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서울국제도서전으로 들썩들썩 하죠? 참석하지 못하는 저로선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마침 박찬욱 감독님이 도서전 강연에서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를 추천해 주셨네요. 제발트의 작품들, 정말 궁금해요
내로
“ 물론 나의 동정심은 전적으로 생명의 편이었다. 또한 관심을 갖거나 아는 사람이 없는데, 작고 하찮은 나방이 그런 큰 힘에 맞서, 아무도 존중하거나 가지고 싶지 않을 것을 잃지 않으려는 거대한 안간힘에 나는 야릇한 감동을 받았다. (중략) 몇 분 전 생명이 야릇했던 것처럼 이제는 죽음이 야릇했다. ”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p.333,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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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
죽음이 야릇했다, 는 울프의 말에 긴 시간 혼란스럽네요. 나방의 한계를 지켜보며 자신의 고통을 끝없이 반추하면서 어느 순간 죽음이, 어떤 매력적인 선택지처럼 느껴졌던 걸까요? 아니면, 나방이 보여준 마지막 춤처럼 유일한 대안이라고? 울프가 자살한 그 해에 이 이 작품이 쓰여졌다고 하니, 지금의 날씨처럼 마음이 더욱 눅눅해지네요.
아티초크
인용하신 「나방의 죽음」 마지막 부분은 멜랑콜리하면서도 매혹적이지요. 제발트는 실버블래트와의 인터뷰에서 「나방의 죽음」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연대순으로 볼 때 솜강 전쟁터와 독일이 세운 강제수용소 사이의 어느 시기에 쓰여졌습니다. 이 글은 솜강 전쟁터를 언급하지 않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독자라면 제1차 세계대전과 그 여파에, 죽은 사람들은 물론이고 이를 면한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영혼에 가해진 손상에 울프의 마음이 크게 동요했다는 걸 압니다."(154쪽)
울프의 단편과 함께 수록된 카프카의 「사냥꾼 그라쿠스」에도 "사는 게 기뻤고 죽는 게 기뻤어요"와 같은 매혹적인 문장이 나옵니다. 『현기증. 감정들』을 읽기 전에 「사냥꾼 그라쿠스」와 「나방의 죽음」 을 먼저 읽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제발트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세상이라는 광대한 계단에 처해" 있고 그의 글은 "삶과 죽음, 과거와 미래, 꿈과 현실을 연결"한다는 역자의 말이 훨씬 더 실감이 날 것 같습니다. @모임 여러분 가운데 『현기증. 감정들』에 도전하실 분이 계시다면 부록으로 수록된 울프와 카프카의 두 단편을 꼭 기억하여 주십시오.^^
만렙토끼
사냥꾼 그라쿠스, 나방의 죽음 / 그리고 현기증.감정들 꼭 기억 해 보겠습니다.
스마일씨
도서전 참여로 이틀을 쓰러져있었네요. 정신 못차리게 힘들었어요. 기운 차리고 다시 책에 집중!
반달
부럽습니다ㅠㅠ
물고기먹이
그러니까요 도서전 진행도 아니고 참여만 했는데 저는 금 요일에 가고 지금 살아났습니다ㅋㅋ
stella15
@물고기먹이 ㅎ 도서전이 꽤 힘드셨나봅니다. 전 한 20년 전쯤에 한번 다녀 온 것 같은데 이젠 자신없네요. ㅠ ㅋ
stella15
“ 예를 들면, 겨울에는 꽁꽁 언 땅을 팔 방도가 없어서 사람이 죽어도 묻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해동이 될 때까지 한두 달 동안 시신을 장작 헛간에 모셔 놔야 했죠. 자라면서 죽을은 바로 곁에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겁니다. ”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86,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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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15
예전엔 죽음을 다루는 방식이 어느 나라나 다 비슷하겠구나 싶네요. 우리나라도 옛날엔 질병이나 전쟁으로 많이 죽었다고 하는데 그러면서 삶과 죽음이 멀지 않음을 매일 느끼며 살았을 겁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턴가 그것을 분리하게 됐죠. 저만해도 어렸을땐 죽음을 목도하지 못 하다가 25살 때 아버지의 영혼없는 싸늘한 시신을 보면서 새삼 내가 참 어리게 살아왔구나를 깨달았죠. 그전엔 죽음이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목도하지 않는 삶에 나름 안도하며 살기도 했습니다.
제발트가 자주 작품에서 죽음을 언급한 것으로 아는데 정말 작가만이 그걸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아티초크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던 죽음이 사실은 '나의 이야기'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은 뭐랄까, 울프의 표현을 빌리자면 야릇합니다. 「유령 사냥꾼」에서 웍텔이 제발트에게 "마치 망자가 회귀하고 있는 듯이, 마치 우리와 그들이 합류하기 직전인 듯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 같다고 하니까 stella15님의 문장수집에 있는 내용을 말합니다. 아주 흥미롭지요. 제발트가 소설에 흑백 사진을 삽입하는 이유도 이와 관련됩니다.
"저에게 사진은, 말하자면 망자의 방출물 중 하나입니다. 더이상 이승에 없는 사람들의 오래된 사진들은 특히 그래요. 제게는 그런 사진들이 일종의 유령 같은 존재로 보입니다. 저는 늘 그 점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신비나 불가사의한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그저 더 원시적인 세계관의 흔적일 뿐입니다. "(87쪽)
stella15
저도 그 구절 읽으면서, 예전에 사진이 처음 나왔을 때 사진 찍히면 영혼이 빠져 나간다는 그런 생각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영정 사진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ㅎ
아티초크
영정 사진을 말씀하시니 수 년 전에 읽었던 인상적인 기사가 있어 @모임 여러분께 공유합니다.^^
시사IN "나의 영정사진 찍는 날, 상상해본 적 있나요"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191
"영정을 찍어두면 더 오래 산대…. (중략)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사진은 단언컨대, 영정 사진이다. 미리 준비했든 전혀 준비하지 못했든, 그 모습이 초라하든 근사하든, 영정 사진은 잘 납득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어떤 경우라도 모두가 납득할 만한 죽음이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stella15
정말 그러네요. 세상에 납득할만 죽음이 어딨겠습니까. 귀한 글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만렙토끼
앞서 얘기한 남는 것은 사진 뿐이란 말과 이 기사에서 '죽음 앞에서 무슨 소용일까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가까운 이의 죽음을 끝내 납득할 수 없기에, 어쩌면 이 소용 없는 짓이라도 애써 해야만 하는지 모른다.' 를 보고 나니 사진은 남은 이들을 위한 것 이란 생각이 드네요.
만렙토끼
적어주신 이 문장이 참 많은 생각을 하게되네요. '말하자면 망자의 방출물 중 하나' 최근 사진을 찍으면서 '남는 것은 사진 뿐' 이라는 얘기를 들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아티초크
뉴스를 보니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약 15만명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저도 갔는데 발을 디딜 팀이 없어 백팩을 앞으로 메고 구경했습니다. @모임 여러분 가운데서도 도서전에 다녀온 분이 계시겠지요? 어떤 분의 말씀처럼 출판계는 최대 불황이고 도서전은 최대 호황이라는 극과 극의 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해를 넘길수록 도서전에 참가하는 해외 출판사의 수가 줄고 홍보도 미진한 걸 보면 서울국제도서전이 지향하는 바가 해외 유명 도서전과는 차별된다는 것이 분명하더군요.
지난 20일에 열린 도서전 대담에서 박찬욱 감독은 제발트를 “자꾸 돌아가서 다시 읽고 싶은 마성의 작가”라고 했습니다. 『기억의 유령』 엮은이인 린 섀런 슈워츠가 쓴 「서문: 상실된 것을 부활시키는 언어」에 이와 비슷한 말이 나옵니다.
“이 인터뷰집에 포함된 여러 작가들이 제발트의 책은 끝까지 다 읽고 나면 곧바로 다시 처음부터 읽고자 하는 충동을 언급한다. 그의 책들은 다시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물거품과도 같은데, 이것은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과 배경처럼 책장을 하나하나 넘김에 따라 증발해 버리는 듯하다.”(43쪽)
박찬욱 감독이 제발트를 “마성의 작가”라고 하니 문득 생각나는 게 하나 있습니다. 해외 독자들이 재미삼아 올리는 닮은꼴 사진을 공유합니다. 현혹될 만한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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