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

D-29
크렘린에 있는 고르바초프의 거대한 집무실은 외부 세계와 고립된 섬이 되었다. 그의 책상 위에 놓인 무수한 전화기는 대부분 조용했다. 예전이라면 그에게 전화를 걸었을 사람들은 이제 투옥되었거나, 해임되거나, 옐친에게 넘어갔다. 의기소침하고 신임을 잃은 KGB 전문가들은 더 이상 분석 보고서를 보내지 않았다. 한때 고르바초프 궁정의 일부였던 기성 소비에트 인텔리겐치아는 진즉 옐친에게로 떠났다. 소련 과학아카데미와 소련 작가동맹, 예술가동맹 등 '창조적' 조합들은 투표를 통해 러시아 치하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8월에 생긴 병이 우울증으로 이어진 라이사 고르바초프는 남편을 배신했다며 모든 사람을 탓하고 공적 생활에서 물러났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p.521,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이 장면이 저도 여러 생각이 들더라구요. 권력의 이동이 낳은 허망감 같은.. 그런데 인생에서 누구나 크고 작게 겪는일이지만, 첫 반응은 부인하고 싶어지기 마련이더라구요. 인정하고 잘 마무리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긴합니다. 나이가 들다보니 ㅎㅎ 음악은 별로 안듣지만.. 올해 접한 윤종신의 '내리막길' 노래도 생각나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아, 오늘 오전에 정신이 없어서 이제야 게시판 들렀네요. 오늘 7월 25일 금요일에는 14장 '독립'을 읽습니다. 이번 장의 핵심은 우크라이나입니다.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슬라브계 공화국이 개별 독립을 추진하는 과정과 이미 1991년부터 그 과정에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갈등의 불씨가 확확 뿌려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다음 주에 15장 '청산'과 '결론'을 읽으면 이번 벽돌 책도 마무리됩니다. 주말에 뒤늦은 분들은 따라오시고, 15장 '청산'도 분량이 많지만 금세 읽히는 장이니 미리 읽으셔도 좋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12장의 주인공이 우크라이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14장도 우크라이나가 주인공인가요? 읽으면서 느끼는 거지만, 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그렇게 집착하는지 알겠더라고요.
비상 통치 기간 동안 공표된 옐친의 법령은 국가비상사태위원회의 법령과 마찬가지로 ‘초헌법적(extra-constitutional)’이었다. 본질적으로, 러시아 공화국의 수반은 고르바초프에게서 헌법적 권력을 빼앗았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431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훈타가 통치한 사흘 동안 옐친은 스스로 소련군의 통수권자로 선언하고, 러시아 영토상의 모든 집행 권한을 장악했으며, 중앙 TV 방송과 통신사를 비롯하여 중앙에서 관리하는 소련의 모든 산업을 소련이 아닌 ‘러시아’가 대신해서 차지했다. 이제 그는 소련 대통령이 이 쿠데타를 승인해주길 바랐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432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당은 거대한 단체였기에, 누구도 그곳을 무사히 떠날 수 없었다. 갑자기, 그것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라닌은 해방의 기쁨 대신, 권력의 진공 상태와 눈앞에 펼쳐진 불확실성이라는 광대한 지평선을 걱정했다. 그날 늦게, 고르바초프는 자신이 이끌던 권력 구조를 어쩔 수 없이 해산해야 했다. 이것은 러시아 의회의 긴급 회기에서 매우 굴욕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고르바초프는 얼마간 공통의 기반을 찾으러 그곳에 갔던 것 같다. 그러나 공통의 기반 대신 복수와 증오의 감정과 맞닥뜨렸다. 회기는 전국에 중계되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437-438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장례식이 끝난 뒤,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크렘린의 집무실로 돌아왔다. 대통령령으로 그는 군대와 경찰, 국가 조직 내 당 조직을 폐지했다. 또한 당 재산을 러시아와 그 외 공화국 정부로 이전하도록 승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당 서기장에서 사임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440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체포된 훈타의 일원들은 그 소식을 듣고, 이것이 반역 행위라고 여겼다. 하지만 구질서에 대한 단 한 명의 신봉자는 이 오욕을 견딜 수 없다고 결심했다. 세르게이 아흐로메예프 원수는 8월에 휴가 중이었지만, 국가비상사태위원회를 지지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서둘러 귀환했다. 이제, 아흐로메예프는 고르바초프에게 자신이 왜 소련 대통령에게 충성한다는 군인의 맹세를 어겼는지 설명하는 편지를 보냈다. “1990년부터 나는 우리나라가 종말을 향해가고 있다고 확신했고, 지금도 그렇다. 이제 나라는 곧 해체될 것이다. 조국이 죽어가고, 내 삶의 명분이라고 여긴 모든 것이 파괴된 지금, 더는 살아갈 수 없다.” 8월 24일, 소련의 원수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목을 맸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440-441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훗날 정치적 목적을 위해 8월의 사건을 미화할 필요가 더 이상 없어졌을 때, 옐친은 훈타의 구성원이 무자비한 냉소주의자와 전체주의적인 폭군이 아니라 "평균적이고, 평범한 소련 사람"이라고 했다. 심지어 그들이 인명과 합법성을 존중했다고도 시인했다. 그리고 그들이 투항하고 권력을 잃은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1993년 10월, 모스크바의 헌정 위기 동안에 옐친은 아주 딴판으로 행동했는데, 러시아 의회가 자신에게 대항하자 탱크 부대 지휘관들에게 의사당을 향해 발포하라고 명령했고, 정적들을 모조리 잡아들였으며, 6년을 더 집권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420p,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베이커는 고르바초프와 셰바르드나제를 냉전 종식의 영웅으로 꼽았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571,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은 어쨌든 일어났을 테지만, 더 끔찍한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당신은 그 과정을 시작할 용기가 있었고, 나는 50년 뒤에는 모든 것이 괜찮아질것이며, 사람들이 당신을 기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 베이커가 셰바르드나제 에게 ...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572,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1991년 12월 , 진짜 레닌이 마법처럼 모스크바 시내에 나타났다고 해도 누구도 그에게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일용한 양식을 찾아 일상의 곤경에 허덕이고 있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581,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고리바초프가) 퇴임하던 날, ....구소련 공화국 지도자들은 아무도 전화하지 않았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581,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고르바초프는 사퇴서에 서명할 때 쓸 자신의 소련제 펜을 시험해봤다. 펜은 말을 듣지 않았다 CNN회장 톰 존슨이 자신의 몽블랑 펜을 빌려줬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582,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이 책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소련은 여러 가지로 나쁜 상황과 불운한 선장의 회생양이었다. 1980년대, 15년간 모든 개혁에 저항해온 소련 지도부는 고르바초프 아래서 엄청난 규모의 경제적,정치적 변화를 개시했다. 그러나 그러한 개혁을 뒷받침하는 구상과 계획은 치명적으로 넓았고, 경제적으로 결함이 있었으며, 기존 경제와 정치체를 내부로부터 파괴했다. 개혁의 설계자, 그중에서도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실패를 인정하고 경로를 수정할 수 없었다. 그와 동시에서 그들은 구시스템의 잔해에서 새로운 행위자들이 등장하는 것을 가능케 했고, 그 행위지들이 혼란을 물려받았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587,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19세기 중반 이탈리아가 통일된 뒤 한 자유주의 정치가는 유명한 말을 했다. "이탈리아가 만들어졌다. 이제 남은 일은 이탈리아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1991년 12월에 구소련 국가의 지도자들은 "소련이 사라졌다. 남은 일은 새로운 국가와 그 시민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라고 말할 수 있었으리라. 구소련 공화국의 주민들은 새로운 정체성을 흡수하는 법을 터득해야 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596,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저는 다음주 휴가계획으로 좀 서둘러서... 오늘 완독했습니다. 10장이후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로 속도감이 좀 붙었네요. 개인적으로 소련의 붕괴 과정이 궁금해서 더 집중해서 보게 되었는데... 정말 허무하군요... 만취한 옐친이라니... 고르바초프에겐 알리지도 않고 부시에게 전화하는 모습 참..기가 막히네요 결론장은 그간 어려웠던 내용과 의미를 설명해줘서 마무리에 아주 도움이 되었습니다. 역사의 지식이 없고, 생소한 이름과의 싸움에 올바로 이해한건지 좀 어려운 면도 있었는데, 결론장에서 많이 정리 되었습니다. 저자의 마무리 코멘트가 여운으로 남아 있습니다. 소련의 소멸에 대한 수수께끼...지금 우리는 그것을 현실에서 목도하고있다... 이번에도 역시 좋은 책으로 이끌어주신 @YG 님 감사드립니다.
@FiveJ 님, 완독하셨군요. 이번 달에도 고생하셨습니다. 휴가 잘 다녀오시고 또 다음에 다른 벽돌 책으로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8월에는 조금 가벼운 벽돌 책으로 해보려고 고민 중이랍니다. :)
지난 주에 함께 읽었던 12장 '종말' 13장 '불협화음' 14장 '독립' 부분의 인용을 몇 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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