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지난번 『냉전』에 이어 이번에 『소련 붕괴의 순간』을 읽으면서 연인에게 자꾸 소련 이야기를 했더니, 제 입에서 그 단어가 나오는 게 신기하다고 하더라고요(연인은 저와 나이 차이가 꽤 나는 편입니다). 소련 해체는 제가 태어날 무렵에 있었던 일이니까요.
저도 놀랐어요. 기자 3년 차까지도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선망이 없으셨다니... 저희 이모도 기자 생활을 하시다가 지금은 법조인이 되셨는데, 그때와 지금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치기라기 보다는 열정 같은 것들?
이렇게 또 YG님의 새로운 면모를 알아가네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
D-29

연해

향팔
@연해 저도 남자친구와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편이에요. 저 역시 ‘소련’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어릴적 뉴스에서 ‘구쏘련’이나 ‘독립국가연합’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기억은 어렴풋이 납니다. 아, 그리고 <몽실 언니>에 “미국놈 믿지 말고 소련놈에 속지 마라 일본놈이 일어난다” 이런 말이 나오는데, 제가 꼬꼬마 때 몽실언니를 너모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그 단어들이 왠지 익숙해요. 그래서 평소 남자친구랑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 등을 같이 볼 때면 저도 모르게 막 미국넘이 어쩌고 쏘련넘이 저쩌고 이러케 얘길 하는데 남자친구는 제가 그런 표현 쓰는걸 별로 안 좋아하더라고요 흐흐 연해님 말씀을 읽으니 저도 생각나서 말을 얹어봅니다.

몽실 언니 - 권정생 소년소설, 개정판동화 작가 권정생이 1984년 발표한 <몽실 언니>의 개정 4판. 해방과 한국전쟁, 극심한 이념 대립 등 우리 현대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겪은 작은 어린이의 사실적인 기록이면서, 처참한 가난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이웃과 세상을 감싸 안은 한 인간의 위대한 성장기다. 2012년 출간 100만 부를 돌파하며 나온 개정 4판은 판화가 이철수의 신작 목판화로 작품의 감동을 새롭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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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아 저도 남편과 나이 차가 많이 나는데 남편은 제가 교련수업을 안 받아서 삼각건이 뭔지 모른다는 것에 놀라더라구요..^^;; 근데 남편도 그당시 교련수업의 대부분은 쓸데없는 내용이 많았다고;;;

향팔
교련 하면 저희 친오빠새키가 교련복(얼룩무늬?)을 싸갖고 다니던 걸 할머니가 빨아주시던 기억이 나요. 말씀하신 삼각건은 방금 검색해봤는데 엇 머리랑 어깨에 동여맨 그림이 왜케 낯설지 않죠? 저도 교련 세대인가 봅니다. 아, 애국조회 하던 세대인 건 확실합니다. 그건 절대 잊을 수 없죠. 땡볕에서 애들 잡던 애국조회! 요즘 학교는 그런거 안 시킨다고 해서 너모 기쁘더군요.


borumis
요즘 그런 거 하면 애들 잡아먹는 것보다 학부모들이 학교 교원들을 잡아먹을 걸요? ㅎㅎ 개인적으로 저도 조회시간에 자주 기절하던 1인으로 그런 게 없어진 건 참 다행이에요..

향팔
그러네요. 기후변화로 점점 더 뜨거워지는 날씨를 보면 더 그런 생각이 듭니다. 또 요즘 학부모님들은 예전에 학교에서 혹독하게 당했던 경험들이 다들 있어서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연해
오, 그게 정식 명칭이 있었군요! 몰랐습니다. 저도 월요일마다 '좌향좌 우향우' 외치던 거 생각나네요. 땡볕에 줄 맞춘다고 그 무슨 난리인지. 교장 선생님 말씀은 또 왜 그리 길던지...

stella15
와, 아직도 그런 자료가 있군요. 놀라운데요? ㅎㅎ

연해
엇! 향팔님도 연인분과 나이차이가 꽤 있으시군요(찌찌뽕). 내적 친밀감이 더해지네요:)
평소 러시아에 관심이 많다고 하셔서 그런지(모스크바에서 반년 정도 살았던 적이 있다고 하셨죠?), 향팔님의 이야기가 더욱 생생하게 읽혔습니다. 저도 <몽실 언니>를 분명 읽었는데 왜 저 대목은 생각나지 않는 것인지... 잠시 기억을 되짚어 보기도(하하하). 두 분이서 나란히 앉아 뉴스, 시사 프로그램 등을 시청하시는 모습을 가만히 상상해보기도 했어요. 저도 가끔(과연 가끔일까...) 어떤 주제로 유독 격렬해질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마다 연인이 자주 짓는 특유의 표정이 있어요. 그 표정이 문득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 주제로 향팔님과 대화를 나눌지는 몰랐는데 솔직하고 즐겁네요.

borumis
저두.. 몽실언니 읽으면서 펑펑 울었던 기억만.. 그리고 어른들이 참 한심하게 느껴졌던 기억만...;;

borumis
아뇨 맞을 거에요. 제가 하두 옛날에 읽어서 내용이 대부분 두리뭉실~;;
남자분들이 의외로 드라마나 문학작품 볼 때 눈물이 많더라구요 ㅎㅎㅎ

연해
하하하, 저랑 같네요. 다시 읽어도 처음 읽는 것 같은 느낌. 짜릿해, 새로워! (죄송합니다) 기억력이 메롱이라 늘 메모를 습관화하는데, 이 행동은 <몽실 언니>를 읽을 당시에는 덜 발달된 습관이라 놓쳤나봅니다.
남자친구분과의 일화도 몽글몽글하네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문학 작품을 읽고 울 수 있는 남자는 너무 멋진 것 같습니다. 저의 연인도 <토지>를 읽고 눈물을 훔쳤는데, 연인의 그런 면을 제가 참 좋아합니다(뜬금없는 고백).

향팔
와,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완독한 사람 또한 없다는 그 토지를요. 멋지십니다. 두분 잘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제 남자친구도 한때는 책을 좋아했습죠. 이분은 제가 꼬꼬마 때 단골로 다니던 LP바의 사장님이었는데요, 그때는 놀러가면 음악 얘기뿐만 아니라 책 얘기도 많이 하고 책 선물도 주고받고 그랬었지요. (정치적 성향도 비슷했고요.)
그렇게 주인-손님 관계로 지내다가 가게가 문을 닫고 연락이 끊긴 지 10년쯤 지난 어느날, (각자가 먼길을 돌고 돌아 온갖 간난고초 끝에) 다시 만나게 되었답니다. 근데 막상 사귀고 나니 이제는 자기가 늙고 알콜에 찌들고 성인ADHD에 걸려 세줄 이상은 집중을 못 하는 몸이 되었다는 허튼 소리를 지껄이면서 더이상 옛날처럼 뇌섹남 시늉을 안 하시더라고요 하하

연해
우와, 마치 영화 같은 두 분의 만남이네요. LP 바라는 장소만으로도 충분히 낭만적인데, 꼬꼬마 때 단골로 다니셨던 LP 바 사장님과의 10년 후 재회라니! 그 장면을 가만히 상상했는데, 정말 영화 속 한 장면 같았습니다. 만나야 할 사람들은 아무리 긴 시간이 흘러도, 결국은 돌고 돌아 다시 만난다는! (저 혼자 또 들떠있네요)
비록 재회 후에는 책과의 인연이 전과 같지 않으셨지만(허허허) 그래도 기본 베이스가 어디 가나요. 뇌섹남 시늉 아니고, 본투비 뇌섹남 아니실까요. 두 분의 소중한 추억인데, 진솔하게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회사에서 일하면서 꾹꾹 눌러뒀던 낭만주의자 감성이 다시금 차오릅니다(꺄).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짧은 소설 한 편을 뚝딱뚝딱 지어보고 싶어지는데요. 필력이 부족해 문장은 엉성하겠지만, 소재가 너무 아름다워요.

향팔
하하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내친김에 @연해 님의 감성이 더욱 차오를 만한 사연 하나 더 덧붙일게요. 연해 님의 연인 분께서도 고양이와 사신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맞지요? 제 남자친구도 동물을 참 좋아합니다. 털짐승과 같이 한번 살아보는 게 제 어릴 적부터의 로망이었지만 한번도 이루지 못했던 반면 그는 항상 동물들과 한지붕을 이고 살았고, 가게 앞에 길냥이 밥자리도 상시 운영하시곤 했지요(그 점 또한 제게는 호감이었고요).
지난 5월에 먼길을 떠난 저의 동동이는 사장님(당시의 호칭/ 현 남친)을 통해 입양한 고양이였어요. 사연인즉슨 어떤 몹쓸 자가 사장님 동네친구 아파트 화단에 아깽이들을 상자에 담아서 버려놓고 갔다고 하더라고요. 그중 살아남은 아이를 사장님이 임보 중이라고 하시길래 제가 덥석 데려왔고, 그 고양이가 동동이랍니다. 그로부터 10년쯤 후에 사장님을 다시 만나게 된 것도 동동의 투병과 관계가 있고요. 말해놓고 보니 참, 인연은 인연인갑다 싶네요. 연해 님 말씀대로요.
사진은 동동이를 그 LP바에서 처음 만났던 날의 모습이에요. 억울한 눈망울이 참 귀엽죠? 이젠 숨차는 일 없이 하늘에서 즐겁게 뛰어놀고 있을 거라 믿어요.


stella15
와~정말 소설이네요. 하루키 단편소설 같은. 제가 하루키 단편 좋아하거든요. ㅎ 그러니까 어찌보면 동동이 두 분을 연결시켜준 거네요. 이처럼 향팔님한테 확실한 위로가 어딨겠습니까? 동동이가 영물이네요. ^^

borumis
아효.. 저 억울한(?) 눈망울 너무 사랑스럽네요.. 투병으로 인연 맺어준 둥둥이.. 이제 더이상 아프지 않고 편히 쉬길 바랍니다. 저희 남동생부부도 LP를 집에서 듣던데.. 참 디지털과 다른 갬성이 좋더라구요..

연해
세상에, 동동이와의 만남 속 연결고리가 남자친구분이셨군요. 아니면 남자친구분과의 만남 속 연결고리가 동동이일 수도 있고요. 아니, 둘 다인 것 같네요:)
5월에 동동이 소식을 듣고 제 마음도 먹먹했던 기억이 납니다. 남자친구분의 고운 마음씨 덕분에 동동이를 만나고, 그렇게 10년을 함께 한 동동이와의 이별에서 다시 남자친구분을 만나고. 말씀하신 것처럼 인연은 인연인 것 같아요. 동동이도 남자친구분도요(그것도 아주 소중한, 특별한). 올려주신 사진 속 동동이의 아가 시절도 정말 귀엽습니다. 눈망울이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울까요. 숨차는 일 없이 하늘에서 즐겁게 뛰어놀고 있을 거라는 향팔님 말씀에 제 마음이 다 포근해집니다.
그리고 향팔님이 기억하고 계신 것처럼(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연인도 고양이와 살고 있어요. 향팔님 이랑 제가 은근히 닮은 점이 많아 신기해하는 중인데요. 제 연인도 카페 사장님이었는데, 어느 날 카페로 들어온 길(동네)고양이가 지금 키우고 있는 '딴지'라는 고양이랍니다. 벌써 9년도 더 된 일이죠. 남자친구분이 동물을 참 좋아하신다고 하셨죠? 제 남자친구도 그래요(찌찌뽕). 딴지를 키우기 전에도 유기견을 한 마리 키우고 있었는데(복실이라고), 지금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답니다. 동동이처럼 하늘에서 건강하고 즐겁게 뛰어놀고 있을 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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