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이사를 자주 다녔었고, 그럼에도 항상 잘 지냈었습니다. 대학에 가서 첫 여름방학 때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봉사를 하였는데 필담을 나누며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약대를 다녔기 때문에 교회를 다니는 선배의 연결로. 그 선배는 아주 수화를 잘하였어요. 그 후로 항상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을 가졌었고, 몇해전에 수화를 저도 배웠는데 그때 공중화장실에서 예전엔 손바닥을 손으로 짚고 사용하셨었다는 말씀. 이젠 사용중, 비었음 이라는 문에 표시가 되어있어 노크하는 사람이 없다고 하네요. 자주 만나야 하고 자주 들어야 하고. 그래야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시청에서 강연에서 박위님이 왔을 때도 아주 감동스럽게 들었습니다. 사람과의 접촉, 온기, 그리고 대화, 공감, 동감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로를 알고 느껴야 합니다.
책 증정 [박산호 x 조영주] 인터뷰집 <다르게 걷기>를 함께 읽어요
D-29

이민경

조영주
“ 본격적인 피해자 면담 조사에 앞서 간단한 설문지와 진술서 양식을 돌렸다. 참가자들이 쓴 설문지와 진술서를 정리하면서 나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막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외국인이 쓴 것 같은 글씨체와 잘못된 맞춤법으로 구성된 이상한 문장들이 종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워크숍 내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던 그들이 작성한 글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나는 어쩐지 속은 기분이 들었고, 막대한 예산이 사용된 워크숍의 결과가 고작 읽기도 어려운 진술서인가 싶어 속이 상했다. 나의 불만을 눈치 챈 인권활동가가 친절하고도 상냥하게 알려주었다.
“조사관님, 그거 아세요? 농인들이 수어를 배우는 것은 청인들이 영어를 배우는 것과 같아요. 그리고 그들이 글을 쓰고 읽는 건 영어 외에 제2외국어로 독일어나 불어를 배우는 것과 비슷하죠. 그러니까 수어로 대화하는 것은 유학도 안 가고 동시통역사가 된 사람과 같은 거예요. 대단하죠? 제아무리 뛰어난 동시통역사도 외국어를 몇개씩 유창하게 구사하기는 어렵지 않나요? 청인의 기준에서 피해자들이 쓴 한글이 서툴고 문법이 틀린 것처럼 보이겠지만, 제2외국어로 그 정도 해냈다면 정말 훌륭한 것 아닐까요?”
”
『어떤 호소의 말들 - 인권위 조사관이 만난 사건 너머의 이야기』 <어떤 호소의 말들>, 최은숙 - 밀리의 서재, 최은숙 지음

어떤 호소의 말들 - 인권위 조사관이 만난 사건 너머의 이야기저자가 20여년간 조사관으로 일하며 만난 피해자들과 그 사연을 바라보는 다정한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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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와, 청각장애인과 필담이라니! 굉장히 인상깊은 대학 시절을 보내셨군요. 최은숙 님의 다른 책에도 수화와 청각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수화는 외국어와 같다고 하는 이야기가 저는 굉장히 인상깊더라고요. 그 부분, 공유해 봅니다. ^^
지혜
“ 일이 하나의 동기가 되기도 했지만 '내가 나를 어떻게 알아갈 것인가? 나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제 인생을 관통했습니다.
그런 질문이 지금까지 이어져오면서, 나를 알아가는 것이 이번 생의 가장 큰 테마이자 숙제가 됐습니다. ”
『다르게 걷기』 35-36쪽, 박산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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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저는 제가 보고 싶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편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예요. (...) 아무튼 저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관찰하며 제 행동의 동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사실 모든 선행에는 이처럼 굉장히 복잡한 심리가 숨어 있습니다. 제 동기는 나 자신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겁니다.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싶고, 나 자신에게 사랑받고 싶죠. 그게 일하는 동기와도 관련 있고, 그래서 청소도 이왕이면 더 깨끗하게 하고 싶어요. 청소 잘하는 나를 스스로 보고 싶은 거예요. 청소를 통해 선을 구현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
『다르게 걷기』 39-40쪽, 박산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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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현실을 환기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다르게 걷기』 70쪽, 박산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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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 그래서 말인데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디에서 어떻게 발휘할 수 있을까. 그러려면 어떻게 잘 가꿀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중고등학교 시절의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
『다르게 걷기』 81쪽, 박산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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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저는 이 과제를 중고등학교 시절에 못해서/안해서, 지금도 방황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조영주
내가 좋아하는 것과 무엇을 잘 하는가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 저는 스물일곱이 될 때까지 막연히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을 해왔는데 뭘 잘쓰는지는 몰랐었거든요. 가까스로 추리 미스터리물에 재능이 있다는걸 깨달아 지금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하는 걸 깨닫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으니 느긋하게 생각하셔도 좋다고 봐요. 인생은 육십부터 ~_~
화제로 지정된 대화

조영주
@모임 20일부터 25일까지는 뒤의 다섯 인터뷰이
곽민수, 심에스더, 최은숙, 정수경, 변재원
의 이야기를 함께 들여다 봅니다.
* 보시면서 어떤 점이 좋으셨나요? 사소한 것이라도 의견을 나눠주세요.
* 좋았던 문장이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문장 수집' 기능을 이용하면 더욱 좋습니다.
더불어 24일에는 오산시 중앙도서관에 박산호 선생님이 오십니다. ^^ 질문 남겨 주시면, 그 날 직접 여쭤볼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조영주
@모임 오산시 여러분 ~_~ 7월엔 김하율 작가님이 오십니다!
이번에 함께 읽을 책 <어쩌다 노산> 신청 페이지가 떴습니다!
https://www.osanedu.go.kr/app/app0101/selectEdcDtls.do?edcCode=LFT0027387&edcTy=LFT
이 책 찌이인~짜 재밌습니다!

어쩌다 노산2023년 장편소설 《이 별이 마음에 들어》로 제11회 수림문학상을 수상한 김하율의 신작 장편소설 《어쩌다 노산》이 출간되었다. 《어쩌다 노산》은 작가의 경험을 바 탕으로 한 자전 장편소설로, 마흔넷에 갑작스럽게 둘째를 갖게 된 프리랜서 워킹맘 ‘하율’의 이야기를 담은 솔직하고 유쾌한 가족 시트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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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2023
전병근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인생을 기본적으로 즐기는 곳이라 생각하고 즐기기 위해 필요한 만큼만 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습니다. 아주 합당해 보이는데 저는 왜 이제야 알았을까요. 이렇게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을..제 주변에는 모두 인생은 기본적으로 돈 벌기 위해 일하는 곳이고 계속 일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만 즐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것 같거든요.

조영주
하하 저도 그런 사람이었는데요, 나이가 드니 이젠 진지하게 돈도 생각합니다. ^_^

이민경
@조영주 오산시중앙도서관 7월 어쩌다노산 책읽기 모임 두번째로 신청하였습니다
이렇게 소식 주시니 다행히 신청할 수 있었네요
주말에 바삐 보내다보면 오산시교육포털 들여다보지 못하기도 하는데
고맙습니다 작가님

조영주
앗 감사합니다! 7월에도 쭈욱 만나요 ^_^
지혜
“ 안다는 것은 그만큼 점점 더 복잡한 걸 깨달아가는 과정이고, 독서는 바로 그런 상황에 대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적 힘을 키워주는 과정인 거죠. 그런 능력이 자라면서 우리의 삶도 더 풍성해지고 더 큰 창의성을 밝휘할 수 있습니다. 점점 더 나만의 독특한 것을 이루어낼 수 있죠. 바꿔 말해, 읽지 않고 생각하지 않으면 우리를 수동적인 소비자로 유도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우리의 정신은 점점 더 단순해지고 수동적으로 변할 위험이 큽니다. ”
『다르게 걷기』 94-95쪽, 박산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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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 요즘 세대는 어떤 문제의 비결이나 해법을 나 아닌 다른 곳 또는 다른 사람에게서 찾는 데 골몰하는 것 같습니다. 질문마저도 자기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이야기했거나 어딘가에서 들은 것인 경우가 많아요. 질문이든 답이든 밖에서 찾는 의존성에서 먼저 벗어나야만 앎의 길이 시작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다르게 걷기』 95쪽, 박산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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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내용이지만, 이러한 현상이 "요즘 세대"로 한정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오히려 인간의 원초적 성향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관건은 그러한 의존성에서 벗어날 용기와 태도를 가질 것이냐 하는 것이고, 그럴 때 시대를 막론하고 다르게 걷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실천은 역사적으로 여러 인물들에서 찾을 수 있고요.

조영주
와, 저는 그런 식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더랬습니다. ai시대에서 ai에게 지식을 받으려고 의존하는 경향(요즘에는 책 내용도 ai에게 묻는다더라고요)을 생각하며 읽었거든요. ^^

이민경
굳이 책을 추천하자면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을 들고 싶어요. 이 책은 연민에 대해 말하는데, 내 행복이 타인의 고통과 연결된 점을 자각하라는 메시지가 인상적이에요.
『다르게 걷기』 186~187페이지, 박산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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