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초크/책증정] 구병모 강력 추천! W.G. 제발트 『기억의 유령』 번역가와 함께해요.

D-29
서술자에게는 양심이 있고, 따라서 오랫동안 본문에 제시되는 문제들과 씨름했을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독자에게 줄 필요가 있는 겁니다. 그래서 참상의 주요 광경들은 절대로,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상기시켜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p153,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아우스터리츠]의 산문은 다른 어떤 작품보다 더 유령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먼지가 많고 안개가 짙게 낀 분위기, 이상하고 잘못 가리키는 불빛••••• 마치 실제로 안개 속에서 길을 잃으려는 듯이 말이죠.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p156,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네. 이런 성향이 어디서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어떤 이유로든 열외로 취급받는 사람들의 말을 듣는 걸 좋아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사람들이 일단 입을 열면 다른데서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해 줍니다. 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이 제게 해 주는 이야기를 경청할 필요를 느꼈어요.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p160,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그 사실 때문에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일에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저술이란 그런 집착이죠. 그런 종류의 글쓰기가 좋은 점은, 이를테면 학술 논문을 쓰다가 정의 내리기 어려운 무언가를 쓰는 일로 전환했을 때, 완전한 자유를 가지게 된다는 겁니다.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186,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전쟁은 지옥이다 라거나 인간은 세계 어디를 가나 다 그렇다 라는 식의 설명으로는 무고한 사람들에게 가해진 잔학 행위를 잠시만이라도 잊을 수 없었다.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268,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산 자와 죽은 자에게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던 제발트이니만큼, 어쨌든 그들은 그의 마음속에서 나란히 어깨를 맞부딪치고 있었으니까, 그는 아마도 지금 자신의 죽음을 차분히 바라보고 있으리라.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308,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완독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제발트의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탐색할 수 있는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의 작품에 대한 고민과 시선이 잘 드러나 있었고, 특히 문학이 기억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또한, 역사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문학이 단순한 이야기 전달을 넘어서 태도와 책임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느꼈습니다. 연보와 부록 등 다양한 구성도 책의 깊이를 더해 주었고요. 제발트의 작품을 아직 직접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 책은 제발트의 작품들을 꼭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양심없이 살아야 오래 살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 세상을 일찍 등지는 걸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하네요. 심층 인터뷰라고 하니 전 예전에는 인터뷰는 다 비슷비슷한데(드라마나 영화 홍보 인터뷰 정도만 봤었거든요) 왜 매번 하는 건가? 하고 생각 했던 적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책을 읽고,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조금 더 전문적인 인터뷰를 찾아보고 답변과 질문의 수준에 대해 알게 되면서 아, 이래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아직도 인터뷰를 많이 챙겨보지는 않아서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아티초크님이나 다른 모임원 분들은 어떤 인터뷰어를 좋아하시나요? 추천 해 주실 수 있나요?
세상을 일찍 등진 선한 사람들은 제발트 식으로 말하자면 "어둠을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은 기억의 무게에 꺾이고 만" 사람들입니다. 제발트는 『기억의 유령』에서 '기억의 무게'를 재차 강조합니다. 웍텔은 제발트에게 기억은 어째서 그토록 피하기 어렵고 파괴적인지 묻습니다. "그건 특정한 무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늙어 갈수록 더 많은 걸 잊는다고 할 수 있죠. 그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인생에서 방대한 부분들이 망각으로 사라진다고 할까요. 하지만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고 남는 부분의 밀도는 상당히 높아집니다. 이로 말미암은 무게가 한번 짓누르기 시작하면 우리를 침몰시킵니다. 그런 종류의 기억은 정서적으로 짐이 되는 경향이 있죠."(109쪽) 작가 인터뷰집으로 『작가란 무엇인가』를 추천합니다. @모임 여러분 가운데 이미 읽은 분도 계실 것입니다. 이 책은 세계적인 문호들이 미국의 저명한 문예지인 『파리 리뷰』와 한 인터뷰 모음집입니다. 작가 인터뷰가 거기서 거기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PS. 여담인데 오늘 <오징어 게임 3>를 봤습니다. 극중에서 용식(양동근)의 노모(강애심)가 말하는 대사가 매우 인상적이더군요. "세상이 참 불공평해요. 못된 놈들은 나쁜 짓을 해놓고도 남 탓 하면서 마음 편히 사는디. 착한 사람들은 뭐가 조금만 잘못되어도 다 자기 탓을 하면서"
[세트] 작가란 무엇인가 1~3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전3권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작가란 무엇인가 』가 2022년,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을 맞아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리커버되었다. 『작가란 무엇인가』는 열두 명의 세계적인 작가가 미국의 저명한 문학잡지 『파리 리뷰』와 가진 인터뷰 모음집이다.
<작가란 무엇인가> 좋은 책이죠. 저는 구판으로 가지고 있는데 아직 완독은 못했습니다. 혹시 피리 리뷰팀이 언제 제발트를 인터뷰했나 했더니 그건 아닌가 봅니다. 인터뷰는 이 책을 봐야겠네요. ㅎ
작가란 무엇인가...오 제목이 마음에 듭니다. 언뜻 봤던 것 같은데 이게 인터뷰집이였군요! 파리 리뷰도 이번 모임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는 건 안비밀입니다. 하하 감사해요.
북클럽의 묘미는 '안비밀'이지요! 책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나누는 기쁨이 북클럽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민자들』을 구매하셨다니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감사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독서의 꽃은 완독이라고 하는데 이 무더위 속에서 꽃을 피우시다니 대단합니다. @모임 여러분도 완독을 꽃을 피우면 좋겠습니다.^^ 밍묭님이 "문학이 기억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인상 깊게 보셨다고 하는데 저도 그렇습니다. 옮긴이의 말에 보면 제발트가 문학의 효용이란 "기억을 돕고 어떤 일들은 인과관계의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음을 가르쳐주는 것뿐인지도 모릅니다"라고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밍묭님의 말씀과 일맥상통하지요. 그리고 "문학이 단순한 이야기 전달을 넘어서 태도와 책임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셨는데 아주 중요한 지적입니다. (우리 문학계에서도 '재현의 윤리' 문제는 늘 논쟁적입니다.) 「제발트란 누구인가」에서 인상적인 대목이 있어 인용합니다. "글을 쓸 때 타인의 삶을 침해하는 면은 저도 신경이 쓰입니다. 그리고 물론 제가 눈치 없이 또는 판단이나 표현 양식 면이나 기타 등등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확신은 없습니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세상을 떠나지 않은 경우 저는 그들에게 물어 봅니다. 제가 쓴 것을 출판하기 전에 그들에게 보여 주죠. 누구든 반대하면 해당 내용은 뺍니다."(142쪽) PS. 제발트의 소설 『이민자들』부터 읽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이민자들>부터 차근차근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D
『이민자들』에서 「헨리 쎌윈 박사」 편을 읽게 되시면 "사자(死者)들은 이렇게 되돌아온다"는 문장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믐에서 함께한 『기억의 유령』이 제발트의 소설을 읽으시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시원한 주말 보내십시오.
제발트의 소설 [이민자들] 부터 읽어볼게요 !!
이민자들, 사냥꾼 그라쿠스, 나방의 죽음, 현기증.감정들 정리하면 이렇게 보면 되는 걸까요? 이민자들과 현기증 감정들을 읽고 그라쿠스와 나방의 죽음이 맞는걸까요 사실 부록은 아직 안읽었거든요 하하
제발트가 남긴 소설은 네 권인데 이 가운데 『이민자들』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는 것은 순전히 제 의견입니다.^^; 『토성의 고리』나 『아우스터리츠』, 『현기증. 감정들』 로 시작해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제가 『이민자들』을 추천드린 이유는 『기억의 유령』 에 나오는 '산문픽션'의 특징이 『이민자들』에 잘 구현되어 있어서입니다. 그리고 부록으로 실은 카프카의 「사냥꾼 그라쿠스」와 울프의 「나방의 죽음」은 『현기증. 감정들』의 모티프가 되는 작품이어서 이 작품을 읽으실 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왕 시작한다면 기억의 유령으로 제발트를 알았으니 추천 해 주시는 순서로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서 이미 이민자들을 구매했습니다! 하하. 사냥꾼 그라쿠스와 나방의 죽음을 먼저 읽고 현기증.감정들을 보는 게 좋겠네요. 일단 단편 두 개를 먼저 봐도 좋을 것 같으니 구매는 조금 미루고 이민자들과 부록을 읽고 나서 잊기 전 현기증.감정들 까지 보도록 해 보겠습니다 ㅎㅎ 추천 감사드려요.
따라서 선례가 없는 무언가를 쓰는 방향으로 머리를 움직이려면 자료들의 종류가 각기 달라야 합니다.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p179,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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