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

D-29
이 연설문(고별사)에서, 고르바초프는 리더십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비판에 응답하지도 않았다. 그 대신 페레스트로이카의 업적들, 국내의 자유화와 냉전 종식을 열거했다. 그런 성공을 거두었자면 왜 나라가 해체되고 그는 권력을 잃었는가? 고르바초프는 이 실패를 다른 이들의 탓으로 돌렸다. 당과 경제 관료 집단의 저항, 낡은 관행과 이데올로기적 무기력, 그는 “불관용, 낮은 수준의 정치 문화, 변화에 대한 두려움”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이것이 “우리가 그렇게 많은 시간을 잃어버린 이유”라고 설명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15장 청산, 581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반면에 고르바초프는 고별사에서 자기의 행동을 옹호합니다. 이것도 미리 올려둘게요.
사실 독서는 기본적으로는 책과, 다음으로는 책에 녹아 있는 저자의 생각과 대화하고 때로는 대결하는 일이죠. 함께 읽기는 거기에 더해서 같은 시기에 같은 책을 읽고 있는 다른 분들과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고 덤으로 대화도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책 한 권 읽는 일이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내 인생의 책' 같은 걸 꼽아 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당황스럽습니다. 저는 '내 인생의 책' 같은 게 없거든요. 세상에 읽을 책은 많고 또 그 책을 읽는 나도 계속 변하는데 '내 인생의 책' 같은 게 어디 있겠어요? 그래서 '책 한 권 읽고서 인생이 바뀌었다'는 사람을 보면, 거짓말을 치고 있거나, 평소 책을 많이 안 읽는 사람이구나, 생각하는 편이에요. 하하하! 그래서 평소 가지던 생각과 책이나 저자의 의견이 다르다고 너무 스트레스 받으실 필요 없을 듯해요. :) 또 그렇게 다른 생각을 자유롭게 펼쳐 보이고 또 각자의 생각에 따라서 소화하면 그뿐입니다. 날도 더운데, 벽돌 책 읽으면서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라고 노파심에 말씀을 드립니다. 이 방의 행동 지침이 "#편하게"라는 것 꼭꼭꼭 기억하세요!!!
자세히 얘기해주시고 인용도 감사드립니다. 스트레스는 받지 않고 원래 비판하고 토론하는 걸 좋아하는데 진도를 못 따라가서 뒷부분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얘기하려니까 좀 답답했을 뿐입니다. 오히려 다른 분들이 스트레스 받으셨을까봐 노파심이 듭니다. 역사의 해석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보크의 관점이 주관적으로 마음에 안들다보니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없을까 계속 비판적으로 읽게 되는데 그런 생각들을 여기 올릴 수 있으니까 더 재미있게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혼자 읽었으면 진도 나가기 더 어려웠을 것 같아요. 모임 끝나기 전에 1부 마지는 게 목표입니다. 2부는 더 재미있다고 하시니 나중에라도 읽을 수 있겠죠.
ㅎㅎ 맞아요. 날도 더운데! 근데 날도 더운데도 불구하고 한결 같이 벽돌책 읽으시는 분들 보면 대단하다 싶어요. 인생 책에 대한 YG님의 생각에 동감입니다. 정말 책 한 권이 사람을 변화시키면 얼마나 변화시키겠어요. 근데 이젠 질문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몇년에 한 번씩 또는 때때로 뭐하다 생각나는 책이 있는지, 어떤 사람은 그걸 반려책으로 부르기도 하던데 이를테면 손 가까이 두고 싶은 책. 뭐 그런 걸로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내일 7월 24일 목요일은 13장 '불협화음'을 읽습니다. 13장에서는 1991년 9월 정도를 배경으로 어떻게든 소련(연방)을 살려보려는 고르바초프의 마지막 안간힘과 권력을 대부분 장악하고 그것을 휘두르는 옐친의 얘기가 나옵니다. 특히, 이제 실권을 잡은 옐친이 경제를 포함한 현안을 어떤 방향으로 해결할지 가닥을 잡는 과정이 서술됩니다. 기가 막힌 얘기가 많습니다;
의견 차이의 원인은 심각하고도 원칙적이었다. 리시코프와 아발킨에게는 장래 시장경제의 주요 행위자는 중앙 정부 부처와 국유법인이었다. 페트라코프와 야블린스키에게는, 경제적 연방의 주요 수혜자는 주권 공화국이었다. 두 접근법 간의 절충점은 사라졌다. 아발킨은 페트라코프에게 '연방'이란 말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물었다. "하나의 국가인가, 아닌가?" 그는 분명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페트라코프는 그 만남을 다르게 기억하고 있었지만, 장래 연방의 국가성이 중심 쟁점이었음을 시인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196,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국가비상사태위원회 혹은 GKChP가 압도적인 힘을 과시했다면 대중적 정당성을 얻을 수도 있었다. 이것은 전 세계에서 일어난 많은 쿠데타에서 얻을 수 있는 분명한 교훈, 그리고 러시아 역사의 교훈이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장군 바렌니코프는 국가비상사태위원회에 모험주의적인 옐친 그룹을 처리하기 위해 출입 통제선을 치고, 러시아 의회에 물, 전기, 전화, 그 외 통신선을 차단하라는 것이었 다. 국가비상사태위원회가 '민주주의'와 '합법성'에 따라 행동하다면 그 자신뿐 아니라 소련이라는 국가를 파멸 시킬 것이라고 했다. 바렌니코프는 쿠데타 음모의 기장 중요한 모순을 정확히 짚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크류치코프와 훈타의 창시자들은 명확한 계획이나 실행 가능한 경제 프로그램 없이, 무엇보다도 무슨 수단을 써서든 저항을 분쇄하겠다는 결의 없이 비상 통치를 도입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사실, 이것은 고르바초프의 정치적 사망의 시작이었는데, 비상 통치와 그 주동자들을 거부함으로써 권력의 집행 수단도 마찬가지로 잃어버렸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고르바초프의 대중적 권위는 지난 몇 년 사이에 완전히 무너졌으므로 승리에 들뜬 한순간의 환영이 현실을 바꿀 수는 없었을 것이다. 소련 지도자는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군과 KGB를 다스렸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 국 민의 지지를 되찾을 수 없었다. 그것은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보리스 옐친의 것이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한 마디 더 생각나는 걸 얘기하자면 이렇습니다. 저는 청소년기를 냉전 시기 때 보냈는데 가끔 세계제3차대전이나 핵전쟁에 대한 공포를 느끼곤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냉전의 종식은 가치있는 일이었고, 그 주역은 아무튼 고르바초프였습니다. 고르바초프가 없었다 해도 냉전이 종식되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따지면 역사적 인물들의 역할이란 것이 거의 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더군다나 이번 책에서도 느꼈지만 냉전체계의 빠른 종식은 고르바초프의 이상주의적 성향에 도움을 받은 것 같구요. 주보크는 소련의 예기치 않은 양보가 독일 통일에 도움이 된 걸 협상도 못하는 고르바초프의 무능력처럼 묘사하지만(직접적으로 그렇게 얘기하진 않는데 저한테는 그렇게 읽히더라구요) 저는 그렇게만 보고 싶진 않습니다. 그러니 냉전 시대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이 고르바초프에게 호감을 갖는 일은 당연한 일일 것 같습니다.
냉전의 종식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이겠고 고르바초프의 역할이 크지요. (11장에서 쿠데타가 터지자 부시가 고르바초프에게 한 “작별 인사” 녹음이 생각나네요.) 근데 한편으로 고르바초프의 방향성이나 선택, 전략 같은 게 달랐다면 국가 붕괴(이건 재앙)가 아닌 다른 결과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질문, 이게 참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그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이기도 해서요.
전 한 국가의 붕괴가 국민들에겐 큰 상처가 되었을 수는 있겠지만, 일단 소련 자체가 한 국가도 아닌 연방이었기 때문에 독립을 원하는 국가들이 많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붕괴'는 러시아 사람들 입장에서 느끼는 바이고, 독립한 나라에서는 '자유' 이지 않았을까요? 이런 역사적인 문제는 여러 일들이 얽혀 있어서 거시적으로 봐야 하는데, 제겐 그런 눈이 없네요~ㅎㅎㅎ
저는 이번 독서로 인해 소련 내 공화국들이 정말 독립을 원했는가, 하는 문제도 참 간단치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발트 3국이나 조지아 같은 곳들은 강하게 독립을 원했던 게 맞지만, 원래는 ‘약한 연방’을 선호했던 우크라이나의 사정도 복잡하고, 중앙아시아의 다른 공화국들도… 소련의 8월 쿠데타 사건 때문에 그렇게 된 측면이 강한 것 같고요. 공화국 지도자들의 야심? 계산? 같은 것도 한몫 한 듯 하고… 워낙 아는 게 없어서 그동안 스스로는 생각치 못했던 새로운 질문들이 속속 떠오르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비록 답은 아직 너무 어렵지만요.
야코블레프는 고르바초프가 군데 의존하지 말고 '민주주의에' 기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말에 체르냐예프는 폭발했다. "민주주의는 무엇으로 이뤄져 있습니까?......민주주의는 정당, 기관, 법의 지배, 합법성에 대한 존중으로 조직된 사회의 한 형태요. 민주주의는 지도자들이 집권을 위해 경쟁하는 것이지, 국가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288p,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어제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란 책을 읽고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소수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미덕이라 배웠는데, 그걸 이용해 소수들이 만행을 저지르는 경우들을 쓴 책이었어요. 정치'도' 잘 모르는데, 일상이 곧 정치인 세상에서 사니 열심히 공부해 봐야겠단 생각뿐입니다.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정치 분야 최장기 스테디셀러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후속작. 하버드대 정치학자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극단적 사상을 가진 소수가 상식적 다수를 지배하게 되는 현대 민주주의 체제의 한계를 분석한다.
" 소련 외교정책 자산의 급매처분 " ... 쿠바정권은 소련 보조금이 끊겼어도 뜻밖에도 살아남아, 미국측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 로 남았다. 카불의 나지볼라 대통령 정권은 4 년 뒤에 무너져서 무자비한 탈레반 근본주의 정권으로 대체된다. 이는 미국의 이해관계에 전혀 득이 되지 않았다.... 만약 베이커가 1991년 9월에 미래를 점칠수 있었다면 뉴욕 쌍둥이빌딩 에서 치솟는 연기와 20여년에 걸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군사 점령이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8월 하순 쿠데타가 지난 후 9월 11일에 모스크바를 방문한 미 국무부 장관 제임스 베이커는 외무부 장관으로부터 소련이 내 줄 목록을 먼저 받습니다. 고르바초프를 만나고 옐친도 만나고 협상도 없이 선언부터 해버릴 정도로 경제적 파산이 목전인 상황을 잘 보여주면서도 씁쓸하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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