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

D-29
(1990년 12월) 체르냐예프는 자신 앞에 ‘두 명의 고르바초프’가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 명은 매력적인 비전을 가진 세계적인 인물이었고, 또 한 명은 “탄약이 바닥나서” 막대한 집행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임기 말의 국내 정치인이었다. (…) “나에게 독재를 강요하지는 못한다. 독재를 하느니 차라리 사임하겠다. …… 이것은 확고한 신념, 일생의 원칙이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6장 리바이어던, 245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1990년 11월 말 즈음) 고르바초프 측근들의 수준이 떨어진 와중에 53세의 정력적이고 고등 교육을 받은 재무부 장관 발렌틴 파블로프만은 예외인 듯했다. 파블로프는 (…) 스스로를 ‘순전한 재정 전문가’라고 여겼다. 그는 소련 통화 체계 작동 방식과 그 위기의 진짜 원인을 아는 극소수 중 하나였다. 파블로프는 500일 계획이 소련 경제에는 처참한 계획이라며 거부했다. 그는 싱가포르, 한국, 대만의 경우와 현재 중국공산당 지도부 하에서 그렇듯, 시장 경제로의 이행이 권위적인 국가 통제 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확신했다. IMF와 세계은행에 소련이 가입하는 것은 찬성했지만, 외국 자본을 유치하려면 특별한 국가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믿었다. (…) 그는 모든 국영 기업에 20퍼센트의 의무 과세를 제안했다. 이 돈은 연방 안정화 기금으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 특히 러시아연방에 지나치게 양보하면 “소비에트연방이 연방 국가로서 기능하기 위한 경제적 기반을 사실상 해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6장 리바이어던, 249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저는 파블로프가 좀 더 일찍 발탁되어 활약했더라면 소련의 운명은 또 달라졌을 텐데,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앞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
저두요.. 고르바초프는 소련의 무너져가는 경제를 개혁시키기에는 너무나도 경제적인 배경이 부족하고.. 다른 경제 관련 인텔리젠시아는 자기 주머니 채우기 급급하거나 무기력했는데.. 그나마 욕먹더라도 확실한 액션을 취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늦었지만요..
소련으로서는 쇠퇴하고 무너져가는 국가의 여러 정파 간의 불화라는 불길한 전망으로 그해(1990년)가 마무리되었다. 모스크바의 자유주의적 친구들에게서 분위기를 감지한 서방 외교관들과 언론인들은 곧 피가 흐르고 소련군이 개입할 것이라고 확신하다시피 했다. 새로운 연방이 생겨날까? 아니면 혼란만 커지고 어쩌면 유혈 사태가 발생할 것인가? 답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이 시점에도 소련이 1991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6장 리바이어던, 253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이 시점에도 소련이 1991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것은 역설이었다. 모스크바의 러시아 지도부는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이 사실 원치 않은 우크라이나 독립을 요구한 것이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6장 리바이어던, 247~248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연방으로 계속 남아 있었다면 양쪽 다 이득이었겠죠. 특히 우크라이나에게. 그리고 지금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없었을 테고. 제가 보기엔 이 책의 최고 빌런은 옐친입니다;
아직 5장까지밖에 못 읽었지만, 올려주시는 문장들을 보니 다음 내용이 더욱 흥미진진… 얼렁얼렁 읽고 싶어지는데요? 그리고 옐친은 정말… 지난주말 동네 도서관 강연에서도 선생님이 “옐친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물어보셨는데 나오는 대답들이 “또라이”, “술주정뱅이”, “알콜중독자” …… 저도 고르바초프에 대해서는 뭔지 모를 안타까움과 아쉬운 마음이 있는 반면, 옐친에 대해서는 그냥 고개만 절레절레 젓게 됩니다.
나중에 읽으실 8장에 옐친 관련해서 이런 대목도 나옵니다. 아, 시대를 초월해서 비슷한 모습이 많네요. 하하하!
(1991년 6월 6일) (TV 프로그램) 사회자인 이고르 피수넨코(Igor Fisunenko)는 서구식 인터뷰 기법을 구사해 후보자들을 닦아세웠다. 이런 접근법은 옐친과 특히 그를 지지하던 TV 시청자들에게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그들은 자신들의 영웅이 편향된 심문의 희생자가 되었다고 여겼다. 많은 시청자가 프로그램에 전화를 걸어 피수넨코에게 ‘무도한 행태’를 그만두라고 요구했다. 결국에는 무려 세 자루 분량에 달하는 항의 편지가 방송국에 도착했다. 피수넨코는 나중에 옐친과 지지자들의 행태가 정치적 불관용을 드러냈다고 논평했다. 그들은 대화와 타협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8장 이양, 308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세 자루 분량에 달하는 항의 편지"가 요즘에는 메일, 댓글, 항의 전화 등으로 바뀌었네요.
네, 그러네요 하하.. 시대를 초월해서 느껴지는 기시감!
옐친은 예전 사진만 봐도 항상 얼굴이 불그스름..ㅎㅎ 오죽하면 옐친이 tv에서 뭐라고 말하든간에 고르바초프는 '저놈 또 취했군;;'이라고 대꾸하던;;
심하게 동의합니다.. 잘못된 민영화로 올리가르히를 키우고 또 결탁해서 재선도 하고.. 권력욕에 망가진 줄로 알았는데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음에도 대중지지와 지식인 지지가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고 대단한 선동가이기는 한가 봅니다.
정말로, 러시아를 대차게 말아 먹은 게 옐친이지요. 지금의 푸틴도 러시아 사람들이 엄청 지지한다고 하는데, 부정선거가 어마어마했다는 얘기도 있더라고요. 진실이 뭔지…
7장에도 이런 대목이 나오네요.
국민투표가 다가오자, 옐친과 측근들은 우크라이나와 벨로루시의 지도자들이 중앙에 맞서 자신과 ‘협약’을 맺으려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미래에 드러나겠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은 옐친의 러시아와의 불평등한 동맹이란 전망을 고르바초프가 주재하는 중앙이란 구상보다는 반기지 않았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271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걸프전은 부시에게 엄청난 성공이었다. (..) BBC는 “전쟁 당시 얼마나 많은 민간이이 죽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전쟁의 직접적 결과로 민간이 사망자 추정치는 10-20만명이다”라고 보도했다. 리투아니아에서 사망한 민간인 14명과는 대조적으로, 서방은 이 거대한 사망자 수치를 대체로 무시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278,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소련 지도자는 걸프에서 유혈사태를 피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조지! 조지! 조지!" 하지만 부시는 듣지 않았다. "걸프전의 결과로 고르바초프는 체면을 잃고 위축되었다.." 이 장면이 왜이리 화딱지가 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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