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요. 이거 안 읽은 티가 나는군요. ㅎㅎㅎ
근데 60에 썼다니 그도 대단하네요. 아무리 내공이 있다고 해도 그나이쯤되면 총기가 떨어질 수도 있는데.
근데 오늘은 무슨 전야같은 느낌이 드네요. 물론 8월이되기 하루 전이긴 하지만. 하하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
D-29

stella15

향팔
젊지 않은 나이였기에 쓸 수 있었던 책이었다, 싶기도 해요.

stella15
그런게 있죠. 더 많은 통찰과 연륜으로. 근데 나이 드니까 나이든 사람을 이해하겠드라구요. 예전같으면 눈감고도 할 수 있는 일을 얼마나 버벅대는지. ㅋㅋ

향팔
예전에 글 올렸던 동네 도서관 강연의 선생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어요. 전공이 역사이고 취미도 역사인데 지금은 책을 잘 안 읽으신다고요. 체력이 받쳐주지 않고 눈도 피로해서 책 읽는 게 너무 힘드시대요. 대신 넷플릭스 다큐와 드라마로 세상 공부를 하신다고…

stella15
ㅎㅎ 나만 그러는 게 아니었군요. 나이 들면 그렇게 된다니까요.
왜 그렇게 볼 드라마가 많고, 영화가 많은지. ㅋㅋ 책으로만 공부한다는 건 옛말이죠. 근땐 컨텐츠가 많지 않은 시절이었잖아요. 그래도 예전에 해 왔던 가닥이 있으면 쉽게 포기하게되진 않더라구요. 독서 시간이 줄 지언정 없어지지는 않죠. 아마 그 선생님도 그러실 거예요.^^
개와고양이
겨우 다 읽었습니다.
이 책이 끝나는 1991년에 저는 첫 직장생활 하느라 바깥 세상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옐친이 탱크에 올라간 사진도 이 책 읽으면서 처음 보았고
러시아에 군부 쿠테타가 있었고 3일 만에 끝난 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한줄요약하자면 (처음 읽을 때 느낌처럼) "어머 그 때 이런 일이 있었어?" 입니다.
다큐멘터리 보듯 소련이 끝나는 장면을 보고 나서 든 짧은 생각은
- 페레스트로이카는 왜 실패하고 소련은 왜 붕괴했나? 한 가지 이유로 말할 수 없다. 여러가지 우연과 필연이 겹쳐서 일어난 일이니 베이커의 말대로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닐까.
- 주보크 말대로 고르바쵸프가 소련 붕괴의 주 책임인가? 죽 쒀서 * 준다고, 정말 빌런은 옐친이었던 같다.
- 고르바쵸프가 다른 시기에 소련(혹은 러시아)의 지도자였다면 이렇게 혹평을 듣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 국민의 경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국가 (또는 지도자)는 실패한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 때부터 갈등 요소가 있었구나.
등등입니다.
7월 안에 읽는데 급급해서 내용이 잘 정리되지 않지만 글 남기신 여러분들의 생각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혼자서는 절대로 읽지 않을 책이었는데 마칠 수 있도록 끌고 오신 여러분, 특히 YG님 감사드려요.
이번 주말이 서문과 결론을 다시 읽으면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YG
@개와고양이 님, 앗, 1991년에 한창 바쁘셨을 때군요. 이번 달에도 완독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향팔
“ 수십 년간 냉전 적대를 이어온 미국인들은 소련 내부의 힘겨루기를 ‘공산주의자들’ 대 ‘민주주의자들’, ‘개혁가들’ 대 '강경파들’ 등등과 같은 이분법적 렌즈로 바라봤다. 극소수의 전문가만이 미묘한 차이들을 파악할 수 있는 지식과 인내심이 있었다. 의회, 싱크탱크 집단, 부시 행정부의 많은 일원은 계속에서 소련을 갱생이 불가능한 ‘악의 제국’으로 취급했다. ”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594-595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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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서방에서 소련의 붕괴는 냉전으로부터 행복한 탈출, 공산주의에 대한 승리, 자유주의적 가치의 승리, 그리고 영구적 평화와 번영에 대한 기대와 합쳐졌다. 무엇보다도 지정학적 경쟁자이자 군사화된 거인이 사라졌다는 커다란 안도감이 존재했다. 수년 뒤에 역사가 오드 아르네 베스타는 소련의 해체는 “국제 체제로서 냉전의 마지막 흔적을 지웠다”라고 썼다. 소련의 이미지를 바꾸려고 고르바초프가 그렇게도 애썼건만! 서방의 지도자들에게는 러시아에서 민주주의를 공고히 할 전대미문의 역사적인 기회를 붙잡으려는 정치적 의지나 상상력이 없었다. ”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595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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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이런 행동들 이후에 푸틴의 러시아는 서방에서 쇠퇴하고 있지만 수정주의적인 위험 국가로 치부되었다. 서방 논평가들은 하나둘씩 “영원한 러시아”에 관해, 한 번도 유럽이었던 적이 없거나 “진정한” 민주주의를 경험한 적 없는 나라, 영원히 전제정에 빠져 있고 이웃 지역들에 언제나 적대적인 나라의 피상적 이미지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 나는 이 책이 그런 시각의 허위를 입증하기를 바란다.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이 많은 러시아인에게 안정되고 강한 국가를 열망하게 만들고 자유와 자유 민주주의의 구호들에 다소 회의 적이게끔 만든 것은 러시아인들의 잘못이 아니다. ”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600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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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책을 다 읽었습니다. 날씨가 더워 독서가 더 힘든 때도 있었지만, 2부에서부터 느껴지는 생생한 몰입감, 마지막 15장 ‘청산’이 주는 씁쓸한 서글픔까지… 정말 좋은 책입니다. 저는 그동안 소련은 어차피 망(해야)할 나라였고 고르바초프의 할아버지가 오셨어도 못 구했을 나라라고 여겼었는데, 기존의 단순하고 막연했던 선입견이 와장창 깨어지는 경험을 했네요. 1991년 8월의 쿠데타도 그저 기득권을 지키려는 골수 공산당 꼰대 영감들이 벌인 최후의 발악 정도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역시 그동안의 내 생각은 너무나 단순했구나! 하는 깨달음을 준 독서가 되었습니다. 다음에도 또 이런 책을 같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많은 분들 말씀대로 혼자서는 읽기 어려울 테니까요.

향팔
멀리서 보면 잘 알려진 증거도 달리 보인다. […] 이것은 사후적 지혜로 역사의 행위자들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동기와 열정을 역사화하는 것이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27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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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감사의 말’을 보니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자료를 찾고, 얼마나 많은 노력과 사색을 했는지 조금 느껴집니다. 덕분에 독자로서 펄럭펄럭 책장을 넘기며 그 결과물을 접할 수 있으니 감사하네요. 답례로 ‘결론’은 두 번 읽어야겠습니다.

연해
향팔님의 이 말씀은 주보크가 들으면 굉장히 뿌듯하지 않을까, 감히 생각하게 됩니다. 어떤 책들은 읽으면서 저자의 노고에 깊이 감동받는 순간들이 있는데요. 벽돌 책 모임에서는 그런 느낌을 자주 받았던 것 같습니다(일단 두께부터 압도적...). 저는 답례로 '결론'을 두 번 읽고 싶었지만 반납하고 말았습니다(미안해요, 주보크. 하지만 저는 좀 힘들었어요).

향팔
앗, 저도 사실.. 결론 두번 읽으려다가 그냥 위의 @YG 님 문장 수집을 읽는 걸로 대체해 버렸답니다 캬캬

롱기누스
저도 막차를 탔습니다. 소련의 마지막을 함께 한 기분이군요. 14장 과 15장은 쓰러져가는 거인의 모습을 보는 듯 하여 애처롭기까지 했습니다. 고르바초프와 옐친은 미국의 인정을 받으려고 끝까지 노력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참으로 볼썽사납기까지 했습니다. 미국에 기대고 인정과 편입의 대가로 미국의 지도와 조언을 기꺼이 따르려는 모습...
"이중 권력은 위험투성이인데 그런 시기에 사람들은 어떤 권위도 인정하기 않기 때문이다. 고르바초프는 더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사람들은 그를 조롱했다. 그러나 옐친도 권력의 수단이 없었다. 이런 상황은 사실상 무정부 상태보다 나빴다.(p.554.)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책에서 짚어 주었는데, 그것은 소련 붕괴 이후 서방의 경제력이 러시아와 그 연방국들을 도와주려고 했으나 중국의 개방정책으로 세계의 돈이 흘러가버리는 바람에 소련이 마치 버림받은 아이처럼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험난한 시간을 겪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책에서도 언급되었지만, 클린턴이 1991년 8월의 쿠테타가 없었으면 자신은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는데, 중국에 등소평이 권력을 잡지 않았더라면, 소련이 그렇게 망가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결론부분에서 저자의 고르바초프의 평가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고르바초프의 리더십, 성격, 신념은 소련의 자멸에 주요 요인이었다. 그는 이데올로기적 개혁가적 열성과 정치적 소심함을, 도식적인 메시아주의와 현실과의 거리두기를, 비전이 넘치고 숨 막히는 외교정책과 결정적인 국내 개혁을 추진하지 못하는 무능력을 모두 갖췄다. "(p.588.)
"고르바초프는 이 실패를 다른 이들의 탓으로 돌렸다. 당과 경제 관료 집단의 저항, 낡은 관행과 이데올로기적 무기력, 그는 '불관용, 낮은 수준의 정치 문화, 변화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p.581.)
그리고 마지막에 저자가 언급한 말도 꽤나 머리속을 맴돕니다.
"이 놀라운 이야기는 우리에게 지속성의 외관상 확실성을 믿지 말라고 가르쳐주며 미래의 갑작스러운 충격에 대비할 수 있게 도와주리라"(p.603.)
변화는 관료집단에 항상 불시에 닥친다는 후쿠야마의 말은 관료집단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얼마든지 적용될 수 있는 요즘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7월 벽돌책을 끝냅니다.
6월에 이어 7월에도 벽돌책을 완독할 수 있었던 것은 방장 @YG 님을 비롯해서 함께 읽었던 분들이었습니다. 역시 멀리가려면 함께 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 무더운 여름 모두 잘 견뎌내시고, 8월 벽돌책 모임에서 뵙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aida
@롱기누스 님 대단하십니다.. 완독 축하드려요.
말씀하신 저자의 마지막 말은 많은 독자에게 여운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 놀라운 이야기는 우리에게 지속성의 외관상 확실성을 믿지 말라고 가르쳐주며 미래의 갑작스러운 충격에 대비할 수 있게 도와주리라"
저도 이따금 아들에게 이 나라에 이 시기에 태어난 것은 80억 지구인 중에 상당히 좋은 운빨이다.
내가 반백년 살아오면서 전쟁을 겪지 않은 것도 참 운이 좋은 일이다. 라고 말하긴 합니다.
일상으로 잊고는 있지만 "갑작스러운 충격"은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ㅎㅎ
이 폭염 정도야.. 하면서 언능 지나길 바래봅니다.
8월에 또 뵈어요~

YG
@롱기누스 님, 완독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이번 달에 유달리 힘들어 하셨던 기억인데 그래도 얻은 게 있으신 독서로 후기 남겨 주셔서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

연해
막차! 완독 축하드려요. 롱기누스님:)
롱기누스님의 완독은 저에게도 특별히 의미가 있는데요. 중간중간 남겨주시는 의견이 제 미약한 지식에 열매처럼 닿을 때가 많았답니다.

롱기누스
아이고.. 무슨 말씀을요. 벽돌책 모임하면서 함께 하시는 분들의 소중함을 많이 깨닫습니다. 8월에도 함께 하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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