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

D-29
전 세계적 쇼가 이뤄진다는 사실이 고르바초프를 일순간 흥분시켰다. 그는 코펄에게 퇴임이 정치적 사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아마도 이곳에서 최초로” 권력의 평화적 이양을 실행했으며, “심지어 이 점에서도 나는 알고 보니 선구자였다”라고 말했다. 중앙 방송의 사장인 예고르 야코블레프는 고르바초프가 카메라 앞에서 사퇴서에 서명하길 원했다. 방송 중계가 시작되기 직전에 고르바초프는 사퇴서에 서명할 때 쓸 자신의 소련제 펜을 시험해봤다. 펜은 말을 듣지 않았다. CNN 회장 톰 존슨이 자신의 몽블랑 펜을 빌려줬다. 현장에 있었던 코너 오클레어리는 “다시 한번 언론의 일원이 소련을 청산할 도구를 제공했다”라고 촌평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582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15장을 읽었는데, 휴우… 씁쓸하다고 해야 하나 먹먹하다고 해야 하나, 마음이 이상하네요.
베이커의 연설문 작가는 패전국 독일, 일본과의 거창한 비유를 버렸다. 대신 그는 알레고리를 사용했다. 냉전 동안 두 초강국은 "병 속에든 두 마리 전갈"이었지만 이제 서방 국가들과 구소련 공화국들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가파른 산을 오르는 서투른 등반가들"이었다. 어느 나라든 이를테면 러시아라도 "파시즘으로 추락"하면 전부 다 추락할 것이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566,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예고르, 이건 다시 찍을 수 없네. 모든 게 서명되었어. 이건 역사적인 행위야."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582,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고르바초프와 통화를 마친 뒤, 부시는 생각했다. "세상에, 이 나라에 사는 우리는 운이 좋아. 우린 참 많은 축복을 받았어."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585,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결국엔 소련 수수께끼가 우리 시대에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을 것 같다. 역사가 자유와 민주주의의 필연적 승리에 관한 도덕극이었던 적은 없다. 그 대신 세계는 항상 그래 왔던 대로, 이상주의와 권력, 훌륭한 통치와 부패, 자유의 고조와 위기와 비상시에 자유를 제한해야 할 필요 사이의 투쟁의 장이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603,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드디어 읽었습니다. 시간과 공간으로 촘촘히 역인, 시대에 사람들이 남긴 흔적으로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할 수 있기를^^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힘으로 끌어주신 @YG 님, 문장과 사유를 나누어주신 회원님들 고맙습니다. 속리산 문장대에 오른 기분입니다!
@부엌의토토 이번 달에 힘들게 읽으신 듯해서 송구합니다. 하지만 속리산 문장대 오르신 것만큼의 성취가 있는 독서였다니 다행입니다. (저는 문장대는 못 올라가 봤어요;) 고생하셨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연일 후텁지근한 7월 날씨에 다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런데, 기상청 일기예보로는 8월도 7월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듯합니다. 이런 날씨가 전부 기후 위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한반도를 포함한 전 세계에 극단적인 날씨가 많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고, 이건 기후 위기와 뗄 수 없는 관계가 있습니다. 알다시피, 2023년 8월에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사이언스북스)로 시작한 한 달에 한 권 벽돌 책 읽는 모임이 벌써 만 2년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 지난달(2025년 7월)에 읽은 『소련 붕괴의 순간』(위즈덤하우스)까지 매월 30~50명의 참가자가 스물네 권의 벽돌 책을 읽었습니다(목록은 아래 참고). 이제 벽돌 책 함께 읽기 3년째 순서를 시작합니다. :) 2025년 8월에 함께 읽을 스물다섯 번째 벽돌 책은 미국 작가 에릭 딘 윌슨이 2021년에 펴내고, 한국에서는 2023년에 번역돼 나온 『일인 분의 안락함(After Cooling: On Freon, Global Warming and the Terrible Cost of Comfort)』(서사원)입니다. 한국어판 제목에서 고개를 갸우뚱했던 분이라도, 원제를 읽으면 어떤 책인지 바로 감이 올 거예요. 이 책은 흔히 듀폰의 상품명 ‘프레온 가스’로 알려진 화학 물질 CFC를 중심에 놓고서 냉각 즉 에어컨의 역사를 살피는 책입니다. 저자는 냉각(cooling)을 안락함 혹은 쾌적함(Comfort)으로 연결해서 살핍니다. 개인이 쾌적함을 얻고 나서 인류가 지불해야 할 대가를 찬찬히 따져보자는 거예요. 읽다 보면, 작가의 넓은 시선과 깊은 사유가 새삼 놀랍습니다. CFC와 에어컨의 등장이 일(노동)의 위계를 어떻게 나누고, 나아가 미국에서 인종적 억압과도 연결이 되었다는 사실이 그렇습니다. 오존층 파괴와 엮여서 현재는 규제하고 있는 CFC와 지금 가장 중요한 인류 앞의 난제 기후 위기와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시선도 날카롭고요. 기후 위기 문제에 관한 한 가장 저명한 작가 아미타브 고시가 “당신이 기후 위기를 이해하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한 사정도 이해가 됩니다. 현장에서 문예 창작을 가르치는 작가의 르포르타주 데뷔작답게 벽돌 책인데도 아주 쉽게 읽힙니다. <사이언스>에서 호평할 정도로 과학적 사실의 서술도 정확하고요. *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지만) 한국어판 만듦새가 미숙한 부분이 있어서 아쉽습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따라가고 저자의 문제 의식을 포착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7월 더위를 에어컨 바람에 식히면서 섬뜩한 위기감을 느꼈던 독자라면 8월에 냉각과 쾌적함 너머의 보이지 않는 문제를 파고드는 『일인 분의 안락함』 함께 읽기를 권합니다. 그럼, 우리 2025년 8월에도 스물다섯 번째 벽돌 책 『일인 분의 안락함』 함께 읽어요! * 지금까지 읽은 벽돌 책 (총24권) 2023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2023년 8월) 『권력과 진보』 (2023년 9월) 『위어드』 (2023년 10월) 『변화의 세기』 (2023년 11월)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2023년 12월) 2024년 『사람을 위한 경제학』 (2024년 1월) 『경제학자의 시대』 (2024년 2월) 『앨버트 허시먼』 (2024년 3월)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024년 4월) 『나쁜 교육』 (2024년 5월) 『화석 자본』 (2024년 6월)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2024년 7월)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2024년 8월) 『메리와 메리』 (2024년 9월) 『중국필패』 (2024년 10월) 『마오주의』 (2024년 11월) 『노이즈』 (2024년 12월) 2025년 『행동』 (2025년 1월) 『호라이즌』 (2025년 2월) 『3월 1일의 밤』 (2025년 3월) 『세계를 향한 의지』 (2025년 4월) 『어머니의 탄생』 (2025년 5월) 『냉전』 (2025년 6월) 『소련 붕괴의 순간』 (2025년 7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우리 8월에도 벽돌 책 함께 읽어요! :) https://www.gmeum.com/gather/detail/2840
상호대차 신청 들어갔습니다. ㅋ..
1990~1991년에도 러시아인들 대다수는 강력한 지도자, 더 나은 경제, 국가의 통합을 원했다. 자유 민주주의, 시민권, 민족 자결주의가 아니라 말이다. 고르바초프는 이를 제공하는 데 실패했고, 그래서 그들은 그 대신 옐친을 지지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589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지난달에 읽은 <냉전>에서 인상깊었던 말, “빵이 없이 어떤 자유란 말인가?”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소련의 종말에서 무엇보다도 돈이 결정적이고 가차 없는 역할을 했음을 깨닫고 크게 놀랐다. 소련 시절에 경제적 무지라는 내 사회적 배경을 고려해보면, 예전에는 완전히 놓친 것이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서문, 27~28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주보크랑 베스타랑 그 주제로 수다를 한 번 떨었을 거라는 데에 500원 겁니다. 주보크가 서문에서 이런 얘길 써 놓았잖아요.
네, 정말 그랬을 것 같네요 ㅎㅎ 지금 @YG 님 문장을 보고 서문을 다시 한번 뒤적여봤는데, 아? 모임 첫날에 읽었을 때에 비해 눈에 확 들어오네요! ‘아, 이 말이 이뜻이었구나’ 하는 대목들, 본문을 다 읽기 전에는 잘 몰랐던 의미도 다시 보이고, 제가 오해했었던 부분들도 있고… 아무래도 결론을 다 읽고난 뒤 서문을 다시 한번 정독해봐야겠습니다.
제가 너무 물질주의자라 '돈'이란 키워드만 보이나 했는데....역시 개인이나 집단이나 현세에선 돈이 모든 걸 지배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꽃의요정 님, 우리 정도 살면 알잖아요; 돈 중요합니다; ㅠ.
저는 100퍼센트 공감하는 게, 만약에 고르바초프의 개혁과 개방이 경제적 파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고르바초프의 소련의 운명은 많이 달랐으리라 생각합니다.
모임 마무리를 하려다 보니, 제가 주보크 옹 얼굴을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생각이 나서 갑자기 찾아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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