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장마 또 더위가 시작하는 때입니다. 한국에서는 6월 3일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정말로 요즘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을 보고 싶을 때면 멍하니 이 대통령의 얼굴을 봐요. 정말 행복해 보여요. 하하하!)이 새로운 정부를 정력적으로 시작했죠. 괜히 언급했으니,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명 정부의 행운을 빕니다. 대한민국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당연한 바람입니다.
이런 사정과 무관하게 7월에도 벽돌 책 함께 읽기는 계속됩니다. 7월에 함께 읽을 스물네 번째 벽돌 책은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의 『소련 붕괴의 순간(Collapse: The Fall of the Soviet Union)』(위즈덤하우스)입니다. (네, 2023년 8월에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로 시작한 매월 벽돌 책 한 권씩 함께 읽는 소소한 프로젝트가 벌써 2년이나 되었습니다!)
『소련 붕괴의 순간』은 6월에 함께 읽은 벽돌 책 『냉전(The Cold War: A World History)』을 잇는 책입니다. 『냉전』의 마지막 부분에서 호흡이 빠른 다큐멘터리처럼 묘사된 1989년부터 1991년까지 동유럽 (현실) 사회주의와 소련의 해체 과정을 『소련 붕괴의 순간』으로 좀 더 깊이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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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지금은 영국에서 연구 중인 주보크는 소련 현대사의 권위자로 꼽히는 역사학자입니다. 특히, 그가 2021년에 펴낸 『소련 붕괴의 순간』은 격렬한 찬사와 또 비판을 불러일으킨 책입니다. 이 책에서 그는 그동안 소련 몰락을 놓고서 나왔던 지배적인 서사 세 가지를 단호하게 거부합니다.
첫째, 서방(미국)의 ‘승리 서사’를 거부합니다. 소련은 미국의 압박 때문에 불가피하게 몰락한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둘째, 민족주의의 발흥이라는 구조적 요인을 강조하는 서사를 거부합니다. 주보크는 소련 몰락에서 소련 내 다양한 민족의 분리 압박이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었다고 주장합니다. 셋째, 고르바초프에 대한 비운의 ‘영웅 서사’를 거부합니다.
대신, 주보크는 다른 요인을 강조합니다. 첫째, 자격 없는 “불운한 선장” 고르바초프의 섣부른 개혁이 소련을 몰락의 길로 재촉했습니다. 둘째,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실책은 소련 경제와 재정의 붕괴였습니다. (그는 이 책이 “더 넓은 역사적 서사 안에서 경제적, 재정적 요인에 아주 면밀하게 주의를 기울여 소련 붕괴를 살펴보는 최초의 연구서”라고 자평합니다.)
앞의 두 가지 요인을 염두에 두고, 주보크는 소련 붕괴가 ‘필연적인’ 일이 아니었다고 주장합니다. 나쁜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면서 드물게 발생하는 일종의 “퍼펙트스톰”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좀 더 과감하게, 차라리 “중국 모델” 같은 강력한 국가가 통제하는 점진적인 구조 개혁이 “훨씬 더 논리적인 경로”였다고 주장합니다. (일찌감치 세상을 뜬 고르바초프의 전임자 안드로포프의 구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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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붕괴의 순간』은 우선 재미있습니다. 아예, 1990년 12월 20일부터 시작해서 1991년을 훑는 2부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 아니 영화를 보는 듯합니다. 저자는 이 역사의 현장을 복원하고자 자기 경험에 더해서 수십 년간 수많은 사람을 인터뷰하고, 러시아어를 알아야 접근할 수 있는 1차 사료를 수집했습니다.
소련 몰락과 같은 중요한 사건을 통해서 역사에서 구조와 행위의 상호작용, 그리고 좀 더 중요한 요인이 무엇인지 음미해 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에서 가지 않은 길’을 상상해 보는 ‘반사실적 사고(Counterfactual Thinking)’의 묘미도 새삼 느낄 수 있었답니다. 만약, 그때 고르바초프의 개혁이 다른 방향이었다면, 그때 그가 무력을 사용했다면 등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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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보크는 1991년 8월 소련을 떠나 가족과 함께 연구 프로젝트를 하러 미국으로 가던 중에 고르바초프에 대항한 쿠데타 소식을 듣습니다. 그리고 12월 다시 모스크바 공항에 내렸을 때, 그가 떠나온 나라(소련)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시작해 수십 년간 이어온 역사학자의 집요한 질문(‘소련은 왜 망했을까’)의 답을 7월에 함께 읽어 봐요.
뜻밖에 이 책을 읽다 보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가 망가지지 않도록 하는 지혜까지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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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읽은 벽돌 책 (총23권)
2023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2023년 8월)
『권력과 진보』 (2023년 9월)
『위어드』 (2023년 10월)
『변화의 세기』 (2023년 11월)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2023년 12월)
2024년
『사람을 위한 경제학』 (2024년 1월)
『경제학자의 시대』 (2024년 2월)
『앨버트 허시먼』 (2024년 3월)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024년 4월)
『나쁜 교육』 (2024년 5월)
『화석 자본』 (2024년 6월)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2024년 7월)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2024년 8월)
『메리와 메리』 (2024년 9월)
『중국필패』 (2024년 10월)
『마오주의』 (2024년 11월)
『노이즈』 (2024년 12월)
2025년
『행동』 (2025년 1월)
『호라이즌』 (2025년 2월)
『3월 1일의 밤』 (2025년 3월)
『세계를 향한 의지』 (2025년 4월)
『어머니의 탄생』 (2025년 5월)
『냉전』 (2025년 6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
D-29

YG모임지기의 말
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이번 모임은 신청자가 소수라도(이 책이 다루는 주제에 많은 분이 관심이 있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죠?) 즐겁게 진행해볼 생각입니다. 하하하!
7월 4일 금요일 '서문'을 읽는 것으로 시작해서 7월 30일 수요일 '결론'을 읽는 것으로 끝나는 일정입니다. 하루 평균 30쪽 정도를 읽는 일정으로 잡았어요. 이번에는 앞의 두 책보다 조금 가벼워서(!) 주말에는 쉬거나, 밀린 부분을 읽거나, 병행(병렬) 독서하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래는 일단 가안으로 잡아 둔 읽기표도 올려드려요!

YG


연해
오, 주말에 빈칸이 존재하다니! 너무 신난!... 아, 아니. 더 꼼꼼하고 차분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한결 편안합니다. 거기다 『냉전』을 잇는 책이라고 하시니 더더 기대되고 있어요. @롱기누스 님도 함께 하시니 든든하네요. 7월도 함께 달려보시죠 2 !

YG
@연해 님, 주말 빈 칸 신나시죠? :) 이번 달에도 환영합니다. 재미있고 뜻 깊은 독서 경험이면 좋겠습니다!

오뉴
쫌 쉬고 들어왔습니다. 잘 따라가 보겠습니다. 전 읽기에 급급해 여기에서 활발하게 오가는 댓글 참여는 어렵더라고요.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끔 문장수집 올리는 정도로 살아있음을 표시하겠습니다 ㅎㅎ

YG
@오뉴 님, 반갑습니다. 이번 책도 취향에 맞고 또 즐거운 독서 경험이기를 바랍니다.

롱기누스
7월에도 함께 달려보시죠!!


YG
@롱기누스 읽기표 보시니 우습지 않습니까? 올해 상반기에 너무 무지막지한 벽돌 책이 많아서 이번 책은 살짝 애교 수준으로 보이죠? 하하하!

롱기누스
음... 이런 걸 착시현상이라고 불러야 할지 면역력 증가현상으로 봐야할지... 잘모르겠지만, 암튼 좋은 현상인 것 같습니다. :)

YG
@롱기누스 벽돌 책에 내성이 생긴 것으로 하시죠! :)

탱구엄마
벽돌책 초보(?)에게 너무 어렵지 않을지 걱정이지만
우선 진도표 따라가기를 목표로 삼고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YG
@탱구엄마 반갑습니다! 다들 그렇게 부담없이 시작하셨다가 벽돌 책, 혹은 벽돌 책 모임 마니아가 되십니다. :)

stella15
저는 고르바초프나 소련의 몰락은 좀 궁금해서 이 책에 대한 관심이 없지는 않은데 책값도 좀 비싸고, 읽을 시간도 없을 것 같아 그냥 여기서 도움을 받도록하겠습니다. 얌전히 조용하게 다니도록 하겠습니다.
YG님 말일이면 완독자분들께 날려주시는 고생하셨다는 멘트 다시 들어보고 싶기는 한데 어째 7월도 전 좀 어렵지 싶네요. ㅎㅎ
암튼 기대하겠습니다.^^

YG
@stella15 와! 반갑습니다. 책 읽고 대화 나누는 중에 한두 마디씩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게시판이 확 삽니다. :) #편하게 이야기 하는 방이니 언제든 놀러 오세요!

꽃의요정
오? 사진 고르바초프 씨인가요? 냉전이랑 연결돼서 좋네요~근데 '냉전'에서 하도 인도가 이상한 존재였다는 이야기가 많아, 인도 부분도 많이 궁금합니다.
근데 소련은 옆으로 넓은 나라라 사람도 나라도 무엇이 특징인지 잘 모르겠어요~

YG
@꽃의요정 네, 아무래도 이 책의 주인공은 고르바초프죠.
인도 현대사 하면 이옥순 교수님이 먼저 떠오르는데요. 검색해 보 니, 이분이 최근에 책을 한 권 또 내셨네요. 『최소한의 인도 수업』(삼인) 제가 원래 읽고서 추천하려던 책은 『이옥순 교수와 함께 읽는 인도 현대사』(2007)인데 이 책은 벌써 아주 옛날 책이네요.
인도 경제를 초점에 두고서 인도 현대사를 살필 수 있는 책은 아쇼카 모디의 『두 개의 인도』(생각의힘)라는 책이 있어요.『냉전』에서 살짝 나온 인도 경제의 실패의 원인을 찾아보는 책입니다.
이광수 선생님도 인도 전문가로 유명한 분인데. 『인도 100문 100답』(엘피)이라는 책도 덧붙입니다.

최소한의 인도 수업 - 다섯 가지 키워드로 읽는 인도라는 세계오랫동안 인도를 연구했고 인도의 A to Z를 알리기 위해 힘써온 인도 전문가 이옥순의 책 《최소한의 인도 수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삼성경제연구소가 시작한 ‘SERI CEO’에서 이옥순이 ‘나마스떼 인디아’라는 이름으로 2013년 7월부터 2024년 1월까지 10년 넘게 진행했던 온라인 강의 내용을 일부 정리해 펴낸 책이다.

두 개의 인도 - 인도, G3로 가는가 여기서 멈추는가독립 직후부터 현재까지 인도의 정치와 경제를 총체적으로 조망한 역저 《두 개의 인도》가 독자를 만난다. IMF에 서 일하고 와튼스쿨 교수를 역임한 프린스턴 대학교의 경제학자 아쇼카 모디 교수가 조국 인도에 대한 환상을 깨부수고 인도를 제대로 알려준다.

인도 100문 100답 2 - 인도를 이해해야 세계에 다가선다국내 유일, 최고를 자부하는 인도 지역 전문가 이광수 교수(부산외국어대)의 두 번째이자 ‘어쩌면’ 마지막 인도 교양서. 유튜브 채널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에서 1년 넘게 강의하면서, 기타 여러 단체나 기관의 특강 자리에서 만나고 접한 사람들의 반응에 대한 일종의 피드백이다.
책장 바로가기

꽃의요정
역시 도서계의 클라우드! 감사합니다~
인도와 러시아는 저에게 가장 특이한 나라들이에요. 다른 나라들도 전혀 모르면서 이런 소리를...
(참고로, '앨버트 허시먼'은 나중에 같이 읽자는 말씀에 얼른 반납했습니다. ㅎㅎ)

YG
@꽃의요정 책GPT라고 놀리는 사람이 있기는 합니다. :)

지호림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붉은 인간의 최후’를 읽던 중에 지나칠 수가 없어 오랜만에 벽돌책 모임에 왔습니다. 도서관에서 잽싸게 빌려 서문을 읽었는데, 양장본이라 상당히 두툼하더군요.(사물함에 고이 모셔놓고 학교에 들를 때마다 읽으려고 합니다)
연구서 느낌이 나서 쉽진 않았지만, ‘붉은 인간의 최후’보다는 가독성이 좋은 느낌이었네요...(비슷한 형식으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낸 인터뷰집 ‘약속된 장소에서’는 술술 넘어갔던 기억이 있는데, 아마 러시아 문화에 익숙치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ㅎㅎ;) 소련의 붕괴 전후 맥락을 여러모로 톺아보는 이번 여름이 될 것 같아 기대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붉은 인간의 최후 - 세컨드핸드 타임, 돈이 세계를 지배했을 때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붉은 인간의 최후』는 소련이 해체되고 자본주의가 사회에 이식되며 돈의 세계로 쫓겨난 사람들의 모습을 다룬다. 개인과 자본보다는 이념과 평등, 집단을 우선시했고, 돈이 아니라 배급쿠폰에 의해 움직였던 소련인들은 돌연 돈과 자본주의의의 냉혹한 얼굴을 마주하며, 누군가는 환희에 젖고 또다른 이는 절망하고 분노한다.

약속된 장소에서무라카미 하루키는 왜 <1Q84>를 쓰게 되었는가? 거짓 같은 사실을 기록한 하루키 문학의 일대 터닝 포인트. 「문예춘추」에 '포스트 언더그라운드'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언더그라운드>의 후속작이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담은 전작에 이어 가해자인 옴진리교 관계자들과의 인터뷰 및 저명 심리학자 가와이 하야오와의 대담을 통해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어둠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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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책이 1980년대 중반부터 나오기 시작했잖아요. 그런 맥락도『소련 붕괴의 순간』에서 나오더라고요.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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