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북 책톡-쇼코의 미소

D-29
"밑줄 긋는 독서, 생각하는 독서, 나눔의 독서"를 지향하는 드림북 모임. 이번 주제: 《쇼코의 미소》/최은영 본 소설집은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작은 일상 속에 숨은 아름다움, 인간관계의 미묘한 감정을 담은 이 작품을, 드림북의 오랜 슬로건처럼 "밑줄 그으며, 생각하며, 나누며" 읽어보려 합니다.  일정 안내: 독서 기간: 6월 9일 ~ 6월 29일 (3주간) 1주:쇼코의 미소/씬짜오, 씬짜오 2주:언니, 나의 작은, 순애언니/한지와 영주 3주:먼 곳에서 온 노래/미카엘라/비밀 매주 분량의 글을 읽고, 당신의 밑줄과 생각/질문과 해답을 남겨주세요.
1편 쇼코의 미소 -우리는 가까이 있는 사람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가? “엄마와 할아버지는 늘 무기력했고 사람을 사귀는 일에 서툴렀다. 나는 엄마와 할아버지를 작동하지 않아 해마다 먼지가 쌓이고 색이 바래가는 괘종시계 같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변화할 의지도, 아무런 목표도 없이 그저 그 자리에서 멈춰버린 사람들이라고. 가족은 언제나 가장 낯선 사람들 같았다.” 주인공 소유가 서술하고 있는 가족과, 쇼코가 우리집에 온 후의 가족은 완전 다른 느낌이 듭니다. 쇼코와 내가 문을 떼고 들어섰을 때 활짝 웃으며 반겨주던 모습이 나는 어색합니다. 애정표현에 서툴고 서로에게 웃어주는 일조차 어색해하던 가족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어로 할아버지는 쇼코에서 계속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습니다. 밥 먹을 때 말이 없던 가족들이 쇼코에게는 일본어로 말하면서 껄껄댑니다. 소유의 가족 앞에서 어른스럽고 예의 바른 미소를 보이는 쇼코 또한 자신의 가족에게는 냉랭한 모습만 보일 뿐입니다. “예의 없는 사랑은 폭력”이라는 김창옥 교수의 강연을 보았습니다. 그게 타인을 향하든, 자신을 향하든 말입니다. 가족이기에 잘 알고 있다는 (즉 할아버지는 워낙에 그런 사람이기에) 착각은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안하게 만듭니다. 방식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는 ‘쇼코’ 같은 아이를 자처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정말로 가까운 사람에게,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는 법을 익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입니다. 극단적인 소통부재의 가족을 묘사했지만, 그속에 어른어른 자신의 모습이 비껴있다 느껴집니다.
그때 쇼코는 그 예의바른 웃음으로 나를 쳐다봤다. 마음이, 어린 시절 쇼코의 미소를 보았을 때처럼 서늘해졌다. 살면서 언제라도 다시 뒤집어 질 수 있는 마음의 병이 우울증이 아닐까. 우울증에 완치가 있을까 ? 대개는 마음이 강하지 못해서 앓는다고 , 또 대개는 사람이 못나서 앓는다고 인식하지만 그런 인식 자체도 우울증을 앓아보지 못한 사람들의 편견일 뿐. 지금까지는 할아버지의 극진한 사랑으로 한 고비 넘겼으나, 할아버지가 없이 "이젠 진짜 혼자"라고 생각하는 쇼코의 다음 번 고비는 어떤 식으로 넘겨질까 . 여전히, 살아내도록 하는 힘은 오로지 "사랑"뿐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엄마 혼자서 살라"며 그 티끌같은 배려를 보여주는 것마저도 오롯이 엄마를 받아들이겠다는 큰 사랑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 할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그렇게 큰 사랑을 배운 소유가 , 비록 다시는 너랑 연락하지 않겠다는 서슬 푸른 선언도 했던 소유지만 , 서늘한 느낌을 주는 쇼코의 미소를 그냥 외면하며 냅두지는 않았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모두의 쇼코에게 모두의 소유가 많이 생기기를. 사랑받고 사랑하기를.
"모두의 쇼코에게 모두의 소유가 많이 생기기를. 사랑받고 사랑하기를." 이라는 말이 참 따뜻하게 마음에 남습니다.
소설 “씬짜오, 씬짜오”는 독일 플라우엔에서 만난 한국인 가족과 베트남인 가족 간의 우정과 갈등을 썼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제게 떠올랐던 두개 키워드—‘전쟁’, ‘소통’으로 소설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1.전쟁 이 소설은 베트남 전쟁의 상처로 인한 두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투이네 가족은 전체 가족을 잃었고, ‘나’의 아버지는 형을 잃었죠. 전쟁이 우리에게는 역사교과서에서 펼쳐지는 사건에 불과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오랜 시간을 거쳐 고통을 치러야 하는 아픔과 상처인 겁니다. 독일 수업시간에 베트남전쟁이 언급되었을 때, 투이를 제외한 학생과 선생님의 반응이 ‘투이’를 이미 알고있는 우리 독자가 보기엔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우리가 역사 수업에서 항일전쟁에 대해 배울 때(침략당한 역사), 우리는 민족과 국가의 자리에서 서서 객관적인 데이터로 그 사건을 보게 되지, 그 안에서 개개인의 아픔에 공감하지는 않았겠죠. 영토를 넓힌 고대 강국으로서의 중국역사 수업에서는 남모를 희열과 긍지까지 느꼈겠지요. 전쟁은 한국인과 베트남인, 참전한 모든 국가의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분명 서로의 상처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텐데 어떤 국가에 소속한 인간이라는 입장을 버릴 수 없었기에 서로의 상처를 들쑤셨던거고, 화해할 수 없는 모순으로 치달았던 것 같습니다. 전쟁은 개개인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내 앞에 펼쳐진 갈등에는 또 각자의 몫이 있는 것 같습니다. 2.소통 소설집 <쇼코의 미소>에서는 늘 ‘낯선 사람’이 등장합니다. ‘쇼코의 미소’에서는 국적을 뛰어넘은 낯선 쇼코가, 이번 “씬짜오, 씬짜오”에서는 독일이라는 낯선 도시와 투이네 가족이라는 베트남인들이 등장하지요. 그들의 공통점이라면 높은 소통의 장벽—‘언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이 펼쳐지는 가운데서 언어는 전혀 그들의 소통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점도 있죠. 오히려 같은 언어을 구사하는 사람들 간에 굳건히 펼쳐져있는 ‘소통의 장벽’, 아이러니합니다. ‘소통’은 ‘언어’가 아니라, ‘관계’이고 ‘마음’이고 ‘행동’인 것 같습니다. -“엄마는 한국 노래를, 응웬 아줌마 부부는 베트남 노래를 불렀다. 뜻도 알아듣지 못할 노래의 후렴구를 어설프게 따라 하려는 엄마를 보고 웃음을 터뜨리던 어른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너희 아빠와는 말이 통하지 않아.’ 소설속에서 베트남인 응웬 아줌마와 알아듣지 못하는 노래로 즐기는 엄마와, 그 아래 이어지는 ‘아빠와 말이 안통한다’는 엄마의 말이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3.“아무것도 몰랐던 거, 미안해” 이 말은 ‘나’가 투이에게 한 말이지만, 저에게는 핑게처럼 자주 썼던 말인 것도 같아 많이 찔렸습니다. 몰랐다는 이유로 이해받기를 원하였던 것 같습니다. ‘나는 몰라서 그런거니까, 니가 좀 이해해줘’, ‘나는 눈치가 무뎌서 그런거니까 니가 이해해줘.’ 이런 속마음이 깔려있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했던 건, 배려하지 못했던 건, 꼭 그만큼의 상대에 대한 게으름이었던 건데 그걸 미안해했어야 하는건데…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상대의 고통을 같이 나눠질 수 없다면, 상대의 삶을 일정 부분 같이 살아낼 용기도 없다면 어설픈 애정보다는 무정함을 택하는 것이 나았다. 그게 할머니의 방식이었다.”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건, 고통을 함께 감당할 수 없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아니, 상상할수조차 없는 고통을 겪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건 가능한 건지. 나에게 그런 사람이 있다면,을 생각하게 했던 소설이었습니다. 내가 엄마였다면, 나의 최선은 어디까지였을까 하는. 이 소설은 1964년 한국의 <인민혁명당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박정희 독재정권이 ‘국가전복을 꾀하는 인민혁명당’을 탄압한다는 미명하에 진행되었고, 그것이 조작된 것임이 폭로됨으로써 징역 및 사형당한 사람들의 억울한 누명을 벗고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합니다. 순애 이모의 남편은 그렇게 억울한 누명을 쓰고 징역생활을 했고 다행히 풀려났지만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많이 망가진 상태죠. 나라가 하는 작은 움직임에도, 개개인의 인생은 통째로 흔들리고 풍비박산이 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는 낯선 사건이지만, 그 상황을 이해하기에는 그다지 어렵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타인의 아픔을 어디까지 지탱해줄 수 있을까? “엄마는 살얼음판을 딛듯이 이모의 상처가 닿지 않은 마음들만을 디디려 했고 이모는 엄마가 이모를 조금이라도 가여워할까봐 애써 아픈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중략)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던 그런 태도가 서서히 그들의 사이를 멀게 했고, 함께 살았던 시간 동안 쌓아왔던 마음들도 더이상 그 관계를 지탱해주지 못했다.” 엄마에게 어릴 때부터 각별했던 순애언니, 그러나 결혼을 하고 남편이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어 감옥살이를 하게 되면서, 아무리 애써도 도와줄 수 없음을 알아차리면서 서서히 멀어지게 된,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그 죄책감과 애틋함을 늘 품고 살았던 엄마의 이야기입니다. 내가 엄마라면 어디까지 할 수 있었을까? 어디까지가 내가 함께할수 있는 한계였을까? 질문을 던져보면 부끄럽지만 저 정도도 할 수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는 슬프지 않았다. 그를 그렇게 망가뜨린 사람들에 대한 분노도 일지 않았다. 엄마는 그저, 그 집이 싫었다. 이모의 딸인 그 조그만 아이마저도 보고싶지 않았다. 그곳에서 벗어나서 깨끗하고 편안한 엄마의 집, 엄마의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고 싶었다. 깨끗한 양말을 신은 엄마의 아이를 보고 싶었다.” 그를 위해 분노하는 일도, 그의 편에 서는 일도 이제 힘들었을 엄마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항상 이런 건 아니라고. 나 항상 이렇게 사는 건 아니야.” 이모의 힘없는 변명과 그 이후로 이모와 관계를 끊은 엄마의 약함도 보입니다. 어쩌면 국가권력에 의해 힘없이 짓밟힌 사람들이, 결국엔 주변인들에게서도 서서히 멀어져 몰락하고 있는 모습을 그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해친 적보다, 나에게 등을 돌린 지인들이 늘 더 아프니까, 그 지인들의 无奈까지도 디테일하게 그려냈던 것 같습니다. 엄마는 이모의 용서를 받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순애언니는 엄마를 엄마 이상으로 이해하는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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