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초크/책증정] 구병모 강력 추천! W.G. 제발트 『기억의 유령』 번역가와 함께해요.

D-29
저절로 생성된 금기보다 더 강력한 금기 영역은 없는 것 같아요.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94,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저도 그 역사의 짐을 물려받았어요. 좋든 싫든 지고 가야 하는 것입니다.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103,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유령사냥꾼>을 읽고 나서, ‘기억’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지금까지는 기억이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긍정적인 요소라고만 여겼는데, 아무리 좋은 기억이라도 결국엔 고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작품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기억에 대한 밍묭님의 글을 보고 제발트의 산문픽션 『이민자들』을 폈습니다.^^ 웍텔은 「유령 사냥꾼」에서 이 책이 "기억과 망명, 죽음에 관한 놀라운 책"(83쪽)이라고 평하면서 제발트에게 "기억은 어째서 그토록 피하기 어렵고 파괴적이죠?" 라고 묻습니다. 제발트는 다음과 같이 답합니다. "그건 특정한 무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늙어 갈수록 더 많은 걸 잊는다고 할 수 있죠. 그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인생에서 방대한 부분들이 망각으로 사라진다고 할까요. 하지만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고 남는 부분의 밀도는 상당히 높아집니다. 이로 말미암은 무게가 한번 짓누르기 시작하면 우리를 침몰시킵니다. 그런 종류의 기억은 정서적으로 짐이 되는 경향이 있죠."(109쪽) 답변이 길지만 요즘 미디어에서 자주 언급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생각하면 이해가 수월할 것 같습니다. 전쟁과 재해, 사고 등을 겪은 뒤 일어나는 심신 장애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괴롭힙니다. 『이민자들』에서 암브로스는 기억이 주는 고통이 얼마나 컸던지 스스로 충격치료에 몸을 맡겨 기억력을 아예 없애고 싶어 했습니다. 제발트의 말처럼 "기억의 무게가 한번 짓누르기 시작하면" 사람을 침몰시키니까요.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대참사에서 사망한 희생자의 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도 제발트의 관점에서 보자면 "기억의 무게" 때문입니다.
제발트는 언어의 힘을 믿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사진은? 그것은 불신의 대상이었다. 한나 아렌트처럼 제발트는 눈에 보이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아우슈비츠의 참상에 대해 우리가 떠올리는 이미지들은 사실은 수감자들이 해방되었을 때를 담은 사진들이었다. 대량 학살의 현장은 그 이전에, 안 보이는 데서 신속히 처리되었던 것이다.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p.20,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불을 때고 그 연기로 미래를 점치자 그런 다음 재를 들어내 머리에 뒤집어 쓰자 뒤돌아보지 말 것을 명심하자 탈바꿈하는 기술을 시험해 보자 진사(辰沙)로 얼굴을 칠하자 슬픔의 표시로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p.22,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안개와 연무를 통해 보는 세상은 언제나 장막에 싸여 있다. “비의 장막”, “재의 장막”, “반짝이는 무수한 먼지”. (중략) 우리는 그런 상상에 마음이 동요되기는커녕 이상하게 기운을 얻는 기분이 든다. 우울하긴 하지만 진리가 주는 자양분이기 때문이다.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p.44,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역사를 기억하는 일에 가장 중요한 관리인 역할을 하던 그는 역사의 참화와 희생자는 자신이 좋아하던 안개처럼 증발하지 않음을 확인하는 일에 헌신적이었다. 제발트는 진보랄지 개혁이랄지 하는 그 어떤 낙관적 관념이 없이, 그 확인 행위 자체를 보전하기 위해, 오래 지속될 언어로 상실된 것을 부활시키는 만족감을 위해 그 일을 했다.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pp.52~53,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우연의 일치에는 파괴적인 면이 있다. 그것은 죽음의 냄새를 몰고 다닌다.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p.71,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산문픽션의 한 형식입니다. 앵글로색슨권보다는 유럽 본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식인데요, 대화의 역할이 거의 없죠. 잠망경을 들여다보면 어느 방향으로든 각도를 조금만 돌려도 가장자리의 무언가가 그 방향으로 계속 연결되듯이 그렇게 꼬리를 물고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p.83,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제발트는 치솟는 스팀이 누에고치를 최종적으로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설명한다.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37쪽,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제발트의 시간 관념은 그런 파노라마적 시각을 가능하게 한다. 자신의 소설에 나오는 유령 같은 방랑자들처럼 그는 시간을 유연하고 불규칙적이고 주관적인 것으로 본다. 우리가 행성의 움직임에 따라 고집스럽게 시간을 정리하는 것은 오로지 공포심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는 동시에 작용하는지도 아닌지도 모른다. 마음의 불규칙적인 발작, 기억의 변덕스러운 발작과 함께 과거와 현재가 정지하고 출발하는지도 모른다.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39-40쪽,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모든 기억하는 행위의 어려움은 우리 마음대로 안 되는 두뇌로, 그리고 두뇌의 창조력과 부식성이 공모하는 곳으로 주의를 끄는 습성에 있는데, 이 또한 진부한 사실이다. "기억은 최후의 것마저 파괴하지 않는가"는 <이민자들>의 첫 장 제목 아래에 붙어 있는 말이다. 등장인물들의 삶의 궤적에서 이 변덕스러운 기억 행위가 행하는 역할을 제발트가 이해하기 때문에 <현기증, 감정들>의 이야기들이 마음을 끌고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62p,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제발트의 훌륭한 산문에 대해 다룰 차례가 되었다. (...)우연의 일치와 마찬가지로 그의 문체는 과거를 회복하고 삼키고 대체한다. (...)극도로 파괴적인 혼란 상태를 더없이 정확하고 절제된 말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카프카의 흔적도 있고 이따금 로베르트 발저의 흔적도 보인다. (...) 우연한 사건과 숭고한 생각 사이를 매우 효과적으로 중재하는 그의 격조 높은 묘사를 통해서 완전히 소화되고 파괴되어 다시 만들어진다. 드물게 언어 사용역과 문장 흐름(rhythm)의 내적 일관성을 갖춘 마이클 헐스의 번역도 그 자체가 많은 시간을 들여 원문을 소화하고 고쳐 쓰는 과정의 소산이며, 말하자면 이 또한 놀라운 우연의 일치가 아닌가 생각된다. (76p)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만이 그의 주목을 끌고, 감수성을 고조시키고, 삶에 따르는 위험 요소들을 경고하고, 삶의 공포를 파토스로 회복시키기 때문이다.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79p,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제발트 소설에 삽입되는 사진들은 이야기에 정당성이 부여되는 것 뿐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막는 역할 즉, 독서의 속도를 늦춘다는 게 흥미롭네요.
<사냥꾼>을 읽으면서는 <이민자들>이 너무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좋은 상징이 있다면 그건 대개 다의적입니다.(...) 글 속의 상징이 자명하면 자명할수록 억지로 꾸민 것처럼 돼 버립니다. 그러니까 아주 간접적이어야 합니다.
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108p,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제발트의 기억에 대한 답에 많은 공감을 했어요. 나이들수록 기억은 점점 사라지지만 남은 기억의 밀도는 높아진다는 것. 우리가 시간이 지나 잊혔다고 속단하는 태도를,그 기억의 무게를 여전히 가진 사람들에게 보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혹한 일인가를.
프랑크 아우어바흐의 지우고 다시 칠하는 반복된 기법. (116-117p)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김영사/책증정] 무작정 퇴사하기 전에, <까다로운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 함께 읽기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한 권을 넘을 때마다, 우리의 세계관은 한 뼘씩 더 넓어집니다
올해는 토지를 읽읍시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1. <김규식과 그의 시대> (1)[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2. <김규식과 그의 시대> (2)
오늘 밤, 당신의 위로가 되어줄 음식 이야기
디저트와 브런치 제대로 만들어보기솥밥 제대로 만들어보기[밀리의서재]2026년 요리책 보고 집밥 해먹기
버지니아 울프의 다섯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아티초크/책증정]버지니아 울프의 가장 도발적인 에세이집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3월 17일, 그믐밤에 만나요~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그믐밤] 43. 달밤에 낭독, 체호프 2탄 <세 자매>[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
스토리 탐험단이 시즌 2로 돌아왔어요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
고전 단편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함께 읽기마거릿 애트우드 신간 단편소설집 읽기[책증정]송은주 번역가와 고전문학 탐방 《드레스는 유니버스》 함께 읽고 작가님께 질문해요!
쏭이버섯의 읽기, 보기
모순피수꾼이름없는 여자의 여덟가지 인생왕과 사는 남자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우리 입말에 딱 붙는 한국 희곡 낭독해요!
<플.플.땡> 2. 당신이 잃어버린 것플레이플레이땡땡땡
The Joy of Story, 다산북스
필연적 혼자의 시대를 살아가며 같이 읽고 생각 나누기[다산북스/책 증정] 박주희 아트 디렉터의 <뉴욕의 감각>을 저자&편집자와 같이 읽어요![다산북스/책 증정] 『공부라는 세계』를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다산북스/책 증정] 『악은 성실하다』를 저자 &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총, 균, 쇠>를 읽으며 머문 사유의 시선
<총,균,쇠> 독서모임 1일 차<총,균,쇠> 독서모임 2일 차<총,균,쇠> 독서모임 3일 차<총,균,쇠 >독서모임 4일 차
ifrain의 과학 그림과 이야기
일본 주변 4개의 판 A glimpse of something deeply hidden홀로 선 두 사람
웰다잉 오디세이 1분기에 이 책들을 읽었어요
[웰다잉 오디세이 2026] 3. 이반 일리치의 죽음[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웰다잉 오디세이 2026] 1. 죽음이란 무엇인가
명품 연극, 할인받아 관람하세요~
[할인 받고 연극 보실 분] 슈테판 츠바이크 원작, 《운베난트: Y를 향한 마지막 수기》[초대이벤트] 이효석문학상 대상작 <애도의 방식>연극 티켓 드립니다. ~10/3[초대이벤트] <시차> 희곡집을 보내드리고 연극 티켓 드립니다.~10/31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