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독서클럽) 장강명을 읽다

D-29
이번 장강명을 읽다 프로젝트에선 책을 두 번 읽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읽고도 잊어버릴 거면서 왜 읽는가. 공부는 때가 있다(아마 독사도)는 말은 중년의 망각 때문이었나. 한국이 싫어서도 다시 읽었어요. 내친김에. 대강의 얼개나 강력한 에피소드는 기억나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내용은 잊고 있었는데, 다시 읽으니 새록새록 그랬었지 떠오르고. 읽었던 책을 다시 완독할 때는 오묘한 감정이 이는구나를 느낍니다. 나는 이 책을 1독 했을 때 뭘 느꼈더라. 그땐 재밌게 읽었을텐데 왜 모조리 까먹지. 왜 두번째 읽어도 어떤 문장은 새롭고 어떤 부분은 아, 이거 읽었던 문장이야, 가 떠오르는지. 읽는 행위는 나에게 얼마나 흔적을 남긴 건지. 독서가 나를 조금 바꿨다는 느낌이 드는 건 마치 단기 기억만큼 일시적인 효용밖에 없는지 등등이요. ㅋ
그믐... 울 읽다보니 , ' 비유하자면 아주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 한번 읽은 책을 다시 읽는것과 비슷해. 이미 내용은 다 알고, 그걸 바꿀 수도 없어. 하지만 그렇다해도 매법 읽을 때마다 중요란 대목에서 새로운 감흥을 느낄 수 있잖아. 주인공이 나중에 행복해진다는걸 알아도 슬퍼질 수 있고, 사건의 진행 속도를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도 있지. 원하는 속도로 읽으면 되니까. 중간에 멈출수도 있고 어떤 페리지를 읽다가 다른 페이지로 건너뛸 수오 있고. 앞으로 돌아갈 수도 있어. 시간이란 게 책처럼 통째로 펼쳐져 있으니까. " - 순서 보람 개성
전 어제 읽던 산자들을 또 누군가에게 주고 전자책을 다시 샀어요.
전 어제 읽던 산자들을 또 누군가에게 주고 전자책을 다시 샀어요.
<산 자들>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은 안 읽었던 게 확실합니다! ㅎㅎ 역시 처음 읽는 책이 더 재미있는 법인가 봅니다. 연작 하나하나가 쉽게 쓰이지 않았다는 걸 팍팍 느끼게 하네요. 짧은 단편의 모음임에도 한 인물만의 시각으로 끌고 가지 않고 등장인물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든다는 게 정말 대단하네요. 50년 뒤에는 이 연작들이 던지는 질문에 대한 좀 더 나은 답이 나올 수 있을까요.
<산 자들>은 아직 절반도 못 읽었지만, 사실상 표제작에 해당하는 '공장 밖에서'에서 제가 뽑은 대표 문장. "정부는 이 회사가 파산해 본보기가 되는 게 국가 경제에 더 유리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사장과 위원장은 정확히 같은 처지에 있었다. 그들은 각자 비탈에서 굴러 내려온 바위를 지고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이었다." 장강명 특유의 균형감각이랄까.. 운동권 세대의 소설과 이후 세대의 소설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겠어요. 저는 장작가님 세대라 이쪽이 더 공감이 가네요.
주중에는 정말 책 한장 들출 여유도 없이 살았습니다. '주말에라도' 하고 금요일 저녁에 들어왔는데, 장작가님에 대한 '추앙'이 가득가득하네요. 앞서도 말씀 드렸듯, 전 '댓글부대' '표백' '한국이 싫어서' 같은 초기 소설 위주로 읽었고, 요즘 책은 '책, 그게 뭐라고' 하나 읽었는데용, 작가님께는 죄송하지만 전 초기작, 에세이보다 소설이 더 좋았습니다. 에세이는 뭐랄까, '준엄하게 혼나는' 느낌이어서, 솔직히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언젠가 대작을 쓰고 싶은 장작가님은 소설이 더 좋다는 얘기를 반기실 것 같은데요 ㅎㅎ 저는 반대로 '5년만에 신혼여행'하거 '책,이게뭐라고'를 가장 좋아하는데 (소설과 당선 같은 논픽션도 물론 다 좋았으나), 장작가님 소설보다 작가님 그리고 작가님의 생각을 좋아하나 봅니다 😅
'장강명을 읽다' 프로젝트 이전에도 평소 책 읽다가 맘에 들거나, 맘에 안 드는(?) 문장을 발견하면 적어 놓곤 했는데, 지난해 10월 '책, 그게 뭐라고'를 읽으며 제가 옮겨 적어놓은 문장은 이런 거였습니다. -신문사에 계속 다녔더라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었을까. 얼마 전에 만난 후배는 회사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유튜브 채널을 만들라고 독려한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점점 더 동영상 뉴스에 무게를 실으려는 모양이다. 글을 쓰고 싶어서 신문사에 들어온 젊은 기자들이 졸지에 유튜버가 되게 생겼다. -그 전에는 카드뉴스라는 게 유행했다. 짧은 문장을 적은 이미지 몇 장으로 구성한 새로운 방식의 기사다. 휴대폰으로 보기 편하고,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되기 쉬운 형태다. 나는 카드뉴스는 읽고 쓰는 인간보다는 말하고 듣는 인간을 향한 상품이라고 생각한다. -구식 기자인 나는 카드뉴스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어안이 벙벙했다. 기사 길이가 짧아서 정보가 왜곡된다는 비판조차 아깝지 않은가. 아무리 조회 수가 중요하다지만 대놓고 육하원칙조차 무시하는 이런 물건을, 큰 언론사들이 버젓이 만들어 뿌려도 되는 걸까. -그곳은 선동가와 음모론자의 놀이터이기도 하다. 자신들이 받은 감정과 욕망의 자극을 더 큰 자극으로 증폭하는 감수성 예민한 이들이 이곳에서 인플루언서라는 아주 정확한 이름으로 불리며 환영받는다. 의미를 묻고 논리를 따지는 사람들은 진지충이 되어 사라지고 인간 트렌지스터들이 대접받는다. (중략) 현대사회는 이런 식으로 동물화하는 것 같다. 장강명, <책, 이게 뭐라고>, p.39~42
위에 다른 분들이 '책, 그게 뭐라고'에서 인용해 놓으신 좋은 문장들도 많은데, 난 왜 이런 문장들을 옮겨적어놨을까, 돌이켜 봤습니다. 당시 상황이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제가 예전에 했던, 혹은 지금도 하고 있는, 혹은 앞으로도 할 일들에 대한 '뼈 때리는' 지적이 아팠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책, 그게 뭐라고'가 안 좋았습니다. 보시기에 따라서는 '자격지심'이라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제 바램은 장작가님이 '선동가와 음모론자의 놀이터' '동물화' 같은 표현보다는, 다른 작품에서 그러셨듯, 본인이 떠나오신 '친정'이 왜 그렇게 변했는지에 대해, 꼼꼼히 '취재'하셔서 겉에서 보이지 않는 '속 이야기'를 들려 주셨더라면 더 좋겠다, 그런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들 덕담과 팬심 나누시는데 난입해 고춧가루 뿌려서 죄송합니다. 그냥 건강한 '독서토론' 문화 창달을 위한 안티테제가 되기 위한...쿨럭
이런 균형 필요합니다.
여튼 그래서 (여기서부터 본론입니다) 저는 다시 소설 '산 자들'을 골랐습니다. 내일부터 열심히 읽어볼 생각입니다. 이번에는 삐딱선 안 타고, 기획 의도에 충실하게, '마음에 드는' 문장을 찾아 올리겠습니다.
여기, 포스팅을 수정하거나 지울 수가 없네요. 낙장불입! 이불킥 각이네요 T.T
전 술먹고 올린 글 제법 됩니다. ㅎㅎ
아마 애초에 작가님의 문제의식에 애초에 공감하는 내용들이 많고, 그걸 또 기가 막히게 정확히 담아내는 능력에 감탄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작가님 칼럼도 좋아하고. 전체적으로 '일독지수'가 높은 페이지가 잘 넘어가는 책을 쓰신다는 것도.
'산 자들' 달 읽었습니다. 백만년 만에 책읽으니 좋네요. 인상 깊게 남은 문장들과 잡념들. *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도장 공장 옥상에 걸렸다. 해고는 살인이었으므로 그들은 ‘죽은 자’들이었고, 해고자 명단에 오르지 않은 사람은 ‘산 자’가 되었다. p.90~91 ‘공장 밖에서’ → 많은 문학과 영화에서 산 자는 승리자로, 죽은 자의 피해자 혹은 희생자로 그려진다. 삶이 아무리 비참해도 죽는 것보다 낫다, 고 생각하니까. 그리하여 착하고 여린 이들은 죽어가고, 혼자 살아남은 자들은 스스로를 자책한다(살아남은 자의 슬픔), 가 ‘운동 소설’의 전통 서사 구조였다. 장강영의 소설은 다르다. ‘사람 사는 집’에는 승리자는 없다, 산 자와 죽은 자가 드잡이질을 한다. 둘 다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다. 죽은 자는 말할 것 없고 산 자조차도 지리밀렬하다. 자기파괴적이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구조화 된 삶. * 주영은 동굴에서 사는 물고기들을 상상했다. 빛이 없고 먹을 것이 모자란 좁은 공간에 오래 살면서 눈이 퇴화하고 피부도 투명해진 작고 불쾌한 생물들. 불필요한 기관은 모두 버리고 오직 생존만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존재들, 주영은 하중동 사거리와 구수동 사거리가 그런 동굴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 맑고 깜깜한 물속에 갇혀 있었다. p.137 ‘현수동 빵집 삼국지’ → 내 얘기인 줄. 생존을 위해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는 비효율적인 삶 * 무거운 것들이 무너지고 쏟아지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았다. p.189 ‘사람 사는 집’ → 무거운 것들이 무너지면 큰 소리가 난다. 가벼운 것들이 무너지면 작은 소리가 난다. 종종 가벼운 것들이 무너지는데 큰 소리가 날 때도 있다. 그 때가 제일 위험할 때다. 그 때가 제일 견디기 힘들다. * 음악의 가격이 10년 사이에 100배, 어쩌면 175만 배 싸진 것은 받아들이겠습니다. (중략) 저는 다른 게 이해가 안 갑니다. 음악이 그렇게 싸져서 모든 사람이 거의 공짜로 음악을 즐기게 됐는데 사람들이 음악으로부터 얻는 효용은 얼마나 늘어났나요?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그 10년 사이에 175만 배나 100배, 아니 열 배라도 더 행복해졌나요? 오히려 반대 아닌가요? 사람들은 이제 음악을 공기처럼, 심지어 어떤 때는 공해처럼 받아들입니다. p326~327. 모든 재화와 용역에 무제한 스트리밍으로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사물의 가치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다시 세울 수 있을 테니까, 그래야 할테니까. 공급량, 보완제, 대체제를 넘어서. 그러면 좋은 음악은, 다시 소중해질지도 몰라. p. 335 ‘음악의 가격’’ → 음악(꼭 음악이 아니어도 된다. 문학이나 저널리즘으로 대치해도 된다)이 ‘싸구려’가 된 게 노동가치가 아니라 교환가치에 의해 상품가격이 정해지는 자본주의 때문일까. 그렇다면 해법은 음악의 가치를 제고하는 방법은 음악이 소수를 대상으로, 소량 생산, 소량 소비 되던 자본주의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일까. 아닐거다. 오히려 자본주의 생산력(기술)이 극도로 발달해 모든 제화가 남아돌면, 그래서 교환가치가 0으로 수렴하면, 새로운 가치체계가 등장할 꺼고 그러면 다시 음악은 비로소 다시 소중해질, 꺼라고 말하는 건 희망일까 절망일까 * 공감 없는 이해는 자주 잔인해지고, 이해가 결여된 공감은 종종 공허해집니다. p. 379. '작가의 말' → 공감 없는 이해라도 이해만 해주면 좋겠다 싶을 때도 많다. 이해가 결여된 공감은 공감이 아니다. '공간한다'는 말일 뿐.
윗글 보고 저도 분발하기로 했습니다. 전 알바생 자르기를 보고 (아는 분들은 다 아는 ) 지난해 제 경험을 떠 올렸습니다.
저는 어제 표백을 오랜만에 다시 읽었습니다. 정말 문장을 옮기고 싶었는데 순식간에 읽어버렸네요(장강명 작가님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 느끼지 못했던 생각들이 너무 많아서...제가 이 책을 읽었었나하는 생각조차...
여러분들이 이번에 '독서'를 오랜만에 하시는듯. 저도 지하철에서 산자들을 읽으면서 출근하면서, 이게 왠일인가. 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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