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다음 주 목요일(7/24)까지 5장~7장(~p.225)을 읽습니다.
5~7장을 관통하는 주제는 '모호함'입니다.
문학이란 무엇일까요? 또 의미와 감동은 무엇일까요? 명료하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5장에서는 인간의 언어로 표현된 개념이 얼마나 모호한지 살펴봅니다. 그 모호함을 이해할 때 비로소 '인공지능은 창의성이 없다'라는 말의 한계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 창작자가 인공지능과 협력하여 만든 창작물은 온전히 인간의 창작물일까요?
6장에서는 개념 사이의 경계를 살펴봅니다. <먼저 온 미래> 책 소개를 읽으면 누구나 '그런데 문학과 바둑은 다르지 않나?' 하는 반문을 할 것입니다. 바둑은 승패가 나뉘는 게임이고, 문학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예술이라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우승자를 가리는 피아노 콩쿠르는 스포츠일까요? '예술점수'를 채점하는 피겨스케이팅은 예술일까요, 스포츠일까요?
그런데 모호한 가치가 어떤 의미였는지 따지는 일이 AI 시대에는 무용한 일이 될지 모릅니다. 바둑판에 존재하지도 않는 '0.3집'의 유불리를 인공지능이 어떻게 계산하는지 프로기사들도 모릅니다. '기세'가 무엇인지 모르는 인공지능이 바둑을 잘 둔다는 것을, 이기려면 인공지능을 따라 해야 한다는 것을 알 뿐입니다. 7장에서는 모호했던 가치가 수치로 환산될 때 어떤 '변질'이 발생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도서 증정] <먼저 온 미래>(장강명)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동아시아

반디
모호함까지 학습이 가능할 거 같기는 합니다.
그렇다면 바둑과 문학도 크게 다른 위기는 아닐 거 같고요.
기세도, 모호함도 디지털화 될 수 있으리라는 걱정을 해 봅니다.

동아시아
“ 마쓰오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간이 아직 언어화하지 않은, 혹은 인식하고 있지도 않은 '특징'을 가지고 고양이를 분별하는 인공지능"이 나올 수도 있다. [26] 그리고 그런 인공지능의 개념을 인간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떤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구분하는지, 개와 고양이의 숨은 차이점이 무엇인지 인간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인간이 수천 년간 개와 고양이를 보아왔더라도. 바둑계에서 일어난 일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p.202, 장강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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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저는 7장에서 암묵지와 형식지를 구분하며, 암묵지야말로 전문가를 만드는 요소라는 점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인용한 대목에서 인간 전문가를 모방하는 방식이 아닌, 인공지능만의 암묵지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 서늘하게 느껴졌어요. 인공지능이 학습한 암묵지를 인간은 기세나 모호함 같은 언어로 표현하게 되겠지요.

도리
이번 분량에서는 모호함에 대해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고 느껴졌는데요. 아무래도 모호함 자체가 모호한 것이니 읽으면서 답답하기도 하고, 앞서 언급했던 사례를 다시 반복해서 설명하니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아요.
여태까지 다 모호했으니 인공지능이 나타나서 이 모양이 되는 거라고 그저 잔소리하려는 건 아닐 것 같은데... 작가가 도대체 뭘 말하고자 하는 걸까? 싶었는데요.
동아시아님 글을 보고 나니, 정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모호한 암묵지 형태의 지식이 존재한다는 점, 이 암묵지가 전문가를 만드는 요소라는 점, (대화거리로 언급해주셨던 대로) 이렇게 모호했던 가치가 수치로 환산될 때 어떤 가치가 '변질'된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거북별85
“ 유창혁 9단도 비슷한 생각이다
"바둑에 예술적인 부분도 있고 게임적인 부분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승부죠. 우리가 어떤 작품을 발표하고 누구한테 보여주는 게 아니잖아요. 승부를 통해 보여주는 거죠. 예술적으로 화려하게 마무리한다 해도 승부에서 지고 패자가 되면 그 작품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그런 걸 예술이라고 얘기하기는 힘들죠...." ”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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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별85
승부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유창혁9단과 남교수의 말은 좀 씁쓸하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바둑을 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목진석 9단의 말이 이상적으로 들릴 수는 있지만 왠지 나에게는 좀더 와닿다.

지호림
5장에서는 우리가 예술, 철학, 기풍, 기세 등 불러왔던 개념이 인공지능으로 인해 얼마나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이었는가가 드러납니다. 즉, 우리의 언어로는 인공지능을 온전히 설명해내지 못하는 것이죠.(심지어는 바둑에 관해서조차도요)
이미 음악 업계에서는 필요에 따라 AI 작사/작곡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여기서 문제시되는 것은, 우리는 약인공지능의 작동 원리를 모른다는 것인데요. 그건 약인공지능이 우리의 뇌가 그러하듯이 일종의 ‘블랙박스’이기 때문입니다. 입력값과 출력값 사이의 과정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는 게 섬뜩하게 다가왔습니다.
한때 아이폰 크기의 혈액진단키트로 실리콘밸리의 유니콘으로 떠올랐던 기업 '테라노스'의 사기극을 다룬 『배드 블러드』를 최근에 완독했는데요. 내노라하는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제대로 원리를 알지 못하는 기술에 천문학적인 비용과 수많은 인력, 그리고 시간을 투자한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인공지능에 열을 올리는 지금, 『먼저 온 미래』 덕분에 한걸음 떨어져서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네요.

배드 블러드 - 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실리콘밸리를 뒤흔든 전대미문의 사기극, ‘테라노스 스캔들’ 비하인드 스토리. 그 불씨를 당긴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존 캐리루의 범죄 스릴러보다 박진감 넘치는 테라노스의 성공 신화와 몰락, 그리고 아찔한 폭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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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림
다들 문학이 뭔지, 예술이 뭔지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하면서 문학은 예술이라고 굳게 믿는다. (…) 인공지능은 소설, 적어도 소설 집필 행위의 예술성을 잠 재적으로 위협한다.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153쪽, 장강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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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림
“ 어떤 소설이 감동적이며 어떤 음악이 아름다운지에 대한 우리의 감각이 과연 지금 이 상태로 고정돼 있을까? (…) AI 시대 이후의 세계 최강자인 신진서 9단은 나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 때문에 바둑이 단조로워졌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바둑의 매력에 대한 감각이 변하는 중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173쪽, 장강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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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림
7장에서 불쉿 직업이라는 개념을 통해 인공지능이 가져올 인간 소설가의 비참함을 상상하는 대목은 스릴러 소설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죽음의 집의 기록>에서 도스토옙스키가 보여준 것처럼, 무의미한 일의 비참을 견디지 못하는 인간은 AI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뒷장의 내용이 더욱 궁금해집니다.

지호림
그런데 이런 ‘매뉴얼’은 아무리 대충 만들어야지 생각하고 작업해도, 만드는 데 상상 이상으로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리고 막상 써놓고 보면 늘 부실하게 느껴졌다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199쪽, 장강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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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림
그러나 뒷좌석에 승객이 있을 때 택시 기사가 내비게이션의 제안을 거부하기 어렵듯이, 인간 의사도 AI 진단 도우미의 ‘제안’을 거부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205쪽, 장강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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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림
알파고가 등장했다고 프로기사들의 일자리가 순식간에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프로기사들의 권위는 추락했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 그런 일이 두드러지게 발생했다.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205쪽, 장강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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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림
“ 나는 AI 시대가 공허의 시대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상상한다. 평범한 인간들이 가치를 잃어버리고, 가치로부터 소외되는. 현대인은 종교로부터 멀어지면서 인간 외부에 객관적 가치가 있다는 믿음에서 멀어졌다. 현대 주류 경제학이 노동가치설을 폐기하면서 우리는 어떤 일에 내재적 가치가 있다는 믿음에서도 멀어졌다. ”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225쪽, 장강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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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림
225쪽, 밑줄 쳐놓고 타자로 옮기다 오타를 발견했습니다. “라는”이 “가”로 바뀌는게 맞는걸까요?(제 책은 초판 1쇄입니다ㅎㅎ)


동아시아
앗ㅜㅜ 넵 오자가 맞습니다. 2쇄부터는 수정되어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borori
앞으로 어쩌나? 하는 걱정과 그래도 어떻게든 적응하겠지? 하는 안도가 오락가락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그게 그냥 당연한 일이 됐어요’라는 정수현 9단의 말이 앞으로 우리 미래를 함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측 없이 변화된 바둑 세계의 혼란을 보면서 그럼에도 적응하고 있는 듯 보이기도 했습니다. 예측이 불가능하기에 앞으로 다가올 AI와 살아가는 미래에서 우리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 듭니다.

알프레도
일자를 착각해서 2~4장의 내용을 짧게 나마 리뷰해봅니다.
경험에 판단한 착수에 기반해, 경험이 많은 스승에게 내려져 오는 착수가 주류였으나, AI의 포석이 주류가 되었고 그 일례로, 기존에는 부정적인 포석으로 보던 삼삼포석을 수면 위로 올렸습니다. AI의 기계적인 인내심덕으로 AI의 수를 깊게 숙달하는지의 노력에 따라 실력이 결정되는 상황을 작가는 평평함과 공평함이라는 단어로 이야기합니다. 이제는 ai가 우리를 학습하는 시대에서 우리가 AI를 학습해야하는 지점에 이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웹툰[꿈의 기업]이라는 만화에서는 고도로 발달된 AI와의 대결 상황에서 완전히 비합리적인 수 를 두며 승리하는 장면이 연출됩니다. 과연 이런 떡수가 실제로 효용이 있는지, 우리는 바둑을 위한 수가 아닌 AI를 위한 수를 고안해야하는지 생각됩니다.

동아시아
많이 회자되는 이세돌VS알파고 4국의 78수도 사실 알파고가 제대로 응수했다면 통하지 않는 수였다고 하지요. 바둑 AI를 상대로 이런 예상 밖의 수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 같지만, 예술 창작의 영역에서는 그 부분이 여전히 승부수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데 언젠가부터 매끈한 '웰메이드' 영화보다 다소 허술한 면이 있더라도 창작자의 괴벽이 느껴지는 작품을 볼 때 더 즐겁더라고요.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도중에 '난 이 영화의 결말이 어떻든 옹호하겠다'라고 미리 다 짐(?)하기도 합니다. 창작 AI는 그런 영화를 웰메이드 영화에 비해 완성도가 30% 낮다고 할 수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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