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도 AI로 작성하고 레포트도, 자기소개서도 작성하는 경우가 많아서 걸러내는 프로그램을 쓴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어디까지가 활용이고 어디까지가 남용일까요? 교육의 방향과 규칙 얘기가 나오니 문득 생각났어요. 이걸 정하는 것도 참 어려울 것 같습니다.
[도서 증정] <먼저 온 미래>(장강명)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D-29
만렙토끼

킨토
어제 오늘 재밌게 읽다보니 4장까지 읽게 됐습니다.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은데 흥미롭게 빠져듭니다.
책의 첫인상을 설명하자면, 제가 그동안 마주하지 않고 덮어두고 싶었던 주제를 강제로 대면하는 느낌입니다. 읽으면 읽을 수록 무의식 중에 쌓였던 인공지능에 대한 위협감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AI 바둑을 접하면서 바둑 기사들이 느꼈을 좌절, 허무, 패배감이 느껴집니다. 제가 겪은 일이 아닌데도 그게 뭔지 알것 같다고 하면 오만일까요.
[p.21] “저는 바둑을 예술로 배웠는데 인공지능이 나오면서 사실 이게 예술이라고 말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일종의 게임이 된 거 같다. 그런 점이 굉장히 아쉽다.”
이세돌 9단이 은퇴를 앞두고 인터뷰에서 했다는 말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인간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기술이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세돌 9단의 인터뷰 내용도 같은 맥락이겠죠. 뒤쪽 챕터에 가면 바둑 기사들이 인공지능 때문에 ‘긍지’를 잃었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정말 그랬을 것 같습니다. 내가 속한 분야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조금 두렵기도 합니다.
만렙토끼
아, 저도 게임이 된 것 같다는 문장을 보며 바둑에 관해서 자주 철학과 예술, 특히 체스보다 바둑이 어떠어떠하다. 하는 자랑스러워보이던 문장들이 있던데 그렇게 생각하던 긍지가 AI를 통해 초반 수를 외워두는 지경이 되었으니 기존 프로기사분들이 느꼈을 상실감이 어땠 을지... 안타까웠습니다. AI가 두는 바둑은 묻지마 삼삼처럼 모양이나 스토리 등 예술성이 사라졌으니까요.

킨토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보고 무엇을 느꼈던가 떠올려봅니다. 2016년 당시에는 당장 나와는 상관 없는 하나의 ‘이벤트’로 치부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 IBM이 개발한 왓슨이라는 인공지능을 다룬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왓슨은 2011년에 미국 퀴즈 프로그램인 ‘제퍼디’에서 승리를 거둔 인공지능 시스템입니다.
저는 2010년대 중반에 책을 읽었는데, 당시에 책을 읽으면서 ‘내가 모르는 곳에서 발전이 일어나고 있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동시에 왓슨이 우리가 상상하는 인공지능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느끼기도 했어요. 대단한 성취이지만 위협으로 와닿지 않았죠. 위협을 상상하기 어려웠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네요.

킨토
저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보면서도 비슷하게 흘러가리라 예상했던 것 같습니다. 당장 근시일 내에 내 삶에 큰 변화가 일어나리라고 예측하기는 힘들었어요. 바둑을 잘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저한테는 컴퓨터가 인간한테 바둑을 이기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과제처럼 보이지 않았거든요. 무지했던거죠.
변화의 속도가 예상보다 너무 빠른 것 같아요. 알파고 대결 이후에 나왔던 말이 ‘이번에는 스타크래프트도 해보자’는 식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막연히 그런 식으로 한 분야씩 천천히 개선해 나가지 않을까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ChatGPT 이후로는.. 단순히 소식을 쫓아가기도 쉽지가 않네요.
만렙토끼
헉 저도 이 글에 공감해요. 당시엔 저번에도 언급했듯 컴퓨터가 인간을 이기는 게 그렇게 어렵나? 했었거든요.
GoHo
오늘 도착하기로한 책이 오지 않아서.. 궁금증만 부풀리고 있습니다..ㅎ

illef
글이 굉장히 잘 읽히네요! 속도를 조절하느라 애먹고 있습니다. 음.. 저는 매일 마다 AI 와 함께 프로그래밍을 하는데요(바둑도 가끔 둡니다!), 인공지능이 소설가보다 글을 더 잘쓰고, 인공지능이 저보다 코딩을 더 잘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건 저 만의 생각이 아닙니다. (After months of coding with LLMs, I'm going back to using my brain,https://albertofortin.com/writing/coding-with-ai)
이 책을 모두 읽은 뒤에도 그 생각이 유지될지는 저 자신을 지켜봐야겠습니다.
"젊은 기사들은 AI 포석을 열심히 공부하고 초반 30~50수가량을 암기해서 뒀다. 모든 기사가 바둑을 비슷하게 두게 되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작가는 위와 같이 썼는데요, 세계 1위 신진서 작가는 조금 다르게 이야기 합니다. https://youtu.be/G0HVJxoLdQk?si=NZJXGfAnkgcYNe6G (13분 37초 부터)
- 프로연우 : "바둑의 기풍이 사라진게 맞나요?"
- 신진서 : "제 생각에는 딱 삼삼정석 이외에는 오히려 포석이 더 다채로워 진 것 같습니다. ⋯ 예전에는 진짜 포석이 똑같았어요. 그때 기보 보면 1인자 포석을 따라할 수 밖에 없는 상태였습니다. 지금의 AI 포석이 되게 다양합니다. ⋯ 딱 삼삼 하나만 보시고 똑같다고 하실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전투형이고 박정환 사범님은 수비를 통한 균형 감각, 그런 바둑 스타일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신진서는 AI 와 실력이 두 세점 차이라고 했지만 그것이 결코 극복할 수 없는 차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또한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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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는 "나는 패턴 인식과 강화학습으로 소설 쓰기를 배우는 게 가능하며, 그렇게 해서 뛰어난 작품을 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라고 말했는데요.. 현재 LLM 으론 쉽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이 바둑을 정복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좋음"이 분명한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이기는 것" 말이지요. 그러나 훌륭한 문학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것을 정의해야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수 있습니다. 훌륭한 작가는 자신 나름의 좋음을 남에게 납득시킵니다.
LLM의 원리는 다음에 올 확률 높은 단어를 선택하는 것입니다.(물론, 그것으로 어떻게 이러한 유창성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래선 개성을 중시하는 문학에서 큰 성과를 내긴 쉽지 않겠지요. 이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는 그 유명한 테트 창이 Why A.I. Isn’t Going to Make Art (https://www.newyorker.com/culture/the-weekend-essay/why-ai-isnt-going-to-make-art) 에서 잘 다루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전문가적 의견 말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LLM과 소설 쓰기에 대해 이후 관련 내용이 나올 때 다시 말씀 듣고 싶습니다. 사실 책에서도 바로 조금 뒤에 신진서 9단 인터뷰한 내용도 나오고, 기풍에 대한 여러 논의도 나오는데요. 저도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순전히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30~50수가량을 암기해서 두는 것과 포석이 다채로워진 것은 동시에 성립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AI 이후에도 여러 포석이 두어지지만, 각각의 포석에 대해 50수 정도까지는 어떤 수순이 흑백 모두에게 최선인지 어느 정도 결론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은 초반 진행이 빠르고, 초반에 한해서는 AI 일치율이 80%를 넘기도 합니다.
반면 과거에는 (미니) 중국식, 고바야시류, 135포석처럼 유행했던 포석들이 있어도 어떤 진행이 최선이라고 확언하기는 어려웠죠. 그래서 기사들이 실전에서 일부 수순을 바꾸거나 손을 빼면 다양한 변화가 생겼고, 그래서 초반 진행이 정말 더뎠습니다.

illef
> 30~50수가량을 암기해서 두는 것과 포석이 다채로워진 것은 동시에 성립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 요즘은 초반 진행이 빠르고, 초반에 한해서는 AI 일치율이 80%를 넘기도 합니다.
와, AI 초반 일치율이 80% 를 넘기기도 하군요. 바둑기사는 초반으로 우위를 점하기는 힘들겠네요. AI 이전 뛰어난 포석 감각으로 우위를 점했던 기사들이 손해를 크게 봤겠습니다.
한편 포석 공동 연구에 참여하지 못해 손해를 보던 기사들은 이득을 봤겠구요. 흥미롭군요 ㅎ 코멘트 감사합니다!
만렙토끼
오 바둑을 정말 좋아하시나보네요. 첨부해 주신 링크는 잘 봤습니다.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특히 시간을 적어주셔서 쉽게 찾았어요!)

지구반걸음
인공지능과의 공존을 강요당하는것!
나의 의지가 아니라 상대에 의해서 행해진다면
저항할 것이다. 분명히
물론 그것에 순응하는 삶도 있겠지만...
내 존재가 불분명하다고 느껴질때 찾아오는 고통은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인공지능과 공감하며 더불어 사는 삶은 존재하지 않을 듯 하다. 더 많은 차이와 불평등을 만들 것이다.
그렇다고 달라진 세상에 등을 돌린 채 살아갈 수는 없으니...
급격한 변화로 달라진 세상도 인간이 의도한 것이다
그 의도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모른체
앞만 보며 달려가서 는 안되는거 아닐까.
1장에서 말씀하신 인간의 가치!
이기적인 가치가 아닌 참된 가치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인공지능의 강요된 공존이 아니라 자발적 공유로 공동의 삶을 영위할 방법을 위해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닐는지요..
만렙토끼
인공지능과의 공존을 강요당한단 얘기가 콕 박히네요. 그러게요 지금의 우리는 쓰고싶지않아도 점점 AI의 세상속으로 떠밀려가고 있는모양새인 것 같아요. 유튜브나 인스타등 sns 부터 검색엔진까지 알고리즘이 열심히 일하는 것도 부러 끄지않으면 자동으로 적용되니까요. 왠지 무서워졌네요.

반디
개인적으로 글을 쓰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
문학에 미치는 AI의 손길이 사뭇 섬뜩하기는 합니다.
더불어 굳이 AI라고 네임텍을 달지 않으면 모를만한 글들이 나오게 되면
과연 나는 구분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고요.
나츠메쥰
신청 기간을 놓쳤지만 최근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의견 나눈다면 좋겠습니다.

부엌의토토
“ 우리는 '위대함'이 과연 무슨 뜻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이것은 알파고가 던진, 그러나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수많은 질문 중 하나다. 우리는 이런 질문들이 왜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한다. ”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16, 장강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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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의토토
“ 아니, 차라리 소설 쓰는 인공지능이 인간 소설가들과 문학의 관계를 그렇게 아예 끊어 준다면 나는 장엄한 운명비극의 주인공이라도 될 수 있겠다. 실제로는 그보다 더 복잡한 '변질'이 일어날 것 같다.
2016년 이후 프로기사들에게 일어난 일처럼 말이다. ”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17, 장강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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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루키
가독성이 좋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라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최근에 영화 <승부>를 봤는데 기사분들이 말하시는 알파고 전의 바둑이 잘 녹아져있었던 영화라 영화 내용이 많이 생각났습니다
GoHo
목요일 도착했어야 할 책이..
택배사 실수로..
지금 타도시에 오도착하여 방황 중.. @,.@!!!!!
AI 기술이 접목된다면 이런 실수 확률은 낮겠죠..
암튼.. 아직 첫 장도 못 넘기고 있네요.. ^^;;;

부엌의토토
저는 지금까지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을 사용해 본 적이 없어요. 컴퓨터조차 잘 다루지 못해 쩔쩔맬 때도 있어요. 다만 AI 내용을 담은 책을 두어 권 읽었지만, 딴 세상 같아서 낯설기만 합니다. 1장 끝부분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질문해 봅니다. 인공지능에 대해 두려운 점은? 하고 말이죠. 단순히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마음이 닫힐까 봐 걱정되고요. 그래서 '나'라는 사람의 고유성이 사라지면 어쩌나 겁이 나네요. 두 번째는 실현 가능 의지는 낮아지고 명령(기대)하려는 목소리가 커질까 봐 두렵습니다. 머리 안 쓰고 말만 하는 사람이 될까 봐.
이솝 우화에서 새들의 왕 뽑기에서 각종 깃털을 가져간 새가, 까마귀였나요? 그 까마귀가 어쩌면 AI랑 비슷할 듯해요. 새들의 온갖 특징을 소유하고 다른 새들의 고유성이 복제되어, 갖갖 개성이 흐릿해지리라. 그리고 물 없이 살 수 없듯이 일상생활에서 AI 의존도가 높아졌을 때 갑자기 AI가 오작동하거나 없어지면 저는 식은땀 흘리고, 어쩔 줄 몰라 좌충우돌 우왕좌왕 갈팡질팡하고, 옴짝달싹 못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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