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독서클럽) 장강명을 읽다

D-29
"그럼 보통 사람들의 인생은 어떤 영화를 극장에서 처음으로 보는 거랑 비슷한건가? 여자가 다시 물었ㄲ다. 앞으로 어떤 장면이 나올지도 모르고, 속도를 조절할 수도 없고, 중간에 멈출 수도 없는? " 유튜브로 영상을 1.5나 2배속으로 보는 요즘에는 영화도 '순행'적인지 모르겠지만, 시간 예술은 음악뿐이라고 합니다. 정말 그런것 같기도 하고요. 전 독서에 집중하고자,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곡을 듣고 있어요. (뭔가 호흡이 빨라져서 집중이 되는건지 모르겠지만요) "책을 읽기는 읽는건데, 이런 식으로 읽는다고 생각해봐. 책을 읽기 전에 작두같은 걸로 제본된 부분을 잘라내는거야. 그러면 책이 종이 수백장으로 흩어지겠지? 그 종이를 화투 섞듯이 섞은 다음에, 아무렇게나 다시 제본을 해서 읽는 거야. 막 남녀 주인공이 책 시작할 때에는 서로 사귀는 것처럼 나오다가 갑자기 이야기가 뚝 끊기고..,.. 그렇게 책을 읽을때마다 매번 페이지를 뒤섞고 다시 제본을 해서 읽는거야.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순서로는 못 읽는건가? 맨 처음에도? 여자가 말했다.. '제대로 된 순서'라는 거 자체가 없어. 시작도 없고 끝도 없어. 사실 페이지는 늘 섞이고 있어. 책의 분량이 무한한건 아니지만, 그 책 안에서 언제나 새로운 독서를 할 수 있는거지" 장작가님의 글 속에 책과 시간이 종종 등장하는 것 같아요. 책과 인생. '그믐...'에서 이 페이지를 읽었을때, 좋다.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그믐에는 달과 지구 사이의 시공간 연속체가 뒤틀려. 내가 우주 알일 때에는 그 뒤틀림을 이용해서 지구에 왔어. 뒤틀린 시공간터널을 타고 내리는 달빛에는 이상한 힘이 생겨. 잘라진 걸 붙이고, 끊어진 걸 잇게 되지. 남자가 말했다. 그리고 고통을 멈추게 해줘. 그 빛을 보고 싶어? 남자가 물었다. 응. 여자가 말했다. 그러면 눈을 감아. 태양에서 온 광자가 남긴 자국을 망막에서 씻어내야 해. -- 재미있는 책이 아니었구나.
'장강명 작가와의 대화는 내게 조금 기묘한 인상을 줬는데, 그는 부드럽게 웃으며 부담스러울 정도로 깍듯한 존댓말을 써서 내가 대학원생 제자와 저녁식사를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지만, 최대한의 예의바른 겉모습과 달리 그 내용은 곱씹어볼수록 자신감이 넘치고 단호한 것이어서 약간은 거만해 보일 지경이었다. 어느 분야에 대해서라도 할말이 많고, 그 말들을 차분히 정리해놓았으며, 그것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고, 거기서 논쟁이 시작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거만함이어서, 그게 다 내게는 매력적으로 보였다. "
하루종일 빈둥거렸는데, 이 책을 다 읽은 것만으로 충분히 오늘 할일을 다 한 느낌. 이제 집에 가서 유튜브를 1.5배속으로 봐야겠다.
그믐을 읽고 책을 덮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이 책을 5년전에 읽었다면, 10년전에 읽었다면, 그 이전에 읽었으면 읽었을수록 난 이 책을 엄청 좋아했겠구나. 이 책에는 매우 드라마틱한 페이지가 있어요. 책장을 넘기기가 두려운 페이지가 있어요. 이 책장을 넘기면, 심장이 뚝 떨어질 것 같은 그런 지점을 책에서 만나는 경험은 조금 신기했습니다. 책에서 시점과 공간을 느끼다니요. 그믐이라는 책은 '책'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준것 같아요. 그간의 책이라는 매체를 제가 너무 뻔하게 생각한 것 같아요. 범생이인줄 알았던 지루한 앞자리 아이를 나이트클럽에서 만난듯한 . 그것도 아이라인 세게 그린 애를.
그믐은 '이성'과 '감성' 두 측면 모두가 만족스럽다는 점에서 장작가님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중간 중간 문장들이 그 페이지에 있는 이유가 있어요. 그걸 읽으면서 짐작하고, 다 읽고 알아챈 독자는 스스로를 칭찬합니다. 그러나, 뇌가 안심하는 사이, 후려치는 한방이 있어요.
오 아직 살아있네요. 어제 좋았습니다.
스펙타클한 저녁이었습니다.
글타래 라는 기능은 이 안에서도 대화가 계속 이어지게 하네요. ㅎㅎㅎ 전 사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인생 자체를 좀 반성하게 되는 저녁이었습니다. ㅎㅎㅎ 브라운 필드님, 그믐,.... 꼭 보세요. 브라운필드님의 감성과 이성을 다 만족시켜줄겁니당
오늘이 이방 마지막날이네요. 그믐에서의 한달동안 저는 오랜만에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의미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책, 그 자체에 대해서 생각을 가장 많이 한 29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또 올해 책을 읽어야겠다고 결심도 했습니다만, 가능할까요? 어쨌거나 모두 그믐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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