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

D-29
그(베른스탐)는 러시아 개혁가들이 개혁과 평화 모두를 원한다면, 세 가지 선택지 중에서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첫째, 즉각적 자유화를 포기하고, 대신에 장래에 명확한 한계를 두고 점진적으로 도입한다. 둘째, 다른 공화국들이 이런 조치에 동의하고 포스트소비에트 전 공간에 걸쳐 다 같이 조율한 자유화 프로그램을 들고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셋째, 러시아를 연방과 여타 공화국들에서 완전히 분리해 독립국가로 만든다. 베른스탐은 개인적으로는 앞에 두 가지가 이전 소비에트연방의 주민들에게 트라우마가 덜할 것이기에 그 선택지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14장 독립, 517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러시아인에게 우크라이나는 잉글랜드인에게 스코틀랜드와 같았으며, 더 가깝게 느낄 뿐이었다. 러시아의 관점에서 우크라이나는 합의 없이 이혼 신청을 하는 격이었다. 러시아의 이러한 심적 태도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와 충돌하고 향후 몇 십 년 동안 커다란 긴장과 갈등의 원천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결별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인상은 엄연한 경제적 사실로 더 강해졌다. 소련 경제는 밀접하게 얽혀 있고, 실질적으로 분리할 수 없게 구성되어 있었다. 이 통합성은 러시아혁명 이전으로 거슬러 가지만, 소련 시절에 훨씬 심화되었다. 러시아연방과 우크라이나는 공동의 산업, 과학기술 복합체를 갖고 있었다. 하르코프와 드네프로페트롭스크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공업 도시에 있는 대다수 공장과 실험실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우랄, 시베리아에 똑같은 공장과 실험실 및 파트너 업체를 두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기업과 가계는 튜멘의 석유와 가스가 없으면 굴러갈 수 없었고, 돈바스 광산은 러시아산 목재가 없으면 굴러갈 수 없었으며, 노릴스크의 알루미늄 제련소는 우크라이나산 보크사이트가 필요했다. 소련 전략 미사일과 대다수의 하이테크 무기는 우크라이나에서 조립되거나 ‘메이드 인 우크라이나’ 부품이 필요했다. 수십 년 동안 이 경제는 모스크바 중앙에서 관리하고, 재원을 대고, 발전시켰다. 우크라이나 분리주이자들은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이런 상황을 끝내고 싶었지만, 그 대가는 막대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14장 독립, 528~529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이런 대목을 보면, 최근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갈등의 역사가 간단치 않구나,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 요점은 캅카스 지방 러시아 국경 지대의 전략 요충지 체첸의 분리주의라는 폭발성 있는 쟁점과 관련이 있었다. 그곳에서 사는 체첸계 주민들은 비극적 역사를 갖고 있었다. 제정 러시아는 그 지방을 정복하고 반란을 진압했다. 제2차 세계 대전 동안 스탈린은 체첸인들이 독일 침략자들과 협력했다고 그들을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스탈린 사후, 흐루쇼프는 체첸인들이 본향으로 돌아올 수 있게 허용하고 체첸을 러시아연방 내 자치 공화국으로 회복시켜 주었다. 그들의 비극적 역사는 지나간 일이 된 듯했다. 하지만 1991년 8월, 소련 국가의 내부적 파열은 체첸을 무정부 지대로 탈바꿈시켰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14장 독립, 535~536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체첸을 둘러싼 폭력의 악순환도 결국 1991년 연방 해체가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그들(1991년 12월 1일 투표에서 우크라이나 독립 선언을 지지했던) 중 다수가 나중에 자신들은 속았고 국민투표가 소비에트연방의 종식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련의 경제적 위기라는 배경과 대조적으로 미래 우크라이나의 번영에 대한 환상은 분명히 작용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14장 독립, 544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결론'에서 주보크는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 투표를 이렇게 연방 해체와 독립을 찬성했던 1991년 당시 소련 연방 시민의 선택과 겹쳐서 봅니다.
대다수가 모스크바의 자유주의적 지식인인 참석자는 이 지각변동을 전체주의 제국의 종말과 민주주의 신시대의 시작과 동일시했다. 그들은 옐친이 새로운 선거를 실시할 테고, 그러면 폴란드의 경우처럼 공산당 기권원이 사라진 러시아 정부가 구성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분명치 않았다. 운동의 지도자인 유리 아파나셰프와 그 외 러시아 민주주의자는 별안간 돌격이 멈춘 기병 여단처럼 느껴졌다. 그들이 반대했던 당은 사라졌고, 가시적인 공통의 공격 대상은 이제 없었다. 러시아 민주 운동 진영은 경제와 국가 건설, 재정 안정화를 어떻게 해결할지 잘 몰랐다. 이런 문제는 군중을 동원하고 선전 유인물을 찍어낸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13장 불협화음, 480~481쪽,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aida 네, 저도 다른 책 읽다가 칼리닌그라드가 칸트의 퀴니히스베르크인 줄 알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 변방의 철학자였더라고요. 하하하!
올해 초에 칸트에 관한 재미있는 책이 한 권 나왔었어요. 이 책도 이런 주제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재미있게 읽었어요. 칸트, 하이젠베르크, 보르헤스의 집단 평전을 겸한 실재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책이랍니다.
천사들의 엄격함 - 보르헤스, 하이젠베르크, 칸트 그리고 실재의 궁극적 본질인문학자이자 문학 비평가, 철학자이기도 한 윌리엄 에긴턴의 책으로, 아르헨티나의 시인이자 소설가 보르헤스, 불확정성 원리를 주창한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 근대 계몽주의 철학자 칸트라는 세 사람의 삶과 저작을 독창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실재의 본질을 탐구한다.
우리 3월에 『3월 1일의 밤』(돌베개) 읽으면서 많은 분들이 '김규식'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 이런 얘기 하셨던 기억 나세요? 역사학자 정병준 선생님께서 『김규식과 그의 시대』(돌베개) 책을 펴내시려나 봅니다. 현재는 펀딩 중이고요. 세 권 1,880쪽. 아직 미출간 도서인데, 펀딩 소식도 공유하면서 나중에 언젠가 도전할 벽돌 책으로 찜해 봅니다. 신간의 경우에는 최소한 전자책이 나오고 나서 픽할 계획입니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한국출판문화상 학술 저술 부문을 두 차례 수상한(2006년 <한국전쟁>, 2015년 <현앨리스와 그의 시대>) 정병준 교수가 해방 80주년을 맞아 <김규식과 그의 시대>(전 3권)을 출간한다.
굉장하구만요! 좋긴한데 전 좀 자신은 없고, 혹시 나중에 같은 저자의 '한국전쟁' 가시면 고려해보겠슴다. 음하하.
저는 이제야 9장까지 읽었습니다. 주말에 속도를 좀 내보려고 했는데, 생각만큼 잘 나가지가 않네요. 9장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은 역시 미국과 IMF의 속내였습니다. 90년대 초에도 그들이 가지고 있던 경제적 철학이 마치 진리인양 굴었고 그것을 도움을 받는 모든 국가들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려고 했다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 1997년이 생각났거든요. "진리를 전파하라. 경제학의 법칙은 공학의 법칙과 같다. 법칙은 어디서나 통한다" 당시 세계은행의 수석 경제학자 였던 래리 서머스가 한 말이었습니다. 정확한 맥락이 무언지 몰라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저 문장을 가지고만 판단한다면 참으로 오만하기 그지 없는, 학자로서의 자질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언사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철학을 가졌던 사람들이 기존 국가제도를 치명적으로 약화시켰고(의도적이던 아니던) 그들이 요구하는 거시경제를 살리기 위해 사회보장 정책과 민간소비를 희생시켜 결국 중산층의 붕괴와 서민들의 고달픈 삶이 시작되는 굴레를 씌웠던 것이 아니었나... 사회불평등이 심화되고, 정치적 긴장 그리고 양극화로 발전되는 버튼을 누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읽는 내내 왜 미국이 그렇게나 소련을 도와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지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레이건 정부 다음에 정권을 이어받은 부시는 많은 재정적자를 안고 국정을 운영할 수 밖에 없었고 지속되는 국방비 증액, 높은 실업율 등을 고려하면 자기 코가 석자이니까 그럴 수도 있었겠다 싶었지만, 또 생각해보면 걸프천 치르는데 1000억 달러나 썼던 미국을 생각하면 꼭 그렇지도 않았겠다 싶었습니다. 오죽하면 G7 서유럽 국가들의 정상도 고르비를 안쓰러워했을까요. 결국 미국은 소련이 스스로 무너지는 꼴을 보고 싶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G2? 이런거 싫다는 거지요. 자기 혼자 유일한 강대국의 대접을 받고 힘을 과시하고 싶었기 때문에 어떤 경우라도 소련을 도와주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더 처철하게 망가지길 바랬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나중에 올르가르히들로 국영기업에 팔려나가고, 생필품도 제대로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구르는 소련 국민들의 모습이 그려지겠지만, 9장까지 읽은면서는 그러한 그림자가 벌써부터 짙게 드리워지는 느낌이 들어 조금은 짠하기도 하고 조금은 안쓰러워지는 감정이 들었습니다. 방장님 말씀대로 위대한(?) 한 나라가 이렇게 힘없이 천천히 몰락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유쾌한 기분은 아니지만, 그것을 바라보면서 드는 감정은 한마디로 정리할 수 없지만,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결론까지 16장이라 치면 7장이 남았는데, 어찌됐든 힘을 내서 달려보겠습니다. 혼자 읽기에는 더 힘들고 어려울 것 같아서요... ^^
얼마 안되었지만 희미해진 기억이 덕분에 다시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끝까지 힘내세요 ㅎ
넵. @aida 님 응원에 힘입어 오늘도 달려봅니다. ^^ 감사합니다.
(비스쿨리에서 부르불리스는) " 여러분! '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연방은 국제법의 대상이자 지정학적 실체로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제안밑에 서명하는 데 동의하시겠습니까? "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회고록에서 옐친은 고르바초프가 축출되지 않았다면 "악의 세력의 도구 "가 되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말이지 대단히 심리적인 핑계다! 러시아 대통령이 소련 지도자가 무력을 쓸것을 딱히 걱정했을리는 없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옐친은 14개 조항 각 조항마다 샴페인을 마셨고,, (언제나 술이네요) 이들이 내전을 피했다고 안심하고 자랑스러워 하고.. 그럼에도 12월 한달동안 정말 빠르게 중앙의 기구를 다 접수해 나가는 군요. 저는 쿠데타로 보이는데.. 여하튼 정치적 지지와 민중의 지지가 혁명 또는 승계라고 평가되는 거겠죠.
키예프와 민스크의 의회들은 이미 비스쿨리협정을 승인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합의하지 않는다면 “ 내일 우리는 현실은 무역 봉쇄, 폐쇄된 국경선, 경제 전쟁이 될수 있다… 최악은 핵무기를 사용한 전쟁일 것이다” … 다른 선택지가 보이지 않았다. 총 188명이 CIS협정 승인에 찬성표를 던졌고 7명이 기권햇으면 6명은 반대표를 던졌다…. 러시아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은 러시아연방 또는 그냥 ‘러시아’가 되었다. .. 많은 사람들이 이중 권력의 종식을 지지했다. 그들의 정치적 의지가 굳은 과감한 행동가 옐친이 나라를 경제적 수렁에서 건져줄 것이라 기대했다.
소련 붕괴의 순간 - 오늘의 러시아를 탄생시킨 '정치적 사고'의 파노라마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최파일 옮김
네, 저도 쿠데타라고 생각했어요. 8월 쿠데타는 변화를 막아보려는 군부 중심의 쿠테타였고, 12월 쿠데타는 러시아를 포함한 세 슬라브 공화국 지도자가 대중의 인기를 업고 진행한 쿠데타였죠. 역사 속에서 보면 이런 포퓰리즘 친위 쿠데타도 사례가 많습니다; 어쩌면 12월의 한국의 술꾼 대통령도 자기만의 상상 속에서 계엄이 성공할 줄 알았을 수도 있어요. 여론이 자기를 지지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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