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기자]김초엽 '지구 끝의 온실' 읽기 모임

D-29
안녕하세요. 독서를 좋아하는 언론인들이 모여 만든 독서모임 책방기자입니다. 김초엽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을 주제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SF 소설을 좋아하는 만큼 기대가 큰데요. 김초엽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으신 분도 부담 없이 들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유롭게 말해주세요.
'역시 김초엽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전작에 비해 완성도가 높아졌고 작가의 성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전 작품들에 이어 미래를 다루면서 인간 군상의 다양한 모습과 본질을 다루려 애썼습니다. 디스토피아 배경을 활용해 더 두드러지게 드러낸 점이 인상 깊습니다. 여성 위주로 인물과 서사를 꾸리고, 액자식 형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글의 개성과 몰입력을 살린 점도 독자로 하여금 책을 흥미롭게 만드는 지점입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설정은 SF의 특권이 아닐까란 생각도 드네요. 재난 상황을 풀어나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돔 안팎 각각의 마이웨이(?)가 모여 문제가 해결되는데, 문자 그대로 뜨뜻미지근한 엔딩이었습니다. 요즘 뜨뜻미지근한 태도가 대세 같기도 하더라고요.
‘식물을 심어 세상을 구한다’는 큰 얼개만 놓고 보면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는 사람’이 생각나는 소설이었습니다. 접근법은 많이 다르지만요. 두 작품을 비교해보며 읽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김초엽은 지구 끝의 온실을 통해서 과학소설로 문단을 어떻게 사로잡았는지를 여실히 증명했다. 책방기자에사도 일곱 개의 단편 SF소설을 묶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다뤘었다. 김초엽 작가의 소설 속 미래 모습을 보면 현재의 사회적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소설을 읽답면 여성, 장애인, 이주민, 비혼모를 비롯한 약자와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은 선명하고, 성과 위주의 시스템 속에서 비경제적인 가치는 배제되는 장면들을 마주하게 된다. 김초엽 작가의 책들은 첨단 과학기술로 인류가 도달한 세계는 정말로 더 살기 좋은 세상일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차별, 억압, 소외, 고통은 과학기술이 진보한다고 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냐고 말이다. 과학기술이 더 좋은 세상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과학기술 발전의 귀결이 유토피아인지, 디스토피아인지를 이분법적으로 묻기보다는.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지구 끝의 온실'은 구체적으로 상상해서 내놓은 책이자 답변이지 않나 싶다. 400p에 달하는 장편 소설 안에는 미래 다가올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세상을 그려내고 있다. 그 속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마주하고, 여러 갈림길에서 선택하고 결정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자신에 투영하게 된다.
1) 과학기술은 가치중립적이라지만, 김초엽 작가의 과학에 대한 태도는 ‘중립과 긍정 사이’ 어디쯤인 것 같습니다. 과학‧기술자들의 실수로 더스트라는 재난상황이 발생했지만, 돔 밖 소수자들 역시 유전공학이 지식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까요. 드론을 통해 침입자들과 죽고 죽이는 싸움을 펼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2) 반면 대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는 중립에 가까운 태도가 나타났습니다. ‘딥 프리징’에서 웜홀 항법‘으로 우주 항법 기술이 발전했지만, 도리어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기술 개발이 더욱 많은 사람들을 우주 속에 흩뿌려놓으면서 단절시키는 부작용도 발생시켰죠. 작품 속 노인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지적하는데, 앞선 문제의식을 잘 상징하는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에 대한 낙관에 한계선을 그어버렸으니까요. 3) 말씀대로 책을 읽다보면 유독 몰입되는 인물이 생기기 마련인 것 같아요. 원북씨는 ‘지구 끝의 온실’에서 어떤 인물에 자신을 투영했나요?
김초엽 작가님의 첫 장편 소설인만큼 기대감을 갖고 읽고 있습니다. 아직 많이 읽지 못했지만 점점 작가님의 상상력에 빠져들게 되는거 같아요. 특히 식물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게 흥미롭습니다. 얼릉 완독해야겠어요
넵 호옹이님 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중간중간 후기 들려주세요!
“돔 안의 사람들은 결코 인류를 위해 일하지 않을 거야. 타인의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지켜보는 게 가능했던 사람들만이 돔에 들어갈 수 있었으니까. 인류에게는 불행하게도, 오직 그런 이들이 최후의 인간으로 남았지. 우린 정해진 멸종의 길을 걷고 있어. 설령 돔 안의 사람들이 끝까지 살아남더라도, 그런 인류가 만들 세계라곤 보지 않아도 뻔하지. 오래가진 못할 거야.” -알라딘 eBook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중에서
“나는 이곳에 오기 전에 많은 대안 공동체들을 봤어. 모두 같은 패턴이었지. 처음에는 거창한 기치를 걸고 모여. 유토피아 공동체를 표방하거나, 종교를 중심에 두기도 하고, 사냥꾼들이 모인 집단일 때도 있고, 그도 아니면 평화로운 생존을 바라는 사람들이 모이기도 해. 모두 돔 시티 안에서는 답을 찾지 못해서, 돔 시티 밖에서 대안을 꿈꾸는 거야. 하지만 그게 뭐가 됐든 결국 무너져. 돔 밖에는 대안이 없지. 그렇다고 돔 안에는 대안이 있을까? 그것도 아니야. 나오미 네 말대로 돔 안은 더 끔찍해. 다들 살겠다고 돔을 봉쇄하고, 한줌 자원을 놓고 다른 사람들을 학살하지. 그럼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알라딘 eBook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중에서
“돔을 없애는 거야. 그냥 모두가 밖에서 살아가게 하는 거지. 불완전한 채로. 그럼 그게 진짜 대안인가? 물론 그렇지는 않겠지. 똑같은 문제가 다시 생길 거야.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어. 뭔가를 해야 해. 현상 유지란 없어. 예정된 종말뿐이지. 말도 안 되는 일을 계속해서 벌이는 것 자체가 우리를 그나마 나은 곳으로 이동시키는 거야.” -알라딘 eBook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중에서
돔시티와 대안공동체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 가져와봤습니다. 지수는 대안공동체는 대안(?)이 될 수 없다며 돔을 없애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상적인 점은 작품에서 끝까지 돔 안팎의 직접적인 연대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서로 각자의 영역에서 더스트를 감소시키려 노력하잖아요. 결과적으로 양자의 노력이 맞물려 더스트 시대도 종식되고요. 세계에 대한 작가의 애증이 느껴집니다. 위선적이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다만 위선이 꼭 나쁘지만도 않죠. 책에서 각자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이 있을까요? 자유롭게 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수하테 감정 이입을 많이 한 거 같아요. 마을 공동체의 끝을 알면서도 그곳을 지키고자 했던 모습이 저와 비슷하다고 느꼈거든요. 마치 인간이 어차피 죽을 거지만,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저는 최근에 기후 이슈에 관심이 많은데 이 책에서 ‘더트폴’이라는 재난과 겹쳐 보여 더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 정말 그런 재난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네 기후 문제가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미세먼지 문제도 남일같지 않고요. 정말 책 속 상황까지 간다면 끔찍할 것 같습니다.
'모스바나의 모순은 그 자신의 경쟁력을 만드는 더스트라는 환경 자체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식물이었다는데 있습니다.' '모스바나는 공존과 유전적 다양성을 습득하고 더스트 시대의 흔적을 자신에게 지우는 것으로 살아남았지요.' 저는 이부분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자연과 인공적인 측면을 가진 모스바나는 마치 인간과 닮은거 같아요.
네, 어떤 점에서는 작품 속 인물들보다 모스바나가 더 인간적인 것 같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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