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사/책증정] 내 머릿속 시한폭탄《그래서 지금 기분은 어때요?》 편집자와 함께 읽기

D-29
1. 저는 올해 신년 계획으로 보통날 속에서 제가 행복한 순간이 언제인지 파악하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책을 읽다 보니 제가 ‘자기돌봄’이 언제인지 구체화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저에게 그런 자기돌봄 수단이 되게 많을 줄 알았는데 처음 이걸 적기 시작한 날 아무것도 적지 못하고 일기장을 덮었던 기억이 나네요. 2. 20대 중반 때 제가 운전하던 차가 덤프트럭에 치이는 사고가 났었어요. 폐차 수준이었지만 기적적으로 크게 다친 곳 없이 살았어요. 운전에 대한 트라우마도 없다고 느껴서 이내 운전을 다시 시작했는데 도로에서 큰 트럭을 마주할 때면 ‘운전불안’이 올라왔어요. 조수석에 타도 마찬가지고요. 심할 땐 차로를 변경하거나 갓길에 잠시 정차한 적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네 불안이 더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어’라는 말을 머릿속으로 반복하기 시작했고, 점차 나아지고 있는 중입니다. 3. (너무 많지만 하나만 꼽자면요, p.361) 제 좌우명은 이겁니다. “내가 두려워하는 나쁜 일은 거의 확실히 일어나지 않을 테지만, 만약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 일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4. 늘 내면 비평가에게 시달려 왔어요. 여러 이벤트들을 계기로 심리 상담을 시작한 다음에 연습하려 한 건 비평가 이외에 다른 내면의 목소리들에도 귀 기울이려는 노력이에요. 솔직히 아직 비평가의 목소리만큼 뚜렷하게 들리진 않아요. 그렇지만 꽤 긴 시간 상담을 진행하면서,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내면의 소리를 글로 적어볼 만큼 주의 깊게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5. 저의 성격이 대프니의 성향과 비슷하다고 느껴져요. 성공하고 멋져 보이는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제 모습과 실제 저와의 괴리감이 크고 이 점 때문에 힘들어요. 단상 또는 무대에서 내려올 때도 있고 그 이면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하는데 잘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그래서 지금의 제 모습이 지금껏 단상 위의 모습과 많이 달라서 더 좌절감이 들고 불안감도 다시 올라오는 것 같아요. 6. 뜬금없지만 불안감이 높아지면 우주 등 과학 관련 도서를 찾곤 했어요. 어릴 때 과학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아예 생각을 다른 곳으로 전환할 수 있고 제가 가진 불안과 전혀 연관되지 않을만한 주제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엔 불안이 너무 높을 때 평소 좋아하던 에세이나 시를 읽으면 감정적으로 힘들어지고, 업무 관련 도서를 읽으면 자책과 자괴감에 빠지기 십상이더라구요. 생각이 다른 데로 가지 않도록 묶어버리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정원에님 안녕하세요? 긴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멋진 연습을 하고 계시네요. 그런 연습이 자기돌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젠 좀 적기 수월해지셨나요? 저는 문득문득 행복하다는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정말 '문득'에 지나지 않거든요. 이런 기분을 기록해두면 정말 그런 감정이 오래 지속될 것 같습니다. 저도 한번 해봐야겠어요. 좋은 팀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폐차 수준으로 덤프트럭에 치이셨다니, 정말 아찔하셨을 것 같아요. 그래도 크게 다친 곳이 없으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런 상황을 겪고 나면 운전 불안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제 주위에도 큰 교통사고를 당하시고 운전을 못 하는 분이 계세요(그분은 6개월간 입원하셨어요). 그럼에도 마인드콘트롤을 하시며 점차 극복하고 계시다니 박수를 쳐드리고 싶네요. 그래도 너무 불안하실 때는 아무리 바쁘시더라도 쉬었다가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도 내면의 비평가의 목소리에 시달릴 때가 있어요. 특히 당일 좀 심적으로 괴로운 사건을 겪으면, 그날 하루를 마무리할 때 쉬지 않고 들리기도 하고요. 그 목소리를 잠재우려고 애써 노력하기도 하는데, 어느새 또 제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기도 하고요. 정원에님 말씀을 읽으니, 그 목소리를 잠재우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다른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연습이 더 지혜로울 거 같아요. 좋은 팁을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회적인 정원에님 모습도 정원에님의 또 다른 모습으로 받아주시면 어떨까 감히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러면 마음이 좀 편해지지 않을까 해서요. 저도 회사에서의 모습과 집 안에서 혼자 있을 때의 모습, 친구들과 있을 때의 모습 간에 온도 차가 있는데, 그런 게 다 제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정원에님 상황을 잘 모르고, 분수에 맞지 않는 말씀을 드린 걸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무시해주세요~
맞아요. 그렇게 생각해야 하는데 아직은 잘 안되네요. 지금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원래 사회생활을 하던 모습을 잣대로 지금 백수인 제 모습을 너무 내리깎고 있어요. 직업이 없어도 '나'라는 사람은 그대로인데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괴로워요. 어느 상황이던 어떤 모습이던지 저라는 사실은 변함없는데 말이에요.
정원에님, 안녕하세요? 지금 재취업을 준비하고 계시다면 더욱 그러실 것 같아요. 한때 쉬면서 재취업을 알아보던 저 또한 그러했고, 한때 재취업을 준비했던 주변 사람들도 하나같이 했던 말이 자존감이 낮아진다는 거였어요. 하지만 정원에님도 반드시 재취업에 성공하시라는 거 아시잖아요. 이건 분명한 사실이에요.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고, 재취업하시면 지금과 같은 시간은 다시 오기 힘들 테니, 좀 더 여유와 자기 관대를 가져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정원에님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맞아요. 불안할 때는 다른 곳으로 신경을 돌리는 게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저도 처음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뒤에 의사 선생님이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는 일을 해보라고 했어요. 그러다가 찾은 게 모바일 게임이었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3년 넘게 하고 있어요. 아직도...). 그런데 정원에님은 그럴 때 과학 관련 도서를 읽으신다니, 편집자로서 부끄러워지는데요ㅎㅎ
4. 실패할 때는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는 것이 힘들긴 합니다. 메일이나 메세지 주고받을 때도, 연락이 늦으면 '내가 뭘 잘못 썼나보다'고, 상대가 경멸하는 모습부터 상상하게 되네요. 부정적 생각들이 조건반사처럼 튀어나오는 건 어쩌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똑같은 일이 생겼을 때도 이렇게 생각할 것인가' 자문해보고, 피곤해질 때까지 한없이 공책에 생각을 써보기도 하면서 조금씩 진정 속도는 빨라지는 중입니다. 5.  남들 앞에서 좋게 보일 수 있는 페르소나를 만들고 싶었지만, 원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더군요. 무리하게 오랫동안 연기하면 대프니처럼 괴로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상황에 맞게 감정이나 태도를 조절하는 건 대단한 사회적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이 결여되다보니, 외적으로 보이고 싶은 자신의 모습과 스스로의 차이를 인식할 때마다 실망과 부끄러움이 밀려옵니다. 어쨌든 초라한 것이 죄는 아니라고, 합리화같은 주문을 외며 지냅니다만... 6. 읽어보신 분들이 계실 것 같지만, '살짝 미친 것 같아도 어때' 추천해봅니다. 개인적으로 불안을 대하는 유머감각에 대해 처음으로 길게 생각해보게 한 책이라 기억에 많이 남았거든요. 마음이 침몰 중일 때는 '이 상황에 웃을 여유가 어디 있나' 생각하게 되지만, 읽고 생각해보니 유머야말로 미친 상황 속 정신의 구명보트라고, 뭔가 작은 것이 속에서 톡 터지더군요. 개그는 지금도 못칩니다만, 가끔이라도 '에이 이까이꺼!' 하고 넘길 수 있는 밑바탕이 생겼으니 로슨 씨에게 감사하고 삽니다. 3주 동안 모임 속 말씀들과 더불어 책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합니다. 열이 올라서 너무 혼자 길게 떠드나 부끄럽기도 하고...모든 분들, 불안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주말 되시기를 바랍니다.
살짝 미친 것 같아도 어때?이렇게 솔직하고 웃긴 우울증 환자는 처음이야! 불편하지만 솔직하고, 불안하지만 통쾌한 글로 블로그 스타가 된 제니 로슨의 일상을 기록한 이 책은 그녀의 첫 번째 책에 이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꼬모 피곤해질때까지 글을 쓰신다는 게 너무 인상적이에요. 저는 뭔가를 피곤해질때까지 해 보자, 했던 경험이 없는 것 같아요. 추천해 주신 책 저도 찾아보고 싶어졌어요. 유머는 진짜 너무 제게는 약한 기능이라서요 ㅎㅎ
말씀 감사합니다. 상대방이 종이니까 실수할 걱정 없이 있는 소리 다 쓰고 버리면 되고, 손이 뻐근해지면 주무르고 어쩌고 하느라 잠깐이라도 울적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점이 저에게는 효과가 있어서...하지만 '나의 마음'에 와닿는 방식은 천차만별이고, 피로한 방식이기도 해서 어디 추천하기는 참 그렇습니다;; 유머 코드도 취향 차이가 크지만, 그래도 로슨 씨의 글이 장안나님께 좀 웃음을 드릴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네요.
꼬모님, 주말은 잘 보내셨나요? 제 주변을 돌아보면 남에게 관대하고 스스로에게 엄격한 사람들이 대개 좋은 사람들이더라고요. 물론 남에게 관대한 만큼 스스로에게도 관대해지면 더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의 경우는 제가 콤플렉스를 가진 부분을 남들에게 보였을 때, 그럴 때 제 자신에게 가혹하게 대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현재는 많이 극복하긴 했지만 완전히 자유롭지 않긴 합니다. 그리고 꼬모님이 글을 잘 쓰시는 게 '피곤해질 때까지 한없이 공책에 생각을 써보'는 습관 때문이었군요. 말씀을 읽으며 생각나는 책이 하나 있었습니다. 김성수 선생님의 <글쓰기 명상>이라는 책인데요. 여기 글쓰기에는 다섯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자신의 글을 절대 타인에게 보여주지 말 것, 둘째, 손가락 끝에서 두서없이 나온 글을 최고로 여길 것, 셋째, 띄어쓰기, 맞춤법, 비속어 등에 구애받지 않을 것, 넷째, 다 쓰고 난 글을 즉각 찢어버리거나 소각할 것 등입니다. 여유되시면 한번 읽어보세요.
글쓰기 명상 - 알아차림과 치유의 글쓰기어느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오직 나를 위한 글쓰기 34가지 내면에 갇혀 있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치유의 글쓰기.
저의 경우는 페르소나를 꽤 가지고 있는데요ㅎㅎ 페르소나 간의 간극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해왔던 것 같아요. 가족에게 보이는 나, 직장동료에게 보이는 나, 친구들에게 보이는 나, 저자 선생님에게 보이는 나, 여기에서도 세세하게 들어가면 또 사람마다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제가 가장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가족이나 직장동료, 친구들에게도 비슷하게 대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물론 생각처럼 쉽진 않지만ㅎㅎ.
아 그리고 책을 소개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거기다 김영사 책이네요ㅎㅎ <살짝 미친 것 같아도 어때?> 저도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 책을 꼭 읽어봐야겠어요. 그리고 늘 글을 길게 남겨주셔서 감사하고 있어요. 그리고 말씀을 읽으며 많은 생각과 성찰을 하게 되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감사합니다. 이번 모임은 책 내용도 그렇지만 편집자님의 가이드에도 많은 위안을 얻어서 예상하지 못한 온기를 선사받네요. 글쓰기 명상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가장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을 대하듯 모두를 대하려 노력한다는 말씀에 또 하나 배움을 얻고 갑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제가 더 감사합니다. 저 또한 많은 위안과 용기를 얻었어요. 또 많은 것을 배웠고요. 여기 계신 모든 분께 정말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내담자를 '좋아하려' 노력하는 것은 치료사의 직무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 모든 내담자를 판단의 영역을 벗어난 완전한 수용과 지지의 태도로 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칼 로저스는 이를 '무조건적인 긍정적 관심'이라 불렀다.
그래서 지금 기분은 어때요? - 불안장애를 겪은 심리치료사의 상담 일지 161, 조슈아 플레처 지음, 정지인 옮김
사회적 불안이란 다른 사람들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는 일을 두고 솟아나는 두려움과 걱정이다. ......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사회적 불안이 사교 상황 이전에 그 상황을 예상할 때, 또는 그 일이 한참 지난 뒤에 돌이켜 생각할 때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어떤 사교 행사를 예상하여 몇 주 동안이나 불안하게 지내기도 한다. 그 일이 일어나기도 전에 머릿속은 온갖 시나리오와 대사를 연기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기분은 어때요? - 불안장애를 겪은 심리치료사의 상담 일지 165, 조슈아 플레처 지음, 정지인 옮김
해리의 이야기가 너무 슬픕니다. 조시의 마음의 소리를 읽으며 어떤 힘들고 충격적이었던 순간에 내 마음에는 어떤 소리들이 오갔던 걸까 떠올려보려고 했는데...... 역시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저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크게 다치시면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아직 어렸던 저와 자매들에게는 아무도 그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거든요. 그냥 어느날 갑자기 아버지가 사라졌고, 또 어느날 갑자기 엄마가 사라졌고, 또 어느날 갑자기 언니와 나만 시골 할머니 집에서 눈칫밥을 먹게 된 그런... 아, 해리 이야기와는 상관이 없는데 뜬금없는 고백이 되었네요. 이것이 저의 유기불안의 최초 사건인 것 같아요.
장안나님 안녕하세요? 저도 해리의 이야기가 마음이 아팠습니다. 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특히 더 공감되었던 것 같아요. 아버님는 지금 괜찮으신가요? 그 당시 너무 혼란스러우셨을 것 같아요. 말씀을 읽다 보니, 6살 때 저도 부득이한 사정으로 가족들과 떨어져 한 달간 할머니 댁에서 산 적이 있었는데, 말 안 듣는다고 고모한테 회초리 맞았던 기억이 납니다. 어렸을 땐 가족의 품 만한 곳이 없는 것 같아요. 그때가 유기 불안의 최초 사건이라고 하시니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픕니다. 내밀한 이야기 공유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털어놓는 고백에서 치유가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들었습니다. 좀 더 나아지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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