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블로프는 고정 가격이 시장이 주도하는 가격으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국가 통제를 유지할 필요성도 알았다. 이번에는 고르바초프도 가격 개혁에 동의했지만, 4월 초로 연기했다. ”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268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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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1부는 읽기가 쉽지 않았는데 2부로 넘어오니 훨씬 잘 읽힙니다. 7장의 ‘국민투표’ 꼭지를 읽는 중에 재밌는 포인트가 많았습니다.
1. 옐친파가 자기들 국민투표를 고르바초프의 국민투표에 같이 묻어가는 신박한 아이디어를 내서 돈도 굳히고, 고르바초프의 “배배 꼬여 있”는 국민투표 문항을 보고 반면교사로 삼은 건지 몰라도 자기들 문항은 아주 간결하게 작성한 것 등등을 읽으니, 몹시 얄밉군요.
부르불리스 왈, “고르바초프는 저도 모르게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를 선사했다.”
2. 아무리 주먹을 날려도 계속 꼿꼿한 자세로 돌아오는 옐친의 오뚝이 인형, 이게 제 앞에 있다고 상상을 해봤는데 아주 킹받네요 하하.
3. 킹받는 오뚝이와 노래와 건배사가 넘쳐난 옐친의 60번째 생일 파티 현장과 대비되는, 고르바초프의 침울한 60번째 생일 분위기… (둘이 한 달 차이로 동갑이었군요.) 야조프의 군도 선물과 푸고의 권총 선물이 뭔가 상징적입니다. 야조프는 군인이고 푸고는 KGB 출신이니 별 뜻 없는 그냥 익숙한 선물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군도를 휘두르고 권총을 쏘듯 너님의 권한을 쫌 제발 쓰란 말이야! 이게 내 마지막 경고다!’ 이런 얘기를 속으로 자막처리 하면서 선물을 고른 것이 아닐런지요.
4. 옐친이 하는 언행이 오죽했으면 최측근인 포포프와 야블린스키 둘 다, 다같이 죽기 싫으면 고르바초프와 협력하라고 충고를 했을까요. 하지만 쇠귀에 경읽기…
향팔
“ 그가 말하길, 소련은 옐친과 다른 공화국에 있는 옐친의 협력자들이 승객으로 남은 비행기와 같아서, 중앙 정부가 여전히 조종석을 차지하고 앉아 경제를 운영하며 돈과 신용을 통제한다. 현재 유일하게 신중한 노선은 조종석의 사람들이 상황을 계속 통제할 수 있게끔 돕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러시아연방은 소련처럼 폭발하고 만다. 경제 붕괴, 종족 민족주의, ‘러시아 파시즘’이 나라를 갈가리 찢어놓을 것이다. ”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 라마』 276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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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샤흐나자로프와 체르냐예프는 고르바초프의 연방조약이 비현실적인 프로젝트이며, 국민투표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예전부터 생각했다. 기껏해야, EEC나 영연방과 비슷할 것이었다. 또한 체르냐예프는 굳이 여론 조사를 하지 않아도 모스크바 시민 대다수는 고르바초프와 소련 정부에 몹시 분노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국민투표는” 파국적인 폭발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270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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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다수의 보수파도 국민투표에 매우 회의적이었다. 1월 30일의 정치국 모임에서, 우즈베키스탄의 당 지도자이자 대통령인 이슬람 카리모프는 “국민투표를 준비하면 격한 감정을 부추기는 데 일조할 것”이며, 우즈베키스탄 속담처럼 “잠자는 사자의 꼬리를 밟지 말라”라고 말했다. 크류치코프도 같은 이유에서 국민투표 방안이 마뜩잖았다. 회고록에서, KGB 의장은 3월 국민투표는 소련의 적이 이득을 볼 뿐인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크류치코프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필요가 없었다. 대중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라고 회상했다. ”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270-271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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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음, 생각해보니 야블린스키 같은 사람은 부르불리스나 솝차크에 비하면, 옐친의 ‘최측근’이라고 하기엔 애매할 듯 하네요. 왔다리갔다리 하는 동맹(?) 정도? 아이고 하여튼 사람 이름에 치여서.. 2부로 넘어오니 이제야 쪼금 누가 누군지 구분이 되려고 합니다 ㅠㅋ
향팔
“ 소련 지도자는 걸프에서 유혈사태를 피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에게 걸프전은 그와 부시가 함께 건설하기로 다짐한 평화로운 세계 질서라는 비전에 타격을 입힐 것이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이 지상전을 개시하기 직전, 쿠웨이트에서 철군하도록 사담 후세인을 설득히기 위해 예브게니 프리마코프가 바그다드로 날아갔다. 2월 22일, 미국 지상군이 투입되기 직전에 부시는 고르바초프의 평화 중재 시도를 일축했다. 미국 행정부는 완벽한 군사적 승리와 중동의 정치적 재건을 원했다. 미국 대통령이 전쟁이 왜 필요한지 설명하자, 소련 지도자는 그를 막으려 했다. “조지! 조지! 조지!” 하지만 부시는 듣지 않았다. ”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277-278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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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veJ
“ 고르바초프는...(미국대사에게) "귀국의 대통령이 우리가 내전이 벌어지기 직전이라는 점을 이해하게 도와주십시오. 대통령으로서 나의 주요 책무는 내전을 막는 것입니다." 라고 부탁했다.
그는 자신이 "누구의 볼모도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고 미국이 제재를 가하더라도 이전의 모든 양해 사항은 지킬 것이라고 매틀록에게 확인해주었다.
"내 친구인 부시에게 전해주시오. 걸프전이나 독일 문제 또는 CFE와 관련해 내게 어떤 압력이 가해져도, 나는 합의 내용을 지킬 거라고요"
미국 대사는 고르바초프의 결의에 감명받아서 이 좋은 소식을 워싱턴의 상관들에게 보고했다. ”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277,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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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만찬회에서 일부 공화국 지도자들은 공공연하게 고르바초프를 무시했다. 그루지야 지도자인 즈비아드 감사후르디아는 그루지야 공화국이 국민투표를 보이콧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메니아 지도자들은 완전한 독립을 선언하기 위한 자체 국민투표를 9월에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 샤탈린은 신연방조약 구상을 비웃고 파국을 예견했다. 베이커는 당혹스러워서 고르바초프를 옹호하려고 나섰다. 소련 지도자가 시작한 페레스트로이카가 없었다면 미국 대사관저에서 열리는 이 같은 만찬은 생각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국무부 장관은 비꼬았다. ”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281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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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veJ
“ 러시아공산당 반대파가 사라지자, 인민대표대회는 옐친에게 러시아 경 제를 해결할 권한을 추가로 부여했다.
옐친이 이를 어떻게 해낼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옐친의 자문들이 작성한 프로그램은 일관성을 지닌 것 같았다.
가장 결정적으로, 다수의 러시아공산당원을 비롯해 대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대통령직을 신설하도록 러시아연방 헌법을 수정하는 데 찬성표를 던졌다.
대통령 선거일은 1991년 6월 12일로 정해졌다. 이것은 정치적 기적에 가까웠다. 몇 주 전만 해도 보수파의 희생자로 낙점되었던 옐친이 이제 러시아 최고 헌법 기관으로 부터 권한을 부여받고 러시아 인민에 의한 민선 행정부의 지도자가 될 유례없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이 혁명적 전개는 국가의 소멸과 해체를 불러올 터였다. 이것이 3월 17일의 국민투표와 고르바초프의 갈지자 행보의 결과였다. ”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290,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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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고르바초프의 국민투표는 결국 옐친 좋은 일만 시켜줬군요. 2부 7장까지 읽다보니, 소련 공산당과 군부의 강경파가 1991년 8월에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된 건지 발단과 상황을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그들이 감히 그렇게 나온다면, 결단코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289쪽)
8장 독서도 기대됩니다. (다소 무거운 마음으로..)
연해
“ 이때쯤이면, 고르바초프와 그의 자문들은 미국이 소련을 위한 '마셜플랜'을 거부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했다. 하지만 모스크바에서는 이상한 게임이 계속되었고, 고르바초프와 그의 자문들 대다수는 대규모 미국 원조가 여전히 가능한 일처럼 말하고 행동했다.
(중략)
고르바초프뿐 아니라 다른 진영 사람들도 정치적 포커 게임을 했다. 소련 대통령은 자신의 세계적 위상이 서방 지도자들의 지갑을 열 것이라고 자신만만했다. ”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p.337,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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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 이전에도, 소련 지도자들은 서방의 친구 및 파트너들과의 만남에서 몇 번씩이나 수십억 달러를 뜯어내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빈손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마법사가 실패했고, 서방의 지원을 얻어내려던 그의 뻔뻔한 시도는 워싱턴 컨센서스와 미국 회의론이라는 방벽에 부닥쳤다. 페레스트로이카의 세일즈맨은 부도에 직면해 있었다. ”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p.356,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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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8장 끝에서 곰과 여우가 소제목인데.. 작가 는 고르바초프가 우직하지만 미련한 곰, 옐친이 약삭빠르고 교활한 여우라고 생각하는 거겠죠? 근데 재미있는 게 곰과 여우가 나오는 이솝우화에서는 곰이 자기는 죽은 자를 건드리지 않는 선한 동물이라고 자랑하는데 그걸 듣던 여우가 '그렇게 선하다면 살아 있는 자를 해치지 않는 게 더 낫지 않겠냐'고 반문해서 곰이 자신의 위선을 깨닫고 벙찌는 이야기였는데요. 위선적인 모습을 비꼬는 거라면 옐친이 곰일 수도 있겠네요..(아니면 고르바초프도?)
borumis
8장에서 미국이 고르바초프와 옐친 사이를 파트너 바꾸며 춤추듯 밸런스를 맞추는 게 재미있네요. 둘다 불안하니 어느 쪽에도 올인할 생각은 없는 거죠..
borumis
8장에 결국 아쉬운 사람이 먼저 손을 내민다고.. 기고만장하지만 실질적 힘은 없던 옐친이 결국 KGB를 꼬시고 KGB도 솔깃해집니다. 이렇게 야합이 이루어지면서 결국 워싱턴에서 소문만 무성했던 쿠데타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 걸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오늘 7월 17일 목요일 읽을 차례는 9장 '합의'입니다.
이번 장에서는 그 유명한 '워싱턴 컨센서스'가 나와요. 워싱턴 컨센서스는 1997년 외환 위기 이후에 IMF와 세계은행 (또 그 뒤에 있는 미국) 등이 한국 정부에 강요한 경제 구조 조정 정책의 패키지를 상징하는 것이라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귀에 못이 막히도록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워싱턴 컨센서스가 처음 시행된 대상은 1980년대 라틴아메리카 국가였고, 1990년대 초반에는 동유럽 국가가 시험대에 올랐죠. 9장에서는 이 워싱턴 컨센서스 식의 개혁을 소련에서도 밀어붙이려는 내외부의 세력과 그것이 결국 소련 해체와 민생 파탄을 불러올 것이라고 믿는 쪽의 짧은 대치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모든 걸 넘어서는 핵심은 미국과 유럽의 지원이었고, 결국 미국의 냉담한 대응으로 지원은 사라지면서 소련 해체에 급가속이 걸리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ㅠ.
aida
9장 초반을 아직 읽고 있지만, 경제 학자들의 신념이 참 무섭습니다. 과학은 어쨌거나 인간에 대한 임상을 최후로 하거나 못하게 하는 규제가 만들어져왔는데... 경제정책은 전 국민 대상 실험을 정치권력만 설득하면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으니 말입니다. '십계명' 이라니..
사회의 복잡한 변수들을 그들은 대강의 숫자로 가늠하면서 확신을 하는 것은 어디서 나오는 오만일까... 공부해 보지 않아 참 이해가 잘 안되는 분야에요.
(개발자로 산적이 있는데.. 짧은 발전기간이지만 그 간의 시행착오은 변경이 많은 버전이든 한두줄만 고친 버젼이든 즉시 롤백부터 가능하도록 수단을 먼저 갖추게 했었는데.. 말이죠. )
경제학의 디테일을 몰라서 그럴수도 있지만 그들의 자신감을 믿기엔 고통의 영향력이 뻗치는 곳이 한명 한명의 삶의 시간을 감수하는 일일 텐데 말이죠..
향팔
저는 아직 7장인데 마침 이 대목이 눈에 들어오네요.
향팔
“ 레이건 대통령은 팔이 하나밖에 없는 경제학자가 필요하다고 말하곤 했지요. 너무 많은 경제학자가 이야기할 때 두 팔을 쓰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한편으로는, 또 다른 한편으로는(on one hand, on other hand)이라면서요. ”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285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