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번에 진행되고 있는 그믐밤을 통해『스테이션 일레븐』이라는 책이 떠올랐어요. 이 책은 캐나다 작가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이 2014년에 발표한 장편 소설로, 문명의 종말 이후에도 예술과 인간성은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묻는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토론토의 극장에서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을 공연하던 중, 유명 배우 아서 리앤더가 무대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장면이에요. 동시에 ‘조지아 독감’이라는 치명적인 전염병이 전 세계로 퍼지며 인류의 99%가 사망하고, 문명은 붕괴합니다.
20년 후, 살아남은 사람들 중 일부는 셰익스피어 희곡을 공연하는 유랑극단을 결성해 북미 대륙을 떠돌며 예술을 이어가는데요. 디스토피아 속에서도 삶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려는 시도가 참으로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

스테이션 일레븐2015년 미국은 이 하나의 소설로 인해 떠들썩했다. 존재하는 거의 모든 언론이 리뷰를 쏟아냈고 전미도서상, 아서 C. 클라크 상, 앤드류 카네기 메달 등 미국 최고의 문학상들이 앞다퉈 이 소설을 후보로 지명했다. 디스토피아적 시대를 위한 가장 상냥한 묵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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