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

D-29
저두.. 몽실언니 읽으면서 펑펑 울었던 기억만.. 그리고 어른들이 참 한심하게 느껴졌던 기억만...;;
@연해 @borumis 어 그럼 다른 책인가? (긁적) 저는 옛날 일을 정확히 기억 못하는 병이 있어요. 옛날 일이 뭐예요, 책을 읽어도 덮고나면 바로 잊어버려요. 그래선 전 재독도 지루하지 않아요 왜냐면 항상 처음 읽는 것 같거든요 하하하! 하루는 남자친구가 몽실언니를 한번도 읽은 적이 없다고 하길래 제가 그 책은 세기의 명작이고 한국인이라면 꼭 읽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답니다. 그랬더니 도서관에서 너덜너덜한 책을 빌려와 끝까지 읽고는 눈물 콧물 흘리시더라고요. 역시, 무뚝뚝한 아저씨 마음까지 움직이는 몽실 언니…
아뇨 맞을 거에요. 제가 하두 옛날에 읽어서 내용이 대부분 두리뭉실~;; 남자분들이 의외로 드라마나 문학작품 볼 때 눈물이 많더라구요 ㅎㅎㅎ
하하하, 저랑 같네요. 다시 읽어도 처음 읽는 것 같은 느낌. 짜릿해, 새로워! (죄송합니다) 기억력이 메롱이라 늘 메모를 습관화하는데, 이 행동은 <몽실 언니>를 읽을 당시에는 덜 발달된 습관이라 놓쳤나봅니다. 남자친구분과의 일화도 몽글몽글하네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문학 작품을 읽고 울 수 있는 남자는 너무 멋진 것 같습니다. 저의 연인도 <토지>를 읽고 눈물을 훔쳤는데, 연인의 그런 면을 제가 참 좋아합니다(뜬금없는 고백).
와,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완독한 사람 또한 없다는 그 토지를요. 멋지십니다. 두분 잘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제 남자친구도 한때는 책을 좋아했습죠. 이분은 제가 꼬꼬마 때 단골로 다니던 LP바의 사장님이었는데요, 그때는 놀러가면 음악 얘기뿐만 아니라 책 얘기도 많이 하고 책 선물도 주고받고 그랬었지요. (정치적 성향도 비슷했고요.) 그렇게 주인-손님 관계로 지내다가 가게가 문을 닫고 연락이 끊긴 지 10년쯤 지난 어느날, (각자가 먼길을 돌고 돌아 온갖 간난고초 끝에) 다시 만나게 되었답니다. 근데 막상 사귀고 나니 이제는 자기가 늙고 알콜에 찌들고 성인ADHD에 걸려 세줄 이상은 집중을 못 하는 몸이 되었다는 허튼 소리를 지껄이면서 더이상 옛날처럼 뇌섹남 시늉을 안 하시더라고요 하하
우와, 마치 영화 같은 두 분의 만남이네요. LP 바라는 장소만으로도 충분히 낭만적인데, 꼬꼬마 때 단골로 다니셨던 LP 바 사장님과의 10년 후 재회라니! 그 장면을 가만히 상상했는데, 정말 영화 속 한 장면 같았습니다. 만나야 할 사람들은 아무리 긴 시간이 흘러도, 결국은 돌고 돌아 다시 만난다는! (저 혼자 또 들떠있네요) 비록 재회 후에는 책과의 인연이 전과 같지 않으셨지만(허허허) 그래도 기본 베이스가 어디 가나요. 뇌섹남 시늉 아니고, 본투비 뇌섹남 아니실까요. 두 분의 소중한 추억인데, 진솔하게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회사에서 일하면서 꾹꾹 눌러뒀던 낭만주의자 감성이 다시금 차오릅니다(꺄).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짧은 소설 한 편을 뚝딱뚝딱 지어보고 싶어지는데요. 필력이 부족해 문장은 엉성하겠지만, 소재가 너무 아름다워요.
하하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내친김에 @연해 님의 감성이 더욱 차오를 만한 사연 하나 더 덧붙일게요. 연해 님의 연인 분께서도 고양이와 사신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맞지요? 제 남자친구도 동물을 참 좋아합니다. 털짐승과 같이 한번 살아보는 게 제 어릴 적부터의 로망이었지만 한번도 이루지 못했던 반면 그는 항상 동물들과 한지붕을 이고 살았고, 가게 앞에 길냥이 밥자리도 상시 운영하시곤 했지요(그 점 또한 제게는 호감이었고요). 지난 5월에 먼길을 떠난 저의 동동이는 사장님(당시의 호칭/ 현 남친)을 통해 입양한 고양이였어요. 사연인즉슨 어떤 몹쓸 자가 사장님 동네친구 아파트 화단에 아깽이들을 상자에 담아서 버려놓고 갔다고 하더라고요. 그중 살아남은 아이를 사장님이 임보 중이라고 하시길래 제가 덥석 데려왔고, 그 고양이가 동동이랍니다. 그로부터 10년쯤 후에 사장님을 다시 만나게 된 것도 동동의 투병과 관계가 있고요. 말해놓고 보니 참, 인연은 인연인갑다 싶네요. 연해 님 말씀대로요. 사진은 동동이를 그 LP바에서 처음 만났던 날의 모습이에요. 억울한 눈망울이 참 귀엽죠? 이젠 숨차는 일 없이 하늘에서 즐겁게 뛰어놀고 있을 거라 믿어요.
와~정말 소설이네요. 하루키 단편소설 같은. 제가 하루키 단편 좋아하거든요. ㅎ 그러니까 어찌보면 동동이 두 분을 연결시켜준 거네요. 이처럼 향팔님한테 확실한 위로가 어딨겠습니까? 동동이가 영물이네요. ^^
@stella15 @borumis 네, 그렇네요. 어떤 사람으로 인해 처음 동동이를 만나게 되고, 동동이로 인해 그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고… 그후 동동은 떠나갔고요. 그렇게 생각하니 슬프면서도 위로가 되네요. 감사합니다.
아효.. 저 억울한(?) 눈망울 너무 사랑스럽네요.. 투병으로 인연 맺어준 둥둥이.. 이제 더이상 아프지 않고 편히 쉬길 바랍니다. 저희 남동생부부도 LP를 집에서 듣던데.. 참 디지털과 다른 갬성이 좋더라구요..
세상에, 동동이와의 만남 속 연결고리가 남자친구분이셨군요. 아니면 남자친구분과의 만남 속 연결고리가 동동이일 수도 있고요. 아니, 둘 다인 것 같네요:) 5월에 동동이 소식을 듣고 제 마음도 먹먹했던 기억이 납니다. 남자친구분의 고운 마음씨 덕분에 동동이를 만나고, 그렇게 10년을 함께 한 동동이와의 이별에서 다시 남자친구분을 만나고. 말씀하신 것처럼 인연은 인연인 것 같아요. 동동이도 남자친구분도요(그것도 아주 소중한, 특별한). 올려주신 사진 속 동동이의 아가 시절도 정말 귀엽습니다. 눈망울이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울까요. 숨차는 일 없이 하늘에서 즐겁게 뛰어놀고 있을 거라는 향팔님 말씀에 제 마음이 다 포근해집니다. 그리고 향팔님이 기억하고 계신 것처럼(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연인도 고양이와 살고 있어요. 향팔님이랑 제가 은근히 닮은 점이 많아 신기해하는 중인데요. 제 연인도 카페 사장님이었는데, 어느 날 카페로 들어온 길(동네)고양이가 지금 키우고 있는 '딴지'라는 고양이랍니다. 벌써 9년도 더 된 일이죠. 남자친구분이 동물을 참 좋아하신다고 하셨죠? 제 남자친구도 그래요(찌찌뽕). 딴지를 키우기 전에도 유기견을 한 마리 키우고 있었는데(복실이라고), 지금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답니다. 동동이처럼 하늘에서 건강하고 즐겁게 뛰어놀고 있을 거라 믿어요.
네, @연해 님이랑 찌찌뽕도 많이 하고 비슷한 게 많습니다. (추위 많이 타는 것까지요) 언제나 따스한 관심을 나눠주셔서 연해 님 글을 읽으면 제 맘도 뎁혀지는 것 같습니다. (아, 날씨가 너무 더워서 더 따수우면 곤란한데요 하하) 복실이랑 동동이는 지금쯤 깐부 맺고 같이 놀고 있을지도 몰라요. 거기선 모두가 친구일 테니까… 딴지와 연인 분, 연해님의 건강과 행복을 바랍니다.
러시아 반년살이(라고 쓰고 고생살이라고 읽슴다)는 오래전 학생 때 일인데 뭐랄까, 악몽 같은 추억이라고나 할까요? 아니면, 맨땅에 헤딩? 악몽은 악몽인데 분명 추억은 또 추억이고 그렇습니다 하하. 지금 생각하면 재밌는 일들이 많았어요. 떠나기 전에 러시아어를 여름방학 두달 동안 벼락치기로 배우고 갔었죠. (어렵지만 놀랍게도 디게 재밌더라고요) 그때 그 어학원 강의실에 모였던 분들이 직업도 연령대도 참 다양했던 기억이 납니다. 외대 노문과 학생들, 보따리 장사하시는 분, 선교 목적으로 가신다는 분, 취미삼아 유럽 언어를 하나씩 돌아가며 배우시는 분… 수업 끝나고 같이 고기도 꾸어 먹고 그랬는데요, 지금은 다들 어디서 무얼 하실지..
하하, 반년살이이자 고생살이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학생 때 다녀오셨군요. 저에게 러시아는 너무나 멀게만 느껴지던 나라라 종종 향팔이님이 올려주신 글 읽을 때마다 생경하고 신기했습니다. 이쯤 되면 이런 시시한 질문도 하나 드리고 싶어지지요. 러시아는 정말 그렇게 춥나요? (죄송합니다) 러시아어를 배우기 위해 모였던 분들의 직업군도 참 다양하네요. 나이와 직업은 다르지만 공통의 목적을 갖고 모였기에 친근함(+끈끈함)을 느낄 수 있는. 마치 그믐과도 닮아있네요. 우리도 '책'이라는 공통의 주제로 모였기에 나이도, 직업도, 사는 곳도, 성별도. 무엇 하나 문제가 되지 않고, 많은 걸 나누며 연대하고 있으니까요. 캬아 좋다:)
저는 겨울에 모스크바랑 뻬쩨르부르그에 있었는데요, 거기보다 서울이 더 춥습니다. 하하하! (정말입니다) 눈은 그곳이 훨씬 많이 오지만 추위는 여기를 못 따라오더라고요. 러샤에선 겨울에 여행도 하고 실컷 나돌아다녔는데, 한국에 강추위가 오면 살을 에는 느낌이라 밖에 나가기가 두려운… (아, 한국 학생들은 모자 쓰는 습관이 없어서 한겨울에도 안 쓰고 그냥 막 댕겼더니, 러시아 선생님들이 그 꼴을 보시고 경악을 하셨어요 하하. 털모자 없이는 건강도 없다고요) 물론 러시아는 땅덩이가 워낙 넓어서 시베리아 야쿠츠크 이런 데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요, 유럽쪽 도시 기준으로는 그렇습니다. 그곳에서 겪은 갖가지 고생담들은 생각나는 대로 조금씩 풀어 볼게요. (괜찮으시다면)
으악? 서울이 더 춥군요. 해가 갈수록 추워진다는 생각은 했지만 진짜였다니(털썩). 이제 한국에서도 털모자 수요가 점점 늘어나겠군요(참고로 저는 답답한 걸 싫어해서 장갑도, 목도리도 잘 안 하고 다니는데, 흑흑). 어릴 때는 더운 게 힘들었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추위를 더 타게 되더라고요. 사실 요즘도 어딜가나 에어컨 바람 때문에 덜덜 떨면서 다녀요(특히 사무실과 대중교통은 냉장고 안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러시아에서 겪은 갖가지 고생담들이라니, 가만히 읽다가 이 대목에서 또 웃음이 터졌습니다(웃으면 안 되는데, 죄송해요). 저야 들려주시면 감사하죠. 들을 귀... 아니, 이곳에서는 눈이겠군요. 읽을 눈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차근차근 향팔님 속도대로 마음 편히 펼쳐주세요. 저를 포함해 모임분들도 그 글을 애정하실 거예요:)
캬아 취한다… 역시 말씨도 맘씨도 이쁜 연해님다운 말씀이십니다.
아, 맞아요. 저도 치기 보단 열정이 더 맞는 단어는 아닌가 싶어요. 그렇지 않아도 머리를 한참 굴렸는데 마땅히 떠오르는 단어가 생각이 안 났는데 말이죠. 장래 희망은 반드시 이른 나이에 가졌다고 이루는 것도 아니고, 늦게 가졌다고 못 이루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다 때에 맞게 발견하고 이루며 살지 않나 싶네요. 나이 먹어도 이룰 수 있는 꿈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ㅎ
"나이 먹어도 이룰 수 있는 꿈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문장이 너무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다 때에 맞게 발견하고 이루며 살지 않나 싶네요."라는 문장도요. 그래서 오늘 주어진 하루가 소중하고, 삶이 더 의미 있는 것 같아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연해님은 말을 참 예쁘게해요. ㅎ 오늘도 좋은 하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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