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

D-29
후반부로 갈수록 확실히 속도감 있게 읽히네요. YG님 말씀처럼 작년 말에 있었던 일(?)도 생각나고, 소련이 몰락해가는 과정을 천천히 목도하는 느낌이에요. 고르바초프에 대한 생각은 너무 복합적입니다. 답답하고 화도 나고 짠하기도 하고. 근데 그런 생각은 들어요. '그 자리에 앉을 사람이 아니었다'.
베이커는 "그랜드바겐의 대안"으로서 -단계적인" 점진적 접근법을 옹호했다. 이것은 서방 정부들이 특정한 약속 이나 언질을 주는 것을 피하면서 고르바초프가 '진지한 경제 개혁'을 향해 신속하게 나아가도록 자극하는 접근법이었다. "순리대로 흘러가게 놔두자"라고 베이커는 권유했다. "우리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한편", 결정의 책임은 소련이 져야 한다. 그는 G7 런던정상회담에서 정치적 지지를 하는 듯 보이면 고르바초프가 권력을 유지하기는 충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시는 이 권고대로 행동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고르바초프는 옐친이 러시아연방과 그곳의 15개 자치구를 대신해 조약에 서명할 유일한 대표임을 전적으로 받아들였다. 소련 대통령은 소련 인민대표 대회가 기한이 되어 자동 폐지되도록 허용하며, 소련 최고소비에트도 새로운 헌법을 기다리지 않고 정치적 생존을 끝내는 데 동의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모스크바에서, 고르바초프의 자문들은 키에프에서의 부시의 행동을 고르바초프와 중앙에 유리하고 결정적인 변화로 해석했다.고르바초프는 옐친과 나자르바예프와의 거래에 더 이상 자신이 없었기에, 이는 대단히 반가운 뉴스였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그들(민주러시아의 자유주의적 반공주의자들)은 옐친에게 고르바초프와의 조약을 거부하길 촉구했다. 한 나라 안에 이중 주권이 존재하는 부조리를 지적했 는데, 주권은 중앙에 속하든지 공화국들에 속하든지, 둘 중 하나여야 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연방은 "지속적이고 어쩌면 유혈 분쟁에 빠질 것이다" 서명자들은 논의를 지속하면서 어쩌면 또 한 번 국민투표물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그(크류치코프)는 권력에 굶주린 모험가가 아니라 충성 스러운 관료였다. KGB 의장은 고르바초프의 혼성적 연방이 안정적 국가와 경제의 기반이 되리라고는 여길 수 없었을 뿐이다. 그가 아는 모든 상황이 정반대를 가리켰으며, 옐친의 러시아는 한때 소련이었던 것을 집어 삼키려 했다. 크류치코프는 '외국의 개입'에 대해 편집증적이긴 했지만 중앙 계획경제의 혼란스러운 해체에 관해서는 옳았다. 이러한 상황 인식으로 인해 그는 연방조약 서명은 소련 국가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확신했 다. 그리고 그 일은 막아야 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공모자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합헌적으로 보이게 할 방법을 논의했다. 그들은 소련 최고소비에트 의장인 아니톨리 루캬노프가 가담해서 고르바초프를 대체해 소련의 새 대통령을 선출할 인민대표대회를 소집해줄 것 이라고 전제했다. 루캬노프는 이 일을 하기에 가장 유망한 후보자였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고르바초프는 방문객들을 만나러 나왔을 때 물었다. '당신들은 누구를 대표하고 있는 건가? 누굴 대신해 이야기하는 건가?" 그들의 혼란스러운 답변을 듣고, 소련 지도자는 공모자들이 자신을 제거할 계획을 세운게 아 님을 바로 깨달았다. 그와 달리, 그들은 연방조약 체결을 취소하고 최고소비에트를 소집하기 위해 그가 필요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야조프의 명령 가운데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병력을 모스크바로 이동시킨 것이었다. 여러 공수부대가 수도 곳곳의 요충지에 배치되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11장 '훈타'의 인용을 몇 개 추가합니다. 얼른 뒤따라 오세요!
TV 카메라가 야나예프의 떨리는 손을 클로즈업했다. 며칠 뒤에 가이다르가 떠올리기를, 그것이 모스크바 주변의 그 모든 탱크보다도 계획을 더욱 망쳐버렸다고 평가했다. 무자비한 훈타 대신, 소련 인민들은 권력을 유지할 의지가 없는 한 무리의 썰렁한 관료를 목도하고 있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11장 훈타, 400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레닌그라드 KGB에서,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훈타가 모른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은 이들은 장교들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이라는 KGB 장교는 당시 (아나톨리) 솝차크의 개인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었다. 1년 반 전, 푸틴은 동독의 붕괴를 지켜봤다. 8월 19일, 푸틴은 상관에게 갈등 상황에서 동시에 양쪽을 위해 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선택했다. “당신과 일하겠습니다.” 솝차크는 “좋아, 그렇게 하면 내가 크류치코프에게 전화할 테니까”라고 대답했다. 푸틴은 놀랐다. “난 크류치코프가 그를 지옥으로 보내버릴 줄 알았다.” 크류치코프는 솝차크의 말에 귀를 기울였을 뿐 아니라, 푸틴의 요청에도 동의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11장 훈타, 402~403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드디어 KGB 요원 푸틴 등장합니다. 푸틴은 정말 탁월한 기회주의자였나 봐요. 한국 정치사에서 유사한 인물을 하나 꼽자면 전두환을 꼽겠습니다. 전두환은 쿠데타 편에서, 푸틴은 반쿠데타 편에 서서 기회를 잡았죠!
앗, 푸틴이 KGB 요원이었습니까? 새로 알았네요. 근데 저...미안하지만 훈타가 무슨 뜻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제가 책을 안 봐서 뭔가 뜻이 나와있을 것 같은데 감이 안 잡히네요. ;;
@stella15 아, 훈타는 에스파냐어로 위원회 이런 뜻인데, 요즘에는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집단을 가르키는 용어로 씁니다. 영어 사전의 뜻풀이를 옮깁니다. a government, especially a military one, that has taken power in a country by force and not by election:
와, 그런 뜻이군요! 고맙습니다.
1931년, 이탈리아 작가 쿠르치오 말라파르테(Curzio Malaparte)는 『쿠데타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성공적인 쿠데타의 핵심 요소를 묘사했다. 그는 1917년 레닌과 트로츠키의 쿠데타를 분석했다. 말라파르테의 핵심 논지는 결연한 리더십을 지닌 열성적 소수파가 모든 것이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룬 급변점에 있을 때, 결과를 걱정하지 말고 과단성 있게 행동해야만 쿠데타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크류치코프는 성공적 쿠데타의 필요조건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실행할 만한 배짱이 없었을 뿐이다. KGB 의장이 결연한 반혁명 분자거나 광신적 스탈린주의자였다면, 역사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는 대신, 훈타는 권력을 잃을 급변점에 급속하게 다가가고 있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11장 훈타, 408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러시아 의회 바깥에 모인 수만 명의 사람은 철저한 무방비 상태였지만, 차가운 가랑비를 맞으며 자리를 지켰다. 그들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보호하기 위해, 공격이 일어나면 의회 건물을 보호할 인간 방패 역할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 가운데는 영국 대사의 부인인 질 브레이스웨이트도 있었다. 용감한 여성인 그녀는 “고르바초프와 민주적 가치를 옹호하기 위해” 바리케이드로 가자며 러시아 친구들을 설득했다. 이따금 세간의 이목을 끄는 인물이 나타나 방어자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가 벨리 돔을 지키기 위해 미국에서 돌아왔다. 모스크바의 부시장 유리 루시코프는 의회 건물에서 밤을 새우려고 임신한 아내와 함께 왔다.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도 아내인 나눌리에게는 알리지 않고 그날 저녁 의회로 찾아와 건물 앞의 군중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유명 인사들이 나타나자 군중은 폭력 사태를 피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졌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11장 훈타, 416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감동스럽고 눈물 나는 풍경이죠. 저는 이 대목 읽으면서 1980년 5월 27일 광주의 도청을 떠올렸어요. 그날 밤에 광주에도 저런 요즘 말로 셀럽들이 함께했더라면 군인의 진압을 피할 수 있었을까요? ㅠ. (알다시피, 그때 도청에 끝까지 남은 사람들은 대체로 힘없고 평범한, 또 지역 정치나 사회운동에서도 존재감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죠.)
그런가요? 그 엄혹한 시절 우리나라 문인들 정치인들 그렇게 많이 잡혀 들어간 줄 알고있는데 정작 있어야 할 자리엔 없었던 건가요? 옛날부터 이름없는 민초들이 나라를 지켰잖아요. 그런 건가 봅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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