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초크/책증정] 구병모 강력 추천! W.G. 제발트 『기억의 유령』 번역가와 함께해요.

D-29
작고 하찮은 나방이 그런 큰 힘에 맞서, 아무도 존중하거나 가지고 싶지 않을 것을 잃지 않으려는 거대한 안간힘에 나는 야릇한 감동을 받았다.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버지니아 울프, <나방의 죽음> p.333,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 책이 좀 독특한 건, 옮긴이의 말을 앞부분에 배치해 책의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통상적으로는 거의 끝에 나오는 게 데 말입니다. 뭐 겸손의 의미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렇게 뒤에 나오다 보니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예 건너 뛰는 독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고요.>.<;; 어쨌든 그러다 보니 번역의 어려움, 애환 같은 건 묻혀지게 마련인 것 같습니다. 하긴 번역 한 번 끝낼 때마다 힘들다고 쓰는 것도 번역가다운 모습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14 페이지에 마이클 힐스가 번역한 <토성의 고리> 번역 초고를 제발트가 교정한 것을 보면서 헛웃음 나왔습니다. 저는 여태까지 편집자의 어려움만 생각했지 번역가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습니다. 뭐 작가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정말 쉬운 작가는 없겠다 싶네요. 전에 어떤 번역가는 아예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고까지 말했던 것 같은데, 저는 그때 그 말을 가볍게 듣고 넘긴 기억이 납니다. 뭐 평생 번역을 업으로 삼을 일도 없고, 내 글이 외국어로 번역될 일은 더더욱없을테니 그저 그런가 보다 할뿐이었죠. 근데 제가 만일 원작자라면 외국어 번역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고민되긴 할 것 같습니다. 독일어권 번역가인 안시아 벨 여사는 샘플 원고를 제발트에게 보내고 승인을 받아야 본격적인 번역을 했다고 나오는데, 정작 공진호 번역가님은 어떻게 하셨는지가 나오지 않네요. 하긴 한국어 번역은 제발트 사후에 이루어졌을 테지만 만약 생존해 있었더라도 한국어는 제3세계 언어인데 알아들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혹시 가능하다면 이번 기회에 번역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단 바람도 조심스럽게 가져 봅니다. 암튼 이 부분 흥미로웠습니다.
저도 제발트가 온통 교정을 해서 보낸 사진을 보니 웃음이 나면서도 번역가가 참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공진호 선생님에게 "번역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는 stella15님의 바람을 전달했습니다. 이메일로 답변을 받는대로 공유하겠습니다. 먼저 '옮긴이의 말'의 배치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요, 아주 좋은 지적입니다. 영미권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역자 후기를 대부분 본문 뒤에 배치하는 것이 관행이지요. 『기억의 유령』이 관행에 따르지 않은 이유는 말씀대로 "책의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옮긴이의 말을 본문 앞에 배치하면 번역의 중요성과 번역가의 위상을 독자에게 각인시키는 데 효과적입니다. 또 제발트의 작품을 접한 적이 없는 독자가 『기억의 유령』을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읽으면 좋겠다는 제 바람도 담겨 있습니다. 이번 @모임 에도 『기억의 유령』 부터 읽고 제발트의 작품으로 넘어가려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배치가 제발트의 작품을 읽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반달 님도 언급한 14쪽 하단에 실린 번역 초고는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나마 이 초고는 상대적으로 제발트가 교정한 원고 가운데 깔끔한 편에 속합니다. 어떤 원고는 거의 다 밑줄이 그어져 있어서 마이클 헐스를 '번역계의 성인'이라고 해도 전혀 과장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제발트는 마이클 헐스가 자신의 '목소리(voice)'를 포착하지 못한다며 한탄했다. 자신의 번역문이 저자에 의해 거의 다시 쓰여서 되돌아온다는 건 상상만 해도 살 떨리는 일이다. 그런데 번역자인 마이클 헐스 입장에서 더 괴로웠던 점은 제발트가 자신보다 비서인 베럴 랜웰의 '귀를 더 신뢰했다는 점이다. 제발트는 번역 원고를 받으면 자신이 먼저 고치고 랜웰에게 고치도록 한 다음, 다시 그걸 받아 검토하고 대개는 랜웰의 교정을 받아들이거나 추가로 고치는 작업을 했다." - 옮긴이의 말 발췌(16~17쪽) 결국 마이클 헐스와 갈라선 제발트가 세계적인 번역가인 안시아 벨(1936~2018)을 선택할 때도 '샘플 번역'을 면밀히 검토한 뒤에 이루어졌다고 하니 그 까다로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바로 이 특유의 까다로움이 "영어 번역본이 독일어 원본과 대등한 지위"(16쪽)를 가지게 만들었습니다. ※ 첨부한 사진은 번역가 마이클 헐스(남)와 안시아 벨(여)입니다.
번역계의 핫이슈였던 헐스와 벨의 모습이로군요. 공유 감사합니다
옮긴이의 말이 앞에 들어가는 것이 색다르면서도 참 좋다고 느꼈어요. 말씀 하신 것 처럼 저도 이 작품을 통해 제발트의 작품으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제발트의 작품들 이름도 나오고, 영어 번역본이 독일어 원본과 대등한 지위를 가진단 얘기, 언어의 힘을 믿었단 얘기, 사냥꾼 그라쿠스와 책들에 대한 설명까지 요약본처럼 호로록 읽고 시작 하는 기분이라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어디서 부터 찾아보는게 좋을지에 대한 고민도 덜었구요. 글을 영어화 - 헐스화 시킨 걸 다시 독일어화 - 제발트화 시켜서 몇번이고 까다롭게 굴었다는게 정말 예술인, 장인정신인 것 같아 대단하면서도 헐스입장에서는 힘들었을 것 같아 안쓰럽다가도 우리가 번역본을 볼 때 온전히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는 걸까?에 대한 고민도 들고 번역하시는 작가님들께 존경심도 들었답니다. 글을 쓰다보니 좀 두서없는 것 같네요ㅋㅋ 정리해 가면서 열심히 글 달아보겠습니다.
저도 책 수령했습니다! 17일 저녁에 받았는데 인스타를 깜빡하고 먼저 읽다가 호다닥 올려요 🤣 https://www.instagram.com/p/DLILaNST6kG/?igsh=dmUzYTcybjBla2Vk 수령 후 3일이였는데 쓰다보니 12시가 넘어 20일이 아니라 21일 이 되어 버렸네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대신 독서는 하루 더 부지런히해서 완독 후기는 일찍 올려볼게요!!!
여름 북클럽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1주차 진도는 옮긴이의 말과 엮은이의 서문에서 시작하여 본문의 2장에 해당하는 「유령 사냥꾼」까지입니다. 읽으시면서 기억에 남는 문장을 수집해주셔도 좋고, 역자에게 궁금한 점을 남겨주셔도 좋습니다. 유익하고 재미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이번주는 서울국제도서전으로 들썩들썩 하죠? 참석하지 못하는 저로선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마침 박찬욱 감독님이 도서전 강연에서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를 추천해 주셨네요. 제발트의 작품들, 정말 궁금해요
물론 나의 동정심은 전적으로 생명의 편이었다. 또한 관심을 갖거나 아는 사람이 없는데, 작고 하찮은 나방이 그런 큰 힘에 맞서, 아무도 존중하거나 가지고 싶지 않을 것을 잃지 않으려는 거대한 안간힘에 나는 야릇한 감동을 받았다. (중략) 몇 분 전 생명이 야릇했던 것처럼 이제는 죽음이 야릇했다.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p.333,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죽음이 야릇했다, 는 울프의 말에 긴 시간 혼란스럽네요. 나방의 한계를 지켜보며 자신의 고통을 끝없이 반추하면서 어느 순간 죽음이, 어떤 매력적인 선택지처럼 느껴졌던 걸까요? 아니면, 나방이 보여준 마지막 춤처럼 유일한 대안이라고? 울프가 자살한 그 해에 이 이 작품이 쓰여졌다고 하니, 지금의 날씨처럼 마음이 더욱 눅눅해지네요.
인용하신 「나방의 죽음」 마지막 부분은 멜랑콜리하면서도 매혹적이지요. 제발트는 실버블래트와의 인터뷰에서 「나방의 죽음」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연대순으로 볼 때 솜강 전쟁터와 독일이 세운 강제수용소 사이의 어느 시기에 쓰여졌습니다. 이 글은 솜강 전쟁터를 언급하지 않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독자라면 제1차 세계대전과 그 여파에, 죽은 사람들은 물론이고 이를 면한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영혼에 가해진 손상에 울프의 마음이 크게 동요했다는 걸 압니다."(154쪽) 울프의 단편과 함께 수록된 카프카의 「사냥꾼 그라쿠스」에도 "사는 게 기뻤고 죽는 게 기뻤어요"와 같은 매혹적인 문장이 나옵니다. 『현기증. 감정들』을 읽기 전에 「사냥꾼 그라쿠스」와 「나방의 죽음」을 먼저 읽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제발트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세상이라는 광대한 계단에 처해" 있고 그의 글은 "삶과 죽음, 과거와 미래, 꿈과 현실을 연결"한다는 역자의 말이 훨씬 더 실감이 날 것 같습니다. @모임 여러분 가운데 『현기증. 감정들』에 도전하실 분이 계시다면 부록으로 수록된 울프와 카프카의 두 단편을 꼭 기억하여 주십시오.^^
사냥꾼 그라쿠스, 나방의 죽음 / 그리고 현기증.감정들 꼭 기억 해 보겠습니다.
도서전 참여로 이틀을 쓰러져있었네요. 정신 못차리게 힘들었어요. 기운 차리고 다시 책에 집중!
부럽습니다ㅠㅠ
그러니까요 도서전 진행도 아니고 참여만 했는데 저는 금요일에 가고 지금 살아났습니다ㅋㅋ
@물고기먹이 ㅎ 도서전이 꽤 힘드셨나봅니다. 전 한 20년 전쯤에 한번 다녀 온 것 같은데 이젠 자신없네요. ㅠ ㅋ
예를 들면, 겨울에는 꽁꽁 언 땅을 팔 방도가 없어서 사람이 죽어도 묻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해동이 될 때까지 한두 달 동안 시신을 장작 헛간에 모셔 놔야 했죠. 자라면서 죽을은 바로 곁에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겁니다.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86,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예전엔 죽음을 다루는 방식이 어느 나라나 다 비슷하겠구나 싶네요. 우리나라도 옛날엔 질병이나 전쟁으로 많이 죽었다고 하는데 그러면서 삶과 죽음이 멀지 않음을 매일 느끼며 살았을 겁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턴가 그것을 분리하게 됐죠. 저만해도 어렸을땐 죽음을 목도하지 못 하다가 25살 때 아버지의 영혼없는 싸늘한 시신을 보면서 새삼 내가 참 어리게 살아왔구나를 깨달았죠. 그전엔 죽음이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목도하지 않는 삶에 나름 안도하며 살기도 했습니다. 제발트가 자주 작품에서 죽음을 언급한 것으로 아는데 정말 작가만이 그걸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던 죽음이 사실은 '나의 이야기'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은 뭐랄까, 울프의 표현을 빌리자면 야릇합니다. 「유령 사냥꾼」에서 웍텔이 제발트에게 "마치 망자가 회귀하고 있는 듯이, 마치 우리와 그들이 합류하기 직전인 듯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 같다고 하니까 stella15님의 문장수집에 있는 내용을 말합니다. 아주 흥미롭지요. 제발트가 소설에 흑백 사진을 삽입하는 이유도 이와 관련됩니다. "저에게 사진은, 말하자면 망자의 방출물 중 하나입니다. 더이상 이승에 없는 사람들의 오래된 사진들은 특히 그래요. 제게는 그런 사진들이 일종의 유령 같은 존재로 보입니다. 저는 늘 그 점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신비나 불가사의한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그저 더 원시적인 세계관의 흔적일 뿐입니다. "(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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