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

D-29
그러므로 양심은 우리 모두를 겁쟁이로 만들고…… 천하의 거창하고 웅대한 과업들도 이런 까닭에 방향을 잃고 흐지부지해진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햄릿』)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5장 갈림길, 182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페트라코프는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경제적 안정이 달성된다면 극심한 종족-민족주의적 갈등이 누그러질 것이라고 믿었다. 물자 부족으로 인해 야기되는 대중의 좌절감은 자연스레 민족주의로 전환되기 마련이다. …… 모스크바는 러시아의 수도이고, 따라서 모든 경제적 곤경은 러시아인 탓으로 돌려졌다.” 이 발언은 왜 그 경제학자가 종족-민족주의적 요구에 대해 정책의 일관성을 희생시켰는지 설명해 주는 듯하다. (모스크바 서쪽의 휴양지) 아르한겔스코예의 경제학자들은 모두 러시아인이었는데, 갑자기 공화국들이 연방의 권위에 대해 절대적인 법적 우위를 지녀야 한다고 인정했다. 특정 공화국 내의 모든 자원과 경제 자산은 ‘그곳 인민의 소유’로 선언되어야 한다. 이것은 경제학이 아니라 의사 민주주의적 포퓰리즘이었다. 당연히 옐친과 그의 대표들은 그 ‘원칙’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들은 향후 가능한 연방의 핵심 조건, 즉 연방세는 거부했다. 게다가 그들은 미래 연방 정부는 공화국 대표들의 위원회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고집했다. 그것은 분리주의와 경제적 참사를 자초하는 셈이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5장 갈림길, 193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그는 모든 사람에게 돈과 대출을 구걸하고 있었다”라고 체르냐예프는 당시의 고르바초프에 관해 썼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5장 갈림길, 207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9월 29일, 고르바초프는 소련의 ‘창조적’ 인텔리겐치아 대표 수백 명과 만났다. (…) 유명 배우이기도 한 니콜라이 구벤코(Nikolai Gubenko) 문화부 장관은 과감하게 선언했다. “우리는 낯선 자유에 취해서, 많은 민족을 하나로 모으고 이제는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이라는 [국가를 형성한] 우리의 문화적, 역사적 전통을 파괴하고 있다.” 레닌과 당 독재를 끝내려 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 이제 새로운 독재를 요구하고 있었다. 이 호소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것은 고르바초프의 몫이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5장 갈림길, 211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1990년 내내, 고르바초프는 자신과 중앙 국가에 주도권을 되찾아줄 기회를 여러 차례 얻었지만 다 날려버렸다. 국가의 통제력을 유지하고 새로운 규제 장치들을 발전시키면서 체계적인 시장 개혁을 개시할 기회의 창이 아주 잠시나마 열려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그 기회를 붙잡으려면 엄청난 비전과 의지, 행운까지 따라야 했지만 소련 지도부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심각한 경제 상황에 대한 소련(과 러시아) 엘리트의 무지, 포퓰리즘적 혼란, 이렇다 할 만한 서방의 지원이 주어지지 않은 탓에, 기회의 창은 열리자마자 닫혔다. 경제적 파멸에 대한 예감이 분리주의의 주요 동인이 되어감에 따라, 이것은 소련이라는 국가의 미래에 운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5장 갈림길, 219~220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페트라코프는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경제적 안정이 달성된다면 극심한 종족-민족주의적 갈등이 누그러질 것이라고 믿었다. 물자 부족으로 인해 야기되는 대중의 좌절감은 자연스레 민족주의로 전환되기 마련이다. …… 모스크바는 러시아의 수도이고, 따라서 모든 경제적 곤경은 러시아인 탓으로 돌려졌다.” 이 발언은 왜 그 경제학자가 종족-민족주의적 요구에 대해 정책의 일관성을 희생시켰는지 설명해주는 듯하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아르한겔스코예의 경제학자들은 모두 러시아인이었는데, 갑자기 공화국들이 연방의 권위에 대해 절대적인 법적 우위를 지녀야 한다고 인정했다. 특정 공화국 내의 모든 자원과 경제 자산은 ‘그곳 인민의 소유’로 선언되어야 한다. 이것은 경제학이 아니라 의사 민주주의적 포퓰리즘이었다. 당연히 옐친과 그의 대표들은 그 ‘원칙’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들은 향후 가능한 연방의 핵심 조건, 즉 연방세는 거부했다. 게다가 그들은 미래 연방 정부는 공화국 대표들의 위원회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고집했다. 그것은 분리주의와 경제적 참사를 자초하는 셈이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고르바초프가 이 논리를 받아들이길 주저하자, 경제학자들은 지지를 얻기 위해 언론인들에게 눈길을 돌렸다. 프로파간다에 재능이 있는 야블린스키는 언론과 무수한 인터뷰를 했다. 엄청난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모스크바 기반의 정기 간행물들은 500일 계획을 나라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추켜세웠고, 경제학자들은 새로운 선지자와 구원자로 칭송되었다. 복잡한 쟁점이 이분법적 문제로 바뀌었다. 야블린스키를 지지하는 언론은 아발킨의 팀을 MIC의 대리인이자 무능한 농업 압력 집단, 노멘클라투라 관료 집단으로 묘사했다. 그러자 반대편에서는 500일 계획이 나라를 외국 자본가들에게 팔아넘기는 계획이라며 맞받아쳤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보리스 옐친은 고르바초프의 노벨상 수상에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반응했다. 10월 16일 러시아 의회 연설에서, […] 그는 두 가지 경제 개혁 프로그램을 뒤섞으려 한 고르바초프의 시도를 “참사”라고 일컬었다. 그리고 경제적 재앙과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지출을 리시코프 정부의 탓으로 돌렸다. 그는 러시아연방을 위해 세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첫째, ‘러시아’ 단독으로 500일 계획을 시행하고, 러시아연방의 세관과 대외무역에 대해 완전한 통제권을 지니며, 자체적인 은행과 통화를 보유하고, 소련의 군사력에서 러시아연방의 지분을 취한다. 둘째, 고르바초프와 ‘급진적 개혁의 지지자들’의 연립 정부를 구성한다. 셋째, 고르바초프의 계획이 무너질 때까지 반년 정도 기다린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옐친의 연설은 다시금 그의 우선순위를 드러냈다. 그는 더글러스 허드 영국 외무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소련은 “거꾸로 된 피라미드”, 즉 주권 공화국들의 자발적인 연합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제 경제 문제뿐 아니라 핵실험 유예와 같은 조약을 외국과 체결할 수 있는 입장이다.” […] 이 만남에 동석했던 로드릭 브레이스웨이트 영국 대사는 옐친이 “권력에 관심이 있으며, 현재 그의 전술은 리시코프를 파멸시키고, 소련 정부를 무력화시키고 신용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중에는 “고르바초프도 제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브레이스웨이트가 보기에 이러한 목표는 “어림없”었고, 놀랍게도 러시아 지도자를 히틀러에 비교했다. “그는 의지의 승리(Triumph of the Will, 나치의 유명한 프로파간다 영화 제목—옮긴이)를, 평범한 사람들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을 이룰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게 분명하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앗, 고르비가 정말 노벨상을 받아었나요? 그러고 보니 받은 것도 같고 가물가물하네요. 그런 걸 보면 서방은 고르비를 나름 잘 본 것도 같고. 그걸 당시 소련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모르겠네요. 그 막대한 상금은 어디에 쓰였을까요? 우리나라는 김대중 대통령 노벨상 받으니까 스웨덴 날아가서 항의하고 상을 반납한다고 난리쳤다고 하던데 그런 나라도 없지 싶어요. ㅉ
1990년 10월 15일,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오슬로의 노르웨이노벨위원회는 그가 냉전 종식에 특별히 기여한 공로를 인정했다. 서방이 고마워하며 준 또 하나의 선물이었다. 라이사는 대부분 해외에서 보낸 수백 통의 축하와 찬사를 담은 편지와 글을 받았다. 그러나 국내에서 온 편지는 고르바초프가 소련 국가와 안정된 경제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stella15 책에 이렇게 쓰여 있네요!
역시 다르지 않네요. 문장 남겨줘서 고마워요! 근데 러시아가 그러는 건 일견 이해할 것 같은데 우리나라가 그런 건 좀 독특하긴 하죠? 하긴 가수한테 노벨문학상 주는 한림원도 독특하긴 매한가지인 것 같습니다만. ㅋ
@stella15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상 받았다고 항의하던 사람들은 극소수가 아니고 꽤 많았었나요? 하긴, 한강 작가 수상 때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죠!? 거기까지 가서 시위하는 걸 뉴스에서 본 것 같아요. 그럼 저도 한번 해볼까봐요, ‘한림원, 그대들은 정태춘을 아는가? 밥 딜런이 받았다면 정태춘도 받을 수 있다!’(진심)
맞아요! 정태춘뿐입니까? 찔레꽃 부른 장사익도 받아야죠. ㅎㅎㅎ 와~ 근데 차라리 김대중 대통령 가지고 그러는 건 이해하겠네요. 한강 작가 가지고 그랬다는 건 금시초문입니다. 김 통이야 좌파였으니까. 한강도 같은 맥락으로 봤나 봅니다. ㅉ
어머 장사익 샘은 노래를 너무너무 잘하세요. (찔레꽃도 좋고 저는 봄비를 제일 좋아해요) 근데 김대중 대통령이 좌파인가요? 저는 디게 보수적인 대통령이라고 생각했는데요 하하
ㅎㅎ 저는 아니고요, 우리 엄니, 아부지 세대가 좀 그런 경향이 있었죠. 저의 돌아가신 부친만 하더라도 김대중 대통령을 대놓고 싫어하셨죠. 워낙에 반공 세대라.
아, 맞아요. 저희 부모님도 그러세요. 그래서 저랑 오빠는 부모님과 정치 얘기 절대 안해요 ㅎㅎ
저는 두 살 차이나는 동생하고도 정치 얘기 안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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