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

D-29
1941년, 소련 정보 당국은 스탈린에게 나치 공격이 임박했다고 경고했지만 헛수고였다. 미래의 역사가들이 1991년을 두고, “매우 심각한 문제들에 대해 제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을 보고 깜짝 놀라게 될 것”이라고 그는 말을 마쳤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부시) 부채를 진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처럼, 소련은 IMF의 뜻을 따라야 한다. 고르바초프는 신자유주의적 워싱턴 컨센서스를 수용해야 한다. 즉 급진적 규제완화, 민영화, 그리고 나서 민간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경쟁이 이루어져야 한다. .. 런던정상회담에 참석한 일부 서방 지도자들은 혼란스러웠다. 미국 대표단은 고르바초프를 돕지 않으려고 온갖 구실을 찾고있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나는 동유럽을 해방시키고, 바르사뱌조약기구를 해체할 것이며, 통일독일은 NATO에 가입하고, UN군은 이라크에 맞서 전쟁을 개시할 것이며, 소련은 CFE와 START조약에 서명하고, 선거와 민주주의가 있을 것이며, 미국과의 개인적인 유대를 발전시키고, 서방과의 경제적 유대도 늘어날 것이다. (캐나다 총리) 멀로니는 “고르바초프가 1985년에 그런말을 했다면 나는 수표를 들고 달려갔을 것”이라고 결론을 맺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캐나다 총리 브라이언 멀로니는 감동적인 연설을 했다. 1985년, 당시 부통령이었던 부시가 모스크바에서 체르넨코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장례식이 끝난 뒤, 고르바초프가 부시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면 부시는 어떻게 했을까? 나는 동유럽을 해방시키고, 바르샤바조약기구를 해체할 것이며, 통일 독일은 NATO에 가입하고, 유엔군은 이라크에 맞서 전쟁을 개시할 것이며, 소련은 CFE와 START(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 조약에 서명하고, 선거와 민주주의가 있을 것이며, 미국과의 개인적인 유대를 발전시키고, 서방과의 경제적 유대도 늘어날 것이다. 멀로니는 “고르바초프가 1985년에 그런 말을 했다면 나는 수표를 들고 달려갔을 것”이라며 결론을 맺었다. 안드레오티는 1985년에 레이건이 했던 말을 상기시켰다. “고르바초프가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도 그를 돕지 않았다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G7의 참석자 중 누구도 미국의 리더십에 의문을 표하길 원치 않았다. 그리고 돈을 내놓고 싶지도 않았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9장 합의, 350~351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aida 님 저도 같은 대목 메모했어요.
오늘 함께 읽을 차례였던 9장의 메모한 부분을 옮깁니다.
1991년 여름은 소련의 미래와 소련 경제를 세계 시장에 적응시킬 방안에 관한 합의 없이 시작되었다. 가장 자연스러운 선택은 국가 자본주의와 소기업 자유화의 조합으로, 이미 중국이 선택한 길이었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진로는 소련 언론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9장 합의, 322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저는 소련은 중국 모델을 따르기에는 장애 요소가 너무 많았다, 이런 해석이야말로 사후 편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련의 객관적 조건을 따져 보면, 중국 모델, 그것도 훨씬 더 산업화된 중국 모델이 가능했으리라 생각해요. MIC가 있었고, 산업이나 경제의 체질 자체가 중국보다 훨씬 나았으니까요. 안드로포프가 좀 더 오랫동안 권력에 있었다면 소련의 방향은 이런 식으로 설정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고르바초프에 대해서 더 박한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고요.
가능한 서방의 선택지는 단 하나, ‘워싱턴 컨센서스’였다. (…) 국경 경제의 급격한 축소, 민영화, 자유화, 규제 완화, 재정 규율과 균형 예산 등의 정책을 포함했다. 1991년에 세계은행의 수석 경제학자가 된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자 래리 서머스는 워싱턴 컨센서스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진리를 전파하라. 경제학의 법칙은 공학의 법칙과 같다. 법칙은 어디서나 통한다.” 워싱턴 컨센서스의 정책은 경제에 대한 규제를 철폐했고 기존의 국가 제도를 종종 치명적으로 약화했다. 주춧돌이 되는 개념인 거시 경제적 안정성은 대개 사회보장적 정책과 민간 소비를 희생시켜서 이룬 것이었다. 동유럽 공산 정권의 붕괴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실천자들에게 광활한 공간을 열어젖혔다. (…) 워싱턴 컨센서스는 그들(반공주의자들)의 슬로건과 잘 어울렸다. 국가 재정 지원의 급격한 축소는 반공주의 혁명의 의제와 부합했다. 누구도 신자유주의 정책이 거대한 사회 불평등과 정치적 긴장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신경 쓰지 않았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9장 합의, 322~323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워싱턴 컨센서스를 수용하며 칠레를 방문한 소련의 경제학자) 피노체트의 범죄 행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으며, 그들은 칠레의 경제적 성공에 감명받았다. 비탈리 나이슐(Vitaly Naishul)이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1917년 볼셰비키혁명과 뒤따른 혼란의 시기에 수천만 명이, 대체로 헛되이 목숨을 잃었다. 칠레는 3000명이 목숨을 잃고 고도로 발전한 사회가 되었다.” 그 뒤 많은 세월 동안, 나이슐과 그의 지지자들은 소련 경제 개혁에 관한 논의에서 유력한 관계자가 된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9장 합의, 324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칠레는 3000명이 목숨을 잃고 고도로 발전한 사회가 되었다." ㅠ.
이건 좀 다른 얘기지만, 문득 연상되는 내용이 있어 (쌩뚱맞지만) 살짝 꺼내 봅니다. 박정희 시대 군사정권 아래서 남한 사회가 산업화와 경제 발전을 이룬 것을 어떻게 봐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 남자친구는 “그게 박정희가 한거냐 노동자들이 쎄빠지게 고생하고 죽어 나가면서 다 한 거지”라고 하던데 그 말도 맞는 것 같고, 한편으론 결국 그 말인즉슨 그런 식의 국가자본주의 근대화 방식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제가 누리는 경제 성장의 과실은 없었을 거란 얘기겠구나 싶기도 하고요.
역사는 과거와 현재 간의 대화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현재 우리 사회에 필요한 리더쉽의 성격이나 우리 사회가 인정하는 공통의 가치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와 연관될 것 같습니다. 이런 문제와 떼어 놓고 논하게 되면 주장의 의도나 맥락에 오해가 있게 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민주, 자율, 인권 존중, 노동 존중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박정희의 공로를 인정하는 것이 꼭 이런 가치들을 폄하하는 결론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연관성을 무시하면 안될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오해에 유의하면서 논하자면, 적어도 자본주의 초기 단계에서는 임계점이 될 수 있는 자본의 축적과 전략적인 활용을 위해 그런 권위적인 통치방식이 도움이 된다는 주장에 상당한 근거가 있어 보입니다. 박정희가 없었어도 민주 정권 하에서 경제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증명하기 어려운 가상 역사이고, 우리나라처럼 빠르게 성장한 사례가 드문 편이니까요.
네, 권위적인 통치방식이 초기 성장에 기여한 측면이 무척 크겠지요? 마지막에 말씀해주신 내용 관련해서도 더 알고 싶긴 합니다. 민주정부였다면 이만큼의 경제 성장은 불가능했을까? 박정희식 불도저 고속 성장보다 속도가 느렸더라도, 뭔가 다른 방식으로, 노동 착취를 최소화하면서, 좀더 공평한 분배 구조 속에서도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다른 길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더군요.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Allison)은 소련 경제가 직면한 엄청난 도전에 아주 흥미로워했지만, 고르바초프의 실패로 말미암은 파국적 결과 또한 우려했다. 그는 핵 군축에 관한 미국과 소련의 계획에 참여했고, 모스크바가 수만 기의 핵무기를 통제할 수 없다면 발생할 잠재적 위험을 절실히 인식하고 있었다. 냉전에 든 비용의 극히 일부만으로도 서방은 이전의 적을 동료로 돌아서게 할 수 있다고 앨리슨은 주장했는데, 이는 미국과 전 세계에 아주 싸게 먹히는 거래일 것이었다. 이 계획에 붙인 ‘그랜드바겐(Grand Bargain)’이라는 이름은 앨리슨의 접근법을 그대로 반영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9장 합의, 330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막후에서는, 옐친 진영 인사들이 ‘반동적인’ 파블로프 내각에 (미국이) 절대 돈을 주지 말라고 미국인들에게 간청하고 있었다. 안드레이 코지레프는 베이커의 보좌관들에게 “당신들이 중앙에 돈을 주면 돈 낭비가 될 뿐 아니라, 설상가상으로 침몰해야 할 체제를 계속 떠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9장 합의, 335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웃픈 모습이죠. 한쪽에서는 연방의 생존을 위해서 구걸하고 있는데, 다른 쪽에서는 '쟤들한테는 돈 주지 마세요." 이러고 있었으니.
(재무부 장관 니컬러스) 브래디는 (대규모 지원에 반대하면서) 보기 드물게도 솔직하게 미국의 전략적 우선 사항을 표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련 사회가 국방 시스템을 감당할 수 없도록 변화시키는 것이다. 소련이 시장 체제로 간다면, 그들은 대규모 국방 조직을 감당할 수 없다. 진짜 개혁 프로그램은 그들을 3류 국가로 전락시킬 것이며,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바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9장 합의, 336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냉전의 유산;
(1991년 6월) 이때쯤이면, 고르바초프와 그의 자문들은 미국이 소련을 위한 ‘마셜플랜’을 거부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했다. (…) 소련 대통령은 자신의 세계적 위상이 서방 지도자들의 지갑을 열 것이라고 자신만만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9장 합의, 337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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