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클래식 2025] 7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D-29
고생하셨습니다!
근대적인 자본주의 정신, 좀 더 일반적으로는 근대적인 문화 전반의 본질적인 구성요소들 중의 하나는 직업을 소명으로 여기는 사상을 토대로 해서 인간의 삶을 합리적으로 조직하는 것이었고, 그런 식으로 조직된 생활양식은 기독교적인 금욕주의의 정신으로부터 출현했다는 것이 우리의 논의를 통해 증명하고자 한 것이었다.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 완역본 p.372, 막스 베버 지음, 박문재 옮김
수박과 직업 수박을 좋아하는 나는 요즘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한 통에 3만 원이라는 가격 때문이다. 이 정도로 비싸지면 이제 여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정말 좋아하는데, 에어컨 앞에 차가운 수박을 놓고 TV를 보는 것이 여름의 소소한 낙 중 하나였는데, 이제는 선뜻 구매하기 어려운 가격이 되어버렸다. 기후 위기로 인한 작황 부진, 물가 상승 등 값이 오르는 이유는 매년 비슷하다. 하지만 가격은 해마다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결심한다. ‘이러려고 돈 버는 거 아닌가. 돈 벌어서 뭐 하겠는가, 이럴 때 쓰는 거지.’ 저녁, 수박을 먹으며 뉴스를 본다. 쪽방촌이 있는 곳에서 30여 년간 무료 진료를 이어온 '요셉의원'이 화면에 잡혔다. 이곳은 주변 쪽방촌 주민들에게 무료로 진료하는 병원이다. 후원금으로 운영되며, 어렵고 힘든 이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의사들과 관계자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들은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며 소외된 이들을 보살피고 있었다. 사회에서 의사라는 직업은 고연봉과 안정성을 갖춘 선망의 대상이다. 그런 길을 택할 수도 있었을 이들이, 요셉의원에서는 대신 낮은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들에게 직업이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세상에 응답하는 방식이었다. 화면을 통해 본 그들의 모습은 단순한 봉사나 선의 이상이었다. 그들에게는 분명, 돈 이상의 이유가 있었다. 최근 읽고 있는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직업적 소명'은 핵심 주제다.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 신자들 사이에 퍼졌던 ‘예정설’은, 구원 여부를 삶의 윤리로 판단하려는 태도를 낳았다. 이는 근면, 절제, 검약 등의 가치와 결합해 자본주의 정신의 기초가 되었다. 베버는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을 넘어, 근면한 노동과 합리적인 계획, 그리고 절제된 삶이 어떻게 종교적 소명에서 직업적 소명으로 옮겨갔는지 설명한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근대적인 자본주의 정신, 좀 더 일반적으로는 근대적인 문화 전반의 본질적인 구성요소들 중의 하나는 직업을 소명으로 여기는 사상을 토대로 해서 인간의 삶을 합리적으로 조직하는 것이었고, 그런 식으로 조직된 생활양식은 기독교적인 금욕주의의 정신으로부터 출현했다는 것이 우리의 논의를 통해 증명하고자 한 것이었다. 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p.372 내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그 ‘소명’이다. 신에게 부여받았다고 여기는 어떤 임무처럼 삶을 받아들이는 그 의식. 요셉의원의 의료진에게는 분명한 직업적 소명이 있다. 환자를 돕는 일. 이런 직업적 소명이 모두에게 가능한 것일까, 아니면 특별한 이들만이 닿는 경지일까. 그런 물음이 스쳐갔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나는 일하면서 요셉의원 사람들처럼 목적의식을 느낀 적이 있었던가. 사실, 직업에 대해 깊이 고민한 기억도 없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흘러가는 대로 일하고, 어릴 적 큰 꿈을 품지도 못한 채 남들이 놓아둔 레일을 따라 살아왔다. 학교를 다니고, 취직을 하고, 직장에 다니면서도 나만의 철학은 어디에도 없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하는 삶. 결국 수박 한 통 사기 위해 일해온 건 아니었을까. 단순하게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곧 내가 일하는 이유이리라. 가끔 일에 회의가 들 때가 있다. 돈을 벌기 위해 긴 시간을 일하는 현실에 지치기도 한다. 수박 하나 앞에 앉아 얇아진 지갑을 보고 한숨이 나올 때, 단순히 돈을 버는 삶에서 벗어나는 길은 어쩌면 이 직업적 소명을 찾는 데 있지 않을까. 일의 의미를 잃어버릴수록 삶의 무게는 더 크게 다가온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돈보다 다른 무언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베버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수박을 들던 손이 잠시 멈춘다. TV에는 한 의사의 밝은 얼굴이 비친다. “환자들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 피곤함도 잊고 일하게 됩니다.” 그의 말은 뭔가 울림이 있다. 베버는 자본주의의 출발점을 개신교에서 찾았다. ‘왜 자본주의는 개신교 지역에서 먼저 발전했는가’라는 물음이 그의 시작이었다. 현대는 종교에서 멀어졌지만, 그가 밝히고자 한 자본주의 정신은 우리 삶 속에 남아 있다. 자본주의는 앞으로도 더욱 발전할 것이다. 사람은 그 안에서 계속 일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일하는 인간으로서 나는 책을 읽고 나서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한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을 떠나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티비에 등장한 의사는 그를 찾은 것 같은 미소로 보였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안녕하세요. 챌린저 여러분. 이 공간은 7월 29일(화) 까지만 글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글을 쓰는 것은 안 되고 읽는 것만 가능한 상태로 전환되니 참고해 주세요. 기한 내 완독에 성공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저의 축하를 전합니다. 아직 읽지 못하신 분들도 포기하지 마시고 꼭 이 달이 아니어도 좋으니 끝까지 읽어주세요. 7월에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8월로 계속 클래식 챌린지 이어가겠습니다.
지난 주말에 달려서 얼마 안 남았는데요. 오늘까지 완독은 힘들 것 같네요ㅠ 이번 주말까지 완독하고 8월 방에라도 완독 인증 글 남기겠습니다!
겨우 30퍼센트 읽었습니다. 읽기 어렵네요. ㅠㅠ 여러 선생님들께서 올려주신 문장들 보며 못 읽은 부분 때워 봅니다.
구원은 사람들이 자신의 선행으로 말미암은 공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이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주는 선물이었지만, 양심을 따라 살아가는 것은 하느님이 주는 선물인 구원을 받았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오직 양심을 따라 살아가는 자들만이 구원받은 자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선행"은 구원의 필수요건, 즉 구원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원인"(causa sine qua non)이었다.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 완역본 p291, 막스 베버 지음, 박문재 옮김
꾸역꾸역 읽어나갑니다.. 종교인이 아니라서 더더욱 이해가 어렵지만.. 한 줄 이라도 남겨보려 애를 써 봅니다.
같이 힘내보아요. 저는 오히려 종교인이 아니라서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책 자체가 재밌단 얘기는 아닙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7월 책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모임의 마지막 문을 닫습니다. 함께 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 우리는 8월이 되면 8월의 클래식 <순수의 시대>에서 만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순수의 시대모던 컬렉션 시리즈 8권. 이디스 워튼 소설. 187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상류층의 억압된 구조와 위선, 허위의식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세 남녀의 어긋난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탁월한 심리 묘사와 우아한 풍자, 명료한 문체로 여성에게 특히 가혹했던 한 시대의 단면을 정교하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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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함이 일상이 되는 순간, 모험은 비로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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