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플러스] 2.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남동풍이 불어오며 안개가 걷혔다. 내 손에는 아직 군무원 선배의 온기가 남아 있다. 그의 따뜻했던 손은 아마도 섭씨 36.5도. 혁명의 온도였다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100, 김의경 외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밤은 비가 온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선선하다는 느낌까지 주고 있네요. 한 주 시작 무탈히 하셨나요? 모임도 이제 사흘 남은 거죠? 오늘은 모임의 소설이 노동을 기본 얼개로 하는 만큼, 여러분의 일에 관한 질문을 드릴까 합니다. 질문 22) 소설에서 다정씨는 현실적인 판단을 필요로 한다면서 고민하고, 소연씨는 다른 절을 꿈꾸며, 희정씨는 존재증명을 원합니다. 여러분에게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있고 싶은 절인가요, 떠나고 싶은 절인가요? 원했거나 만족하는 일인가요, 현실적인 판단에서 머무르는 일인가요? 일을 통해 여러분이 느끼는 감정은 어떤 것입니까? 여러분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관한 여러 생각과 감정이 궁금합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조직은 (아직은) 있고 싶은 곳 같습니다. 얼마 전에도 작가님과 전 팀장님 이야기를 잠깐 했었잖아요. 그분 이야기를 조금 이어가보자면요. 팀장님이 근무할 당시에 둘이서 무슨 대화를 나누다가 같은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어요.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연해님은 여기를 왜 다녀요?"와 같은. 그때 제 대답이 "너무 싫지도, 너무 좋지도 않아서 계속 다녀요."였고요. 지금도 그 마음을 품으며 다니고 있습니다. 너무 좋아서 팔짝팔짝 뛸만한 곳도 아니고, 너무 싫어서 눈을 질끈 감고 싶은 곳도 아닌. 제가 적당히 잘 하는 일(적성과 기질적인 면에서)을 풀어낼 수 있는 조직과 잘 만났다고 생각해요(적어도 아직까지는요). 물론 가끔은 어이없어서 헛웃음 나오는 일도 있고(많고), 화가 나는 일도 불쑥불쑥 생기지만!!(워워) 그럼에도 저는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무탈한 하루 그 자체에 감사하며, 계속 일할 수 있음에 또 감사하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엮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임이 끝나간다는 사실이 아쉽습니다. 그래서 비가 오나 봅...
사실 행복(감)도 유전되는 게 크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평이한 조건 하에서이겠지만요. 신라면도 누구에게는 지나치게 맵고, 누구에게는 별로 안 매운 것처럼요. 그래서 @연해 님 직장이 (연해님 말씀만으로는) 진라면인지 신라면인지 가늠하긴 힘들지만, 어쨌든 불닭볶음면처럼 매운 곳은 아닐 거라는 짐작을 해 봅니다 ㅋ 라면은 꼬들꼬들한 면을 좋아하시나요, 푹 삶은 스타일의 면을 좋아하시나요? 😉 (모임이 금방(?) 끝나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지만, 퍼지기 전에 약간 꼬들꼬들한 채로 가스불 끄는 것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도 듭니다... 못다한 얘기는 뚜껑 덮어 놓고 잠시 기다리는 시간에 각자 할 수 있도록...ㅎㅎㅎ)
하하, 면에 대한 비유 정말 재미있습니다. 저는 살면서 불닭볶음면을 입에 대본 적이 없지만, 라면도 (체질상) 먹을 수는 없지만. 꼬들꼬들한 것과 푹 삶은 것 중 하나를 고르라 하시면 전자를 택하겠습니다. 제 주식은 과일, 야채, 채소인데, 여러 종류 중에 아삭아삭한 식감의 것을 고르곤 하거든요(말랑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좋아하지 않지요. 이를테면 망고? 나 딸기? 홍시? 등).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불닭볶음면처럼 매운 곳은 아닌 것 같아요(먹어본 적이 없으니 '맵다'는 것에만 방점을 찍어보자면). 오늘 출근길 지하철에서 『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월급사실주의 2025』를 읽으면서 왔는데, 소설 속 단편들의 근무 환경을 보면서 '아니, 이럴 수가 있다고?' 싶어 답답하고 화가 났거든요. 사람들 참 너무하더라고요(에드워드 정도면 양반인가 싶기도 하고).
아, 맞다!! 음료와 케이크 이야기하면서...ㅎㅎ 이제 샐러드 전문점도 많이 생겨서 밥 먹듯이 기호에 맞는 건강식을 챙겨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염~ 망고, 딸기, 홍시도 넣어서 ㅋ
근무환경 좋다는 회사들은 직원 점심 식단도 건강식 메뉴를 옵션으로 넣기도 하더라고요... 물론 @연해 님이 읽으신 소설 속의 근무환경과는....ㅠㅠ
앗! 맞아요. 제가 애용하는 샐러드 가게도 있답니다. 음, 근데 작가님... 제가 설명을 좀 이상하게 하고 있나 봐요. 망고랑 딸기랑 홍시를 싫어한다는 말이었는데...(힝)
아뇨... 제가 주문을 잘못 받았네요. 망고, 딸기, 홍시 빼고 아삭한 과일로 바꿔드리겠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다:) 맛있게 먹겠습니다!
저는 A라는 길로 가고 싶었답니다. 제 선호와 성향 모두 ‘A를 하면 재밌을 것 같아, 너한텐 A가 잘 맞을 것 같아’ 말하는 것 같았지요. 그치만 다른 이유들(돈, 두려움, 비겁함)로 인해 저는 A로 가지 않고,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B라는 일을 택했습니다. B를 하며 힘들었어요. 언제나 떠나고 싶었고 우울했지요. 그렇게 세월을 보내며 살다가 어느 날 어떤 계기로 인해 결심을 하게 된 저는, B를 때려 치고 A’로 갔습니다. 왜 A가 아닌 A’로 갔느냐? 이제와서 A로 돌아가긴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고(사실은 그리 늦지 않았을지도.) 차선인 A’가 최선인 A와 그나마 제일 가까워 보였거든요.(사실은 그리 가깝지 않았을지도.) 새로 시작하기도 A’가 A보다 더 쉬웠고요(아무래도 이게 컸던 듯). ‘어쨌든 최악인 B만 아니면 되잖아’ 결과는 실패였어요. 저는 B에 있었던 기간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A’를 떠나 다시 B의 세계로 돌아오고 말았죠. 지금도 B의 자기장을 맴돌며 살고 있고요. 지금은 제 일에 대해 별다른 생각도 잘 안해요. 그냥 이따금 ‘처음부터 A의 길로 갔다면 어땠을까, 그치만 나는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요. 어릴 때 이런 생각도 자주 했었네요. ‘스스로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 세상엔 얼마나 될까? 그들은 행복할까?’ 제가 알 길은 없으니, 오래되고 영원한 숙제 같은 질문입니다.
이오교에 @향팔 님을 끼워서 삼각구도 대신 사각구도를 만들 걸 그랬나 봅니다.... 말씀대로 그 질문은 답이 요연한 숙제 같은 것이어서, 누구에게 줄지 선택해야 하는 사과처럼 후회를 끌어안고 살 수밖에 없나 봐요. 모임 앞부분 대화에서 제가 무늬 없는 단색의 옷을 주로 입는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튀는 색깔 옷을 입을 때도 간혹 있거든요... 어쨌든 가먼트 다잉처럼 빛바랜 느낌이 드는 단색 위주로... 우리가 껴안은 후회들도 그처럼 바래서, 행복까지는 모르겠지만, 미감은 있기를 바라봅니다....
'스스로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 세상엔 얼마나 될까?'라는 향팔님의 물음이 저에게도 울림처럼 느껴집니다. 신형철 평론가는 "좋아하는 일보다 잘하는 일을 하면 직업 만족도가 크다"라는 말도 했었는데, 제 경우를 예로 들자면 저도 비슷한 마음으로 일하는 것 같아요. 어떤 세계는 직업이 아닌 '좋아하는 이'로 남는 게 좋아하는 감각을 더 고유하게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더라고요.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막상 직업(일)이 되면 싫어진다는 말이 정설처럼 떠도는 것처럼요. 사실 이 글을 올릴까 말까 고민했어요. 제가 향팔님의 A, A', B에 대해, 그 직업군에 담았던 마음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주제넘게 이러쿵저러쿵 말을 덧붙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죄송합니다). 그래도 우리가 그믐에서 그동안 나눴던 여러 대화들을 통해 제 마음이, 그런 (오만한) 마음이 아닐 거라는 걸 아실 거라 믿고. 조심스레 올려보았답니다(향팔님과 B의 관계를 응원하는 마음에서요). <이해와 오해가 교차하는 방식>이라는 제목처럼, 우리 사이에는 오해가 없고 이해가 있기를 조심스레 바라요. 이 모임에서도 @향팔 님과 진솔한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연해 님. 이렇게 댓글 써주시는거 너모 좋아요… 연해님의 글을 보면 세심하고 따수운 마음이 읽는 이에게도 그대로 전해지거든요. 연해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저도 B랑 오랜 시간을 함께하다보니 정이 들었어요 하하. 그리고 다른 일에 비해 제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고, 그 여가 시간은 제가 사랑하는 고양이와 음악과 책과 함께할 수 있으니 만족합니다. 맞습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어도 일이 일인 이상 마냥 좋을 수만은 없을 거예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오해도 언제나 있을 수밖에 없겠지요. 모임이 이제 곧 끝나네요. 좀더 많은 이야길 나눴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살짝 듭니다. 그래도 이게 끝은 아니겠죠. 작가님의 말씀처럼, 책이 이어준 가느다란 붉은 실의 인연, 부디 이어져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존재증명이란 단어자체가 참 와닿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지금 일을 안하고 있어서 존재가 흐려진 기분이라 그런가봐요🥲 소위 캥거루족 상태인데 비유하자면 안락하지만 떠나야하는 절이네요
시대라고 하는 큰 흐름이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도 섣불리 절을 정하지 마시고, 마음 맞는 절 찾으시기를 기원드려요~
@연해 님,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는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듯 제게도 인생영화에 속한답니다. 아직 안 보셨다면 꼭 보셔요! 아, 그리고 저는 ‘행복’도 좋았습니다. 이 영화는 호불호가 갈린다고 하는데 저는 남얘기 같지가 않더라고요… (덕혜옹주는 안 봤네요.)
저는 행복이 파이란만큼 좋았어요...😉
네, 두 작품 모두 볼 때마다 눈물이…
오, 향팔님의 인생 영화라니! 그렇다면 봐야겠군요. '행복'도요. 음, '덕혜옹주'는 추천드리지 않겠습니다. 제가 허진호 감독의 영화 중에 아는 작품이 그 작품뿐이라 말씀드려봤어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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