과자, 브라우니 등등의 간식을 마지막으로 먹은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질 않아요(체질상 밀가루를 먹지 못해서 간식이라는 카테고리를 자연스럽게 제 인생에서 소거했습니다). 그래서 등장인물 중 제 취향과 닮은 분은 없는 것 같아요(흑흑).
아메리카노는 제게 소울푸드 같다고도 생각하는데, 카페인 충전이 목적이기도 하지만 입안에서 퍼지는 씁쓸한 맛을 참 좋아합니다. 특히 혹독한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 출근한 겨울날 아침, 빈속에 내려마시는 진한 아메리카노 한잔의 맛은 정말이지... 몸 곳곳에 카페인을 가득가득 쑤셔 넣어주는 느낌이랄까요(말이 좀 이상하네). 어쨌든 여름에 마시는 커피보다 겨울에 마시는 커피가 왠지 더 은은하고 좋습니다.
하지만 캐모마일티 저도 좋아해요. 희정씨(속닥). 히비스커스는 더 좋아하고요.

최영장군
히비스커스라... 오미자 좋아하시는 분도 계시고, 붉은 빛깔에 산미도 돌아서 저도 좋아합니다ㅎ 그런데 밀가루 간식을 못 드시는 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잘 모르겠네요... 저는 간식을 줄여볼 목적으로 마트에서 우연히 발견한 켈로그 프로틴 그래놀라 제로 슈거를 사서, 이제 이걸 간식 대신 먹으면 포만감이 들어서 간식 생각은 안 나겠지, 했는데... 특별히 맛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정말 포만감이 들 때까지 먹게 되는 부작용이 있더라고요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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