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초크/책증정] 구병모 강력 추천! W.G. 제발트 『기억의 유령』 번역가와 함께해요.

D-29
한국의 모의된 침묵. 음 위안부에서 완전 초기에 다들 위안부였다고 얘기를 하지 못하고 세월이 많이 흘러서 다룰 수 있게 된 것..이 생각나네요. 관련 활동을 했었거든요!
저는 근본적으로 문화사와 사회사에 관심이 있는데요, 유대인 소수 민족과 독일인의 관계는 18세기에서 현재까지 독일 문화사에서 어떤 형태로나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부분입니다. 온갖 결함과 추악한 면이 있더라도 그 점을 못 본체하고 지나친다면 자신의 성장기를 이루는 문화 환경을 이해하고 싶어도, 저는 어렸을 때부터 그랬습니다만,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98,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굽이치며 최면을 거는 듯한 그의 문장들은 (고풍스러운 형식임에도) 뒤엉킨 불안뿐 아니라 무기력을 동반한 현대적 감성의 패러다임 그 자체다.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31,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는 인간의 모든 수고가 빠르게 꽃을 피우고는 자연 재해나 인재로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죽어 가면서 막대한 고통과 훗날 파헤쳐질 무수한 잔해에 관한 것이다. 제발트의 시간 관념은 그런 파노라마적 시각을 가능하게 한다.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39p,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제발트의 저작 여기저기에 기억이나 감정을 환기시키는 우울한 흑백 사진이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사진들은 죽은 사람들과 사라진 장소들의 존재를 상기시키고 제발트가 직접 그곳을 다녀갔다는 증거의 역할도 한다. (41p)
제발트 책들을 읽기 전에 그의 책에 보이는 사진들로 소설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요. 서문에는 제발트의 소설은 사실소설(정확하게 뭐죠?)작법이 아닌 산문설화라는 작법이군요.
말씀하신 "사실소설"은 '산문소설(prose fiction, 11~12쪽)'인 것 같습니다. '옮긴이의 말'에는 제발트의 'prose fiction'을 '산문 소설'이 아니라 '산문 픽션'으로 번역한 이유, 그리고 우리가 아는 '소설(novel)'과 어떻게 다른지 흥미로운 대목이 많습니다. 그 가운데 "산문이 아닌 소설이 어디 있어?"라는 질문은 저도 했었는데요, 『이민자들』을 처음 읽었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니 이 책은 "소설도 아니고, 자서전도 아니고, 논픽션도 아니지만 이 모든 요소를 갖춘 새로운 글쓰기"(英 가디언)의 집합체였습니다. 스마일씨님이 읽고 계실『토성의 고리』도 그럴 테고요. 잠시 '산문 픽션', '산문 설화' 같은 문학 용어는 제쳐두고, 제발트의 소설이 일반 소설과 왜 그렇게 다르게 느껴지는지 생각해볼까요? 요즘 사무실의 막내(MZ세대, 웹소설 덕후)가 제발트의 소설에 도전(!) 중인데 자주 불평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불평들이 『기억의 유령』에 나오는 '산문 픽션'과 관련된 내용이어서 @모임 여러분에게 몇 개를 소개합니다.(각 불평 아래 이와 관련된 본문을 인용합니다.) 불평1: 따옴표도 없고 문장이 줄줄줄줄... 한 문단이 너무 길어요. → 제발트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소설(novel)’을 수동 기어를 변속할 때 요란한 소리를 내는 낡은 자동차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해 대화를 쓰는 건 18세기나 19세기의 소설에는 괜찮았지만 이제는 기계 부품들이 서로 부딪치고 삐걱이며 앞으로 나가는 걸 보는 것 같아서 보기가 좀 괴롭다."(11~12쪽) 불평2: 사진에 캡션이 없으니까 정확하게 뭘 가리키는 건지... → 저자의 특징 중 하나로, 이 책에는 흐릿한 흑백 사진들이 있는데, 사진 설명은 없고 본문에 나오는 등장인물이나 장소와의 관련 여부도 분명치 않은 경우가 있다. 저자에 관해서는 그가 영국에 살고 있는 독일인이라는 가장 중요한 사실 등 작품 속 자전적 요소들로 추정한 것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263쪽) 불평3: 다 읽고나면 우울하고...기분이 이상해요. → 우울하고, 터널 안 목소리처럼 울림이 있고, 재치 있는 이 목소리는 저자 내면의 삶이 발산하는 무엇이다. 망명과 쇠퇴에 관한 이 이야기들의 목소리는 그럴 수 없을 것 같은데도 이상한 희열을 끄집어낸다.(43쪽) 이렇게 불평을 하면서도 『이민자들』을 끝까지 읽어내고 『현기증. 감정들』에 도전한다는 걸 보면 "제발트처럼 언어의 유혹적 힘을 의식하게 만드는 작가는 거의 없다"(78쪽)고 평한 팀 파크스의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유령에 홀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엇 저도 만약 스마일씨 님의 글을 보지 않았다면 똑같이 생각 했을 것 같아요. 아티초크님의 댓글에서 산문픽션 글을 읽고나니 조금 더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안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유령에 홀린 것 같은 아티초크님과 달리 저는 도깨비 불을 바라보며 저게 그냥 호롱불인가 도깨비 불인가 고민하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제발트 자신은 산문설화(prose narratives)라는 용어를 썼다. 당황스러운 분류인데, 이 산문설화는 저자의 의식이라는 형태를 취한다.그 안의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서술자의 정제된 목소리다.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43p,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제발트 소설에서 서술자의 역할이 중요하군요.
이 책에 수록한 여러 인터뷰에서 제발트는 산 사람의 세계와 죽은 사람의 세계 사이의 경계가 완전히 차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언급한다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44p,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한강 작가님의 노벨상 연설이 떠오르네요. (혹시 다른 분이 언급하셨을까요?)
제발트가 조국의 '집단 기억 상실'을 혐오한다(48p)는 것을 보니 우리나라의 일부 집단의 기억 상실과도 같은 작태가 떠오릅니다. 😔
제발트의 유머는 그의 염세 사상의 틈새를 비집고 언듯언듯 비치는데 사람들은 대개 그것을 놓친다.(52p)
앞으로 <토성의 고리>와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제발트의 훌륭한 산문에 대해 다룰 차례가 되었다. (.....)'우연의 일치'와 마찬가지로 그의 문체는 과거를 회복하고 삼키고 대체한다(....) 극도로 파괴적인 혼란 상태를 더없이 정확하고 절제된 말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75p) <사냥꾼>을 읽다보니 스탕달이 궁금해 찾아봤습니다. 그의 본명도 이번에 알았네요. 계속된 '우연의 일치'를 언급한 것이 흥미롭습니다.
저절로 생성된 금기보다 더 강력한 금기 영역은 없는 것 같아요.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94,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저도 그 역사의 짐을 물려받았어요. 좋든 싫든 지고 가야 하는 것입니다.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103,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유령사냥꾼>을 읽고 나서, ‘기억’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지금까지는 기억이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긍정적인 요소라고만 여겼는데, 아무리 좋은 기억이라도 결국엔 고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작품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기억에 대한 밍묭님의 글을 보고 제발트의 산문픽션 『이민자들』을 폈습니다.^^ 웍텔은 「유령 사냥꾼」에서 이 책이 "기억과 망명, 죽음에 관한 놀라운 책"(83쪽)이라고 평하면서 제발트에게 "기억은 어째서 그토록 피하기 어렵고 파괴적이죠?" 라고 묻습니다. 제발트는 다음과 같이 답합니다. "그건 특정한 무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늙어 갈수록 더 많은 걸 잊는다고 할 수 있죠. 그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인생에서 방대한 부분들이 망각으로 사라진다고 할까요. 하지만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고 남는 부분의 밀도는 상당히 높아집니다. 이로 말미암은 무게가 한번 짓누르기 시작하면 우리를 침몰시킵니다. 그런 종류의 기억은 정서적으로 짐이 되는 경향이 있죠."(109쪽) 답변이 길지만 요즘 미디어에서 자주 언급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생각하면 이해가 수월할 것 같습니다. 전쟁과 재해, 사고 등을 겪은 뒤 일어나는 심신 장애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괴롭힙니다. 『이민자들』에서 암브로스는 기억이 주는 고통이 얼마나 컸던지 스스로 충격치료에 몸을 맡겨 기억력을 아예 없애고 싶어 했습니다. 제발트의 말처럼 "기억의 무게가 한번 짓누르기 시작하면" 사람을 침몰시키니까요.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대참사에서 사망한 희생자의 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도 제발트의 관점에서 보자면 "기억의 무게"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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