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

D-29
역사는 불가피한 사건의 연속이 아니며, 소련의 종말도 예외는 아니다. 다양한 우발적 상호아이 넘쳐났다. 예측 불가능성과 불확실성은 인간, 국가, 세계 정세의 근본적인 특징이다. 사회 운동과 이데올로기적 조류는 합리적이지 않으며, 정치적 의지는 역사를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몰고 간다. 마지막으로,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 우연이 일어난다. 팬데믹 동안 이 책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나는 마지막 요점에 특히 공감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서문, 24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고르바초프와 심지어 그 비판자들도 1991년 8월의 ‘쿠데타’가 없었다면 소련이 그렇게 빨리, 철저하게 붕괴하지는 않았을 것임을 인정한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서문, 25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이 증거를 수집하면서 나는 기존의 확신과 전제를 일부 조정했다. 30년 전처럼 지금도 중앙 경제와 고르바초프의 ‘사회주의적 선택’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믿지만, 공산당의 종말에 관해서는 예전처럼 불가피했다고 느끼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많은 사람이 다가오는 위기의 개별적 요소는 명확하게 인식했지만 국가 구조 전체가 무너지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서문, 27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이 책이 저한테는 추억 돋는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신문이나 뉴스 헤드라인으로 등장해서 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사건의 맥락을 자세하게 살피는 거니까요. 아마, 지금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정도의 분들이라면 저랑 비슷한 느낌을 책을 읽으면서 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근데 궁금하네요. YG님 추억 돋는 아이템이 뭔지? 이 기회에 대방출 좀 하시죠. 또 누가 알겠습니까? 저도 하나 얻어 걸려 굴비를 엮게 될지. 기대하겠습니다. ㅋ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신문이나 뉴스 헤드라인을 열심히 보셨다면 기자의 꿈이 이때부터 였겠네요. 저는 그 시절 무엇하며 살았는지...ㅠ
@stella15 아, 특별한 추억이 있었다기보다는 @개와고양이 님 말씀처럼 당시를 살 때는 무슨 일인지 명확히 몰랐던 맥락을 책을 읽으면서 '아!' 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서 그 당시의 제 모습이 겹치기도 하고. 하하하! 다들 이런 얘기하면 놀라시는데, 저는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도 심지어 기자 3년차까지도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선망이 없었어요. 호기롭게 기자가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이라면 저는 "역사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지나고 보면, 젊을 때 치기였던 거지요;
그러고 보니 YG님은 멍석파는 아니신가 봅니다. 웬지 빼고 계시다는 느낌이.ㅋㅋ 뭐 아직 초순이고 날도 많으니 자연스럽게 뭔가가 흘러나오겠죠. ㅎ 근데 그리 말씀하시니 이 책이 더욱 궁금해지긴 하네요. 우리가 지나온 세월이 어땠는지는 오히려 지나고 난 후에야 더 명확해지는 것도 있긴 하더라구요. 90년대는 서태지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던 시절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ㅋ
저도 지난번 『냉전』에 이어 이번에 『소련 붕괴의 순간』을 읽으면서 연인에게 자꾸 소련 이야기를 했더니, 제 입에서 그 단어가 나오는 게 신기하다고 하더라고요(연인은 저와 나이 차이가 꽤 나는 편입니다). 소련 해체는 제가 태어날 무렵에 있었던 일이니까요. 저도 놀랐어요. 기자 3년 차까지도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선망이 없으셨다니... 저희 이모도 기자 생활을 하시다가 지금은 법조인이 되셨는데, 그때와 지금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치기라기 보다는 열정 같은 것들? 이렇게 또 YG님의 새로운 면모를 알아가네요.
@연해 저도 남자친구와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편이에요. 저 역시 ‘소련’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어릴적 뉴스에서 ‘구쏘련’이나 ‘독립국가연합’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기억은 어렴풋이 납니다. 아, 그리고 <몽실 언니>에 “미국놈 믿지 말고 소련놈에 속지 마라 일본놈이 일어난다” 이런 말이 나오는데, 제가 꼬꼬마 때 몽실언니를 너모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그 단어들이 왠지 익숙해요. 그래서 평소 남자친구랑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 등을 같이 볼 때면 저도 모르게 막 미국넘이 어쩌고 쏘련넘이 저쩌고 이러케 얘길 하는데 남자친구는 제가 그런 표현 쓰는걸 별로 안 좋아하더라고요 흐흐 연해님 말씀을 읽으니 저도 생각나서 말을 얹어봅니다.
몽실 언니 - 권정생 소년소설, 개정판동화 작가 권정생이 1984년 발표한 <몽실 언니>의 개정 4판. 해방과 한국전쟁, 극심한 이념 대립 등 우리 현대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겪은 작은 어린이의 사실적인 기록이면서, 처참한 가난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이웃과 세상을 감싸 안은 한 인간의 위대한 성장기다. 2012년 출간 100만 부를 돌파하며 나온 개정 4판은 판화가 이철수의 신작 목판화로 작품의 감동을 새롭게 전한다.
아 저도 남편과 나이 차가 많이 나는데 남편은 제가 교련수업을 안 받아서 삼각건이 뭔지 모른다는 것에 놀라더라구요..^^;; 근데 남편도 그당시 교련수업의 대부분은 쓸데없는 내용이 많았다고;;;
교련 하면 저희 친오빠새키가 교련복(얼룩무늬?)을 싸갖고 다니던 걸 할머니가 빨아주시던 기억이 나요. 말씀하신 삼각건은 방금 검색해봤는데 엇 머리랑 어깨에 동여맨 그림이 왜케 낯설지 않죠? 저도 교련 세대인가 봅니다. 아, 애국조회 하던 세대인 건 확실합니다. 그건 절대 잊을 수 없죠. 땡볕에서 애들 잡던 애국조회! 요즘 학교는 그런거 안 시킨다고 해서 너모 기쁘더군요.
요즘 그런 거 하면 애들 잡아먹는 것보다 학부모들이 학교 교원들을 잡아먹을 걸요? ㅎㅎ 개인적으로 저도 조회시간에 자주 기절하던 1인으로 그런 게 없어진 건 참 다행이에요..
그러네요. 기후변화로 점점 더 뜨거워지는 날씨를 보면 더 그런 생각이 듭니다. 또 요즘 학부모님들은 예전에 학교에서 혹독하게 당했던 경험들이 다들 있어서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오, 그게 정식 명칭이 있었군요! 몰랐습니다. 저도 월요일마다 '좌향좌 우향우' 외치던 거 생각나네요. 땡볕에 줄 맞춘다고 그 무슨 난리인지. 교장 선생님 말씀은 또 왜 그리 길던지...
와, 아직도 그런 자료가 있군요. 놀라운데요? ㅎㅎ
엇! 향팔님도 연인분과 나이차이가 꽤 있으시군요(찌찌뽕). 내적 친밀감이 더해지네요:) 평소 러시아에 관심이 많다고 하셔서 그런지(모스크바에서 반년 정도 살았던 적이 있다고 하셨죠?), 향팔님의 이야기가 더욱 생생하게 읽혔습니다. 저도 <몽실 언니>를 분명 읽었는데 왜 저 대목은 생각나지 않는 것인지... 잠시 기억을 되짚어 보기도(하하하). 두 분이서 나란히 앉아 뉴스, 시사 프로그램 등을 시청하시는 모습을 가만히 상상해보기도 했어요. 저도 가끔(과연 가끔일까...) 어떤 주제로 유독 격렬해질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마다 연인이 자주 짓는 특유의 표정이 있어요. 그 표정이 문득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 주제로 향팔님과 대화를 나눌지는 몰랐는데 솔직하고 즐겁네요.
저두.. 몽실언니 읽으면서 펑펑 울었던 기억만.. 그리고 어른들이 참 한심하게 느껴졌던 기억만...;;
@연해 @borumis 어 그럼 다른 책인가? (긁적) 저는 옛날 일을 정확히 기억 못하는 병이 있어요. 옛날 일이 뭐예요, 책을 읽어도 덮고나면 바로 잊어버려요. 그래선 전 재독도 지루하지 않아요 왜냐면 항상 처음 읽는 것 같거든요 하하하! 하루는 남자친구가 몽실언니를 한번도 읽은 적이 없다고 하길래 제가 그 책은 세기의 명작이고 한국인이라면 꼭 읽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답니다. 그랬더니 도서관에서 너덜너덜한 책을 빌려와 끝까지 읽고는 눈물 콧물 흘리시더라고요. 역시, 무뚝뚝한 아저씨 마음까지 움직이는 몽실 언니…
아뇨 맞을 거에요. 제가 하두 옛날에 읽어서 내용이 대부분 두리뭉실~;; 남자분들이 의외로 드라마나 문학작품 볼 때 눈물이 많더라구요 ㅎㅎㅎ
하하하, 저랑 같네요. 다시 읽어도 처음 읽는 것 같은 느낌. 짜릿해, 새로워! (죄송합니다) 기억력이 메롱이라 늘 메모를 습관화하는데, 이 행동은 <몽실 언니>를 읽을 당시에는 덜 발달된 습관이라 놓쳤나봅니다. 남자친구분과의 일화도 몽글몽글하네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문학 작품을 읽고 울 수 있는 남자는 너무 멋진 것 같습니다. 저의 연인도 <토지>를 읽고 눈물을 훔쳤는데, 연인의 그런 면을 제가 참 좋아합니다(뜬금없는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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