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문학도서관님의 대화: 📢(2주차)⭐첫번째 질문입니다.
표제작이기도 한 세번째 단편 <혼모노>에 등장하는 주인공 "문수"는 신을 받은지 벌써 삼십년이되어가는 무당입니다. 이야기는 그의 신당 바로 앞에 신애기가 이사오면서 시작됩니다. 주인공 문수는 신빨이 점점 떨어져가고, 신애기에게 자신에게 붙어있던 신령이 옮겨갔음을 인지하게됩니다. 우리는 작품을 읽으면서 "혼모노"와 "니시모노" 즉 진짜와 가짜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여러분은 신애기와 문수 중 "혼모노" 진짜가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관련 발췌]
✍️ 신애기가 조소했다. 신빨이 다했다더니 진짠가보네. 할멈이 나한테 온 줄도 모르고. 그애는 살기 어리느 눈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하기야 존나 흉내만 내는 놈이 뭘 알겠냐만.(p.120)
✍️ 야, 저 칼 모형이다. 그러게. 꼭 진짜 같다. 봐, 이런 거 다 짜고 치는 거야. 그럴때 찍지 말라며 윽박지르는 것은 '가짜'들이나 하는 짓이었다. 나는 기세등등하게 렌즈를 노려본 뒤 잘 벼려진 칼날로 왼빱을 스윽-그었다. 내가 진짜 무당이라는 것을 명백히 증명해 보이려. 내게 신이 들어왔다는 것을 알리려.(p.125)
✍️ 삼십년 박수 인생에 이런 순간이 있었던가. 누구를 위해 살을 풀고 명을 비는 것은 이제 중요치 않다. 명예도 젊음도, 시기도, 반목도, 진짜와 가짜까지도. 가벼워지낟. 모든 것에서 놓여나듯. 이제야 진짜 가짜가 된 듯. 장삼이 붉게 젖어든다. 무령을 흔든다. 잘랑거리는 무령소리가 사방으로 퍼진다. 가볍고도 묵직하게.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작두에서 내려오지 않던 신애기가 아연실색하며 나가떨어진다. 그애는 주저앉아 휘둥그런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황보와 그의 가족도 기도를 멈추고 나를 올려본다. 할멈도 이 장관을 다 지켜보고 있겠지. 어떤가 이제 당신도 알겠는가. 하기야 존나 흉내만 내는 놈이 뭘 알겠냐만. 큭큭, 큭큭큭큭.(p.153-154)
📢(2주차)⭐두번째 질문입니다.
3번째 단편 <혼모노>는 일본어로서 "진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저자가 굳이 제목을 '일본어'인 "혼모노"로 차용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관련 발췌]
✍️ 그놈이 그러더라. 넌 이제 감이 다 죽은 것같다고. 자기가 정치판에서 굴러먹은 게 몇년인데 니세모노 하나 구별 못하겠냐고.니세모노. 그 단어에 퍼뜩 감이 온다. 할멈이 자주 쓰는 말. 저거 분명 할멈이다.(p.143-144)
어떤가 이제 당신도 알겠는가. 하기야 존나 흉내만 내는 놈이 뭘 알겠냐만. 큭큭, 큭큭큭큭.(p.153-154)
📢(3주차)⭐세번째 질문입니다.
네 번째 단편 <구의 집:갈월동 98번지>에서 주인공 건축가 여재화는 갈월동 98번지에 불온세력을 가두고 고문하는 시설을 지어야하는 국가기밀사업에 참여하게됩니다. 여재화는 의뢰를 수락했지만 쉽사리 어떤 방향으로 설계를 해야할지 감을 잡지 못합니다. 그러던중 불온세력이 아니며, 뒷배가 든든하지 않는 이유로 조수로 발탁된 제자 구보승이 설계를 수정하게됩니다. 구보승이 설계를 보고 여재화는 끔찍하다며 구보승을 질책합니다. 이에 구보승은 억울해하며 "인간을 위해 이 공간을 설계했다."말하는데요. 여러분은 구보승이 생각하는 "인간을 위한 공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관련 발췌]
✍️ 자네는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나? ......발상과 사고 아닙니까. 그래, 내가 가르친 건 그랬지. 하지만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간이야. 우리가 설계한 공간에서 생활할 사람들이지. 자네는 그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아. 채광과 통풍에 신경 쓰고, 개구부는 물론 차양까지 배치하는 세심함에서 나는 자네의 가능성을 봤다네. 거짓이라곤 할 수 없으나 그렇다고 진심이 담긴 말도 아니었다.(p.169)
✍️ 희망이 인간을 잠식시미는 가장 위험한 고문 이라는 걸 선생님은 알고 계셨던 거죠?
(중략) 조사자들이 탈출할 수 없도록 일정한 모양과 간격으로 배열한 출입문, 바깐에서 안을 감시할 수 있도록 특이하게 설치한 외시경, 공포를 유발하는 급경사의 나선형 철제 계단 그리고 단 싶분만 빛이 들어오도록 치밀하게 계산해 설계한 수직 창. 여재화는 설계도를 책상에 내려두고 냉엄히 선을 그었다. 난 이런 끔찍한 생각 한 적 없다네. 여재화의 말에 구보승의 얼굴에서 화색이 가셨다.(중략) 선생님이 그러지 않으셨습니까?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간이라고요. 저는 그말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철저히 인간을 위해 이 공간을 설계했습니다. 다 선생님께 배운 건데......(쭝략) 아니야. 여긴 인간을 위한 공간이 아니야. 난...그런걸 가르친 적 없어. (p.192-193)
✍️자네는 아직도 그곳이 인간을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하나? (중략) 인간을 위한 공간. 설계할 때만 해도 확신했으나 막상 도면이 완성되고 시공에 들어가자 모든 확신이 모호해졌다. 자신이 치밀하게 설계한 것들이 무얼 위함이었는지 자신조차도 알 수 없어졌다. 허나 오기 때문인지 객기 때문인지 구보승은 여재화 앞에서 끝내 단언하고 말았다.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인간을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3주차)⭐네번째 질문입니다.
"구의 집"이란 말은 여재화가 붙인 별칭으로 소설속에 서술됩니다. 노인이된 구보승은 구의집의 '구'가 무슨 뜻인지 그저 추측을 할 뿐인데요. 소설의 언급된 3가지 뜻 중 여러분은 여재화가 의미한 "구"가 무엇일것이라 생각하시나요?
[관련 발췌]
✍️어떤 이들은 이곳을 경동수련원이 아닌 구의 집으로 부른다.(중략) 건축가의 성을 따 그 건물을 '구'의 집이라 부른다는 것도 속설 중 하나다. 이 건물이 어떻게 구의 집으로 불리게 되었는지 남자는 알지 못한다. 건물의 이름은 그의 스승인 여재화가 붙였다.(p.199)
✍️ 구의 집의 '구'가 두려워할 구인지, 구원의 구인지, 혹은 그저 자신의 성을 딴 것인지 남자는 알지 못한다. 스승은 이십년 전 별세했고, 죽기 전에 따로 만나지 못해 그뜻을 물어볼 수도 없었다.(p.201)
첫번째, 두번째 질문에 대한 생각 - 어째서 '혼모노'이고 누가 혼모노인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혼모노를 규정하는 건 지독함이라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가짜지만 혼모노입니다.
읽기 너무 괴로운 소설이었습니다.. 신령은 측은지심도 없는 걸까요? 인간의 길흉을 안다는 건 인간적인 감정도 잘 알고 있단 것일 터인데 어쩜 언질도 없이 자신을 지극정성으로 모신 주인공 곁을 홀연히 떠날 수 있는 걸까요? 그것도 너무도 가까운 곳으로요. 적어도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 당하는 일은 없도록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읽는 내내 할멈이 너무 미웠습니다.
주인공도 답답했어요. 할멈이 떠났으면 그저 지금까지의 인연에 감사하고 제 갈 길 갈 것이지 꼭 같은 일을 계속 해야 하는 걸까요? 이제는 평생직장의 시대도 아닌데. 그토록 영험하다는 할멈과 함께하는 동안 경제적 자유를 조금이라도 일궈놓을 수는 없었을까요.. 정말 안타까우면서 속을 태우는 주인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