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

D-29
자결.. 또는 타인으로 분출되는 폭력? 여러모로 위태위태합니다..;; Ryzhkov만 신경쇠약에 걸린 게 아닌 듯..
주요 위험은 리투아니아가 아니라 러시아 분리주의였다. 옐친과 모스크바 야권이 러시아연방에서 권력을 잡으면 “소비에트연방을 손쉽게 파괴하고, 당과 정부 지도자들을 타도할 것”이라고 리시코프는 주장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서방의 관찰자들은 어리둥절했다. 러시아인들이 왜 자기 나라에서 독립해야 하는가?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단번에, 고르바초프의 개혁은 러시아 분리주의자로 변신한 공산주의자 이단아가 이끄는, 대중적 정당성과 헌정적 권위를 지닌 라이벌 ‘러시아’ 기관을 탄생시켰다. […] 당시에 중앙과 ‘러시아’라는 두 엘리트 집단이 화해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한 사람은 없었다. 한쪽이 승리하면 다른 쪽은 사라져야 할 운명이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1990년 전반기 동안, 고르바초프는 공화국 엘리트층에게 권력을 이양했다. 갈수록 거침없어지는 러시아 대항 엘리트층을 결국엔 상대해야 했다. 한쪽은 러시아연방 최고소비에트에서 옐친이 이끄는 집단이고, 다른 한쪽은 ‘러시아공산당’ 집단이었다. 대항 엘리트층은 러시아 자유주의 인텔리겐치아, 포퓰리즘, 보수적 민족주의라는 상충하는 세력들을 대변했다. 그 결과, 고르바초프의 권위는 추락했고 정치적 기반은 좋게 말해서 위태로웠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국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빼면, 유일하게 유리한 입지는 세계 정치가라는 독특한 위상이었다. 서방 파트너들의 도움으로, 고르바초프는 자신의 정치적 수완을 재확인했다. 그는 독일의 재통일과 새로운 유럽 질서의 창건자가 되었다. 서방의 우군과 친구, 특히 부시와 콜의 도움을 받아 소련 지도자는 본국에서 자신의 권위를 재천명하길 바랐다. 하지만 고르바초프는 성공을 입증할 만한 근본적인 수단이 없었다. 소련 경제는 계속 나빠지고 있었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믿을 만한 전략이 없었던 것이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이것이야말로 위대한 레닌이 타계할 때 표명한 소망을 실현할 길입니다. 힘차게, 통일된 의지로, 우리는 더 높이 오르고 전진할 것입니다. 우리는 다른 운명은 알지 못합니다. 동지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운명입니까!” 5000명의 당 지도자와 간부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인지 알 수 없다. 한 명만은 확실했다. 바로 고르바초프 자신이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1부 1장 ,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앞으로 고르바초프에 대한 비판을 계속 읽게 될 것 같지만, 일단 저는 이 인간을 응원하는 심정으로 읽어보려 합니다. 지나고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라도 역사의 흐름 속에 있는 당사자들에게는 보이지 않죠. 이상과 선의가 어떻게 좌절되어갈지 미리부터 슬프네요.
저도 오도니안님과 같은 생각인데, 저는 이 책을 정식으로 읽지 않고 있는데 올라오는 문장수집을 읽으면서 고르비가 과연 그런가? 좀 놀라고 놀라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저자가 러시아 사람이고 보면 고르비를 좋게만 볼 수 없는 시각이 존재하긴 할 것 같습니다. 만일 서방의 어느 저자가 그에 대한 평전을 쓴다면 좀 다른 시각에서 쓰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물론 누가 쓰던 고르비는 결코 행복했던 인물로 묘사되진 못하겠지만.
@stella15 고르비에 대한 서방 전기 작가에서는 대체로 그를 "비운의 영웅"으로 묘사했었다고 합니다. 주보크는 그런 평가에 대한 교정이 필요하다고 본 듯하고요. 그리고, 주보크가 러시아 출신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미국과 영국의 대학에서 밥벌이하면서 연구를 했으니 경계인 정도의 정체성이 더 맞을 듯해요. 벌써 나이가 예순(1958년생)이 넘었는데 여러 회한이 있겠죠. 이 책은 그런 회한과 연구의 종합편 같고요.
그렇군요. 문장수집만 읽어도 괜히 마음이 좀 무겁더라구요. 그래서 다른 사람은 이 사람을 어떻게 평가할까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또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우리나라의 윤 대통령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하하
아직 진도가 많이 나가지 않았지만, 앞부분을 읽는 느낌은 저자가 고르바초프를 지나치게 희화화하고 부정적이미지를 덧씌우려 하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정책 실패를 비판하는 건 좋은데 행간의 뉘앙스들로 그 정책 실패들의 주원인이 고르바초프 개인의 결함인 것처럼 몰아가는 느낌입니다. 예를 들어 국영기업 생산물의 품질을 높이려고 한 정책이 결과적으로 실패였고 부작용에 대한 검토를 충분히 못했다고 비판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은 거기에 더해서 고르바초프가 레닌 신봉자라서 그런 어리석음을 고집했다는 식으로 말하네요. 그렇게 명시적으로 주장하지 않으면서 뉘앙스로 그런 느낌을 갖게 하는 식인데,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 방식입니다.
러시아 주권 선언과 러시아 의회 의장으로 옐친이 선출된 탓에 고르바초프가 소련의 대통령이 된 뒤 주어진 기회의 창은 닫혀버렸다. 그는 러시아 주권을 폐지할 수 없었고 이제는 러시아 의회와 협상해야 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소련 지도자는 신레닌주의 체제를 극한까지 밀어붙였지만, 시장 자본주의와 소비에트 '사회주의'를 조화시킬 수 없었다. 하나는 버려야 했다. 고르바초프는 연방조약의 이론적 측면에 대해서도 작업했지만, 생각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소련 지도자는 소비에트연방을 대체할 자발적인 연방을 창설하길 바랐지만, 공화국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는 정치적 수단인 당에 계속 의존해야 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90년 8월 중반, 고르바초프는 체르냐에프와 총애하는 새로운 보좌관인 예브게니 프리마코프를 별장의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두 보좌관은 엘친과 손을 잡고, 500일 계획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리시코프 정부를 버리라고 그에게 권유했다. 그러지 않으면, 옐친이 러시아 공산주의자들과 손을 잡고 고르바초프에게 맞서서 '러시아'의 기치 아래 세력을 끌어모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고르바초프는 그 위험성을 일축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윌리엄 타우브먼은 이 시기의 고르비초프에 관해 "고르바초프가 찾을만한 좋은 활로가 없었을뿐더러 어쩌면 아무 활로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썼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라는 오랜 격인이 있지 않은가? 회의에 참석하고 협의회를 주재하고 글만 손보는 대신, 고르바초프는 인기 없는 리시코프를 교체하고 비상 권한으로 경제적 훈타(흔히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독재정권의 지도부를 뜻함)를 임명해 집권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의회 기구의 토론이나 종족-민족주의자들과의 대책 없는 회담의 높에 빠지지 않고 페트라코프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혼란이 발생했을 수도 있지만, 고르바초프가 말만 하는 대신 행동에 나섰다면 적어도 통제할 권한이 있는 혼란이었을 것이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페트라코프와 야블린스키는 두 의회가 경쟁이라도 하듯 경제개혁의 재정적 토대를 허무는 것을 지켜보며 기겁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1990년 내내, 고르바초프는 자신과 중앙 국가에 주도권을 되찾아줄 기회를 여러 차례 얻었지만 다 날려버렸다. 국가의 통제력을 유지하고 새로운 규제 장치들을 발전시키면서 체계적인 시장 개혁을 개시할 기회의 창이 아주 잠시나마 열려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그 기회를 붙잡으려면 엄청난 비전과 의지, 행운까지 따라야 했지만 소련 지도부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심각한 경제 상황에 대한 소련(과 러시아) 엘리트의 무지, 포퓰리즘적 혼란, 이렇다 할 만한 서방의 지원이 주어지지 않은 탓에, 기회의 창은 열리자마자 닫혔다. 경제적 파멸에 대한 예감이 분리주의의 주요 동인이 되어 감이 따라, 이것은 소련이라는 국가의 미래에 운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7월 14일 월요일에 드디어 1부를 마무리합니다. 6장 '리바이어던'을 읽습니다. 알다시피, 리바이어던은 토머스 홉스의 저서에서 따온 제목이고, 홉스는 리바이어던을 국가(state)를 비유하는 데에 썼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그 국가가 힘을 잃을 때 무슨 일이 생길 수 있는지, 1990년 겨울의 소련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서 하나씩 짚고 있습니다. 특히 1990년 말, 서방 언론은 고르바초프가 결국 개혁을 포기하고 권위주의로 돌아서거나 그렇게 압박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도를 쏟아냈었습니다. 주보크는 당시 힘을 가지고 있었던 권력 핵심 집단의 처지를 하나씩 살피면서 실제로는 방종과 무기력함과 혼돈이 지배했던 상황이이었다고 되짚습니다. 6장을 읽고 나면 2부는 1990년 12월 20일부터 1991년 12월 크리스마스 때까지 1년간을거의 시간순으로 다큐멘터리처럼 살펴봅니다. 기대하세요!
@롱기누스 님, 고맙습니다. 즐겁게 읽으셨나요? :( (저자로서는 이런 질문 드릴 때 제일 민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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