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

D-29
만약 공화국들이 서방에 따로 접근한다면 "식민지처럼 취급당할 것" 이다. 그(나자르바예프)는 크라우츠크에게 몸을 돌려 말했다. "디아스포라는 좋을수도 있지만, 어떤 공화국도 충족해 주지 못할 것요.... 친애하는 레오니드, 우크라이나가 어떻게 될지 걱정입니다.." 그는 안심시켜주는 발언으로 마무리했다. "경제 문제가 우리를 단합하게 할 것입니다. 그럴거라 확신합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러시아는 자체적인 경제개혁을 시작하고 다른 공화국들을 이끌 것이다. 마침내 러시아 대통령은 동의했다.. .. 미래 개혁 정부는 ’세가지 힘‘ 에 의존할 텐데, 전문성, 정치적 의지, 대중의 지지였다. 가이다르가 첫번째를 제공하고, 두번째와 세번째는 옐친에게서 비롯될 것이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안타깝지만 우크라이나는 독립 캠페인을 이어가고, 중앙과 러시안 연방은 몇가지의 뛰어난 경제학자들이 몇개의 팀에서 방안을 연구했지만.. (연구만 하고 실행 결정을 계속 못하더만..) 결국 가이다르의 제안은 러시아가 중앙의 몫까지 하자는 안으로 이해되었습니다.. 어찌보면 3일 쿠데타 이후 한달여만에 다시 쿠데타라고 봐도 될 만한 상황이네요. 그러니 옐친도 3일은 고민했을 테지요. 결정적 순간을 잘 포착하는 감이 있던 분이었으니. 또한 가이다르의 "충격요법". 의존하려는 러시아 국민을 행동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요법이 웬지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기 보다 그냥 물속에 들어가라 떠밀 것 같다는...불안감이 엄습합니다.
고르바초프가 고대하던 휴가는 느닷없이 중단되었다. 그리고 그날 훨씬 중요한 그 무엇이 툭 끊어졌다. 떨어지지 않고 중간에서 균형을 잡으며 위태로운 줄타기를 할 줄 알던 정치적 마법사 고르바초프가 끝났다. 그는 몰랐지만, 그것은 또한 그가 미국과 맺은 모든 국제적 합의와 위대하고 민주적인 유럽 공동의 집에 대한 환상의 끝이기도 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384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누구도 옐친이 돌변한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했다. 소련 헌정 질서의 주요 파괴자에서 그 수호자로 변신했는데 말이다. 미국의 방송국 자유라디오(Radio Liberty)는 러시아 의회 내에 특파원을 두고 옐친의 발언을 소련 전역에 중계했다. CNN 카메라맨이 탱크 위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을 포착해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이 보도 방송은 옐친을 “러시아의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의 중심에 두었고, 사태 전개에 엄청난 중요성을 띠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393-394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국가비상사태위원회 혹은 GKChP가 압도적인 힘을 과시했다면 대중적 정당성을 얻을 수도 있었다. 이것은 전 세계에서 일어난 많은 쿠데타에서 얻을 수 있는 분명한 교훈, 그리고 러시아 역사의 교훈이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396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바렌니코프는 국가비상사태위원회에 “모험주의적인 옐친 그룹을 처리하기 위해 즉각적인 수단을 취할 것”을 요청했는데, 러시아 정부 건물에 출입 통제선을 치고, 러시아 의회에 물, 전기, 전화, 그 외 통신선을 차단하라는 것이었다. 국가비상사태위원회가 ‘민주주의’와 ‘합법성’에 따라 행동한다면, 그 자신뿐 아니라 소련이라는 국가를 파멸시킬 것이라고 했다. 바렌니코프는 쿠데타 음모의 가장 중요한 모순을 정확히 짚었다. 옐친은 나중에 “공모자들은 헌법을 위반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라고 언급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400-401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바로 이 순간 모스크바의 사건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옐친이 살아 있고, 자유로우며, 저항한다는 것을 알고 모스크바와 그 외 지역의 수만 명의 사람이 비상 통치에 저항하려고 움직였다. 공포라는 마법이 깨졌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401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영국 외무부에 보낸 첫 전보에서 그는 쿠데타가 “묘하게 머뭇거리고, 신사다운 분위기마저 풍긴다”라고 보고했다. 권력을 잡은 ‘거물들(barons)’이 서방 언론과 러시아 민주주의자들이 주장한 것처럼 ‘공산주의’를 되살리고 싶어 하는 것은 분명 아니라고 말했다. 옐친을 체포하는 대신, 쿠데타 지도자들은 “말 안 듣는 아이를 꾸짖는 부모”처럼 옐친에 대해 말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402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최고위 관료 엘리트의 지배적 관심사는 돈이었다. 모스크바에 탱크를 배치하는 게 경화와 쇠퇴하는 산업 생산에 대한 투자자를 찾는 데 무슨 도움이 될까? 무력 사용은 서방의 제재와 소련의 파산만 가져올 것이었다. 훈타는 경제 전략이 놀랄 만큼 부재하다는 것을 드러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408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실패한 비상 통치는 옐친과 그의 민주파 추종자 및 지지자에게 고르바초프와 헌정 질서를 대신해 집행 권한의 수단을 장악할 역사적인 기회를 제공했다.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필연이 되었다. 그리고 이는 소련의 정치적 죽음을 뜻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421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크렘린에 있는 고르바초프의 거대한 집무실은 외부 세계와 고립된 섬이 되었다. 그의 책상 위에 놓인 무수한 전화기는 대부분 조용했다. 예전이라면 그에게 전화를 걸었을 사람들은 이제 투옥되었거나, 해임되거나, 옐친에게 넘어갔다. 의기소침하고 신임을 잃은 KGB 전문가들은 더 이상 분석 보고서를 보내지 않았다. 한때 고르바초프 궁정의 일부였던 기성 소비에트 인텔리겐치아는 진즉 옐친에게로 떠났다. 소련 과학아카데미와 소련 작가동맹, 예술가동맹 등 '창조적' 조합들은 투표를 통해 러시아 치하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8월에 생긴 병이 우울증으로 이어진 라이사 고르바초프는 남편을 배신했다며 모든 사람을 탓하고 공적 생활에서 물러났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p.521,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이 장면이 저도 여러 생각이 들더라구요. 권력의 이동이 낳은 허망감 같은.. 그런데 인생에서 누구나 크고 작게 겪는일이지만, 첫 반응은 부인하고 싶어지기 마련이더라구요. 인정하고 잘 마무리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긴합니다. 나이가 들다보니 ㅎㅎ 음악은 별로 안듣지만.. 올해 접한 윤종신의 '내리막길' 노래도 생각나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아, 오늘 오전에 정신이 없어서 이제야 게시판 들렀네요. 오늘 7월 25일 금요일에는 14장 '독립'을 읽습니다. 이번 장의 핵심은 우크라이나입니다.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슬라브계 공화국이 개별 독립을 추진하는 과정과 이미 1991년부터 그 과정에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갈등의 불씨가 확확 뿌려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다음 주에 15장 '청산'과 '결론'을 읽으면 이번 벽돌 책도 마무리됩니다. 주말에 뒤늦은 분들은 따라오시고, 15장 '청산'도 분량이 많지만 금세 읽히는 장이니 미리 읽으셔도 좋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12장의 주인공이 우크라이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14장도 우크라이나가 주인공인가요? 읽으면서 느끼는 거지만, 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그렇게 집착하는지 알겠더라고요.
비상 통치 기간 동안 공표된 옐친의 법령은 국가비상사태위원회의 법령과 마찬가지로 ‘초헌법적(extra-constitutional)’이었다. 본질적으로, 러시아 공화국의 수반은 고르바초프에게서 헌법적 권력을 빼앗았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431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훈타가 통치한 사흘 동안 옐친은 스스로 소련군의 통수권자로 선언하고, 러시아 영토상의 모든 집행 권한을 장악했으며, 중앙 TV 방송과 통신사를 비롯하여 중앙에서 관리하는 소련의 모든 산업을 소련이 아닌 ‘러시아’가 대신해서 차지했다. 이제 그는 소련 대통령이 이 쿠데타를 승인해주길 바랐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432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당은 거대한 단체였기에, 누구도 그곳을 무사히 떠날 수 없었다. 갑자기, 그것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라닌은 해방의 기쁨 대신, 권력의 진공 상태와 눈앞에 펼쳐진 불확실성이라는 광대한 지평선을 걱정했다. 그날 늦게, 고르바초프는 자신이 이끌던 권력 구조를 어쩔 수 없이 해산해야 했다. 이것은 러시아 의회의 긴급 회기에서 매우 굴욕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고르바초프는 얼마간 공통의 기반을 찾으러 그곳에 갔던 것 같다. 그러나 공통의 기반 대신 복수와 증오의 감정과 맞닥뜨렸다. 회기는 전국에 중계되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437-438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장례식이 끝난 뒤,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크렘린의 집무실로 돌아왔다. 대통령령으로 그는 군대와 경찰, 국가 조직 내 당 조직을 폐지했다. 또한 당 재산을 러시아와 그 외 공화국 정부로 이전하도록 승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당 서기장에서 사임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440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체포된 훈타의 일원들은 그 소식을 듣고, 이것이 반역 행위라고 여겼다. 하지만 구질서에 대한 단 한 명의 신봉자는 이 오욕을 견딜 수 없다고 결심했다. 세르게이 아흐로메예프 원수는 8월에 휴가 중이었지만, 국가비상사태위원회를 지지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서둘러 귀환했다. 이제, 아흐로메예프는 고르바초프에게 자신이 왜 소련 대통령에게 충성한다는 군인의 맹세를 어겼는지 설명하는 편지를 보냈다. “1990년부터 나는 우리나라가 종말을 향해가고 있다고 확신했고, 지금도 그렇다. 이제 나라는 곧 해체될 것이다. 조국이 죽어가고, 내 삶의 명분이라고 여긴 모든 것이 파괴된 지금, 더는 살아갈 수 없다.” 8월 24일, 소련의 원수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목을 맸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440-441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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