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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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고르바초프가 별장에서 읽었던 솔제니친의 'Lenin in Zurich'를 읽어보고 싶네요. 한국에서는 아예 번역이 안 된 것 같고 미국에도 구하기 쉽지 않은 것 같네요. 소설들로 유명하지만 그의 러시아 사회에 대한 평론집도 나중에 함 보고 싶네요.
세기말의 러시아 문제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의 네 번째 작품집은 알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친의 평론집이다. 그는 전 세계가 두 진영으로 갈려 극명하게 대립했던 냉전시대에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고루 경험한, 누구보다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춘 지식인이었다.
@롱기누스 처음에 기획 단계에서 주저하실 때 제가 좋은 기획이고 분명히 반향이 있을 거라고 엄청 격려했었는데. 이렇게 책이 나와서 좋은 반응을 받으니 괜히 제가 으쓱합니다. 저도 이번에 낸 책에서 해당 이슈를 놓고서 생각을 정리한 부분이 있어요. 장 작가님 SF를 소재로. :)
하하, 저도 <작가의 말>에서 YG님 등장해서 반가웠답니다. "이 책을 쓰면서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취재에 착수하고 얼마 동안은 ‘알파고 이후 바둑계의 변화로 책 한 권을 쓸 만한 이야깃거리가 나올까’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런 고민을 강양구 기자 겸 지식큐레이터님, 박재영 《청년의사》 주간님께 털어놓았고 두 분 말씀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1988년 및 1989년 초반의 사태, 특히 동유럽과 소련 내부에서 민족주의적 동원과 경제적 불만은 이러한 현상을 일찍이 입증해주었다. 고르바초프는 폭풍이 몰려오고 있다는 신호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엄청난 자신감으로 폭풍 속으로 무작정 돌진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수십년간 억눌려온 분노, 좌절감, 테러와 불의의 기억이 터져 나왔다. (1989. 5. 인민대표회의 첫 회기)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1부 3장 '혁명들' 을 읽었습니다. 제목처럼 이제는 소련 연방국들, 소위 동유럽 국가들이 차례차례 혁명을 일으키며 소련 연방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알 수 있는 장이었습니다. 고르바초프가 내세운 글라스노스트는 동유럽국가들에게 더 많은 정보와 언론의 자유를 허락했고 그것은 고르바초프의 의도와는 달리 미래의 적대자들로 성장했습니다. 이 장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소련 사람들이 서방세계의 풍요로움을 맛보고 자본주의에 대한 놀라움과 부러움 그리고 동시에 자국에 대한 배신감을 느낀 부분입니다. 빵 한덩이 사기위해 1시간 이상 줄을 서야햐고 그나마도 없어서 못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그들이 서유럽과 미국의 쇼핑센터에 그득하게 쌓여있는 빵과 고기를 보면서 얼마나 놀랍고 부러웠을까요? 고결하다고 믿고 있던 자신들의 이데올로기가 결국 허울 좋은 외침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내용은 2장에서도 언급했던 토크빌의 말을 다시한번 상기시켜주었습니다. "피할 수 없어 보일 때 참을성 있게 견딘 악은 일단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더는 참을 수 없어진다" 많은 분들도 느끼지 않았나 싶은데, 이장에서 제일 이해할 수 없고 답답했던 것은 아무래도 리투아니아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카자흐스탄의 독립까지 일련의 연방국 독립과 혁명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르바초프는 그것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자신의 개혁 개방 정책이 온전히 성공할 것으로 믿었다는 것인데요. 역시 사람은 사실을 믿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아울러 조금 재미있었던 부분은 소련이 얼마나 급했으면, 미국과 회담에서 자신들의 적자 장부를 공개하고 좀 빌려주라 애걸하는 부분이었는데요. 여기서 미국의 반응이 재미있었는데요. 미국은 한 술 더 떠서 '야. 우리도 전 정부로부터 물려 받은 빚만 500억 달러다' 라고 은근히 거절하면서 '정 그러면, 너희들 금 많다며? 그걸로 채권 발행하면 되겠네' 라며 훈수질까지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소련 입장에서는 정말 얼마나 얄미웠을까요. 이제 그만 싸우고 서로 잘 지내자 하고 손을 내밀었는데,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반응뿐이니... 자신들의 패를 너무 일찍 일방적으로 까면 안되는 것은 포커에서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중국의 태도였습니다. 천안문 사태를 기점으로 저의 느낌은 중국은 소련을 약간 무시하고 깔보는 스탠스로 바뀐 것 같아요. '자기 집구석도 제대로 못챙기면서 무슨 개혁개방?' 뭐 느낌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미국과의 회담에서 소련을 대놓고 까죠. '저녀석들 우리에게까지 손 벌렸었어 ㅋㅋㅋ' 웃음이 터쳐 나오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소련의 위상이 땅에 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냉전시절 미국과의 경쟁에서 엎치락 뒷치락 하면서 세계 제일을 논하던 국가였는데. 우주에도 최초로 인간을 보낸 강대국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소련 국민들이 느끼는 자괴감이 엄청났을 듯 합니다.
고르바초프를 보면 두려운 현실을 보지 않고 부정하고 도피하려는 게 계속 보이는데 머리를 모래 속에 파묻고 가리려고 하는 타조 증후군이 생각나요.. 소련 사람들이 여태껏 해외여행을 못 나가서 슈퍼마켓의 차이를 보고 놀랐겠지만 고르바초프는 '취리히의 레닌'같은 책이나 측근에서도 KGB에서도 계속 경고를 해왔지만 그걸 애써 무시해 온 걸 보면 놀라운 현실부정 및 고집 관철입니다.. 결국 미국 심지어 허덕이는 중국에까지 손 벌리는 모습이라니.. 전 근데 여기선 러시아 전래동화?라고 했던 염소와 늑대와 양배추를 함께 배로 이동시켜야 하는 이야기 예전에 논리퍼즐 알고리즘 문제 같은 걸로 많이 나왔죠. 요는 한꺼번에 이동시키지 않고 하나씩 다소 반복해서 되돌려놓고 가는 일이 있어도 순차적으로 가야하는 건데 고르바초프 및 공산당도 소련 국민들도 모든 걸 너무 갑자기 노출되서 그런지 또 언제 상황이 바뀔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인지 양쪽 다 너무 급격하게 한꺼번에 모든 걸 바꾸려고 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모스코바의 공산당도 그렇고 발칸반도 등의 독립주의자들도 그렇고 영어속담에서 you can't have your cake and eat it too라고 하듯이 이것도 저것도 포기하지 못하고 두 토끼 다 동시에 잡으려는 과한 욕심 때문에 다 놓쳐버리는 것 같은데.. 어느 쪽도 양보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자기 편할 대로 이득은 챙기면서 간섭은 하지 말자고 하니.. 어쩌라고;;;
@borumis 타조 같은 고르바초프의 모습은 4장에서도 계속 나옵니다;
실제로 타조가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라 타조알의 위치를 자꾸 바꿔주기 위해 하는 행동이란 걸 배우긴 했는데도 너무 강렬한 이미지때문에 자꾸 그런 부정적 현실을 외면하는 느낌으로 남아있죠. 인간은 현실보다 자기가 믿고 싶은 걸 믿는 유일한 생물일까요? ㅎㅎㅎ 반면 이와 반대로 너무 hypervigilant해지는 미어캣 효과를 보여준 쪽도 있겠죠? 끝까지 냉전에 대한 경계를 놓지 않던 미국이나 언제 뒤집힐지 몰라서 서둘러 독립을 재촉한 발칸국가 등이나 포퓰리즘으로 이쪽도 저쪽도 만족시키려던 옐친 등도 소련 해체의 혼란에 기여하고 더 증폭시켰겠죠. 하지만 어쩌면 그런 미어캣들을 만들어 낸 자는 바로 이 험한 시국에 '각자도생'을 하라고 한 고르바체프이고...;;
맞네요. 고르바초프는 딱 타조 증후군이란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오, 책으로 읽을 때는 뭔가 진중하게 문맥을 따라가는 느낌이었는데, @롱기누스 님 너무 친근하게 잘 풀어 설명해주시는 거 아닌가요? 읽다가 웃음이 났습니다. 미국과 소련, 중국의 속마음...(하하하). @borumis 님 말씀처럼 저도 타조 증후군이 떠올랐는데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타조 증후군이 타조알의 위치를 바꿔주기 위한 행동이라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읽다보면 복장이 터진다는 YG님 말씀에도 매우 동의했고요. 진짜 몰라서 저러는 건가, 자신이 옳다고 주장했던 걸 부정하는 순간 그동안 쌓아왔(다고 생각했)던 모든 게 무너질 것 같아서 애써 부정하는 건가, 잘 모르겠어요. 저~ 위에서 @탱구엄마 님이 질문하셨던 '주변의 참모들은 왜 아무도 말리지 않았을까?'라는 문장이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주변인들을 하나하나 교체(?)하는 대목에서 '아, 결국 인간이란...'이라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오늘도 5장을 부지런히 읽어보겠습니다.
아 뒷부분에 또 그런 모습이 나오는 군요? 🤦‍♀️🤦‍♀️ 아직 좀 느리지만 저도 얼른 ㅠㅠㅎ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7월 10일 목요일에는 4장 '분리주의'를 읽습니다. 오늘 읽는 장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나서 1990년에 있었던 일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이번 장에서 저는 소련이 해체된 동력 가운데 중요한 것 하나가 러시아 민족주의였다는 사실을 새삼 생각해 봤어요. 소련을 사실상 러시아와 동일시하던 러시아 민족주의자와 엘친 같은 포퓰리스트가 우리끼리 따로 떨어져 나가면 훨씬 잘 살 수 있어, 하면서 경제 파탄과 정치 개혁에 지친 소련 시민을 현혹했고 그것이 소련 해체와 그 이후의 아노미로 이어진 중요한 원인이었다는 단서요.
전 파리 tv쇼에서 옐친의 포퓰리즘을 살벌하게 공격하던 철학자 알렉산더 지노비에프가 결국 포퓰리즘과 선동정치가들의 말에 현혹되는 사회에서 다시 1917년 러시아가 사라지며 독재자가 일어났듯이 이번에도 어떤 독재자가 권력을 쥐게 될 것이라고 예언적인 말을 남기는데요. 당시 파리에서 방송과 관련된 기사 링크에서 Zinoviev가 말한 부분을 퍼왔습니다. https://zinoviev.info/wps/archives/1339 People already took power in the Soviet Union into their own hands. And what happened? Stalin appeared. And if the people take power into their own hands, whoever it happens to be – even Yeltsin – he would still be a new Stalin. He will play the same role. I am not a politician, I am a researcher. I will tell you exactly what will happen. After five or six years something like Brezhnev times will return. Perhaps even worse, closer to the Stalin version. The Brezhnev era will be remembered as “the golden age”. That is what will happen. But if Gorbachev manages to destroy Soviet society, he will be named Man of the Century. Not Lenin, not Stalin – personalities of epoch-making scale – but the insignificant apparatchik Gorbachev. 1991년 뮌헨으로부터 크렘린까지 지노비에프는 'Isolate Yeltsin immediately!'라고 전보를 보냈다는데 실은 옐친에 이어 푸틴.. 이 더 큰 독재자 거물이 되죠. (스탈린이 30년 독재정치를 누리고 푸틴은 Medvedev가 중간에 4년 잠시 있을때도 수상이었고 1999년 이후 계속 권력의 정상에서 지금까지 있는 걸 보면 곧 스탈린을 넘어서겠네요;;) 이전 벽돌책 냉전에서 작가 베스타는 냉전시대의 무드를 가장 잘 대표한 자가 브레즈네프라고 했는데 브레즈네프의 시대를 황금시대라고 되돌아볼 거라고 한 게 아이러니하네요.. 그리고 냉전시대의 분위기를 대표한 게 튀지 않던 브레즈네프였던 것처럼 냉전시대를 뒤엎고 소련을 붕괴시킨 것은 레닌이나 스탈린같은 거물들이 아니라 어찌 보면 눈에 띄지 않던 레닌빠돌이같은 책벌레 (insignificant apparatchik) 고르바초프였다는것도 아이러니합니다. 역사의 흐름은 튀는 주인공들만 주목한다고 결정되는 게 아닌 것 같네요.
2장 해방 보편적 임무/ 과거의 복수/ 폭풍 속으로 1988년 12월 7일 고르바초프는 뉴욕에서 열린 UN 총회에서 연설했다. 고르바초프의 유엔 연설문의 주요 작성자인 체르냐예쁘는 그 원칙이 이데올로기적 혁명뿐 아니라 어쩌면 '세계 초강국 지위'에 대한 작별 인사를 대변한다고 여겼다. 한마디로 초강국 소련의 지도자가 서방 열강에 냉전의 종식을 제안했다. 소련은 협력자로서 모든 국제기구에 가입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71쪽) 이 연설은 고르바초프가 1986년 이래로 '새로운 정치적 사고'라고 했던 것에서 유래했다. 그것은 그의 신레닌주의적 오만함과 기가 막힌 이상주의, 핵 대결에 대한 혐오가 뒤섞인 것이었다. 스탈린의 냉소적인 현실정치, 흐루쇼프의 벼랑 끝 전술, 브레즈네프의 힘을 통한 평화 데탕트라는 배경에 반해 고르바초프의 프로젝트는 획기적인 돌파구였다. 그것은 마르크스-레닌주의라는 이데올로기와 소련의 지정학적 권력을 대체할 새로운 비전을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이었다. (71~72쪽) 소련은 민족주의적 원한과 염원이 산재한 지뢰밭이었다. 제정러시아의 잔해 위에 유혈과 무력, 볼셰비키 이데올로기에 의해 구축되었다. 국제적 혁명가 무리인 볼셰비키당은 민족성에 관해 정교한 정책을 발전시켰다. 스탈린과 일부 볼셰비키는 그들이 장악한 나라를 러시아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레닌은 반대했다 옛 제국의 종족적 문화적 지주였던 대러시아인은 억압 민족이며 소련 주변부에 비러시아계 민족은 모두 피억압 민족이라는 것이 레닌의 생각이었다. 그는 자체적 제도와 연방 탈퇴 권리까지 갖춘 민족들의 연합체라는 의미에서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이라는 국명을 제안했다. 레닌의 주장은 관철되었다. (82쪽) 1924년 레닌이 죽은 후 사실상 스탈린은 소비에트연방을 점차 단일 국가로 통치했다. 민족적 공산당들은 볼셰비키당 나중에는 소련 공산당의 철권통치로 단결되었다. 소련군은 민족적 편재를 따르지 않았다. KGB는 공화국마다 지부가 따로 있었지만 모두 모스크바에 종속되었다. 군대와 KGB라는 두 막강한 기관의 최고 통수권자는 소련 공산당의 서기장이었다. 모스크바에 위치한 국영은행(고스방크)은 모든 공화국과 자치 지역에서 통용되는 통화를 발행했다. (82쪽) 남캅카스에서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민족주의자들이 계속해서 서로를 대량으로 죽이고 있었다. 5만 명의 난민이 사방으로 피난을 떠났고 무장 폭력배들이 열차를 털고 촌락을 약탈했다. 1989년 1월 소련의 최고소비에트는 카라바흐에 계엄을 선포하고 그 지역을 공화국에 사법 관할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아제르바이잔에서 포그롬을 선동한 자들을 처벌하는 조치는 전혀 없었다. 이런 중앙 정부의 실패는 연방 전역에 걸쳐 '민족적' 공화국과 지방 당 관리에게 강한 부정적 신호를 보내는 셈이었다. 민족주의적 원한으로 넘쳐나는 판도라의 상자가 갑자기 열린 것이다. (88쪽) 그는 소비에트 체제를 속속들이 알았기에 그의 제안은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한 권력 피라미드 아래 심어둔 위장 폭탄이나 다름없었다. 공화국별 '자체 회계'와 유사한 구상이 유고슬라비아 종식의 근원이었다. 놀랍게도 사비사르는 고르바초프와 리시코프한테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발트인들은 종족 갈등과 폭력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르바초프에게 '인민전선'이라는 아이디어를 준 장본인이었다. (89쪽) '강한 중심, 그러나 역시 강한 공화국들'이라는 불합리한 원칙은 민족주의와 더불어 경제적•정치적 개혁에 대한 고르바초프의 접근법의 줄곧 뼈대가 되었다. (92쪽) 고르바초프는 조국과 인민에게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보편적 가치'와 자유를 주는 임무에 착수했다. 그는 인민을 해방시키고 자신이 일하는 공장과 땅의 주인으로 만드는 일을 계속할 것이었다. (104쪽) 고매한 서기장은 이 생각에 지나치게 사로잡혀서 세계사와 러시아 역사를 널리 살펴본 사람들에게는 명백히 보이는 역사적 교훈을 쉽게 간과했다. 고르바초프는 1861~1881년에 일어난 러시아의 대개혁에 관해 아무것도 읽지 않았던 모양이다. 차르인 알렉산드르 2세는 농노들에게 자유를 주고 러시아인과 비러시아인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시민권을 부여했다. 이런 개혁 조치는 러시아를 재빨리 근대화의 궤도에 올려놓았지만, 한편으로 교육받은 청년층을 급진화시키고 대규모의 급진적 인텔리겐치아를 배출했다. 제국의 비러시아계 주변부는 반란을 일으켰고 혁명가들은 차르에게 전쟁을 선언하고는 1881년 대낮에 그를 시해했다. 러시아 군주정을 섬겼던 귀족 가문의 후예인 영국 역사가 도미닉 리븐은 1994년에 "알렉산드르 2세의 목표와 전략, 딜레마를 아는 사람은 고르바초프가 직면할 수밖에 없는 많은 문제를 매우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썼다. (104~105쪽) 프랑스의 보수주의 사상가 알렉시 드 토크빌은 1789년의 프랑스 앙시앵 레짐의 몰락에 관해 이렇게 썼다. "위대한 천재만이 장기간 억압받은 신민들의 짐을 덜어주는 인물을 떠맡은 군주를 구해 줄 수 있다. 피할 수 없어 보일 때 참을성 있게 견딘 악은 일단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더는 참을 수 없어진다." 이것은 수십 년의 공산당 독재 이후 갑작스럽게 대중의 감정이 분출할 위험성에 관한 강력한 경고였다. (105쪽)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우주베키스탄,카자흐스탄 .... 우리도 대통령을 가지면 안되는가? 그러자 고르바초프는 맥없이 동의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160,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옐친은 고르바초프의 오만과 오류의 정치적 소산이자, 그의 거대한 야심 때문에 소비에트연방을 노림수로 만들어버린 정치적 도박의 산물이었다 "이제 그가 연방에서 러시아의 분리를 선언한다면, 고르바초프는 돌아가서 어떤 연방을 대표할 것인가? 그리고 고르파초프가 그 이단자를 저지하기로 한다면, 어떤 식의 전통적인 러시아 반란이 뒤따를 것인가?"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172,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고르바초프의 권위는 추락했고 정치적 기반은 좋게 말해서 위태로웠다. 국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빼면, 유일하게 유리한 입지는 세계 정치가라는 독특한 위상이었다. 서방 파트너들의 도움으로, 고르바초프는 자신의 정치적 수완을 재확인했다. 그는 독일의 재통일과 새로운 유럽 질서의 창건자가 되었다. 서방의 우군과 친구, 특히 부시와 콜의 도움을 받아 소련 지도자는 본국에서 자신의 권위를 재천명하길바 랐다. 하지만 고르바초프는 성공을 입증할 만한 근본적인 수단이 없었다. 소련 경제는 계속 나빠지고 있었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믿을 만한 전략이 없었던 것이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181,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고르바초프가 어떤 생각으로 이 시기를 보냈을까 궁굼해지네요. 그냥 미국으로 이민 가고 싶었을려나요.. 소련입장에서 보면 정말 속터졌을듯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7월 11일은 5장 '갈림길'을 읽는 차례입니다. 5장에서는 특히 1990년대에 소련 경제를 살려보려는 노력과 그런 가능성이 어떻게 무산되는지를 살피는 장이에요. 알다시피, 1부는 총 여섯 개 장입니다. 월요일에 6장을 읽고 나면, 1990년 12월부터 1991년 몰락까지 실시간으로 책이 전개됩니다. 오늘은 소련이 다른 길로 갈 수 있었던 마지막 가능성을 한번 상상하면서 읽어보세요. 1~5장까지 상당히 힘든 독서일 수도 있겠다 싶은데, 특히 처음 벽돌 책 시작하시는 분들 살짝 걱정이네요. 날도 더운데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천천히 자기 속도대로 따라오세요. 주말에는 따로 읽을 분량이 없으니 그때 보충하셔도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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