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플러스] 2.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하고 내일 비가 전국적으로 엄청 많이 올 거라고 하는군요. 우리 모임이 끝나가는 걸 하늘도 슬퍼하나 봐요 ㅋㅋㅋ 제가 있는 곳은 비가 잠깐 소강 상태여서 하루나마 생활하기 좋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는지 모르겠네요. 그럼 또 어김없이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여러분 삶에 도움이 될 만한 답은 못 드려도, 질문은 많이 드릴 수 있답니다!!) 질문 23) 이오교는 '그렇게 느리고도 깊은 오후였다.'라는 문장과 함께 끝납니다. 눈치채신 분도 있겠지만, '느리고도 깊은'이라는 말은, 다정씨가 자신의 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회사 사람들에 대한 실망을 담은 독백에서 나오는 표현이자, 에드워드에게 다정씨가 항변하는 과정에서 에드워드가 다 안다는 듯이 건성으로 되묻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느리고도 깊은 오후'라는 표현은 그날이 세 사람에게 그러했다는 축자적 의미도 있지만, '번역된 오후' 혹은 '번역될 가치가 있는 오후'라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오교는 어느 오후에 번역가 세 사람이 다른 사람의 오후를 번역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삶이라는 텍스트는 조금 더 까다로워서 세 사람은 오역을 하고 말았지만요. 여러분의 오후는 어떻습니까? 여러분의 오후를 스스로 번역한다면 어떤 오후라고 번역하시겠습니까? 혹은 여러분의 오후가 어떤 오후이길 소망하십니까? 행복한, 기쁜, 평온한....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형용사 중에서 한두 개를 골라, 여러분의 현재 루틴한 오후를 미니멀하게 묘사해 주시거나 여러분의 소망을 담은 오후를 그려 주세요.
와 어느새 이틀밖에 남지 않았네요 시간이 정말 빠릅니다 정말로 점점 비오는 날짜가 길어지는게 하늘이 슬퍼하는것 같기도해요ㅋㅋ 느리고 깊은 오후... 오늘의 저는 새벽의 공항같은 오후였어요. 아 형용사가 아니군요 그래도 아무튼 묘..묘사가 되지 않았나요!
D-1이 종료 하루 남았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게 생각하고 작별인사를 쓰러 들어왔다가 @만렙토끼 님의 기막힌 묘사를 보게 되었네요~ 웬만한 형용사보다 훨씬 미니멀한 비유인 듯합니다. 새벽과 오후가 대칭을 이루면서, 새벽의 공항이 주는 공허함과 막연한 기대가 교차하는... 마음포인트 20만 점 드립니다 !! 👍 ㅎㅎ
맞아요! 디데이가 종료날짜더라구요ㅠㅠㅠ 0일까지가 아니라 1일까지여서 목요일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많이 아쉽네요. 내일 낮시간 대에 빼먹은 글을 보면서 좀 더 적어볼테니 저녁에도 보러와주시면 감사해요ㅎㅎ 그믐은 모임이 종료되고나면 더이상 글을 달 수가 없어서 늘 아쉽습니다.
토끼의 스피드를 보여 주세요~ㅎㅎㅎ
🤣 스피드를 기대하셨는데 저녁먹고 돌아왔습니다. 낮이 순식간에 지나갔네요.
아, 토끼와 거북이의 그 토끼셨군요??!!😂
🤔낮잠도 안잤는데 왜 시간이 사라진거죠!
'느리고도 깊은 오후'라는 표현이 '번역된 오후' 혹은 '번역될 가치가 있는 오후'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는 말씀이 인상 깊습니다. 지난번에 향팔님이 '소설이 무슨 건축처럼 짜여져 있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이번 질문을 읽으면서도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속뜻을 알면 알수록 깊어져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네요. 제가 바라는 제 오후(정확히는 퇴근 후 오후)의 풍경은요. '안온함'이라는 단어가 들어갔으면 싶어요. 사실 저는 소음에 굉장히 취약한 편입니다. 백색소음조차 거슬릴 정도로 적막한 공간을 좋아하는데요. 아쉽게도 1인 가구 특성상 여러 집들이 복작복작 얽혀있다보니 이웃들의 소음이 벽을 타고 넘어올 때가 많아요. 근데 제 공간에 적막이 흐르면 그 소음이 더 무시무시하게 넘어오더라고요. 그래서 퇴근하고 집에 가면 가사 없는 잔잔한 bgm을 항상 틀어두곤 합니다. 마음 같아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의 상태를 바라긴 하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안온함'이 주는 의미가 큽니다. 해가 갈수록 삶에 어떠한 이벤트 없이, 하루하루가 그저 잔잔하고 안온하고 무탈하기만을 바라게 되거든요. 저에게는 그게 행복인 것 같고요. 아 하지만 그 안온한 삶에 책은 꼭 있어야합니다(단호).
느리면서 깊은 안온함이 @연해 님께 오래 오래 머물기를 기원드려요~
오늘이 마지막 독서모임이라니 ㅜㅜ 하늘이 아쉬워해서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걸까요? 오늘의 오후는 갈 길을 잃어 헤매고 있는 아기새같은 오후였어요. 비가 워낙 많이 오늘 날이여서요. 점심을 먹고 난 후에 책을 30분정도 읽을 수 있는 여우로운 오후를 소망해봐요 !!! 작가님은 평소에 무슨 생각을 가장 많이 하시나요?
점심먹고 책을 보는 오후라니! 따뜻말랑할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졸릴 것 같기도해요🤣 혈당스파이크와 식곤증...그리고 따뜻한 햇살과 책...?
낭만적이라서 소망해봤어요 ㅋㅋ 따뜻말랑할 것 같죠? 혈당스파이크와 식곤증의 조화로 졸리긴 하겠네요 ㅋㅋㅋ 따뜻한 햇살과 책 그것은 힐링이죠 !!
아기새... 비 많이 오니까 얼른 들어가셔야겠어요~ 비 맞지 않게... 그리고 오타인지 문학인지 모르겠으나 '여우로운 오후' 좋네요!! 마음포인트 10만 점 드리겠습니다 ㅋ 제가 평소 많이 하는 생각은... 한번씩 보이다 이제는 사라진 동네 야생 너구리 생각도 좀 하고, 지식산업센터(?)로 보이는 텅 빈 거대한 빌딩 수경 정원에서 혼자 신난 오리 가족 보면서, 거시경제 생각도 좀 하고, 11월까지 여름일지도 모른다는 얘기 듣고 깜짝 놀라 기후위기 생각도 좀 하고... 생각의 모자이크네요 ㅎㅎㅎ
저녁까지 계속 오네요 ㅠㅠ 침수된 곳도 많이 있구요. 시간이 해결해주겠죠? '여유로운 오후'인데 확인을 못해서 '여우로운 오후'가 됬네요 ㅋㅋㅋ 마음포인트 10만 점 감사합니다 !!!! 평소에 동물을 좋아하시나보네요~~ 야생 너구리와 오리 가족을 생각하시다니 !!! 거시경제도 중요하죠 ! 작가님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장군님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요. 나중에 북토크 열어주세요 !!!! 별일 없으면 꼭 참여할게요 !!!
게을러서 키우지는 못하고, 쳐다보는 것만 하고 있어요 ㅎㅎ 네네~ 다음에 오프라인에서도 뵙기를 바라겠습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비가 많이 내렸는데 무탈한 하루 보내셨는지 모르겠네요. 저번에 제가 어느 답글에서 '산란'이라는 단어가 이오교에서 두 번 나온다고 말씀드렸는데, 이제 그 산란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직진할 힘을 잃은 빛은 견고한 유리창을 온전히 뚫지 못하고 산란되었다. 결국 카페의 유리창은 오렌지색으로 물들었다. 다정, 소연, 희정은 모두 빛 알갱이입니다. 그래서 유리창에 산란된 것은 그 세 사람의 마음과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경계에 선 채로 번민하는 존재들은 모두 산란하고야 맙니다. 그런데 소설에서 세 사람은 그 모습이 '빛의 모노크롬' 같다고 생각합니다. 모노크롬은 한 가지 색으로 그린 그림을 뜻합니다. 참고로 한국식 모노크롬은 '단색화(Dansaekhwa)'라는 고유명칭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아무튼 산란된 빛이 유리창을 캔버스 삼아 오렌지색 모노크롬을 그렸습니다. 다정, 소연, 희정이 번역가로서가 아니라 그저 번민하는 한 인간으로서 우리와 닮았다면, 우리의 모습, 우리의 삶, 우리의 오후도 어쩌면 오렌지색 모노크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에 관하여 여러분께 '혼잣말 같은' 스물네 번째 질문을 드리며,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함께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마도 우리는 아주 오래 전, 이미 붉은 실로 이어져 있었는지도.... 부디 이어져 행복하길. 질문 24) 이것은 또 한번의 오해일까?
질문인 듯 질문 아닌 질문 같은 여운을 남겨주셨네요. "우리의 모습, 우리의 삶, 우리의 오후도 어쩌면 오렌지색 모노크롬인지도 모르겠습니다."라는 문장도 마음에 콕 들어왔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게 여전히 실감나지 않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니까. 말씀하신 것처럼 아주 오래전, 이미 붉은 실로 이어져 있었는지도 모르고 말이죠. 29일 동안 이 공간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정말 귀했습니다. '나에게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어떤 의미일까?'라고 촘촘히 자문하는 시간도 좋았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작가님의 질문들이었답니다. 하나하나 다채로워서 이야기가 더 풍성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방의 문이 닫히기 전에 작가님께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질문이 하나 있는데요. 사실 22번의 질문을 작가님께도 여쭙고 싶었습니다. '작가님에게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어떠 의미인가요?' 더 정확히는 소설가의 삶에 대해 어떤 마음이실까요? 조심스럽지만 후회... 하신 적 있으실까요?
이 모임이 책방이라면, 반가운 손님과의 대화 같은 것이어서 @연해 님께 특별히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제가 하고 있는 글쓰기 일이란, 뉴턴의 사과이자 조약돌이자 조개껍질 같은 거라 말씀드리겠어요.... 사과가 왜 떨어지는지 (비록 특별한 종교는 없지만,) 신이 내린 퍼즐도 풀어보고, 조금 더 반질한 조약돌이나 더 예쁜 조개껍질도 칮아보고... 결국 학문을 하는 마음(문학)과 예술을 하는 마음(문예)이 만나는 곳이 있다고 보거든요. 저는 평탄한 삶을 살지는 못했어요. 그렇다고 뭐 엄청 고생한 것도 없지만, 직장도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들었는지, 대여섯 군데를 옮겼고, 아이 없는 결혼생활도 결국 소송까지 가서 끝났고, 그렇게 한참 세속적인 평범함(?)을 살다가 엉뚱하게 소설가가 되어 글을 쓰고 있네요. 도시쥐로서 풍파를 겪은 탓인지, 시골쥐로서 소설가의 생활에 후회는 없어요. (모임 중간 대화에서도 나온 표현인데,) 에전 삶에서의 알람시계 대신 아침 햇살에 아이, 눈부셔! 하며 일어나는 일도 만족스러워요. 대신, 그때도 말씀드렸지만, 포기할 것도 많지만요. 일단 상당수 인간관계도 포기하고, 예쁜 헤어도 포기하고....ㅋㅋ
마지막날 까지도 이렇게 문학적인 표현을! 책방과 반가운 손님이라니, 개인적으로는 '반가운'이라고 말씀해주셔서 기뻤어요('귀찮은'이면 어쩌나 걱정을...). 저야말로 제 질문들 하나하나에 정성스럽게 답변주셔서 감사했답니다. 뉴턴의 사과 이야기는 모임 초반에도 나눠주셨는데, 이제 작가님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이 이미지가 떠오를 것 같아요. 사과가 왜 떨어지는지를 들여다보면서 작가님만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과정들. 그리고 시골쥐:) 다사다난한 삶을 지나오셨군요. 솔직하게 나눠주셔서 조심스럽고 감사한 마음입니다(저도 드려요, 마음 포인트 10만점!). 읽으면서 무엇보다 좋았던 건 소설가 생활에 대한 후회가 없다는 말씀인데요. 물론 포기해야 할 것들(이를테면 예쁜 헤어라거나, 예쁜 헤어라거나, 예쁜... 죄송합니다)도 있긴 하셨지만, 포기에 대한 아쉬움보다 선택에 대한 만족이 더 크기에 소설가의 삶을 택하신 게 아닐까 싶어요. 저도 어떤 선택들은요. 그 선택을 함으로써 감내해야 할 것들이 있지만(심지어 크지만) 그럼에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되더라고요(왜냐하면 너~무 좋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작가님의 시골쥐 라이프도 잔잔히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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