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

D-29
모범생, 흠... 모범생의 정의에 따라 다르겠지만(하하하) 뭐든 하라는대로 부지런히 열심히는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책도 인물이 많아서 어리버리하다가, 모임분들이 남겨주신 글 읽으면서 더듬더듬 따라가고 있답니다. 다들 의견을 활발히 나눠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헷).
앗, 하지만 반골 기질이 충만해서 싫어하는 건 목에 칼이 들...(어온 적은 없지만 어쨌든) 벽돌 책 모임은 제 앎의 지평을 넓혀가는 것 같아서 순수하게 좋아요. 무엇보다 재미있고 모임지기님( @YG)이 정성스러우시지요. 좋아서 하는 건 막을 수 없나 봅니다(무해한 것이어야겠지만요).
저도요. 탁월한 책선정, 정성스러운 댓글, 뛰어난 리더십 등 이럴 때 아니면 이런 벽돌책 못 읽는다는 생각에 능력도 안 되면서 일단 읽습니다. 근데 다 읽고 나면 확실히 얻어 가는 것도 많아 멈출 수 없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어제(7월 3일) 공지한 대로 오늘 7월 4일부터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합니다. '서문: 퍼즐' 천천히 읽기를 권합니다. 다음 주 바쁘신 분들은 주말에 1장 정도 먼저 읽으셔도 좋고요.
“드디어 그를 제거했군, 그 허풍쟁이를.” 모스크바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아에로플로트 사의 비행기가 아일랜드 섀넌에 잠시 기착했을 때 승객들이 수군거렸다. 그때가 1991년 8월 19일 아침이었다. 나(1958년생. 당시 만 33세)는 몇 분이 지나서야 동승객이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권좌에서 축출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재급유를 위해 기착한 동안 CNN 뉴스를 통해 이 소식을 접했고 분명히 이 소식을 반기고 있었다. 비행기 안은 러시아 사람들로 가득했다. (…) 나는 몇 달 전부터 냉전 종식에 관해 책을 집필하던 언론인 스트로브 탤벗과 역사가 마이클 베슐로스(Michael Beschloss)를 도와 현지 보조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서문, 17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우리 가족은 소련으로 귀국하지 못했다. 우리가 탄 귀국행 비행기는 1991년 12월 31일에 모스크바 셰레메테예보 국제 공항에 착륙했지만, 그때는 러시아연방, 우크라이나, 벨로루시(벨라루스) 및 여타 공화국의 지도자들이 이미 소련을 해체한 후였다. 어둑어둑한 셰레메테예보 국제 공항은 텅 비어 있었다. 비행기에 재급유를 하고 탑승교를 작동시키는 직원이나 세관원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승객들의 여권과 비자를 확인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새로운 러시아 국가는 국경선이 뻥 뚫려 있고, 세관이 없으며, 통화는 평가절하되고, 상점이 텅 비어버린 나라였다. 불변의 국가 구조가 증발해버린 듯했다. 몇 달 전 8월에 내가 떠났던 나라는 갑자기 사라졌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서문, 18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하지만 최근에 학자들은 미국의 압력이 베를린 장벽의 붕괴 및 냉전 종식과는 별 상관이 없었다고 결론 내린다. 그리고 적어도 1987년 이후로 서방 정부는 소련의 불안정화와 그 이후의 와해에 놀라고 당황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서문, 20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공산당의 이데올로기적 정당성은 오래전부터 침식되었으나, 그것이 1990~1991년에 당이 경제적, 정치적 권력의 수단을 내준 주된 이유는 아니었다. 그것은 고르바초프의 결정이며, 전례 없이 자발적으로 권력을 이양한 것이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서문, 21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소련의 경제 위기는 소련 역사의 마지막 3년간 중심적인 역할을 했지만 흔히 과소평가되었다. 공산당의 과거 범죄가 폭로되는 것과 맞물려, 경제 위기는 중앙의 권위에 대한 대중의 민심이 이반하고 동원하는 데 기여했다. 소련 경제 체계가 낭비적이고, 파산 일보 직전이며, 민중에게 재화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했다. (…) 이 책은 더 넓은 역사적 서사 안에서 경제적, 재정적 요인에 아주 면밀하게 주의를 기울여 소련 붕괴를 살펴보는 최초의 연구서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서문, 21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저명한 냉전 역사가 오드 아르네 베스타도 이에 동의하는 것 같다. 그는 “냉전 최후의 드라마는 순전히 소련의 비극이 되었다”라며 고르바초프는 억지로 나라를 보존할 수도 있었겠지만, “차라리 연방이 사라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라고 결론 내린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서문, 23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냉전』과 저자 오드 아르네 베스타 등장합니다. 오드 아르네 베스타는 맨 뒤(원서는 맨 앞에) '감사의 글'에도 등장해요!
안그래도 두 저자는 Cambridge History of the Cold War 편집에 함께 참여했다고 하네요. 두 저자 모두 비미국인으로서 미국에서 학술활동을 하면서 서구 작가들과 조금 차별화된 시각을 갖고 냉전을 바라보았을 것 같은데 베스타가 좀더 제3자로서 다각적인 글로벌 관점을 가졌다면 주보크는 서구에서 소홀히 다루고 과소평가되었던 소련 내부의 관점으로 냉전의 마무리를 분석한 것 같아요. 두 작가 모두 우리가 흔히 알아왔던 미디어 속의 냉전과 다른, 좀더 복잡한 역사를 파헤치기 위해 역사의 사건과 주인공들 외에 그것들이 상호작용하게 된 동기와 내면심리 전체적 분위기 등에 조명을 비추는 듯합니다.
전 어느 순간부터 인문학 서적 작가분들 이름 외우는 걸 포기했어요...흐흑
역사는 불가피한 사건의 연속이 아니며, 소련의 종말도 예외는 아니다. 다양한 우발적 상호아이 넘쳐났다. 예측 불가능성과 불확실성은 인간, 국가, 세계 정세의 근본적인 특징이다. 사회 운동과 이데올로기적 조류는 합리적이지 않으며, 정치적 의지는 역사를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몰고 간다. 마지막으로,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 우연이 일어난다. 팬데믹 동안 이 책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나는 마지막 요점에 특히 공감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서문, 24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고르바초프와 심지어 그 비판자들도 1991년 8월의 ‘쿠데타’가 없었다면 소련이 그렇게 빨리, 철저하게 붕괴하지는 않았을 것임을 인정한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서문, 25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이 증거를 수집하면서 나는 기존의 확신과 전제를 일부 조정했다. 30년 전처럼 지금도 중앙 경제와 고르바초프의 ‘사회주의적 선택’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믿지만, 공산당의 종말에 관해서는 예전처럼 불가피했다고 느끼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많은 사람이 다가오는 위기의 개별적 요소는 명확하게 인식했지만 국가 구조 전체가 무너지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서문, 27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이 책이 저한테는 추억 돋는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신문이나 뉴스 헤드라인으로 등장해서 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사건의 맥락을 자세하게 살피는 거니까요. 아마, 지금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정도의 분들이라면 저랑 비슷한 느낌을 책을 읽으면서 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근데 궁금하네요. YG님 추억 돋는 아이템이 뭔지? 이 기회에 대방출 좀 하시죠. 또 누가 알겠습니까? 저도 하나 얻어 걸려 굴비를 엮게 될지. 기대하겠습니다. ㅋ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신문이나 뉴스 헤드라인을 열심히 보셨다면 기자의 꿈이 이때부터 였겠네요. 저는 그 시절 무엇하며 살았는지...ㅠ
@stella15 아, 특별한 추억이 있었다기보다는 @개와고양이 님 말씀처럼 당시를 살 때는 무슨 일인지 명확히 몰랐던 맥락을 책을 읽으면서 '아!' 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서 그 당시의 제 모습이 겹치기도 하고. 하하하! 다들 이런 얘기하면 놀라시는데, 저는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도 심지어 기자 3년차까지도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선망이 없었어요. 호기롭게 기자가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이라면 저는 "역사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지나고 보면, 젊을 때 치기였던 거지요;
그러고 보니 YG님은 멍석파는 아니신가 봅니다. 웬지 빼고 계시다는 느낌이.ㅋㅋ 뭐 아직 초순이고 날도 많으니 자연스럽게 뭔가가 흘러나오겠죠. ㅎ 근데 그리 말씀하시니 이 책이 더욱 궁금해지긴 하네요. 우리가 지나온 세월이 어땠는지는 오히려 지나고 난 후에야 더 명확해지는 것도 있긴 하더라구요. 90년대는 서태지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던 시절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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