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다/책 나눔] 《잠보의 사랑(달달북다12)》 함께 읽어요!

D-29
고통이 끝까지 가지 못하고 적당히 구는 바람에 정신의 끈이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수면을 방해하면, 제발 스트레스가 고점을 찍어 정신을 속 시원히 박살내주기를 바라게 된다
잠보의 사랑
잠보들의 의사표현은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방기하는 식으로 전달된다
잠보의 사랑
내가 생각하기에 잠은 병이자 재능이다
잠보의 사랑 p.9
분리불안을 앓는 개의 아랫집에 살며 깨달은 사실은, 누군가를 간절히 부르는 소리란 종에 구분 없이 대개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잠보의 사랑 p. 30
나는 개와 놀아주지 않고 다만 옆에 존재했다. 내가 잠들면 개는 알아서 놀다가 이따금 깜짝 놀라 내 방으로 왔다.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듯했다. 나는 나를 보러 오는 개를 보기 위하여 깨어 있기 시작했다. 기저귀를 차고 약간 다리를 절면서 완전히 오지는 않고 조금 떨어져 고개를 갸웃하며 내가 있는지 보러 오는 개. 나는 개에게 확인받기 위하여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잠보의 사랑 P. 42
개를 때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잠보들의 의사표현은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방기하는 식으로 전달된다.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음으로써 비겁하게.
잠보의 사랑 P.60
잠보의 사랑 완독했습니다! 1. 제목처럼 잠이 많은 주인공이지만 그는 사실 아버지를 닮아 매우 예민하고 외부자극을 강하게 느끼죠. 잠보라는 단어를 보면 마냥 무던하고 둔할 것 같은데 그 반대라는 설정이 흥미로웠어요. 잠보는 자신의 너무나 예민한 성질과 삶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잠을 이용하는거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봤어요. 저도 회피형인간인데 저 둘을 피하고싶을 때 잠을 계속계속 잤었거든요. 그래서 초반에 주인공에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2. 누나와 개는 잠보를 삶으로 이끌어준 매개체같아요. 누나는 잠보에게 실용적인 가르침도 주곤하죠. 그런 누나도 누나가 키우는 개처럼 유기불안을 가지고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역할놀이는 언젠가 끝나.” 라는 말이 지금 현재를 살고있으면서도 오지 않은 끝을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누나의 무력함이 느껴지고 무엇보다 누나의 말이 현실에 가깝다는 점에서 마음이 아팠어요. 3. 모든 사랑의 시작은 낭만적이고 개별적이고 개인적이지만 끝은 다 비슷한 것 같아요. 권태롭고 씁쓸하고 까끌까끌해요. 4. 마지막에 잠보가 요새 행복하다며 자신의 현 연애에 관해서 코멘트하는 부분이 있는데 솔직히 마음에 안 들었어요😒 하지만 그래서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잠으로 도피하며 현실에서 붕 뜬 것 같이 살았던 잠보가 이제 수업도 잘 듣고 현실에 발 붙이며 살죠. 동시에 어리고 허튼 패기가 넘치는 젊은 남성스럽게 굴어요. “누나의 역할놀이는 언젠가는 끝난다.”라는 말이 결국 맞았어요. 안타깝지만 현실은 판타지가 아니니까요. 잘 읽었습니다!🙂 특히 초반 잠보의고통을 표현한 묘사가 구체적이어서 저도 고통스럽고 피하고싶은 마음도 들었었네요. 책도 증정해주시고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누나도 유기불안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참 흥미로운 시선인 것 같아요. 어쩌면 누나에게는 '나'와 보내는 시간들이 비일상에 가까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에게는 집만이 유일한 안식처였다. 아버지가 바라는 완벽한 저(低) 자극 상태의 집을 만들기 위해서 어머니와 세 누나와 나는 긴장하며 살았다. 아버지의 가느다란 신경선이 겹겹이 둘러쳐진 집에서 우리는 극도로 살살 살았고 행위 하나하나를 의식했으며 숟가락조차 편하게 내려놓지 못했다. 아버지에게 집이 살 만해질수록 우리에게는 집이 지옥이 되었다.
잠보의 사랑 p.14-15
예민한 감각의 가부장인 아버지에게 유일한 안식처인 집을 제공하기 위해 감내해야하는 가족들의 고통과 희생이 당연시 되었던 것이, 아버지의 사망이후 주인공에게 물려진(?) 예민함을 어머니와 누나들이 아닌 스스로의 회피이자 도망으로 이어지게 한 도화선이 된 장면이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는 달랐다' 는 반증인 것 같았어요. 아버지를 뒤늦게 비로소 이해했지만, 당시에도 충분히 이해 그 이상의 배려를 했던 거구요
처음 집에 들어와 바닥에 눕자 눈물이 흘렀다.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수면 곡선이 바닥을 짖고 상승하려는 기운이 느껴졌다. 과수면의 시기가 오고 있었다. 그렇게 잠의 범람을 맞아 편안히 추락하려는데 위층에서 개가 짖기 시작했다.
잠보의 사랑 p.27
이따금씩 복잡한 문제가 있거나 고민이 있을 때, 말도 안되지만 자고 일어나면 꿈처럼 다 지워질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도피하듯 잠에 빠질 때가 있어요. 주인공은 현실을 피해 잠으로의 도피를 떠나지만 선숙이누나와 개는 그를 다시 현실로 이끄는 역할을 하지요. 하지만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가면 잠을 깨워준 이의 역할도 거기서 끝나버리고 맙니다. 그들의 역할은 애초에 딱 거기까지였는지도 몰라요. 모두가 알고 있던 결말이었는지도요.
누나가 변한 것이 아니라 사랑의 힘이 만들어 낸 놀라운 관점의 변화가, 시간의 반격을 맞아 본래의 한심한 내 눈으로, 범속한 것에서 특별함을 발견할 줄 모르는 둔감하고 빤한 눈으로 돌아갔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나는 잠을 버리고 삶에 뛰어들려 노력했던 일들이 지겹고 귀찮고 번거롭고 짜증나서 다시 잠으로 회피하기 시작했다.
잠보의 사랑 p.55
나는 변한 것이 아니라, 정체되어 있던(그대로 있는) 사랑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가 아니죠. 그저 사랑은 그 자리에 있고 나는 그곳을 홀연히 떠난 것입니다. 사랑했던 마음과 사랑했던 이를 그대로 남겨둔 채 말이에요
정말 이상한 일이죠, 책을 읽을 때 분명 가족들보다 주인공과 아버지의 입장에서 예민하겠다, 했는데 사랑에서 만큼은 남은 누나와 개가 안타까워요. 그래서 그런가, 성장한 주인공이 대견하고 멋지다, 아니면 개운해야하는데 왜 어딘가 얄미운지 모르겠어요ㅋㅋ
맞아요, 남겨진 누나와 개를 생각하면 약간 까끌거리는 기분이 남게 되지요. 그래서 더 마음에 도드라지는 결말이 아닐까 싶어요.
시작은 새로웠고, 시간은 점점 감정의 농도를 연하게 만들었던 사랑 이야기..
아버지는 갇힌 개들에게 수시로 갔다. 그러나 정작 아버지는 개들을 똑바로 본 일이 없었다. 개로부터 완강히 등을 돌린 채 앞만 노려보았다. 병원 관계자와 마찬가지로 나도 아버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아 짜증만 났다. 그러나 연인이 부여한 새로운 시각으로 보자, 아버지가 사람들의 침범으로부터 개들을 보호하려 했다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아버지가 손수 적어 창문에 붙여 두었던 공지가 떠올랐다. 두드리지 마세요. 토끼처럼 놀라지. 토끼처럼 놀라••• 누나의 시선을 거치지 않았다면 나는 아버지와 애완숍의 개가 창문을 통해 노출된 취약한 존재들이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자 누나는 갑자기 거의 내 나이로 보였다
잠보의 사랑 p.52
@사휘킹 저는 잠보의 사랑을 읽으며 가장 오랫동안 여운에 남았던 장면이 바로 애견숍 앞에 서 있던 주인공의 아버지 모습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참 예민하다, 가족들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앞섰는데, 유독 그 장면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저는 주인공의 아버지가 단순히 그곳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강아지들을 보호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끊임없이 두드리는 사람들, 관람이라는 이름으로 개들의 안정을 깨뜨리는 시선들로부터요. 그건 겪어본 사람만 아는 공포, 바로 시선과 소음에 대한 공포였으니까요. 어쩌면 주인공의 아버지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예민함과 나약함, 그와 닮은 존재들을 지켜주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자신은 보호받지 못했지만, 다른 존재들만큼은 지켜내고 싶었던 누군가의 마음. 그 장면이 저에게는 가장 인간적이고, 깊은 사랑의 모습처럼 다가왔습니다.
저는 예민하지 않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며 주인공이 아버지를 이해하며 묘사하는 부분이 너무 와닿아서, 힘든 가족들 보다 주인공과 아버지 입장에서 참 사는게 어려웠겠다 고생이 많았겠다 싶어 가슴이 먹먹했어요. 유리창 속 강아지들과 토끼처럼 놀란다는 문구가 계속 머릿속을 맴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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