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도 그런 굴레에 자주 빠지는 것 같아요. 이전 수북플러스 모임에서도 어떤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심한 편이다'라는 말을 잠깐 했었는데요. 역으로 제 자신도 누군가에게 경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놓쳤더라고요(저만 무서워할 건 아니라는 거죠). 제 생김새가 순둥순둥하고(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 체구도 작은 편이라 '누가 날 무서워하겠어?'라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있었는데, 저의 본성? 본심? 을 모르는 분들은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결국은 자기만의 필터로 세상을 바라볼 테니 다 입장 차이였던 거죠.
[📚수북플러스] 2.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연해

물고기먹이
와...연해님 저 실물로 보셨으면 진짜 진땀 나셨을듯 합니다
저 질문살인마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해
하하하, 물음표 살인마는 들어봤는데, 질문 살인마는 또 생소한 이름이네요. 물고기먹이님과 대면했다면 제 눈동자가 정신없이 흔들리지 않았을까('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혹시 이 가사 아시는... 죄송합니다), 잠시 상상해봤습니다.
그래도 그믐 안에서 글로 내적 친밀감이 차곡차곡 쌓였으니, 직접 봬도 진땀이 조금은, 아주 조금은 덜 났을 거라 생각해봅니다. 다만 어느 순간 주춤주춤하면서 뒷걸음질 치고 있는 저를 발견하실지도 몰라요(헷). 농담이고요. 사실 낭독모임에서 화면으로 뵙고 정말 좋았답니다. 밝음의 기운이 뿜뿜!!

물고기먹이
제 애창곡입니다 ㅎㅎㅎㅎㅎ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가 그걸 지켜보는 너어어어~
그거랑 차 타고 슝슝 달려다가 막히는 구간이 나오면 '여기까지가~끝인가보오~이제나는 돌아서겠소~' 두곡을 참 자주부릅니다 ㅋㅋㅋ

연해
엇, 정말요? 장난으로 가사를 끌어왔는데, 애창곡이라고 하시니, 뭔가 진지해집니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에서 다시 또 웃음이 터지네요. 저는 남자친구한테 장난칠 때, 종종 선우정아님의 '도망가자'를 애용하곤 합니다. 도망갈 태세를 취하는 게 포인트(하하하).

아린
최근에 이 책을 읽었는데..
황석희 번역가 님은 영화 자막위주로 아내분은 우리말녹음을 주로 하시는데..이게 문자로 남느냐 음성으로 남느냐에 따라 일의 확장범위도 달라지더라고요..
재미있는 포인트 였어요

번역: 황석희 - 번역가의 영화적 일상 에세이스크린 속 ‘번역’이란 글자 옆에 자연스럽게 떠올릴 이름 석 자가 있다면 ‘황석희’일 것이다. 그 이름이 뜨는 순간 좌석 곳곳에서 “역시 황석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번역가로서 잘 알려진 황석희가 이번엔 ‘작가 황석희’로, 관객이 아닌 독자를 찾아왔다. 우리에게 익숙한 문구인 ‘번역 황석희’라는 제목의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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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이오교>를 읽으면서도 번역가라는 직업은 정말 다양한 방면에서 일을 하고 있다 생각했는데요. 문자로 남느냐, 음성으로 남느냐에 따라 일의 확장범위가 달라진다는 아린님 말씀 덕분에 새로운 관점을 또 배워갑니다. 저는 둘 중에 어떤 것이 더 오래갈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지금은 눈 건강이 괜찮아서 읽는 재미에 푹 빠져있지만, 나이가 들고 노안이 찾아오면 음성에 조금 더 편안함을 느끼게 될지. 물론 음성도 청각이 둔해지면 차차 흐려지겠지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네요. 다만 이 모든 고민의 결과는 읽든 듣든 '책이 좋다!'라는 것이지만요(하핫).

최영장군
저도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겠군요. 어긋나서 아름다운~

연해
새소리! 공감합니다. 저는 얼마 전에 이사를 했는데요. 전에 살던 곳과 달리 이번에 이사 간 동네에는 산과 공원, 나무 등이 많아서 부쩍 새소리가 많이 들린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동네 때문이 아니었군요. 작가님 덕분에 새로운 정보를 또 알아갑니다(참고로 저는 새소리가 많이 들려서 즐겁습니다, 짹짹짹).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하다가 궁금해졌는데, 작가님은 이 소설의 주인공들 직업을 '번역가'로 설정하신 이유나 계기가 (특별히) 있으신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최영장군
새소리를 많이 듣고 계시는군요~ㅎㅎ
쓴 사람이 직접 참여하는 모임이니만큼, 실감나는(?) 답을 해 드리자면,
제목도 나오기 전이죠, 월급사실주의 앤솔러지를 위해 참여작가들이 작품 아이템(?)을 문학동네와 기획자인 장강명 작가님께 미리 보내야 했어요... 직업이 중복되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장강명 작가님이 보낸 동인 참여 제안 메일을 찬찬히 다시 한번 보았어요. (제안 메일 내용은 귀노감 서문에 나오는 내용과 비슷합니다) 이상하게 이 시대 노동에 포함하는 여러 직업군으로 '프리랜서'도 포함한다는 부분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아마 저도 번역을 했고, 지금도 (많이는 못 하고) 사부작 하고 있고 해서 눈길이 갔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다른 대부분 번역가들은 출판이면 출판, 영상이면 영상, 기술이면 기술 분야만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번역가들의 번역에 관한 에세이들은 대부분 1/3에 관한 이야기거든요.
번역 세 영역 전반을 아우르는 번역가의 일하는 모습을 단편이라는 짧고 산뜻한 매체에 담으면 어떨까, 담을 수 있을까, 담을 수 있어, 너라면 이러면서 귀노감, 아니 근자감으로 쓰게 되었답니다~!!

연해
작가님의 답글을 읽으며 뭔가 <이오교>의 번외 편을 읽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자세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세 영역 전반을 아우르는 이야기를 담고 싶으셨다는 말씀이 마음에 쏙 들어왔어요. 살짝 여담이지만 '담을 수 있을까, 담을 수 있어, 너라면 이러면서 귀노감, 아니 근자감' 이 대목은 랩의 한 구절 같았습니다. 은근히 라임이 느껴지...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는 '서로 잘 모르는 타인을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한다'는 느낌이 강했는데요. 작가님의 질문을 읽고 나서야 직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생각해보니 이 책의 제목이 '월급사실주의'인데 말이죠). 같은 직업을 가졌지만 서로 다른 걱정과 고민이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공통분모가 있지만, 공통분모가 있다고 해서 서로가 서로를 온전히 다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랄까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흔히 연애를 할 때도 '나와 닮은 사람', '나와 다른 사람' 중 어떤 사람이 더 좋냐는 질문들을 종종 하던데, 저는 늘 전자였거든요(지금도 그 마음은 여전하고요). 근데 전자라고 해서 모든 게 다 맞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그게 더 무서운 것 같고(도플갱어거나 한쪽이 지독하게 참고 있는 게 아닌 이상).
신형철 평론가님의 『정확한 사랑의 실험』이라는 책에서 읽었던 “우리는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라고 믿는다. (중략) 그리고 깨닫게 될 것이다.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이라는 문장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오해가 쌓이다가도 서로를 이해하는 순간 풀리게 되는 연속성이 결국 관계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오묘하고 불완전하지만 그래서 더 애틋한? 그래서 '이해와 오해가 교차하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마음산책에서 펴낸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세 번째 책. 약 2년간 「씨네21」에 발표했던 '신형철의 스토리-텔링' 연재글 19편과, 웹진 '민연'에 발표했던 글 2편,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에 발표했던 글 1편을 묶어 27편 영화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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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장군
ㅎㅎ 랩~~ 감사합니다. 마음포인트 십만 점 나갑니다 ㅋ
말씀 주신 대로,
어쩌면 삶이라는 게 이해와 오해가 교차하면서 직조되는 무늬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듭니다
누군가를 만날 때도 '결이 어느 정도는 맞는 사람'이어야 올이 엉키지 않고.... 또 반대로 너무 똑같은 결이면 올이 풀어지고...
그런데 누군가에게 제대로 꽃히면 결 같은 것은 보이지도 않게 되니까, 결국 지나고 나서야 어긋남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연해
마음 포인트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어 괜히 기분이 좋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사람의 '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결'이 맞다고 해서 모든 관계가 유연하게 흘러가지는 않더라고요(역시 아이러니).
제 연인이 전에 이와 비슷한 말을 했던 기억도 납니다. 서로의 색(결)이 무엇이건 그 색에 자연스레 물들 수 있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이었죠(서로에게 길들여지는 게 아니라). 근묵자흑 근주자적, 그렇게 각자의 색이 만나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이기를 바란다고. 근데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듭니다. 어긋나기는 쉬운데, 봉합하는 건 참 어렵다는. "결국 지나고 나서야 어긋남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라는 작가님 말씀처럼요. 그 타이밍을 맞추기가 늘 어렵습니다.

향팔
인하우스 번역사 다정씨는 영상번역을, 영상번역가 소연씨는 출판번역을, 인하우스 통번역과 출판번역을 해본 희정씨는 다시 인하우스 번역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들의 목표가 아이러니한 것 같아요. 지금 이 절을 떠나서 여기보다 더 나아 보이는 저 절로 가고 싶어하지만, 막상 저 절이 주는 고충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는 점도 그렇고요.

향팔
소연씨가 다정씨를 보고 성과급을 받았나 또는 승진했나 생각하는 것, 다정씨가 희정씨를 보고 근심을 내비치지 않는 담담함을 떠올리는 것, 희정씨가 소연씨를 보고 팔자도 좋다고 생각하는 장면들도.. 같은 맥락의 오해로서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최영장군
그러고보면, 우리가 이해하는 부분은 왜 이리 작은지, 혹은 우리가 이해가 아닌 오해로 살아가는 것인지, 그리고 이해와 오해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닌 혹시 다른 차원의 문제는 아닐지 등등 저 또한 생각해 보곤 합니다....

최영장군
그렇죠... 그래서 제목을 '오해의 삼각형'으로 할까, 고민도 했었답니다 😉

물고기먹이
여행은 탈출구였지 도착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327p, 김의경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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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먹이
좀 다른 해석이지만 저는 항공사에서 일하지만 여행은 1년에 1~2번정도 가고있습니다.....아마 회사를 그만두면 분기별로 가겠죠?ㅋㅋ(동료들은 2~3달에 한번씩 가는 것 같아요)

최영장군
역시 동료분들은 자주 여행하시는군요~ 혜택 같은 것도 있으니까 그런 걸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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