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원고] 출간 기념 독서 모임

D-29
당신은 체제가 주는 권력을 누리는 중이라고 얘기하면 모두들 손사래 치며 코웃음 칩니다. 그러나 당신은 체제의 권력에 부림을 당하고 있다고 하면 너도 나도 할 말을 쏟아냅니다. 사람은 세상의 기준이 자신의 처지더라고요. 신기하게도 내 앞에 있는 것들은 보이지만 뒤에 있는 것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모르는데 알 수가 없습니다. 기득권에게 어떤 권력이 있는지 깨닫게 하는 것보다 비기득권에게 어떤 권리가 누락되었는지 알게 하고, 직접 나설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비기득권을 위해 기득권이 앞장서겠다고 하는 것도 일종의 오만 아닐까요.
권력추가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도록 시스템적인 균형이 필요하다는 말씀으로도 읽혔습니다. 세상의 기준이 절대적이라기 보다는 각자의 처지마다 달리 느낄 수 있다는 점, 음미해보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전혀 알림이 오지 않아서 몰랐네요… 늦게나마 열심히 하겠습니다
들러주셔서 반갑습니다, ESC님~! 각자의 속도에 맞춰서 저희 모든 작품 함께 찬찬히 같이 읽어보기로 해요~
안녕하세요, 임현석 작가님? 소설 잘 읽었습니다. 캠퍼스란, 그리고 문단이란 참으로 무서운 곳이더군요. (거기에 있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단지 사견일 뿐이지만 사람은 남에게 인정을 못 받으면 남을 평가하기 시작하는데요. 이런 경우가 대부분 그렇듯 누구의 탓도 아닌데 어쩐지 힘들어 하는 사람은 온당한 평가를 받지 못 한 사람뿐인 듯합니다. 피해자가 있어야 피의자가 있는데, 모두에게 혐의가 있다면 누구도 기소될 수 없는... 그런 꼴일까요. 스스로 괴롭히거나 타인을 힘들게 하거나, 어쨌든 인생이 어려워지는 모양새입니다. 정신병원에는 정신병자 주변 사람들이 모인다는 쉽게 웃을 수 없는 농담처럼, 질식할 것 같은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지난 기억들을 복기했습니다. 그래, 환기를 합시다. (물론 추울 땐 가스비 폭탄, 따뜻할 땐 미세먼지... 겨울에 창문 열기란 쉽지 않은 일...)
환기 중요합니다!! 지나가는나그네님, 반가워요. '모두에게 혐의가 있다면 누구도 기소될 수 없는' 그 말씀 듣고 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인정욕구가 중요한 필드에선 평가와 인정 시스템이 건강하게 구축되는 게 중요하죠. 확실히 덜 대중적인 예술 필드나 인문학 계열에선 지나치게 전문가 집단인 동료(교수 등을 포함한)간 리뷰나 평가에 의존하는 경향이 큰 듯해요. 질식할 곳 같은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표현해주셨는데, 그런 환경이 쉽게 만들어진달까. 전반적인 한국 지식 생태계의 문제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그래서 저희가 여기서 만난 게 흥미로워요. 작가와 독자가 직접 접촉면을 늘려가다니. 우리가 그믐에서 만나서 나누는 대화가 환기가 아닐지? :) 자주 뵙고 싶네요.
체제: 체제는 형이상학적 기계 같은 게 아닐까. 적어도 인공지능 기계는 아니라서 실시간으로 대처할 수 없는, 그래서 사전에 입력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는 오직 사후 대처만이 가능한 그런 기계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만약 이 기계가 누구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으려면, 이 기계가 사람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모든 경우가 실제로 발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대부분의 체제는 마치 전기톱 같아서 아무리 안전장치를 고안해도 누군가의 손가락은 계속해서 잘려 나간다. 언플러그드(?) 톱을 쓰면 될 일이지만 편리함을 포기할 수는 없다. 권력: 권력자가 자유를 외칠 때 살림은 힘들다. 미움: 미워도 다시... 아니 미우면 다시 안 보는 마음으로 살고 싶으나 쉬운 일은 아니다. 평행에서 0.0000000001도로 궤도를 벗어나 서로의 시야에서 멀어지기까지 거의 평생이 걸리는 그런 관계가 있더라도 어쨌든 생자필멸이다. 미워도 언젠가 끝난다... 끼이익....
이런 유머감각 진짜 좋아해요 ㅎㅎㅎ 전기톱의 불가피성과 그것의 부작용을 동시에 인식한다는 건 아름다운 태도라는 생각듭니다. 그러나 속지 않는 자만이 방황하기에 또 슬프기도 하고... 권력엔 여러 속성이 있지만 자유와는 자기모순된 비효율성이라는 측면도 있죠! 재밌습니다. 미움 키워드로 정리해주신 건 '미워도 생자필멸'로 요약해도 될까요? 가훈으로 삼고 싶어지네요 ㅎㅎ
처음에는 오승태가 정말 억울해보였는데 읽다보니 책속에 말들이 오승태의 변명처럼 읽혀졌어요. 체제에 순응하는 사람, 그래서 권력을 승계받고 싶은 사람, 그래서 교수에게 관심받는 후배를 미워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져 있어 보였습니다. 또 오승태의 말들을 교수는 그렇게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았어요. 밝고 즐거운 미래만 이야기하자 처럼 긍정적인 표현인듯하나 마음을 달래는 정도의 용어들로 오승태의 마음을 조정하는 기분도 들었구요. 오승태는 문단에서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체제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의 세계관이나 자신만의 신념은 없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그 세계의 권력이 또한 강력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테지요 처해 있는 상황은 다르지만 저도 그냥 그렇게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도 들었어요. 에세이에서 ‘그냥’, 이라는 뭔가 의미없이 던지는 말같은 이 한마디가 많은 것을 담고 있다고 말씀 하신 부분도 좀더 생각하봐야할 것같아요. 미움 : 처음은 좋은 마음이었지만 점점 충돌하는 지점이 생기니 한두번 양보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며 지나갔던 것들도 그냥 못넘어가고 끝까지 내 주장을 펼치게된다. 미움마음이 생기니 생각의 범위도 좁아지고 타인의 기분마져 배려하지 못하게 된다. 내 자신이 이런 에너지 소모로 몸살을 앓게 되면서 못할짓인 걸 알게된다. 이런 경우는 가까운 사이에서 미움에 대한 생각이고 좀더 대의를 위해서 미움을 받더라도 용기내서 해야할 말을 또 할때가 있을 것이겠다.
반가워요, 외계인님!! 탐나는 닉넴예요. 하루하루 이 세상을 탐사하시는 기분이실까요? 동류 의식을 느낍니다 ㅎㅎ ' 그 세계의 권력이 또한 강력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중략)' 이 말씀을 오래 생각해보게 됩니다. 권력이 강력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감각 속엔, 벗어날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걸 넘어서 이 세계의 논리와 권력을 반성적으로 성찰하는 힘을 잃는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을 듯해요. 자신만의 신념과 세계관이라고 믿어왔던 것도 어쩌면 세계의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내면화한 것일지도 모르죠. 그래서 신념의 종류나 내용 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신념조차도 때때로 반성적으로 성찰하고 회의하는 감각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교수의 말에서 폭력성을 살피는 외계인님의 감각과도 같은 것이겠죠.
참 어려워요. 우린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좋은 관계를 늘리려고 하면서도, 동시에 어떤 경우엔 타인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 자주 겪게 되죠. 실제 생활에선 대의만으로도 대화가 성립하지 않고, 기분만 공유하는 것은 또 공허하죠. 외계인님의 200자 글쓰기에선 '생각의 범위'와 '배려'라는 키워드가 눈에 확 들어와요. 우리 모두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시네요.
작가님 안녕하세요~ 소설 정말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제 주변에도 대학원생이 많고 이런 비슷한 이야기도 듣곤 해서 익숙한 일 같은데도, 전 한번도 이런 주변 일들이 하소연은 돼도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해봤거든요. 대학의 권력과 컴플렉스를 파고들어갈 때 '오!'하고 빠져들어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조금씩안 안타깝고 동시에 지긋지긋했어요. 교수도 진영도 승택도 다 어딘가에서 줄이 툭 끊어진 거 같아요. 승택이 권력 안에서 묘한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데 아무리 봐도 좋게 보기만은 어려운데, 동시에 불쌍하고 공감하게 되는 구석도 있고요. 진영도 자기 세계를 잘 꾸려가니까 공감도 하게 되다가 어쩌면 정말 또 다른 권력이 되려고 한 것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게 되더라고요. 이 소설의 독특한 매력예요. 감정이입할 수 있는 인물이 계속 바뀌다가 저도 마지막엔 환멸을 느꼈습니다 ㅎㅎ 누구 한 명의 잘못이라는 식의 시선이 아니라 사람을 병들게 하는 체제를 느끼게끔 해줘서 정말 좋았어요. 병적인 한 개인이 문제인 것처럼 보여도 일방적인 개인 잘못으로 몰아갈 순 없겠죠. 체제를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이 제겐 그랬어요.
쿠로 님 반갑습니다! 지긋지긋하다는 표현 새롭네요, 근데 이게 뭔지 알 거 같은. 말씀 듣고보니 대학 빌런 유니버스 같기도 하네요. 작중 인물 모두 실은 자기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실행하는 사람들이죠. 한정된 인정 자원을 가지고 투쟁하는 세계에선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충돌 같기도 해요. 문학이 한국에서 어떻게 제도화돼 있는지 보여주는 여러 작업물 살펴보시면 좋아하실 거 같아요. 조영일 평론가의 장편 비평 3부작부터 장강명 작가의 『당선, 합격, 계급』 등등.
이제 막 알리바이 성립에 도움이되는 현대문학강의 를 읽고 글을 남깁니다. 작가님의 지난 삶을 안다면 이 편지가 전하고자 하는게 조금은 더 이해가 되지않을까 아쉬운마음이들었습니다. 시에무지한 독자로 진영씨가 쓴 시가 궁금합니다. 편지에 쓴 승택씨의 문학에대한 견해에 따르면 우리모두는 문학자인것이네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그 견해에 동감해주고 싶었어요
다별윤서님, 반갑습니다! 편지 형식의 글이어서 더욱이나 개인의 경험과 맞물려 있을 거라 생각해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글 뒷부분 에세이에도 제 이야기가 아주 일부 담겨 있긴 한데, 저도 문학 관련 대학원 진학을 고민(근데 그땐 창작자가 아니라 연구자로서 길을 걷고자 했습니다)했고 오래 문학을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필드에 대한 궁금증이 자연스레 있었던 편예요. 그때는 관심 수준이니 아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요. 진영 씨가 쓸 법한 시는, 서정시가 아닌 시들인데 최근 시 트렌드와도 크게 다르진 않긴 합니다. 책 추천도 해주는 작은 서점에서 주인에게 요즘 잘 나가는 시집 무엇인지 슬쩍 물어보시면 어떨까요 :) 문학을 성역처럼 여기곤 싶지 않고, 문학은 누구의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동감합니다.
키워드가 그래서 그랬을까요? 짧은 글이지만 써놓고보니 어딘가 호전적이라 민망하네요. 작가님의 다정한 코멘트 고맙습니다! 벌써 둘째날이네요~! 메모해두었던 질문 살포시 올려봅니다◕‿◕ 에세이에서 제도와는 무관하게 늘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쓰기를 멈추지 않으신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쓰는 사람이 이런 마음으로 쓰는 글이라면 나도 진지하게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님은 나의 세계관을 이해받고 싶다, 동조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싶다거나 하는 욕심은 느낀 적이 없으신가요?
에세이에서 그런 느낌 받으셨다니! 저희 이미 대화를 나누고 있었네요. 저 역시 이해받고 싶어서 이해하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다만 저는 제 글이 가진 논점이나 호소력을 통해 타인의 공감이 이뤄졌으면 하고 바라죠. 그건 엄청난 일일 테고요. 그런 종류의 공감은 이쪽 저쪽 편들기를 넘어서는 감각이라고 생각해요. (이는 문학에서도 그렇지만 저널리즘 윤리 측면에서 더 고민스러운 지점이기도 해요.)
회고 형식의 서간문이라니! 입을 틀어막아가면서 읽다 끝으로 갈수록 씁쓸해지더라구요. 일개 독자가 문단에 부여하는 권위는 대체 무엇일까, 하고요. 읽는 내내 여러 고민을 했습니다. 시인 혹은 작가에는 자격이 필요할까요? 순문학과 웹-장르문학을 가르는 경계가 존재할까요? 창작이론과 역사를 정식 교육기관의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통해 학습해야만 할 이유가 있을까요? 작가님의 생각을 여쭙고 싶습니다.
등단이라는 제도를 경유하는 과정 속에서, 함께 고민해보고 싶은 주제였어요. 시인 혹은 작가에 자격이 필요하느냐는 ESC님 질문은 책 기획 의도와도 좀 맞물리는데요. 신춘문예 작가들의 서포모어 작품 앤솔로지라는 책 기획에서도 그런 의미가 일부 드러나지만... 흔히 자격이라고 생각되어온 등단은 출판 시장에 작가로서 진입하는 경로 중 하나 정도로 의미로 축소됐죠. 현실적으로 출판시장에서 신입 작가로서 어필하는 포트폴리오 역할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이번 책 기획 의도를 받아들고선 작가로서 계속 써내려가고 싶은 주제가 있느냐,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가 등단을 거쳐왔는지 여부 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두 번째, 세 번째 원고를 계속 써내려가야 작가라는 거겠죠. 자격에 선행하는 작가로서의 본질은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약간 별개로 저는 등단까지도 포함해서 출판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포트폴리오의 형식은 다양할 수록 좋다는 생각하는데요. 최근 들어 출판 시장에 진입하는 다양한 경로가 보이는 거 같아요. 좋은 작가와 시인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등단과 같은 문턱 기준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그 이야기가 현 시점에 유효한 관점과 시각을 제시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게 맞는다면... 이런 관점에선 좋은 작품을 선별하고 호명하는 역할을 누가 하느냐가 사실 중요해요. 한국 문학 시장은 그걸 아카데미즘이 맡아왔기 때문에 교육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긴 한데, 그걸 독자 중심의 커뮤니티로 옮겨갈 수 있느냐가 최근 화두인 거 같더라고요. 출판 시장이 보다 편집자 우위로 조정되고, 책과 작품을 평가하는 플랫폼의 기능이 활성화되는 과제가 있어 보이는데요. 그점에서 그믐도 꽤 야심찬 기획으로 느껴져요. 함께 참여해보니 즐겁네요. 냉소하기 보다 저도 작가이기 이전에 일차적으론 독자로서 희망을 품어보고 싶어요 ㅎㅎ
아주아주 먼 옛날. 완장이라는 제목의 MBC베스트셀러 극장 드라마를 본 기억이 납니다. 보잘 것 없는 동네 백수가 저수지 관리인이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극화 한 것인데요. 남들이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완장도 권력이랍시고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하나의 우화로 잘 그려낸 작품이었습니다. 국가 권력, 사법 권력 처럼 엄청난 그 무엇의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두 사람만 모이면 그 안에서 권력관계가 생긴다'는 말처럼 일상 속 쉽게 내뱉을 수 있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권력이란 단어는 조심해야 할 듯 합니다. 무시무시해 보이지만 아무것도 아닐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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