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두요.. 자기 세계에서 확신없이 그럴수가 없죠.. (망상이 참 무섭;;;)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
D-29
aida
aida
“ 소련 역사의 종식에 관한 지배적 서사를 창조하는 미국의 헤게모니는 이 순간 절대적인 것 같았다 (…)
당은 진즉 권력을 읽고 이제는 금지당했지만, 그들은 ‘공산주의의 종식’을 기록했다. 미국 언론의 해석에서 국가의 붕괴는 최후의 참된 신앙, 즉 자유 민주주의로 고르바초프의 개종에 대한 하나의 배경일 뿐이었다. 경제, 금융위기와 민주파와 중앙 정부간 대치, 옐친의 분리주의, 고르바초프의 ‘우회전’, 8월훈타라는 잘못 이해된 그 모든 사태는 전 세계에 고르바포츠의 정치적 여정에에 대한 장애물이나 이정표로 제시되었다.. ”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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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a
15장 청산까지 읽었어요.
분명 91년은 연초에 국민투표로 연방을 찬성하며 시작했는데,, 우크라이나는 독립하고, 어마어마하게 루블화를 찍어내더니 연말엔 베이커가 돌아갈 비행기 연료를 걱정할 만큼 아무것도 남아나지 않은 참담한 한 해였군요.
의회가 CIS를 승인한것도, 서방이 러시아를 인정한 것도 다른 선택지는 없었을 것이고 모든 사건들이 해체로 갈수 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퇴임연설에 실패를 인정하지 않은 고르바초프는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
가이다르는 서방의 돈이 있으면 승산이 있을지도 몰라라는 정도의 확신으로 경제정책을 시행할 것이니 92년의 나락도 예정된 것이었네요
(책이 2편이 있어야 할 것 같네요.. 러시아 시작의 순간?)
이제 <결론> 만 남기는 했지만 다른 나라의 역사를 이렇게 짧은 기간을 조명해서 읽은 기억이 없고 꽤 최근의 일이라 특별한 독서인 것 같습니다. 조국이 없어지는 저자의 특별한 경험과 여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터뷰, 메모. 일기 기반이라 더 감정적이고 맥락을 다 따라가는 것은 어려웠지만 그래서 더 생생한 면도 있었네요.
소련으로 귀국하지 못한 저자처럼.. 우주비행사 세르게이 크리칼료프는 소련국적으로 우주에 나갔다.. 소련이 해체되어 우주난민이 되고, 러시아가 돈이 없어 귀환도 늦어지고 311일만에 귀환했다고 하더라구요..(놀랬습니다.)
소련의 국가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황망함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보게 되었습니다.
aida
세바르드나제도 서방과 우호관계로 냉전 종식에 기여하고 이책에서도 큰 비판은 없었던 것 같은데,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후 조 지아 대통령이 되었고 장미혁명으로 물어났네요 (부정부패, 권위주의 통치 비판으로) 90년말에 독재가 다가온다면서 한 번 사임했던 분이었는데.. 군력을 잡으면 잘하기는 참 어렵나 봅니다..

연해
“ 그해에 건강과 권위가 완전히 망가진 옐친은 1991년에 훈타를 물리치는 것을 도왔던 젊은 전직 KGB 장교 블라디미르 푸틴을 후계자로 골랐다. 단 몇 년 만에 푸틴은 소련 붕괴가 낳은 방대하고 깊은 환멸과 민심 이반을 활용했다. 구소련 국가가 해체되는 것을 무심하게 혹은 공감하며 지켜봤던 사람들이 이제는 경제적·사회적 안정을 보장할 강력한 러시아 국가 건설을 원했다. 푸틴은 1991년 옐친의 약속을 이행했다. "러시아는 우뚝 일어설 것이다." 하지만 매우 다른 방식에 의해서였다. ”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p. 600,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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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 사라져버린 소련의 유령은 유럽과 아시아, 세계를 떠돌고 있지 않다. 그러나 소련의 갑작스러운 소멸 에 대한 수수께끼는 우리 시대 사람들의 상상 속을 여전히 떠돌고 있다. 전에 승승장구하던 서구 자유주의적 질서의 확실성이 우리 발아래서 흔들리고 깎여 나가는 모습을 목도하는 지금 특히 그렇다. 소련의 종식은 거대한 역사적 의미와 어마어마한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인간 드라마였다. 그것은 냉전 종식과 탈식민화,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지구적 서사에서 하나의 각주로 축소될 수 없다. 이 놀라운 이야기는 우리에게 지속성의 외관상 확실성을 믿지 말라고 가르쳐주며 미래의 갑작스러운 충격에 대비할 수 있게 도와주리라. ”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p. 603,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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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결론의 마지막 문장을 읽으니 <모든 것은 영원했다, 사라지기 전까지는> 책의 제목이 생각나네요. (읽어보진 못했습니다.)

모든 것은 영원했다, 사라지기 전까지는 - 소비에트의 마지막 세대2005년 미국에서 출간되어 학계에 큰 화제를 불러왔으며, 후기 소비에트 시기 문화 연구의 붐을 일으킨 책. 소비에트 사회주의 체제를 살아간 사람들이 현실과 관계 맺었던 방식에 대한 기존의 상투적인 가정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소비에트 시스템의 본질에 놓여 있는 역설을 해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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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휴, 저는 오늘 완독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냉전>이 <소련 붕괴의 순간>보다 읽기에 훨씬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냉전>은 여러 나라를 골고루 다루다 보니 여러 방면으로 공감할 지점도 많았다면, 이 책은... 제가 러시아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던 것 같아요.
한 나라가 몰락해가는 과정을 촘촘히 목도하는 기분이 썩 불편하기도 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금 재조명하게 되고. 이모저모 생각할 지점이 많았습니다. 국가와 국가가 연결된 문제는 단순히 "왜?"라고 질문하기가 참 어렵네요. 정말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걸 새삼 깨닫기도 했고요. 위에 문장 수집으로도 올렸지만 '결론'의 이 문장 "이 놀라운 이야기는 우리에게 지속성의 외관상 확실성을 믿지 말라고 가르쳐주며 미래의 갑작스러운 충격에 대비할 수 있게 도와주리라."가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부디 어느 날 갑자기(물론 갑자기는 아니겠지만, 주보크가 모스크바 공항에 내렸을 때, 소련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접한 것처럼) 사라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연해
@YG 벽돌 책 모임과는 관련 없는 여담이지만요. 책걸상에 올라온 <냉전> 정말 반가웠어요. 그리고 책걸상을 좋아하는 2030 여성 여기 있답니다. 제 취양이 독특한지는 잘 모르겠지만(헷) 저는 두 분의 유쾌한 대화 너무 즐거워요. 듣다가 혼자 웃음 터질 때도 많고요. 냉전이 1.5kg이라는 말씀도 웃겼는데, JYP님은 그걸 왜 재보시는 거예요(하하하, 엉뚱미라고 보겠습니다). 다만 모두의 기대를 만족할 수는 없는 거니까 두 분만의 스타일을 좋아하는 저 같은 청취자도 있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답니다.
덧붙여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책걸상의 YG님과 그믐 벽돌 책 모임에서의 YG님은 결이 살짝 다른 것 같아요. 여기서는 진중하고 선생님 같은 느낌이라면 라디오에서는 좀 더 친근하고 장난기 가득한 느낌이랄까요. 저는 둘 다 좋지만요. 앞으로도 건강하고 유쾌하게 두 분만의 스타일로 마음껏 진행해주세요:)
참, 제가 왜 <냉전>을 <소련 붕괴의 순 간>보다 더 힘들어했는지도 방송을 들으며 알게 되었답니다.

꽃의요정
냉전은 그나마 나중에 전자책으로 읽을 수 있어서 괜찮았는데, 소련붕괴책은 전자책은 구할 수가 없어서(=비싸서) 종이책으로 완독하겠다는 일념으로 끙끙 들고 다니면서 읽었어요. 1.5kg이었다니 ㅎㅎ
제가 벽돌책 모임 끝나기 전에 완독하다니~항상 연해님이 완독하는 모습 보고 부러웠었거든요. 8월에도 만나융

연해
꺄, 완독 축하드려요. @꽃의요정 님. 그러게요. 저도 1.5kg인지 모르고 신나게 들고 다녔네요(심지어 양장본...). 절대 누워서 읽을 수 없는 책입니다. 항상 정자세로 읽게 되는 예의 바른 책이었어요. 여담이지만 푸코 평전을 푸틴 평전으로 이해하셨다는 말씀에 또 웃음이... (하하하) 8월의 벽돌 책 모임에서도 유쾌하게 만나요:)

향팔
@연해 님 글 보고 방금 책걸상 <냉전> 들었어요! 너모 재밌네요. <소련 붕괴의 순간> 얘기도 많이 나와서 더 반가웠어요. 이 책이 1부와 2부로 나뉜 이유 같은 얘기도 재밌고요 하하. 개인적으로는 저도 지금 인생에서 몰락과 붕괴의 순간(순간이라기엔 참 길고도 길지만)을 지나고 있어서 이 책이 더 생생하게 읽혔나 싶기도 하고…

연해
오! @향팔 님도 들으셨군요. 너무 유쾌하지 않나요? 저도 들으면서 계 속 웃음이 터졌다지요. <냉전>의 번외편 느낌이랄까. YG님의 개인적인 감상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어 친근했고 말이죠. 근데 '인생에서 몰락과 붕괴의 순간'을 지나고 계시다니... 왠지 또 숙연해집니다. 어떤 일인지 알지 못해 조심스럽지만요. 응원과 지지를 살포시 담아보아요:)

향팔
네네 너무 유쾌해요!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ㅎㅎㅎ
응원과 지지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 원래 나쁜 일은 한꺼번에 파바박 터져서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딴소리를 또 늘어놓자면, 몇해 전 사는 게 힘들 때 우연히 <신곡:지옥>을 펼쳤는데 맨 처음에 써 있는 구절,
“우리 인생길의 한중간에서
나는 올바른 길을 잃어버렸기에
어두운 숲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이걸 딱 읽었을 때 ‘어머 뭐야 이건 나를 두고 하는 말 아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요 부분만 몇 번을 되풀이해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딱히 위안이나 도움이 될 만한 대목이 아닌데도, 그저 지금 나의 처지를 간결하게 표현해주는 것 같은, 그것만으로도 힘이 되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우연히 마주치는 책 한 줄이나, 다른 작은 것으로부터도 위로받을 구석이 있으니 또 꾸역꾸역 살아지는 거겠지요. 벽돌 책 모임도 제겐 그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연해 님이 2학년 선배시라면 저는 잘 봐줘야 ‘쩜오’ 학년? 정도 될 수 있을까요 하하 잘 부탁드립니다)

연해
적어주신 구절은 제 마음속에도 폭 담고 싶네요. 말씀하신 것처 럼 나쁜 일은 한꺼번에 파바박 터져서 정신을 못 차리게 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시기를 무사히 지나면 참 다행인데, 예상과 달리 너무 오래 머물러 있을 때도 있고...(힝)
저도 삶이 고단해서 털썩 주저앉고 싶다가도 책 속의 한 구절, 누군가의 응원 한 마디가 빛처럼 반짝일 때가 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함께 책을 읽고 나눌 수 있는 공동체가 있다는 건 특별하고 감사한 일 같아요. 향팔님도 벽돌 책 모임을 통해 위로받고 계시다니 제가 다 기쁩니다.
에구구 부탁이라뇨. 저야말로 셰익스피어 모임 때부터 훨훨 날아다니시던(?) 향팔님이 계셔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앞으로도 이 공간에서 마음껏 이야기 들려주세요:)

stella15
ㅎㅎㅎ 그러니까요. 그래서 제가 YG님 차도남 같다니까 인정을 안하시잖아요. 책걸상에선 많이 웃고 여기선 댓글 두세 개쯤 달아야 겨우 하나 답글다는. 아무래도 그짝이 본캐고 이짝은 부캐인 거 같습니다. 하긴 여기는 댓글을 써야하니 좀 번거로울 수도 있죠.
아무래도 YG님 JYP한데 또 당하셨나 봅니다. ㅋㅋㅋ 여기는 누나 같은 분이 많으니까 위로 받고. 뭐 그런거죠. 나중에 함 들어봐야겠습니다. 음하하.

연해
차도남 YG님! 입에 착착 붙습니다. 아무래도 이곳은 저희가 워낙 글 수다쟁이들이라(하하하) 댓글에 일일이 답하시다보면 본업에 충실하기 어려우시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stella15 님 말씀처럼 번거로우실 수도 있고요. 심지어 의견들도 워낙 다양하다보니, 다른 의견일 때는 모임지기라는 이유로 일일이 논거를 대기 버거우실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모임지기의 숙명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가혹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야 하나지만 @YG 님은 다수를 상대(?)하고 있으니(말이 좀 이상하네요? 어쨌든).
저는 이번 편 강추(아이고 낡은 표현...)합니다. JYP님과 YG님은 책걸상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서로 은근히 디스하시는 재미가 청자 입장에서는 쏠쏠하지요:)

YG
@연해 님, 완독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사실, 이 책은 벽돌 책이나 역사 책에 익숙하신 분들도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닌데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난이도가 높다기보다는 소련-러시아 고맥락에 익숙해야 해서. 그리고 계속되는 회의를 극복해야 해서. '내가 이 더운 날 남의 나라 망하는 얘기를 왜 이렇게 몰입해서 읽고 있지?' 하하하!)
'책걸상' 즐겁게 들어주셔서 감사드리고, 2030 여성이라서 특히 더 감사드립니다. :) (정말 2030 여성 청취자 여러분이 고라니질을 많이 하시거든요. 어째라, 저째라!) 그리고, 그믐에서의 조금 점잖은 이미지와 책걸상에서의 조금 가벼운 이미지는 다 저의 여러 정체성 가운데 하나 같아요. 실제로 보면 그 중간 정도인데. 수다쟁이라서 전자보다는 후자가 제 진짜 모습에 가깝습니다. :)

stella15
너무 절제하시는 거 같던데...아직도 차도남 이미지가 남아 있어요. ㅋㅋ

YG
@stella15 차도남이요? 하하하! 저랑은 너무 거리가 먼~ 이미지인데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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