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진도가 많이 나가지 않았지만, 앞부분을 읽는 느낌은 저자가 고르바초프를 지나치게 희화화하고 부정적이미지를 덧씌우려 하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정책 실패를 비판하는 건 좋은데 행간의 뉘앙스들로 그 정책 실패들의 주원인이 고르바초프 개인의 결함인 것처럼 몰아가는 느낌입니다. 예를 들어 국영기업 생산물의 품질을 높이려고 한 정책이 결과적으로 실패였고 부작용에 대한 검토를 충분히 못했다고 비판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은 거기에 더해서 고르바초프가 레닌 신봉자라서 그런 어리석음을 고집했다는 식으로 말하네요. 그렇게 명시적으로 주장하지 않으면서 뉘앙스로 그런 느낌을 갖게 하는 식인데,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 방식입니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
D-29

오도니안

오뉴
“ 러시아 주권 선언과 러시아 의회 의장으로 옐친이 선출된 탓에 고르바초프가 소련의 대통령이 된 뒤 주어진 기회의 창은 닫혀버렸다. 그는 러시아 주권을 폐지할 수 없었고 이제는 러시아 의회와 협상해야 했다. ”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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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
“ 소련 지도자는 신레닌주의 체제를 극한까지 밀어붙였지만, 시장 자본주의와 소비에트 '사회주의'를 조화시킬 수 없었다. 하나는 버려야 했다. 고르바초프는 연방조약의 이론적 측면에 대해서도 작업했지만, 생각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소련 지도자는 소비에트연방을 대체할 자발적인 연방을 창설하길 바랐지만, 공화국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는 정치적 수단인 당에 계속 의존해야 했다. ”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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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
“ 90년 8월 중반, 고르바초프는 체르냐에프와 총애하는 새로운 보좌관인 예브게니 프리마코프를 별장의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두 보좌관은 엘친과 손을 잡고, 500일 계획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리시코프 정부를 버리라고
그에게 권유했다. 그러지 않으면, 옐친이 러시아 공산주의자들과 손을 잡고 고르바초프에게 맞서서 '러시아'의 기치 아래 세력을 끌어모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고르바초프는 그 위험성을 일축했다. ”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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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
“ 윌리엄 타우브먼은 이 시기의 고르비초프에 관해 "고르바초프가 찾을만한 좋은 활로가 없었을뿐더러 어쩌면 아무 활로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썼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라는 오랜 격인이 있지 않은가? 회의에 참석하고 협의회를 주재하고 글만 손보는 대신, 고르바초프는 인기 없는 리시코프를 교체하고 비상 권한으로 경제적 훈타(흔히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독재정권의 지도부를 뜻함)를 임명해 집권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의회 기구의 토론이나 종족-민족주의자들과의 대책 없는 회담의 높에 빠지지 않고 페트라코프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혼란이 발생했을 수도 있지만, 고르바초프가 말만 하는 대신 행동에 나섰다면 적어도 통제할 권한이 있는 혼란이었을 것이다. ”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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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
페트라코프와 야블린스키는 두 의회가 경쟁이라도 하듯 경제개혁의 재정적 토대를 허무는 것을 지켜보며 기겁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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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
“ 1990년 내내, 고르바초프는 자신과 중앙 국가에 주도권을 되찾아줄 기회를 여러 차례 얻었지만 다 날려버렸다. 국가의 통제력을 유지하고 새로운 규제 장치들을 발전시키면서 체계적인 시장 개혁을 개시할 기회의 창이 아주 잠시나마 열려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그 기회를 붙잡으려면 엄청난 비전과 의지, 행운까지 따라야 했지만 소련 지도부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심각한 경제 상황에 대한 소련(과 러시아) 엘리트의 무지, 포퓰리즘적 혼란, 이렇다 할 만한 서방의 지원이 주어지지 않은 탓에, 기회의 창은 열리자마자 닫혔다. 경제적 파멸에 대한 예감이 분리주의의 주요 동인이 되어
감이 따라, 이것은 소련이라는 국가의 미래에 운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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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오늘 7월 14일 월요일에 드디어 1부를 마무리합니다. 6장 '리바이어던'을 읽습니다. 알다시피, 리바이어던은 토머스 홉스의 저서에서 따온 제목이고, 홉스는 리바이어던을 국가(state)를 비유하는 데에 썼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그 국가가 힘을 잃을 때 무슨 일이 생길 수 있는지, 1990년 겨울의 소련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서 하나씩 짚고 있습니다. 특히 1990년 말, 서방 언론은 고르바초프가 결국 개혁을 포기하고 권위주의로 돌아서거나 그렇게 압박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도를 쏟아냈었습니다. 주보크는 당시 힘을 가지고 있었던 권력 핵심 집단의 처지를 하나씩 살피면서 실제로는 방종과 무기력함과 혼돈이 지배했던 상황이이었다고 되짚습니다.
6장을 읽고 나면 2부는 1990년 12월 20일부터 1991년 12월 크리스마스 때까지 1년간을거의 시간 순으로 다큐멘터리처럼 살펴봅니다. 기대하세요!

YG
@롱기누스 님, 고맙습니다. 즐겁게 읽으셨나요? :( (저자로서는 이런 질문 드릴 때 제일 민망합니다.)

롱기누스
네. 마치 이야기하듯 풀어가시는 형식도 맘에 들었고, STS SF에 진심인 @YG 진정성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가지 부작용은 18권의 책을 다 사고 싶어진다는... 유혹하는 YG도 아는데 왜 이렇게 영업당하는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향팔
@롱기누스 님 평을 읽으니 더 기대되네요! 18권 중에서 일단 앞에서 세번째 책들까지는 절판인 것 같았어요.(그래서 다 안 사셔도 된다는 ㅠㅋ) 도서관엔 다 있어서 빌려 보려고 합니다.

YG
@롱기누스 아,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제 책으로 SF를 찾아서 읽게 되신다면 그건 정말 좋은 일이고요. 하하하!

오도니안
다른 이야기지만, 천안문 사태 때 중국 지도부가 군대로 시위를 진압하지 않았다면 러시아 같은 혼란이 찾아왔을까요? 중국은 러시아와 비교하면 질서와 안정 속에 경제 성장을 이루었으니 운이 좋았네요.

향팔
@오도니안 말씀하신 맥락과 관련해서 중국과 소련을 비교하는 이야기가 2장 94~96쪽에 나오더라고요! 한번 참고해보셔요.

향팔
지난 주말에 집앞 도서관에서 ‘러시아의 역사와 남하정책 속에서 이해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주제로 작은 강연이 열렸어요. (매달 한번씩 다른 주제로 진행하는 역사 강연 시리즈예요) 꼬마도서관이라 10명도 못 들어가는 공간에 가벽을 세워서 만든 강의실인데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같이 앉아서 재미있게 들었답니다. 어느 분이 박카스 한 박스도 사오셔서 같이 돌려 마시면서요.
강연이 끝나고 누군가 질문을 했어요. 왜 고르바초프의 개혁 개방은 실패하고 등소평 은 성공했냐고요. 선생님이 난감해하시면서 그 질문에 답하려면 집에 못 가고 강의 두 시간 더 해야 한다고.. 하하
그래도 간단히 답을 해 주셨는데, 소련과 중국은 너무 달랐다, 위치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고, 소련은 동유럽 위성국 문제도 있었고, 중국은 정치 체제가 꽁꽁 통합돼 있었고, 등등 말씀하시더군요. 정말로 간단치 않은 문제이고 탐구해볼 만한 주제인 것 같습니다.

stella15
와, 그런 인정이 흘러 넘치는 도서관이 있다니. 향팔님 좋은 동네에 사시는군요!^^

향팔
네, 학생들 중 제가 제일 막내라 선생님이 중간중간 화면에 지도 띄우는 작업이 잘 안되면 저한테 시키시기도 하고 하하 참 분위기 좋은 강연이랍니다.

오도니안
당시 소련 정부에서는 이것이 화폐 문제에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1부 1장,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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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니안
경제학자들과 다른 전문가들이 예상할 수 없었던 걸 고르바초프가 미리 알 수는 없었겠죠. 지나놓고 얘기하기야 쉽지만 안드로포프 방식의 개혁이 소련을 구할 수 있었으리라는 것도 증명되지 않은 가설이구, 소련이 처한 상황의 모순이 너무 심각해 백약이 무효였을 수도 있구. 아무튼 고르바초프가 후계자로 선출되고 권력을 얻은 자체가 소련이 이대로 갈 수는 없고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공산주의의 이상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민주화와 시장경제화를 추구하는 과제가 역사적 선례도 없는 난제였음을 생각하면 천재가 아닌 한 오류와 실패는 피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향팔
“ 9월 29일, 고르바초프는 소련의 ‘창조적’ 인텔리겐치아 대표 수백 명과 만났다. 대다수는 모스크바 출신으로, 정교한 특권 시스템을 누리며 국가 예산과 기관 기부금에서 돈을 받는 작가와 예술가 동맹 회원이었다. 고르바초프의 개혁으로 그들은 당의 통제와 검열, KGB의 밀고자로부터 해방되었다. 그러나 회의에서 새로운 자유를 축하하고 고르바초프를 찬양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무정부 상태와 내전을 두려워하며 새로운 1917년에 대해 이야기했다. ”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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