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수를 세는 책 읽기- 7월〕 ‘잠시 작게 고백하는 사람’

D-29
누군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 누군가가 내게 무엇을 하느냐 아니냐도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뒤에서 나를 보고 있다는 감각, 누가 나를 보며 따라온다는 그 느낌이 나를 괴롭혔다.
잠시 작게 고백하는 사람 - 황인찬의 7월 p62~63, 황인찬 지음
골목은 시선의 긴장을 만들어낸다. 집과 벽의 늘어선 배치가 시선의 방향을 제한하고, 동시에 늘어선 집과 벽돌은 그 안의 골목을 응시한다. 골목에서는 시선이 응축되며 그 응축이 강렬한 압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아마 나는 그 압력을 두려워했던 것이리라. 그리고 성인이 되어 쓴 골목에 대한 시는 그 압력에 던져진 자신에 대한 시라고 생각한다.
잠시 작게 고백하는 사람 - 황인찬의 7월 p63, 황인찬 지음
그러나 애당초 내 생각이라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고, 이런 말은 아마 이승훈 시인의 어느 글에선가 읽은 것 같기도 한다.
잠시 작게 고백하는 사람 - 황인찬의 7월 p65, 황인찬 지음
평소에는 내 시를 전혀 떠올리지 않지만, 골목을 걷다보면 가끔은 시를 떠올리게 되고, 그 시와 관련된 이승훈 선생과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한 시선도 있는 것이다.
잠시 작게 고백하는 사람 - 황인찬의 7월 p66, 황인찬 지음
골목에는 개가 서 있고 골목을 떠올리면 어릴적 동네에서 알게된 누나와 같이 놀면서 행복했던 기억과 고양이들이 우는 소리를 들었을때 아기 울음소리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섬뜩했던 기억 그리고 초등학생이였을때 과자를 사러 가다가 중학생형들에게 돈을 뺏겼던 기억이 나네요. ㅠㅠ 여러분이 기억하는 골목은 어떤 모습인가요?
황인찬 시인은 자신이 시를 쓰는 이유가, 문학을 하는 이유가 수치심 때문이라고 고백하네요. 그리고 그 조차 또 다른 수치심을 만들어낸다고. 특별히 세월이 지날수록 수치스러웠던 기억이 회랑에 걸린 그림처럼 자꾸 생각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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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배꼽이 없는 세대라는 말을 하곤 한다. 다른 말로 선배나, 스승이 없는 세대라고 말하기도 한다. 누군가를 보고 닮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토록 크게만 느껴졌던 누군가에게 실망하고, 이제까지 믿어왔던 것을 뒤집어 엎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세대. 그래서 황인찬시인과 이승훈시인의 이야기가 왠지 부럽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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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현듯 개가 귀신을 본다는 말을 떠올린다. 개는 귀신을 보는 동물인데 지금은 나를 보고 있는 것이다.
잠시 작게 고백하는 사람 - 황인찬의 7월 p.63 (7월 8일의 에세이, 골목에는 개가 서 있고), 황인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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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a님의 대화: 7월 7일(시) '이름 이야기' 이름이라는것이 참 묘한것 같아요. 내가 그렇게 불리우기 원해서 택한것도 아닌데.. 그 이름을 누군가 부르면 고개를 돌려 귀를 쫑긋하게 되잖아요~^^ 닉네임은 조금 다르겠네요. 내가 불리우길 원하는 이름을 선택했으니까요.. 여러분의 닉네임은 어떻게 만들어진것인지? 스토리가 궁금해지네요.. 오늘은 소서라네요 그래서그런지..많이 더운날이네요. (소서; 하지와 대서 사이의 작은더위) 저는 색다른 기록을 해보고 싶어서 끄적여본 기록에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 들여다보고 있어요~^^
제 닉네임은 제 이름의 초성을 따서 만들었어요. 'ㅎㄱ'으로 이루어진 단어가 무어가 있을까, 하고 검색의 힘을 빌려 찾아보던 중에 '하금'이라는 단어를 보고 이거구나-싶어서 그대로 결정했네요. '하품'의 방언이라고해요. 책을 다 읽을 때 즈음이면 어김없이 졸려오는데, 이름 따라 가는건가- 싶기도하네요.
저에게도 골목은 긴장감으로 연결되네요. 개나 자전거가 갑자기 튀어나오기도 하고 시선이 닿지 않는 구석에 뭔가 예상치 않은 것이 있을 것 같은 8일의 에세이를 읽다보니 이것이 바로 불확실성이었군요. 아파트 단지와 다른 비정형성과 불확실성.. 그런데 요즘은 골목이 사라지다 보니 오랜만에 골목길을 걷다 보면 좀 다른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 뭐가 나올까 어떻게 뻗어질까 하는 궁금함과 호기심을 자아내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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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님의 대화: 제 닉네임은 제 이름의 초성을 따서 만들었어요. 'ㅎㄱ'으로 이루어진 단어가 무어가 있을까, 하고 검색의 힘을 빌려 찾아보던 중에 '하금'이라는 단어를 보고 이거구나-싶어서 그대로 결정했네요. '하품'의 방언이라고해요. 책을 다 읽을 때 즈음이면 어김없이 졸려오는데, 이름 따라 가는건가- 싶기도하네요.
하금 참 예쁜 이름이네요. 평화가 느껴져요.
선생님께 편지를 쓴 적이 있지요. 참 오래 되었습니다. 지금이야 카톡이며, 이메일이며, 기다릴 틈이 없이 곧바로 답장이 오는 메신저와 달리 편지는 보내고 받는 동안, 기다림이라는 설렘이 있었지요. 황인찬 시인이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를 읽으면서 어떤 편지를 쓰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선생님은 너무 멋있는 사람이었고, 그토록 멋있는 사람에게 나도 칭찬을 받고 싶다는 것이, 시를 열심히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동기였음을 고백하고 싶습니다.
잠시 작게 고백하는 사람 - 황인찬의 7월 p.70 (7월 9일의 에세이, 이수명 시인께), 황인찬 지음
결국 배움이란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식을 얻는 일이 아니라 자세가 닮아가는 일이 배움이겠지요.
잠시 작게 고백하는 사람 - 황인찬의 7월 p.71 (7월 9일의 에세이, 이수명 시인께), 황인찬 지음
선생님의 이전 작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세계에 대한 예민하고 정확한 감각으로부터 한발 더 나아가, 엄격하지만 자유롭고, 부드럽지만 날선 사물들이, 그 사물에 대한 감각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작게 고백하는 사람 - 황인찬의 7월 p.73 (7월 9일의 에세이, 이수명 시인께), 황인찬 지음
부디 건강하시기를, 그리고 자주 즐거우시기를 바랍니다.
잠시 작게 고백하는 사람 - 황인찬의 7월 p.75 (7월 9일의 에세이, 이수명 시인께), 황인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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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님의 문장 수집: "부디 건강하시기를, 그리고 자주 즐거우시기를 바랍니다."
이메일이나 편지를 끝맺는 말을 많이 고민하곤 하는데, 이 문장이 참 좋은 것 같아요. 다들 인사의 끝을 어떻게 맺으시는 편인가요? 저는 친구들의 생일이나 되어야 편지를 쓰는데, 그럴 때 꼭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하루가 되길 바라" 같은 문장을 써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하루의 요소를 다 담은, 나름 축복의 말인데.. 상대방에게 의사가 잘 전달 될지는 모르겠네요.
당시로서는 선생님의 말씀이 너무 어려워 제대로 이해한 내용은 거의 없었지만, 그 알 수 없는 이야기 가운데서도 문학에 대해 솔직하고 열렬한 모습을 보이던 그 순간이 아주 멋져 보였다는 것만은 분명히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멋진 모습에 동경하는 마음을 품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잠시 작게 고백하는 사람 - 황인찬의 7월 p69, 황인찬 지음
결국 배움이란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식을 얻는 일이 아니라 자세가 닮아가는 일이 배움이겠지요.
잠시 작게 고백하는 사람 - 황인찬의 7월 p71, 황인찬 지음
제가 가장 신작을 기다리는 시인은 선생님입니다. 매번 변화하고 나아가는 선생님의 시를 따라 읽으며 이 끊임없는 변화가 시인의 할일이고, 변함없이 이어지는 탐구에의 자세가 시인의 본분임을 배웁니다.
잠시 작게 고백하는 사람 - 황인찬의 7월 p73, 황인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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