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초크/책증정] 구병모 강력 추천! W.G. 제발트 『기억의 유령』 번역가와 함께해요.

D-29
이번주는 서울국제도서전으로 들썩들썩 하죠? 참석하지 못하는 저로선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마침 박찬욱 감독님이 도서전 강연에서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를 추천해 주셨네요. 제발트의 작품들, 정말 궁금해요
물론 나의 동정심은 전적으로 생명의 편이었다. 또한 관심을 갖거나 아는 사람이 없는데, 작고 하찮은 나방이 그런 큰 힘에 맞서, 아무도 존중하거나 가지고 싶지 않을 것을 잃지 않으려는 거대한 안간힘에 나는 야릇한 감동을 받았다. (중략) 몇 분 전 생명이 야릇했던 것처럼 이제는 죽음이 야릇했다.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p.333,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죽음이 야릇했다, 는 울프의 말에 긴 시간 혼란스럽네요. 나방의 한계를 지켜보며 자신의 고통을 끝없이 반추하면서 어느 순간 죽음이, 어떤 매력적인 선택지처럼 느껴졌던 걸까요? 아니면, 나방이 보여준 마지막 춤처럼 유일한 대안이라고? 울프가 자살한 그 해에 이 이 작품이 쓰여졌다고 하니, 지금의 날씨처럼 마음이 더욱 눅눅해지네요.
인용하신 「나방의 죽음」 마지막 부분은 멜랑콜리하면서도 매혹적이지요. 제발트는 실버블래트와의 인터뷰에서 「나방의 죽음」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연대순으로 볼 때 솜강 전쟁터와 독일이 세운 강제수용소 사이의 어느 시기에 쓰여졌습니다. 이 글은 솜강 전쟁터를 언급하지 않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독자라면 제1차 세계대전과 그 여파에, 죽은 사람들은 물론이고 이를 면한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영혼에 가해진 손상에 울프의 마음이 크게 동요했다는 걸 압니다."(154쪽) 울프의 단편과 함께 수록된 카프카의 「사냥꾼 그라쿠스」에도 "사는 게 기뻤고 죽는 게 기뻤어요"와 같은 매혹적인 문장이 나옵니다. 『현기증. 감정들』을 읽기 전에 「사냥꾼 그라쿠스」와 「나방의 죽음」을 먼저 읽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제발트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세상이라는 광대한 계단에 처해" 있고 그의 글은 "삶과 죽음, 과거와 미래, 꿈과 현실을 연결"한다는 역자의 말이 훨씬 더 실감이 날 것 같습니다. @모임 여러분 가운데 『현기증. 감정들』에 도전하실 분이 계시다면 부록으로 수록된 울프와 카프카의 두 단편을 꼭 기억하여 주십시오.^^
사냥꾼 그라쿠스, 나방의 죽음 / 그리고 현기증.감정들 꼭 기억 해 보겠습니다.
도서전 참여로 이틀을 쓰러져있었네요. 정신 못차리게 힘들었어요. 기운 차리고 다시 책에 집중!
부럽습니다ㅠㅠ
그러니까요 도서전 진행도 아니고 참여만 했는데 저는 금요일에 가고 지금 살아났습니다ㅋㅋ
@물고기먹이 ㅎ 도서전이 꽤 힘드셨나봅니다. 전 한 20년 전쯤에 한번 다녀 온 것 같은데 이젠 자신없네요. ㅠ ㅋ
예를 들면, 겨울에는 꽁꽁 언 땅을 팔 방도가 없어서 사람이 죽어도 묻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해동이 될 때까지 한두 달 동안 시신을 장작 헛간에 모셔 놔야 했죠. 자라면서 죽을은 바로 곁에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겁니다.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86,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예전엔 죽음을 다루는 방식이 어느 나라나 다 비슷하겠구나 싶네요. 우리나라도 옛날엔 질병이나 전쟁으로 많이 죽었다고 하는데 그러면서 삶과 죽음이 멀지 않음을 매일 느끼며 살았을 겁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턴가 그것을 분리하게 됐죠. 저만해도 어렸을땐 죽음을 목도하지 못 하다가 25살 때 아버지의 영혼없는 싸늘한 시신을 보면서 새삼 내가 참 어리게 살아왔구나를 깨달았죠. 그전엔 죽음이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목도하지 않는 삶에 나름 안도하며 살기도 했습니다. 제발트가 자주 작품에서 죽음을 언급한 것으로 아는데 정말 작가만이 그걸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던 죽음이 사실은 '나의 이야기'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은 뭐랄까, 울프의 표현을 빌리자면 야릇합니다. 「유령 사냥꾼」에서 웍텔이 제발트에게 "마치 망자가 회귀하고 있는 듯이, 마치 우리와 그들이 합류하기 직전인 듯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 같다고 하니까 stella15님의 문장수집에 있는 내용을 말합니다. 아주 흥미롭지요. 제발트가 소설에 흑백 사진을 삽입하는 이유도 이와 관련됩니다. "저에게 사진은, 말하자면 망자의 방출물 중 하나입니다. 더이상 이승에 없는 사람들의 오래된 사진들은 특히 그래요. 제게는 그런 사진들이 일종의 유령 같은 존재로 보입니다. 저는 늘 그 점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신비나 불가사의한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그저 더 원시적인 세계관의 흔적일 뿐입니다. "(87쪽)
저도 그 구절 읽으면서, 예전에 사진이 처음 나왔을 때 사진 찍히면 영혼이 빠져 나간다는 그런 생각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영정 사진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ㅎ
영정 사진을 말씀하시니 수 년 전에 읽었던 인상적인 기사가 있어 @모임 여러분께 공유합니다.^^ 시사IN "나의 영정사진 찍는 날, 상상해본 적 있나요"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191 "영정을 찍어두면 더 오래 산대…. (중략)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사진은 단언컨대, 영정 사진이다. 미리 준비했든 전혀 준비하지 못했든, 그 모습이 초라하든 근사하든, 영정 사진은 잘 납득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어떤 경우라도 모두가 납득할 만한 죽음이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정말 그러네요. 세상에 납득할만 죽음이 어딨겠습니까. 귀한 글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서 얘기한 남는 것은 사진 뿐이란 말과 이 기사에서 '죽음 앞에서 무슨 소용일까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가까운 이의 죽음을 끝내 납득할 수 없기에, 어쩌면 이 소용 없는 짓이라도 애써 해야만 하는지 모른다.' 를 보고 나니 사진은 남은 이들을 위한 것 이란 생각이 드네요.
적어주신 이 문장이 참 많은 생각을 하게되네요. '말하자면 망자의 방출물 중 하나' 최근 사진을 찍으면서 '남는 것은 사진 뿐' 이라는 얘기를 들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뉴스를 보니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약 15만명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저도 갔는데 발을 디딜 팀이 없어 백팩을 앞으로 메고 구경했습니다. @모임 여러분 가운데서도 도서전에 다녀온 분이 계시겠지요? 어떤 분의 말씀처럼 출판계는 최대 불황이고 도서전은 최대 호황이라는 극과 극의 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해를 넘길수록 도서전에 참가하는 해외 출판사의 수가 줄고 홍보도 미진한 걸 보면 서울국제도서전이 지향하는 바가 해외 유명 도서전과는 차별된다는 것이 분명하더군요. 지난 20일에 열린 도서전 대담에서 박찬욱 감독은 제발트를 “자꾸 돌아가서 다시 읽고 싶은 마성의 작가”라고 했습니다. 『기억의 유령』 엮은이인 린 섀런 슈워츠가 쓴 「서문: 상실된 것을 부활시키는 언어」에 이와 비슷한 말이 나옵니다. “이 인터뷰집에 포함된 여러 작가들이 제발트의 책은 끝까지 다 읽고 나면 곧바로 다시 처음부터 읽고자 하는 충동을 언급한다. 그의 책들은 다시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물거품과도 같은데, 이것은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과 배경처럼 책장을 하나하나 넘김에 따라 증발해 버리는 듯하다.”(43쪽) 박찬욱 감독이 제발트를 “마성의 작가”라고 하니 문득 생각나는 게 하나 있습니다. 해외 독자들이 재미삼아 올리는 닮은꼴 사진을 공유합니다. 현혹될 만한가요? ^^
사실, 국제도서전이라는 말이 조금 무색한건 사실 ㅎ 사진은 딕 부르너! 🤔
저도 이 부분이 특히 아쉬웠어요. '국제' 부분이 거의 빠진 기분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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