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수용소 말씀을 하시니 지난 주말에 본 <쇼아(Shoah)>(1985)의 영상이 눈에 어른거립니다.「유령 사냥꾼」에서 제발트가 유태인의 강제 추방을 얘기할 때 언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무려 오백분이 넘는 영화여서 다 보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예고편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9MNUbt8HEaw 을 @모임 여러분에게 공유합니다.
<쇼아>를 보면서 제발트가 홀로코스트에 대해 쓸 때 "글 속의 상징이 자명하면 자명할수록 억지로 꾸민 것처럼 돼 버립니다. 그러니까 아주 간접적이어야 합니다"(108쪽)라고 강조하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는데 장 뤽 고다르가 <쇼아>의 감독 클로드 란즈만과 홀로코스트의 재현 문제에 관해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고 합니다. 고다르가 살아있었다면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감독한 조너선 글레이저도 가열차게 비판했을 것 같습니다. 유태인이 박해받는 모습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는 홀로코스트 영화니까요.

쇼아쇼아(히브리어로 '절멸'을 의미)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가 유럽 전역에 있는 유대인을 비롯한 특정부류의 사람들을 집단 학살 한 것을 지칭한다. 감독 란쯔만은 8년간의 촬영과 350시간 분의 인터뷰를 9시간이 넘는 장편 다큐멘터리로 완성시켰다. 란쯔만은 나치 집단수용소도 아니고 하나의 전체로서의 나치체제도 아니며 하나의 과정으로서의 반유대주의도 아닌 죽음이 만연했던 구체적인 장소이며 지옥의 중추인 홀로코스트(나치 집단처형장)에 관해 논하기 위해 거의 10년 동안이나 세계를 돌아다녔다. 또한 란쯔만은 뉴스 필름이나 당시의 기록 필름을 단 한 커트도 사용하지 않고 등장 인물들의 말을 통해서만 유대인 학살을 이야기한다. 강제수용소의 생존자들, 나치 협력자들, 그리고 학살 작업에 동원되었던 사람들은 고통스럽게 그들의 과거를 카메라 앞에 드러낸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독일 장교 루돌프 회스의 가족이 사는 그들만의 꿈의 왕국 아우슈비츠. 아내 헤트비히가 정성스럽게 가꾼 꽃이 만발한 정원에는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집. 과연 악마는 다른 세상을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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