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증정] <먼저 온 미래>(장강명)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D-29
아직은 해설자들이 '인공지능은 이런 수를 추천하지만 인간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다, 아마도 여기(기존의 상식에 부합하는 수)를 둘 것이다'라는 식으로 해설을 하곤 합니다. 또 연륜이 있는 선배 기사가 후배 기사는 잘 모를 과거의 알파고 이전의 정석을 두며 실수를 유도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처음부터 AI 정석을 배운, AI의 감각을 체화한 다음 세대의 기사가 나온다면 그런 모습도 거의 사라지겠지요. 지금도 신진서 9단의 대국 해설을 듣다 보면 '그 자리를 찾네요...'라는 탄식이 종종 흘러나옵니다.
탄식하는 장면이 상상돼서 재밌네요^^. 그러면서도 얼마 안 있으면 거기에 익숙해지고 그게 표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인간은 금방 또 적응하니까요.
바둑 교육 현장이 변했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인공지능이 정답이라고 인지하고 자란 아이들은 현재 어른인 우리보다 더 AI를 맹신할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가 불완전한 모습에서 출발해서 점점 발전해 나가는 상황을 지켜보는 우리도 AI에 의존하고 있는데, AI가 확고히 자리를 잡은 시대에 태어난 세대는 경외심의 크기가 다를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해 AI를 사회 곳곳에 얼마나 빨리 투입 시킬 지에 대한 세대 간 의견 차이도 클 것 같고요.
인공지능은 우리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 가치를 없애 버린다.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p.223, 장강명 지음
안 그래도 일의 '목적 없음'에 허우적대고 있었는데, 인공지능이 마지막 한 방을 날리려고 다가오고 있네요.
ㅜㅜ 그러게 말이에요.
나는 AI 시대가 공허의 시대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상상한다. 평범한 인간들이 가치를 잃어버리고, 가치로부터 소외되는. 현대인은 종교로부터 멀어지면서 인간 외부에 객관적 가치가 있다는 믿음에서 멀어졌다. 현대 주류 경제학이 노동가치설을 폐기하면서 우리는 어떤 일에 내재적 가치라는 있다는 믿음에서도 멀어졌다. 이제 무신론자와 자유시장주의자가 함께 합의할 수 있는 가치는 시장 가격인데, 그것은 도덕적 규범이나 사회적 가치와는 상관없는 개념이다. 이제 우리는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일을 하면서도 적당한 급여를 받을 때, 그 일에 왜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지 잘 설명하지 못한다. 우리가 새로운 가치의 원천을 찾아내지 못하면 인공지능에 기반한 사회는 거대한 ‘죽음의 집’이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급여와는 상관없다.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pp.207-208, 장강명 지음
아키텍처는 네오에게 매트릭스의 전사를 살명하면서 첫 번째로 건설한 매트릭스는 결점이 없는 에덴 같은 곳이었으나 사람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모두 죽어버렸다고 말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붕괴한 최초의 매트릭스를 떠올렸습니다. AI 시대는 그런 시대가 되는 것이 아닐까요? 에덴에서 추방된 지 오래인 인간들이 이 새로운 에덴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빠르게 변화하는 초창기 신기술 앞에서 여러 주체는 서로 다른 단기 인센티브에 따라 즉흥적으로 행동하며, 한번 내린 선택은 다음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게 여러 선택이 뭉치고 엮인 결과는, 멀리서 조망하면 전혀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P.176, 장강명 지음
6장에서 인공지능 이후의 바둑의 상황을 예술과 결부지어서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깊었습니다. 다른 예술, 문화업계에서 AI를 활용한 바가 논쟁의 장이 올라갔고, 이를 작가님께서 토템과 원주민에 비유한 점이 깊게 다가왔습니다. 세대가 넘어감에 따라 이데올로기나 가치판단이 변화하여 현재의 논쟁들을 구시대적인 사고로 볼 수 있을거라는 이야기가, 현재 AI가 중요하다는 말에 여기저기서 AI를 써가며 만든 어린아이들의 책과 AI콘텐츠를 소비하는 모습이 오버랩되었습니다. AI에 의한 불쉿직업이 는다는 말도 인상깊었으니, 과연 일개 개개인은 그런 흐름에 순응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문학은 승부가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바둑과 다르긴 하다. 어쩌면 예술 창작 AI이 '예술점수'가 인간을 쫓아올 때 소설가를 비롯한 예술가들에게는 다른 돌파구가 있을지도 모른다. 돌파구가 아니라 우회로나 도피처로 표현하는 게 더 나을까? 그 점수의 척도 자체를 부정하고 새로운 척도를 만드는 방법이다.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사진 기술의 발달로 미술가들은 '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한 것이 신기했다. 고전 미술이 중시한 '사실의 재현'은 밋밋하다. 사진의 발달은 화가들을 긴장시켰을 것이고 이는 인상주의의 등장을 한편으로는 도왔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AI의 발전이 앞으로 우리 예술가들에게는 어떤 질문과 현실에 직면하게 할까? 그리고 그 사실 속에서 그들이 찾아나갈 방법은 방향은 무엇일까? 걱정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대된다.
암묵지란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험으로 익힌 지식이다.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많은 인공지능 전문가가 그런 식으로 말하는데, 나는 다소 의견이 다르다. 그런데 내 의견을 적기 전에 근본적인 질문을 하나 던지고 싶다. '새로운 일자리는 계속 생길 것'이라고 말할 때, 일자리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사회적 가치와 자긍심의 원천인가, 아니면 내가 계좌로 상당한 돈을 꾸준히 입금받는 어떤 이유를 말하는가?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내가 장작가님 책을 좋아하는 이유? 그냥 사람 좋게 Yes라고만 하지 않는다. 그리고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해서 그 문제의 본질을 찾으려고 한다. ^^
어떤 분야에서는 전문가의 실력이 암묵지를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분야에서 인간 전문가의 지식은 쉽게 복제되지 않고, 희소성이 있다.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아! 이 암묵지 갖고 싶다!! 그러나 그러기에 난 워라벨을 놓지 못하고 있다.... ㅜㅜ
이미 19세기에 도스토옙스키가 그레이버에 앞서 같은 관찰을 한 바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시베리아 유형 체험을 바탕으로 한 중편소설 <죽음의 집의 기록>에서 화자는 유형수에게 완전히 무의미한 일을 시키는 게 가장 참혹한 형벌이라고 말한다.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나에게도 무의미한 일을 한다는 것은 엄청 고통스로운 일이다. 그건 기본소득으로 인한 생존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오늘도 난 내 사무실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상담을 통해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킨다. 돈은 못 벌었지만 고맙다며 웃고가는 그들의 뒷모습에서 그냥 오늘 하루도 덕 쌓았다 스스로 다독인다.
우리가 새로운 가치의 원천을 찾아내지 못하면 인공지능에 기반한 사회는 거대한 '죽음의 집'이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급여와는 상관없다.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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