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증정] <먼저 온 미래>(장강명)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D-29
존경 없는 경쟁의 순위가 경마랑 비슷한 점일까 생각도 드네요.
알파고 이후 바둑계에 찾아온 패러다임 시프트가 체감되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존에 알던 세계가 무너지고, '예술' 혹은 '철학'으로 여겨졌던 바둑의 개념이 완전히 뒤바뀐 경험을 프로 바둑기사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담은 대목이 압권이네요. 이를 바탕으로 문학에 찾아올지도 모르는 지각 변동, 그 과정에서 ‘변질’되는 게 무엇일지, 다음 장이 기대됩니다.
조 9단은 “바둑을 어떤 식으로 놓는다는 것은 세상을 어떤 식으로 살아가겠다는 나만의 선언”이라며 “거장들의 바둑 대결은 이러한 세계관과 가치관의 충돌”이라고 썼다.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33쪽, 장강명 지음
알파고는 바둑을 제대로 둔 것이었고, 인간 기사들이 그걸 이해하지 못한 것뿐이었다. (…)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 다섯 번의 대국을 마친 뒤 “인간의 창의력, 바둑 격언, 기존의 수법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었던 것이 정말 맞는가”라고 말했다.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38쪽, 장강명 지음
바둑계에서 프로기사가 되는 것은 클래식 음악계에서 전문연주자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 프로기사들은 청소년기를 바둑 공부에 온전히 바친 사람들이다. 다들 두뇌가 대단히 비상하고 정신력도 매우 강하다. 그렇지 않으면 프로기사가 될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배웠던 바둑이 틀렸음을 인공지능을 통해 알게 되었다.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38-39쪽, 장강명 지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심오한 게 문학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기계는 그런 걸 구현할 수 없다’라고 자신 있게 주장할 수는 없다. 소설을 쓰는 데 필요한 게 창의성이든 문학성이든 뭐든 간에, 그걸 인간만 가질 수 있다고 말할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알파고가 주는 교훈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막연하게 ‘그건 불가능할 거야’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실제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47쪽, 장강명 지음
바둑이 인문학의 영역에서 누가 누가 AI를 잘 따라 하느냐의 싸움으로 바뀌었다는 게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인공지능 덕분에 성장배경과 관계없이 누구나 바둑을 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화, 공평함을 이루어냈다는 평가에 고개가 끄덕여졌네요. 여기까지 읽었을 때, 인공지능이 정말 예술가가 될 수 있는가에 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이었습니다. 인공지능 아무리 바둑을 잘 둬도, 그를 프로기사라 부르지 않으니까요. 얼마 전 편집자 K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김연수 작가는 예술가는 시간을 거쳐야만 탄생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므로 작품을 만들어내는데 걸리는 시간이랄게 없는 인공지능을 예술가로 인정하기는 어려울 거라고요.(출처: https://youtu.be/hopqGn-omMo?si=cAZlzTurcSlV8Ah9) 이에 덧붙여 인공지능은 인격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도 염두에 둘 필요는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이렇게라도 ‘인정’ 받고자 하는 게 인간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일 뿐이라면 어떨까요? 5장은 바로 그 지점을 짚고 넘어갑니다.
이 논의에서 '예술'의 자리에 대체로 문학만 놓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회화와 영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이미 예술 창작의 영역에 인공지능이 성큼 들어와 있지요. 인공지능을 예술가로 인정하기 어려울 수는 있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예술가를 인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지 않을까요? 예컨대 어떤 영화감독이 영상 생성 AI 구독료만을 제작비로 들여 훌륭한 애니메이션 장편영화를 만들었을 때(저는 곧 나타나리라고 봅니다), 그 영화는 영화제에 초대받을 자격이 없을까요? 작품을 생성하는 데는 실제 애니메이션 제작보다 턱없이 짧은 시간이 들었겠지만 그 영화감독이 자신의 상상을 구축하고, 이를 적절한 프롬프트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을 거쳐야 했을 텐데요.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은 몇 번으로 끝났고, 그 후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전문가 대 구세대 전문가의 구도가 된다는 (책에 여러 차례 반복되는) 내용의 의미가 이런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바둑 역사를 길게는 5000년으로 보거든요. 그 5000년 동안 바둑의 패러다임은 인간 중심이었는데, 그게 끝난 거죠. 단순히 포석이 변했다는 수준이 아니라 우리가 바둑을 대하는 방식, 바둑의 토양이나 문화 같은 게 송두리째 다 바뀌어 버렸어요. p55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프로기사들은 2018년부터 자신이 알던 바둑 이론을 머릿속에서 지워야 했다.' p56
AI의 등장으로 일자리에 대한 걱정이 조금씩 커져가고 있습니다. 미래에 없어질 직업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기에 이 책의 주제가 더욱 와닿는 거 같습니다. 바둑에 품고 있는 믿음은 제가 하는 일에 대한 믿음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AI가 우리 사회에 더 가까이 다가올 때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앞으로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지금 AI 공부를 아예 안 하면 시합에서 한 판도 못 이겨요. 어쨌든 먹고살기 위해서 승부를 하는 사람은 이 AI 시대를 무한긍정하면서 가야 하기는 하거든요. 그런데 AI 수법을 거부하고, 이걸 공부하느니 나는 그냥 바둑을 안 한다고 하는 분이 꽤 많아요. 제가 알기로 10명 이상인데 저는 그분들을 부러워하면서 AI 공부를 해요. 저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조혜연은 AI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생각할 거예요. 저는 슬퍼하면서 공부하고 있는 거예요. p59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저는 슬퍼하면서 공부하고 있는 거예요." 맞닥뜨려가는 현실 아닐까 싶네요..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장강명 작가님의 취재력이나 자료 조사 등은 어떻게 하시는지도 궁금해졌어요. 그믐, 처음 이용하는 거라 모든 것이 낯선데 하나하나 기능 발견하는 재미로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그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같은 이야기는, 그런 치열한 경쟁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람들, 즉 그 시점에 해당 분야의 일류라고 볼 수는 없는 사람들, 현장의 최전선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인문학 포럼 같은 데서 할 것 같다. 그 포럼에서는 이런저런 논의가 오가겠고 어쩌면 깊은 통찰이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말들은 기본적으로 무력한 언어들이다. 그 업계에서 영향력만 있는 플레이어들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라는 고민에 빠져 있어서 그런 인문학 포럼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별 관심이 없을 것이다.'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실제 그 영향력에 있는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활용에 대해서 고민하지 그 영향력을 고민하는 건 인문학 포럼처럼 무력한 언어들이 오가는 곳이란 말에서 '무력한 언어들'이란 표현이 재미있었다. ^^
바둑계가 '민주화'되었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사회학에서 민주화는 어떤 분야에서 민주주의 원리들이 확산되고 심화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바둑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어느 나라에 태어났느냐 하는 문제로 차별을 받는다면 그런 현실은 민주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이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일으킨 차별이 아니라 해도 말이다. 특정 지역 출신, 혹은 전문가가 독점하던 정보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면 '정보활용의 민주화' 혹은 '지식의 민주화'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AI라는 존재는 왠지 터미네이터에 등장한 악당처럼 우리 인류를 멸종으로 이끌거 같은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장작가님은 '지식의 민주화'란 말을 언급해서 새롭게 다가왔다. 실제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소수의 기득권자들에 의한 지식 독점에 따른 심각한 차별적 요인들의 많이 발생했다. 재벌집 운전기사가 자신의 고용인의 정보를 통해 땅을 사서 재벌이 됐다는 등등 특히 어느 나라에서 어느 부모의 자녀라는 현실에 따라 극심한 차별을 겪는다면 이는 정말 억울할 것 같다. 딸아이가 과제를 할 때 AI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런 딸아이와 아프리카에서 전기조차 잘 들어오지 않는 곳에 있는 아이가 같은 나이에 같은 공부를 할 때 얼마나 공정한 기회를 서로 가질 수 있을지는 실로 의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어떤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려는 사람들이 다 함께, 한 목소리로 인공지능을 거부하는 일은 아마도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그 업계에 일단 인공지능이 도입되어 영향을 미친 뒤에는 말이다. 도덕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인간의 감성을 코끼리에, 이성을 기수에 비유한다. 이성은 자신이 감성을 조종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 위에 올라타 있는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하이트는 이성을 감성의 노예라기보다는 변호사라고 설명한다. 감성이 어떤 문제에 대해 옳고 그름을 결정하고 나면 이성은 그런 결정의 근거가 될 적절한 논리를 찾는다.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조너선 하이트의 책을 완독하지 못했는데 공감갑니다. 이성은 감성의 변호사라니 ... 저도 살다보면 사람들이 스스로 이성적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는 감정에 따라 결정한 다음 거기에 그럴 듯한 이유를 이성적으로 찾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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