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

D-29
네. 마치 이야기하듯 풀어가시는 형식도 맘에 들었고, STS SF에 진심인 @YG 진정성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가지 부작용은 18권의 책을 다 사고 싶어진다는... 유혹하는 YG도 아는데 왜 이렇게 영업당하는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롱기누스 님 평을 읽으니 더 기대되네요! 18권 중에서 일단 앞에서 세번째 책들까지는 절판인 것 같았어요.(그래서 다 안 사셔도 된다는 ㅠㅋ) 도서관엔 다 있어서 빌려 보려고 합니다.
@롱기누스 아,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제 책으로 SF를 찾아서 읽게 되신다면 그건 정말 좋은 일이고요. 하하하!
다른 이야기지만, 천안문 사태 때 중국 지도부가 군대로 시위를 진압하지 않았다면 러시아 같은 혼란이 찾아왔을까요? 중국은 러시아와 비교하면 질서와 안정 속에 경제 성장을 이루었으니 운이 좋았네요.
@오도니안 말씀하신 맥락과 관련해서 중국과 소련을 비교하는 이야기가 2장 94~96쪽에 나오더라고요! 한번 참고해보셔요.
지난 주말에 집앞 도서관에서 ‘러시아의 역사와 남하정책 속에서 이해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주제로 작은 강연이 열렸어요. (매달 한번씩 다른 주제로 진행하는 역사 강연 시리즈예요) 꼬마도서관이라 10명도 못 들어가는 공간에 가벽을 세워서 만든 강의실인데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같이 앉아서 재미있게 들었답니다. 어느 분이 박카스 한 박스도 사오셔서 같이 돌려 마시면서요. 강연이 끝나고 누군가 질문을 했어요. 왜 고르바초프의 개혁 개방은 실패하고 등소평은 성공했냐고요. 선생님이 난감해하시면서 그 질문에 답하려면 집에 못 가고 강의 두 시간 더 해야 한다고.. 하하 그래도 간단히 답을 해 주셨는데, 소련과 중국은 너무 달랐다, 위치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고, 소련은 동유럽 위성국 문제도 있었고, 중국은 정치 체제가 꽁꽁 통합돼 있었고, 등등 말씀하시더군요. 정말로 간단치 않은 문제이고 탐구해볼 만한 주제인 것 같습니다.
와, 그런 인정이 흘러 넘치는 도서관이 있다니. 향팔님 좋은 동네에 사시는군요!^^
네, 학생들 중 제가 제일 막내라 선생님이 중간중간 화면에 지도 띄우는 작업이 잘 안되면 저한테 시키시기도 하고 하하 참 분위기 좋은 강연이랍니다.
당시 소련 정부에서는 이것이 화폐 문제에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1부 1장,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경제학자들과 다른 전문가들이 예상할 수 없었던 걸 고르바초프가 미리 알 수는 없었겠죠. 지나놓고 얘기하기야 쉽지만 안드로포프 방식의 개혁이 소련을 구할 수 있었으리라는 것도 증명되지 않은 가설이구, 소련이 처한 상황의 모순이 너무 심각해 백약이 무효였을 수도 있구. 아무튼 고르바초프가 후계자로 선출되고 권력을 얻은 자체가 소련이 이대로 갈 수는 없고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공산주의의 이상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민주화와 시장경제화를 추구하는 과제가 역사적 선례도 없는 난제였음을 생각하면 천재가 아닌 한 오류와 실패는 피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9월 29일, 고르바초프는 소련의 ‘창조적’ 인텔리겐치아 대표 수백 명과 만났다. 대다수는 모스크바 출신으로, 정교한 특권 시스템을 누리며 국가 예산과 기관 기부금에서 돈을 받는 작가와 예술가 동맹 회원이었다. 고르바초프의 개혁으로 그들은 당의 통제와 검열, KGB의 밀고자로부터 해방되었다. 그러나 회의에서 새로운 자유를 축하하고 고르바초프를 찬양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무정부 상태와 내전을 두려워하며 새로운 1917년에 대해 이야기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그러므로 양심은 우리 모두를 겁쟁이로 만들고…… 천하의 거창하고 웅대한 과업들도 이런 까닭에 방향을 잃고 흐지부지해진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햄릿』)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5장 갈림길, 182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페트라코프는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경제적 안정이 달성된다면 극심한 종족-민족주의적 갈등이 누그러질 것이라고 믿었다. 물자 부족으로 인해 야기되는 대중의 좌절감은 자연스레 민족주의로 전환되기 마련이다. …… 모스크바는 러시아의 수도이고, 따라서 모든 경제적 곤경은 러시아인 탓으로 돌려졌다.” 이 발언은 왜 그 경제학자가 종족-민족주의적 요구에 대해 정책의 일관성을 희생시켰는지 설명해 주는 듯하다. (모스크바 서쪽의 휴양지) 아르한겔스코예의 경제학자들은 모두 러시아인이었는데, 갑자기 공화국들이 연방의 권위에 대해 절대적인 법적 우위를 지녀야 한다고 인정했다. 특정 공화국 내의 모든 자원과 경제 자산은 ‘그곳 인민의 소유’로 선언되어야 한다. 이것은 경제학이 아니라 의사 민주주의적 포퓰리즘이었다. 당연히 옐친과 그의 대표들은 그 ‘원칙’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들은 향후 가능한 연방의 핵심 조건, 즉 연방세는 거부했다. 게다가 그들은 미래 연방 정부는 공화국 대표들의 위원회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고집했다. 그것은 분리주의와 경제적 참사를 자초하는 셈이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5장 갈림길, 193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그는 모든 사람에게 돈과 대출을 구걸하고 있었다”라고 체르냐예프는 당시의 고르바초프에 관해 썼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5장 갈림길, 207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9월 29일, 고르바초프는 소련의 ‘창조적’ 인텔리겐치아 대표 수백 명과 만났다. (…) 유명 배우이기도 한 니콜라이 구벤코(Nikolai Gubenko) 문화부 장관은 과감하게 선언했다. “우리는 낯선 자유에 취해서, 많은 민족을 하나로 모으고 이제는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이라는 [국가를 형성한] 우리의 문화적, 역사적 전통을 파괴하고 있다.” 레닌과 당 독재를 끝내려 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 이제 새로운 독재를 요구하고 있었다. 이 호소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것은 고르바초프의 몫이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5장 갈림길, 211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1990년 내내, 고르바초프는 자신과 중앙 국가에 주도권을 되찾아줄 기회를 여러 차례 얻었지만 다 날려버렸다. 국가의 통제력을 유지하고 새로운 규제 장치들을 발전시키면서 체계적인 시장 개혁을 개시할 기회의 창이 아주 잠시나마 열려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그 기회를 붙잡으려면 엄청난 비전과 의지, 행운까지 따라야 했지만 소련 지도부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심각한 경제 상황에 대한 소련(과 러시아) 엘리트의 무지, 포퓰리즘적 혼란, 이렇다 할 만한 서방의 지원이 주어지지 않은 탓에, 기회의 창은 열리자마자 닫혔다. 경제적 파멸에 대한 예감이 분리주의의 주요 동인이 되어감에 따라, 이것은 소련이라는 국가의 미래에 운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5장 갈림길, 219~220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페트라코프는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경제적 안정이 달성된다면 극심한 종족-민족주의적 갈등이 누그러질 것이라고 믿었다. 물자 부족으로 인해 야기되는 대중의 좌절감은 자연스레 민족주의로 전환되기 마련이다. …… 모스크바는 러시아의 수도이고, 따라서 모든 경제적 곤경은 러시아인 탓으로 돌려졌다.” 이 발언은 왜 그 경제학자가 종족-민족주의적 요구에 대해 정책의 일관성을 희생시켰는지 설명해주는 듯하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아르한겔스코예의 경제학자들은 모두 러시아인이었는데, 갑자기 공화국들이 연방의 권위에 대해 절대적인 법적 우위를 지녀야 한다고 인정했다. 특정 공화국 내의 모든 자원과 경제 자산은 ‘그곳 인민의 소유’로 선언되어야 한다. 이것은 경제학이 아니라 의사 민주주의적 포퓰리즘이었다. 당연히 옐친과 그의 대표들은 그 ‘원칙’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들은 향후 가능한 연방의 핵심 조건, 즉 연방세는 거부했다. 게다가 그들은 미래 연방 정부는 공화국 대표들의 위원회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고집했다. 그것은 분리주의와 경제적 참사를 자초하는 셈이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고르바초프가 이 논리를 받아들이길 주저하자, 경제학자들은 지지를 얻기 위해 언론인들에게 눈길을 돌렸다. 프로파간다에 재능이 있는 야블린스키는 언론과 무수한 인터뷰를 했다. 엄청난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모스크바 기반의 정기 간행물들은 500일 계획을 나라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추켜세웠고, 경제학자들은 새로운 선지자와 구원자로 칭송되었다. 복잡한 쟁점이 이분법적 문제로 바뀌었다. 야블린스키를 지지하는 언론은 아발킨의 팀을 MIC의 대리인이자 무능한 농업 압력 집단, 노멘클라투라 관료 집단으로 묘사했다. 그러자 반대편에서는 500일 계획이 나라를 외국 자본가들에게 팔아넘기는 계획이라며 맞받아쳤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보리스 옐친은 고르바초프의 노벨상 수상에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반응했다. 10월 16일 러시아 의회 연설에서, […] 그는 두 가지 경제 개혁 프로그램을 뒤섞으려 한 고르바초프의 시도를 “참사”라고 일컬었다. 그리고 경제적 재앙과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지출을 리시코프 정부의 탓으로 돌렸다. 그는 러시아연방을 위해 세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첫째, ‘러시아’ 단독으로 500일 계획을 시행하고, 러시아연방의 세관과 대외무역에 대해 완전한 통제권을 지니며, 자체적인 은행과 통화를 보유하고, 소련의 군사력에서 러시아연방의 지분을 취한다. 둘째, 고르바초프와 ‘급진적 개혁의 지지자들’의 연립 정부를 구성한다. 셋째, 고르바초프의 계획이 무너질 때까지 반년 정도 기다린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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